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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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이별을 말한지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어
하지만 너무 이상하게도
내 맘은 편안해 자유로운 기분
이틀 이틀째가 되던 날
온몸이 풀리고 가슴이 답답해
삼일째 되던 날
내 심장 소리가 너무커서 잠도 못자

나흘 되던 날 눈앞이 캄캄해 지고
오일 되던 날 눈물만 주루룩~
엿새 되던 날 가슴이 너무 허전해
하루 온종일 먹기만 하네요

일주일 일주일이 되던날
노래속 가사가 모두 내 얘기같고
드라마 영화속에 나오는 삼류 사랑 얘기가
모두다 내 얘기만 같아
한달 한달이 되던 날
니가 좋아했던 긴 머릴 자르고
니가 싫어 했었던 야한 옷을 입으니
이별이 이제서야 실감나네

일년 되던 날 널많이 닮은 사람과
사랑에 빠져 행복을 찾았고
가끔은 너의 소식에 조금은 신경쓰여도
그냥 뒤돌아 웃음짓게 되네

사랑이 그런 건가봐 세월이 약이었나봐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어
하지만 지금 사랑이 또 다시 아픔을 줘도
나는 웃으며 이별을 맞을래
사랑은 또 다시 올테니까 (알리, 365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노래가 떠올랐다.

사랑이란 감정은 '한 달 후, 일 년 후'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사랑은 다시 찾아오는 그런 것인데,

그 감정의 물살이 우리 심장에 강하게 몰아쳐서

짙은 흔적을 남기기에 사랑만큼 소설이나 영화, 가요의 주제로 적합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1957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조제라는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을 동경하는 소녀 덕에,

일본에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도 나왔더랬다.

 

앙팡 테러블이라는 장 꼭또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아니면 성장하는 중인 사람들의 외로움이

꼬이고 꼬인 사랑으로 표상된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191)

 

인생은 그런 것일까?

아니, 사랑이란 것이 그렇다는 걸까?

 

누군가는 자기들 '무리'의 기준에 잣대를 대고, '윤리'적이지 못한 '불륜'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허나, 윤리의 '륜' 이라는 글자가, 다수를 뜻하는 '무리 륜'임을 생각해 본다면,

사랑은 흐르는 것이고, 변할 수 있는 것임을,

그닥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름답고 난폭해>

 

아름답고 매력적인 배우 베아트리스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 난폭함은 상대에게 끼치는 상처를 뜻할지도 모른다.

 

불행은 여자를 살찌게 만든다.

음식이 생체 본능으로 인해 그녀들을 안심시켜주기 때문이다.(88)

 

이런 구절들이 프랑스 여성들을 다이어트 열풍으로 몰아 넣었는지도 모르고. ^^

 

이 남자는 나와 닮았어.

이 남자는 나와 같은 부류야.

난 이 남자를 사랑해야 했어.(53)

 

조제는 베르나르를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같은 부류...

영혼의 빛깔이 같아 보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끔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착각임을 알게 된다.

 

한 달 후,

일 년 후,

시간은 사람을 가르친다.

모든 게 착각이었음을...

 

그렇지만, 조제는 말한다.

 

당신 알아요?

참 재미있는 일이에요.

난 그것이 강렬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난 당신에게 질문을 퍼부을 거고,

그건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어떤 것,

내게 결핍되어 있던 어떤 것을 되찾은 것과도 같으니까요.(100)

 

그래.

사랑은, 착각이라도,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던 어떤 것을 되찾았다고 생각될 때,

크나큰 위로의 물결로

가슴을 쓸어주는 보드라운 손길인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오늘도 사랑을 소망하는 것이다.

 

그 위무의 손길이

한 달 후,

일 년 후,

가뭇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허망한 것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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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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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부터 으스스하다.

제목도 '내가 죽은 집'이라니...

 

'나'라는 것은,

살아있는 것을 근거로 붙이는 이름이다.

이미 죽고 나면 그것은 '내'가 아니다.

 

뭔가 결말을 이미 발표한 뒤에,

그러니까, 나는 죽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억 상실이다...

그러면서 추리를 펼치게 되는 소설.

 

소재도 흥미진진하기보다는,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와 딱 맞게,

어린 아이가 학대당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결국 어린아이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

그 죽음을 통하여 과거의 퍼즐을 맞춰내게 된다.

 

추리의 결과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너무 으스스해서 별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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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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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 : 동일한 주제가 되풀이되는 사이에 다른 가락이 여러 가지로 끼어드는 형식의 기악곡  

 

제목이 궁금증을 일으킨다.

질풍~은 스키나 스노보드가 소재여서 붙인 단어 같고,

론도~는 몇명의 주인공 무리가 반복되며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인 모양이다.

 

첫 페이지에 저자가 적은 구절.

좀 웃긴다.

 

곤나니 오모시로쿠 나루토와!

지분데모 오도로끼 -히가시노게이고-

 

속표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스스로도 놀람.


좀 오버다. ㅋ

 

히가시노게이고는 술술 잘 읽혀서 좋은 작가인데,

이 책은 그야말로, 질풍-론도다.

질풍같이 읽히는데,

마지막은 유쾌하게 끝나서 좋다.

 

멍청하고 성실함으로 똘똘뭉친 오리구치 미나미 양의 활약이 재미있었다. ^^

 

히가시노게이고는

참 다양한 분야의 관심을

꾸준히 전개하는 독특한 작가다.

 

백은의 잭, 역시 이런 소설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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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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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편의 단편이 실린 추리물.

 

범죄현장을 둘러본 과학자는,

몇 가지 단서로 범죄의 가설을 추정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관심 분야가 참으로 넓고도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단편의 제목은 모두 하나의 동사로 붙였는데,

타오르다, 옮겨붙다, 썩다, 폭발하다, 이탈하다... 등이다.

 

갑자기 머리 뒤쪽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현상이나

실종자의 데드마스크가 떠오른 연못,

이상하게 썩어들어간 시신의 가슴 부분,

바닷속에서 치솟은 폭발물의 정체는,

유체이탈한 어린이의 진실(이 이야기는 예지몽에서 만난 듯도 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과학과 결부된 유가와 교수의 설명으로 이끌어나간다.

 

상상력이 말랑말랑하기로는

베르나르베르베르를 꼽았는데,

이 사람 또한 그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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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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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묘사한다'는 말.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뜻일 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 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그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343)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작가의 친구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 친구 역시 작가이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하게 수필로 써서 가가 형사에게 제출한다.

 

참으로 치밀한 소설이다.

그만큼 술술 읽히기보다는,

곰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사건을 그리기보다는 '인간을 묘사'하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느 추리소설이 'who done it, how done it'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이 소설에서는 'why done it'에 초점을 맞춘다.

 

왜 그렇게 치밀하게 작가를 파멸시키려 노력했는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악의를 묘사하기 위해

어떤 관계망을 그려야 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치밀한 스토리에 꼼꼼하게 반영되어 있다.

 

범인인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 노트가 가진 씨줄과 날줄이 퍼즐이

하나의 형체를 만들 때,

태피스트리는 하나의 인간을 드러내 보여준다.

 

악의로 가득찬 인간이

잔인해질 때는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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