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쿄에서 독신으로 살던 소노코가 사체로 발견된다.

오빠인 야스마사는 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정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범인을 잡으려고 추적을 시작하지만,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여 야스마사의 추리와 쌍벽을 겨룬다.

 

이 소설의 재미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당신이 범인이야' 하고는... 실제 범인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뭥미?

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별도의 '봉인 해설'이 붙어있을 정도로 황당한 결말이다.

 

일반적인 독자의 기대는

범인을 밝혀낸 오빠 야스마사에 의하여

범인은 응분의 처벌을 받고,

씁쓸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가가 교이치로가 오빠를 압송하는...

그야말로 김전일 식 결말을 추리하기 쉽지만,

이 소설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셈이다.

 

야스마사와 가가는 범인을 밝혔는데,

도대체 왜 독자에게 속시원하게,

가요코나 츠쿠다의 둘 중 어느 쪽인지를 밝히지 않는 것인지...

추리 소설의 한 기법이라고는 하지만, 좀 심했다.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한 사람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게 없었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우리 누이동생이 인간관계에는 서투른 편이었어.

집에서 혼자 책이나 읽는 게 더 성격에 맞았던 모양이야."(102)

 

시끌벅적 시답잖은 이야기나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보다

<집에서 혼자 책이나 읽는>게 더 좋은 나는 이런 대목에서 뜨끔~하다. ^^

그러나 뭐 어떠랴~

사람 사는 일에 정답이나 비교적 정답은 없다는 걸 이제 알았으니...

고민을 털어놓기보다는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지갑을 열어야 할 나이가 되면,

집에서 혼자 책이나 읽는 게 행복한 날들도 많다.

 

그나저나... 눈이 책을 거부하는 나이가 천천히 와야 할 터인데...

바늘에 실을 꿰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럴렐 월드 러브 스토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은 범죄 스릴러는 아니다.

사이언스 픽션에 가깝다.

 

첫 장면... 쓰루가 다카시는 평행 진행하는 지하철 노선에서 묘령의 아가씨를 바라본다.

다음 장면... 다카시의 절친 도모히코가 여친을 데리고 온다. 당연히... ㅋㅋ 그 묘령이 아가씨다. 그 이름은 쓰노 마유코.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는 '이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설정이 나온다.

마유코는 다카시와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두 세상의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버추얼 리얼리티'(가상 현실)인가...

 

인간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올바른 것일까?

쉽사리 결론내리기 힘든 것을 작가는 파헤치고 든다.

 

슬프고, 괴롭고, 혐오스러운 경험 때문에 쌓인 마음의 아픔을

모두 잊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오히려 인간은 그런 마음의 아픔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467)

 

'애도'라는 말을 이런저런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살아 남은 자를 위하여 잊는 일을 애도라 하는 이도 있으나,

살아 남아 슬픔을 안고 사는 것이 애도라는 이도 있다.

모두 일리가 있다.

 

기억을 개편하여 손쉽게 잊도록 하는 기술이 생긴다 하더라도,

인간은 갈림길에서 고민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다움'의 모습인지 모른다.

 

히가시노게이고의 <변신>, <분신>, <패럴렐월드~>를 '나 삼부작'이라 칭하기도 한다.

'나'를 테마로 한 소설들이라 한다.

 

'변신'은 뇌 이식수술 받은 후 성격에 큰 변화가 생겼다 여기는 주인공이 풀어가는 수수께끼이고,

'분신'은 가족과 함께 자살하려 했던 어머니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궤적을 조사하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복제인간이라는 명제를 추궁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의 추리물 못지않게 '나에 대한 탐색', '어디까지가 나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책들인듯 싶어

히가시노게이고에 대한 여행을 계속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졸업을 앞두고...

친구의 하나가 자살(?)한다.

 

고민이라는 건 남이 알아줄수록 작아지는 성질이 있거든.(44)

 

고민을 나누지 못해서 친구들은 모두 외로워하는 중,

다도의 '설월화 의식' 중 다른 친구 하나가 독살당한다.

 

이 책에서는 졸업을 앞둔 가가 형사의 첫 등장인데,

작가의 다양한 관심사가 발현된 작품이다.

다도의 복잡한 과정을 묘사한 도판이라든가,

검도의 다양한 용어들을 묘사하는 등,

전문적 분야를 장르 소설에 녹여내는 기질이 이때부터 반영된 것이다.

 

자네에게 부족한 것은 '탈력'이야.

내 힘을 투입하고 정신을 집중하는 건 단 한 순간이면 된다는 걸 알아야 해.

계속해서 죽기살기로 전력투구해서는 상대에게 그리 큰 공포감을 줄 수 없어.

거꾸로 여유를 줄 뿐.

인간을 아무리 애를 써도 집중을 몇 분씩 지속할 수는 없어.

스스로는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실은 짧은 사이클로 집중과 산만을 되풀이하지.

집중이 계속된 뒤에는 반드시 산만이 오게돼.

그런 때에 공격에 들어가거나 공격을 받으면 아무래도 허점이 나오게 돼.

그런 때 필요한 건 계속 정신집중을 하려는 게 아니라,

언제라도 집중할 수 있는 준비상태로 자신을 컨트롤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게 탈력, 힘빼기야.(97)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자못 이런 에피소드들이 잔뜩 추리물을 힘을 넣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미나미사와 선생님과의 대화는 격조있으면서도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제 그만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이 드는 때가 아주 많아.

단지 직접적인 계기가 없었을 뿐이지...

내 남편이었던 사람 곁으로 가고 싶어.

내가 자살한다면 그게 동기라고 생각해줘."

"정말 외로운 일이네요."(241)

 

젊은 나이의 작가가 이렇게 죽음에 가까이 가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겠다.

물론 그 내용이 주제에 녹아있지 못하고 이렇게 대화 속에 등장하는 것도 초창기의 한계일 수 있겠고...

 

모든 인간에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를 수 있다.

두려움에 휩싸일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인생에서 너무 힘을 주지 않고,

어떤 사건과 맞닥뜨리든, 힘을 빼는 태도... '탈력'이 죽음에야말로 필요한 자세인지 모르겠다.

 

"언제라도 진실이라는 건 볼품없는 것이야.

그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거짓에 의지하는 삶에 가치가 있을까요?"

"거짓인지 진실인지, 그걸 어느 누가 판정할 수 있지?"(320)

 

인생에서 '졸업'이란,

특히 대학의 졸업이란, 기나긴 학창시절을 벗어나는

이른바 '탈피'의 시기이다.

학생을 벗어나 어른이 되는 시기.

부모와 사회의 보살핌을 벗어나 독립을 해야하는 시기.

 

그 정신적 부담감을 자연스럽게 추리소설 속에 녹여낸 작품으로,

가가라는 친구가 앞으로 '교사'보다는 '형사'로서의 기질이 돋보이는 인물임을 선보이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 우연히 접한 발레 만화 '폴리나'에 이어, 발레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이야기다.

 

발레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가가 형사가 조사하는 중 미오라는 단원과 가까워진다.

이때부터 자꾸 불안감은 커진다.

용의자들은 다른 데서 불거지는데,

유독 가가와 친해지는 미오에 대해서... 불안한 심리가...

 

 

발레를 즐기는 건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국민은 그중 어느 쪽도 아니예요.

다들 지칠대로 지쳐있다고 할까.

어째서 그렇게 지친 걸까요?

사회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에요. 기계체조 같은 데서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죠?

그럴 때 가장 괴로운 건 가장 아랫단에 있는 사람들입니다.(150)

 

'폴리나'에서도 보여주듯,

발레라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극도의 절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몸매 유지 측면에서도 그렇고, 운동 신경 면에서도 그렇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절제된 예술이기에,

그들의 심리 역시 날카롭다.

 

잔인한 살인 사건을 교묘한 트릭을 찾아내면서 해결하는 탐정물이 아닌,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라는

낭만적 요소를 가미한 소설.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게다가 낭만적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손가락을 번쩍 들 만한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나중에 나온 '질풍 론도'를 먼저 읽으면서 들었던 작품.

 

스키장에 설치된 폭약과 협박범의 메일...

책이 표지에서처럼 가파른 설원을 질풍처럼 질주하는 스키어들이 등장해서,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질풍 론도'와 함께 읽어볼 만한 소설.

 

돈을 짊어지기 좋은 액수로 나눠서

스키장 구석구석을 잘 아는 사람이 범인임을 추측하게 하지만,

결정적으로 범인을 잡기까지는 추리의 끈은 팽팽하다.

 

겨울에 서늘한 스키장에서 읽기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