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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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인줄 모르고 읽다가,

너무 금세 이야기가 파국으로 치닫기에,

다시 표지를 보았다.

정직하게 '단편집'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어정쩡하게 '~~~ 소설'이라고 적혀있는 단편집을 싫어한다.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는 품새가 비슷하다.

그래서 여러 편을 겹쳐 읽으면 박진감은 뚝, 떨어진다.

가가 형사 앞에 서있는 사람.

죽음 앞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그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많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잠자는 숲'의 한 대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발레 이야기여서 그럴 것이다.

 

나는 '기계체조'를 하는 모녀 이야기인 '제2지망'이 제일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은 좀 장편이라야 긴장감이 두고두고 핍진감을 더해가면서 스릴을 느끼게 된다.

단편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짧은 데이트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는 맛이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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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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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게 되리라는 저주서린 예언을 들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스키 버스가 절벽에서 굴러 아내는 죽고, 딸은 살아 남지만,

딸의 영혼에는 아내가 빙의된다.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드는 딸의 몸을 가진 아내.

그 아내이자 딸을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재충전의 중요성은 학교가 가장 잘 알고 있죠.

책상에 매달려 있기만 해서는 절대로 도쿄대에 합격하지 못해요.(328)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생활하는 학교로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체육대회나 축제 등에 아이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계획을 다 짜고, 기획팀을 구성하여 진행해나가고...

마무리까지 스스로 하는 것을 볼 때, 성적에 비례하여 재충전의 기회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깨닫는다.

 

딸의 입장에서 이런 관점은 읽어둘 만 하다.

 

그 애들은 내 선생님이에요.

단지 중학생답게 행동하기 위해 같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애들과 함께 있으면 내 마음속에 있던 구태의연하고 낡은 가치관이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몰랐던 정신의 꽃봉오리가 하나둘씩 피어나는 것 같아요.

그애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면  갑자기 세상이 온통 환한 장미꽃밭으로 보여요.(240)

 

사춘기 아이들이 바라보는 친구들과,

어른으로서 그 사이에 끼어든 관점은 다르다.

어린 아이들의 낄낄거림 속에서, 재충전되는 기분을 느끼는 영혼...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사고 버스의 운전수...의 전처가 사는 홋카이 도...

그 전처의 죽음 소식을 들은 남자에게 죽음 소식은 낯설지만은 않다.

 

심장마비라고 하던데요.

아침에 일하러 가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서 쓰러졌대요.(229)

 

지난 주

고등학교 동창 본인의 사망 메시지를 폰으로 받았다.

등산 갔다 변을 당했다는 것인데, 심장마비라는 것은 참 싱겁다.

건강한지 아닌지 여부와도 상관없이,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전조증상도 없고, 대부분 갑자기 쓰러진다.

이제 한 살 먹는 것만큼, 이런 메시지를 더 자주 받게 되리라.

 

갑자기 어찌할 수 없는 고독감이 엄습해왔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우물 속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손을 마주잡고 함께 걸어온 나오코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그녀는 이미 다른 세계를 걸어가고 있고,

어두운 우물 안에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216)

 

아내의 죽음이라...

어떤 기분일까...

캄캄한 우물 속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

그 고독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코믹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면서도,

삶과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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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1-06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게 원작이 있었군요.
저는 티비에서 오래전에 영화로 봤던 기억이 나요.

가넷 2015-01-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그 영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여점에 가서 잠시 들추어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서가 앞에 서서 책을 스치듯 읽었는데, `아, 이상한 작가구나...`라고 짐작하고 그냥 다시 꽂아두고 왔는데 지금은 열심히 찾아 읽고 있네요. ㅋㅋ
 
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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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그야말로 킬링 타임용으로 제격이다.

소설의 스토리도 단순하고,

스토리라인이 단순한 만큼, 페이지도 설렁설렁 잘 넘어간다.

 

유괴는 아니지만,

유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싱겁게도... 이상하게도 싱겁게 유괴 사건은 퍼펙트하게 마무리가 된다.

이래서는... 스릴러도, 추리물도... 아무것도 아닌 소설인 셈.

 

그런 와중에,

집으로 돌려보낸 주리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고,

스토리는 완전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을 위하여 그렇게 유괴 사건이 스무드하게 진행되었던 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라는 이름의 게임입니다.

여기에는 면밀한 계획과 대담한 실행력이 요구됩니다.

게임인 이상 이겨야 합니다.

게임이라고 얕봐서는 곤란합니다.(59)

 

딸이 유괴된 상황에서 가쓰리기는 대기업 부사장의 면모를 보여주며, 업무에 충실하다.

그러나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런 구절은 복선임을 다시 보게 된다.

이런 것들이 추리물의 깨알같은 재미다.

 

누구나 그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

그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는 안 돼.

누군가의 행위에 일희일비한다는 거 무의미한 일이지.

어차피 가면에 불과하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가면,

어렸을때는 개구쟁이의 가면, 조금 지나서는 반항기의 가면...

어쨌든 어른들이 익숙해지기 쉬워야 한다는 게 포인트.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야.

맨얼굴을 드러내면 언제 어느 때 얻어맞을 지 몰라.

이 세상은 게임이야.

상황에 따라 얼마나 적절한 가면을 쓰느냐 하는 게임.(214-5)

 

주리를 상대로 게임에 성공하는 비법을 으쓱으쓱하는 심사로 떠드는 주인공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이 소설을 마치고 나서 다시 읽게 되면,

히가시노게이고의 복선에 소름이 오소소 돋게 된다.

 

그래.

나도 내가 한 말들을 곰곰 기록해 놨다가,

나중에 내가 처한 상황에서 곤란함을 겪을 때 대입해 본다면,

얼마나 어처없는 말들을 그럴 듯하게 늘어 놓았는지... 한심할 것이다.

 

그런 것이 '청춘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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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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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래가 떠오르는 소설을 읽었다.

패티 김의 '초우'라는 노래는 초딩 시절 듣던 노래인데,

그 가사가 가슴을 저미는 서늘함을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막상 '초우'라는 단어의 의미를 '풀잎에 내리는 비'거나 '처음 내리는 비(이른  봄비)' 정도로 형상화하고 있던 내가,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고는 그 가사가 더욱 깊이 새겨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고독에 몸부림 칠 때

갈 곳 없는 나그네의 꿈은 사라져 비에 젖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 상처 잊을 길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빗소리와 함께 이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비가 내리는 배경은 맞지만, '초우(初虞)'는 사전에 '장사를 지낸 뒤 처음 지내는 제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고, 그날 비에 젖어 우는 사람의 고독을,

빗소리도 흐느낀다는 감정이입의 절창으로 부른 노래였던 모양이다.

 

겉으로는 항상 명랑하게 굴었지만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오래된 우물같은 어둠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22)

 

우리는 무서울 만큼 똑같은 마음, 똑같은 생각 아래 행동했었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고독' 이었다.(24)

 

미와코와 다키히로 남매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15년만에 만나 다정하게 가정을 꾸려가지만,

미와코가 호다카 마코토라는 작가와 결혼하게 되면서 심적 갈등을 겪는다.

그 고독의 분위기가 소설 전반부에 물씬 풍긴다.

 

헤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남매라는 설정에서

두 사람의 심리적 투명도가 비슷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무서울 만큼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면...

그 '고독'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마치 '대숲'을 지닌 것처럼 마음 든든하지 않으려나?

 

그런데 이 소설 역시 이전 작 '누군가 그를 죽였다'와 같이,

소설만 읽어서는 범인이 명시화되어 있지 않다.

결국 추리를 해야하는데, 내가 빌려온 책은, '봉인' 부분을 어느 녀석이 도려내 버렸다. ㅠㅜ

'범인은 당신입니다.'로 마치는 황당한 소설이라니... 

김전일도 할아버지 이름을 걸고 '당신이 범인이야.'를 외치고 나면,

그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거늘...

그렇지만 가가 형사가 마지막에 설명하는 부분과 연관되는 부분을 찾으면 범인을 어렴풋이 추리할 수 있다.

 

이 고양이와 지금의 나, 둘 중 누가 더 고독할까.

나는 생각했다.(106)

 

역시 고독의 소설답다.

 

스포츠로 단련된 호다카 마코토의 건장한 육체는 이미 하얀 뼈와 재로 변해 있었다.

그 양이 너무도 적다는 것에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본질을 지켜본 듯한 기분이었다.

나 역시 태우고 나면 이것과 똑같이 되는 것이다.(208)

 

독살당한 피해자는 독자가 읽기에 죽어도 싼 녀석이다.

그리고 살인의 심증이 가는 인물이 셋이나 등장한다.

그리고 살해 동기를 가진 준코는 먼저 시신이 되어버리는 셈판이니...

 

히가시노게이고의 심리 게임이라고나 할까?

이 소설은 아리송한 결말을 재미있게 이끄는 작가의 구성과는 별개로,

인간의 '고독'에 대한 문제를 평행선으로 탐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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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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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의 트렌드는 '나'를 규정하는 것이 '육체'에서 '뇌'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도대체 '나'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생각은 내 몸이 경험한 것을 집적한 것일까?

아니면 머릿속 대뇌의 회로에 흐르는 전자들의 느낌에 불과할까?

 

어떤 의문이 생기면 멋진 스토리를 짜내는 작가답게 이 작품도 흥미진진하다.

불의의 사고로 뇌이식을 받게 되는 주인공.

그런데 병원에서 알려준 '장기제공자'와는 다른 '폭력성, 음악성'이 드러나 정체를 찾는 스토리다.

 

상상에 불과하지만, 뇌의 일부를 이식받는다면, 그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과연 이전 소유자의 것일지,

이식받은 사람의 것일지... 몹시 흥미롭다.

 

무리하지마. 너는 너답게 살아가면 되니까.

살아있을 때, 어머니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머니의 말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즉,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겠다고.

그게 나에게 가장 어울렸다.(39)

 

그렇게 그림을 그리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준이치에게 불의의 사고 이후 자기의 변화는 놀라웠다.

 

살아 있다는 건 단지 숨을 쉰다든지, 심장이 움직인다는 게 아니야.

뇌파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그건 발자국을 남긴다는 거야.

자기 뒤에 있는 발자국을 보고 자기가 만든 것이라고 똑똑히 아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에 내가 남긴 발자국을 보아도 도저히 내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300)

 

이식한 뇌가 기증자의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성향이 드러난다면,

소위 정신과에서 말하는 '정신 분열'이나 '이중 인격'의 혼란에 빠질는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번역된 것들을 읽노라면,

아직도 젊은 나이의 다작 작가의 상상력을 즐기는 일은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드라마를 읽을 때면, 그 스토리 속에 푹 빠져들기 쉽게 편안한 글을 쓰기 때문이다.

 

 

332. 숙려단행... 충분히 생각한 뒤에 과감하게 행동함... 이라면, 한자가 '생각할 려 慮'가 쓰여야 한다. 책에는 '삼고초려' 할 때의 '오두막집 려 '로 적혀있다. 한자의 경우 '자동완성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용어나, 여러 가지 용례가 등장하는 동음이의어의 경우... 편집자들의 한자 실력이 들통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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