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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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쯤

기숙사에서 아이들과 자야 한다.

 

2월은 아이들 자습이 길다.

4시 반에 정규 수업이 마치면, 11시 20분까지 아이들은 지루한 자습을 한다.

공부가 잘 되는 아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멍때리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 곁에 그저 지키고 있는 시간도 무료하다.

그럴 땐, 추리물이 최고다.

 

이 책에는 짧지만 아주 임팩트가 있는 단편이 일곱 편 실려있다.

 

내 나이 이제 꺾어진 백살이 되고 나니,

지천명인지 불혹인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하나 정확히 느껴지는 것이, 뭘 읽고 나도 줄거리가 파악이 안 된다.

그러려니 하는데, 단편 일곱 편을 읽고 다음 날 리뷰를 쓰려고 목차를 펴놓고 있으면,

막막한 것이 이제 당황스럽지도 않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짠한 연민의 감정이 샘이 차오르듯 스르르 솟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줄거리는 당연히 기억나고,

그 사람들 사이의 격정적인 감정과 사건 이후에 솟구치는 씁쓰레한 페이소스가 아주 짙게 느껴지는 소설이어서 그렇다.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나 '춤추는 아이', '굿바이 코치' 같은 작품은 오래 기억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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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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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람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하여 망라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다.

심리 묘사가 절묘하고 세심한데,

그 속에서 미스터리가 작동하며 스토리를 박진감 넘치게 생명감을 불어넣는다.

 

평범한 회사원 와타나베.

어느 날 같은 부서에 들어온 계약직 사원 아키하와 우연한 만남을 갖고,

묘하게 아키하는 와타나베를 자기 옆으로 끌어들인다.

 

평범한 아저씨에게 엉겨붙은 아름다운 아가씨라니...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소설 속에서는 아저씨를 헷갈리게 한다.

 

결국 스토리의 결말은... 친구 신타니 이야기로 교훈적으로 맺어진다.

 

결혼해서 단란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누구나 그 단란함의 반복에 지루해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그 반복의 리듬을 깨는,

콤마같은 존재를 꿈꾸게 되지만,

그 꿈은 백일몽이자 일장춘몽이기 십상이다.

 

예전의 저라면 절대 좋아할 타입이 아니지만,

그 사람 덕분에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게 된 것만은 분명해요.

저 자신도 몰랐던 나의 장점과 단점, 취향 등 여러 가지요.

특히 그 사람한테서 사과하는 법을 배웠어요.(360)

 

아키하의 말은 진솔하다.

물론 뒷부분에서 그의 스토리 역시 굉장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와타나베와의 만남에서 자신이 달라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음에는 시효가 없다고...(332)

 

아키하가 유력한 범인으로 의심받을 때,

피해자 레이코의 여동생이 이런 말을 던진다.

이 말은... 범죄에만 엮인 게 아닌 듯 싶다.

가정의 평온을 깨뜨리고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의 마음 역시 그런것 아닌가 싶다.

 

불륜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사회적 관념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또 그 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서양과는 다른 동양의 관습적 사고일 수도 있겠지만...

 

빛을 다루는 직업은 꿈을 꿀 수 있어 좋지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빛 그 자체로는 부피가 없는 데다 무엇보다 청결하지요.(290)

 

아키하의 아버지가 남긴 이 말도 투명한 공명을 남긴다.

조명관계 일을 하는 와타나베에게

부피가 없고 청결한 빛은... 곧 그렇게 부질없이 투명하게 통과하는 '바람기'의 비유로도 읽힌다.

 

와타나베 씨,

무리하면 안 돼요.

남녀 사이에 무리는 금물이죠.

서로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상대를 사랑하면 되는 거예요.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하려고 하거나 서둘러 결과를 얻으려 하다 보면

반드시 파탄에 이르게 되죠.

뭐든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알겠어요?(129)

 

아키하의 이모 묘코가 '마담 컬러플'로 불리면서

이런 충고를 던진다.

부메랑 효과라고 하나?

이런 언사 하나도 그저 던져지지 않는다.

반드시 허공을 한 바퀴 활공하여 되돌아와 원위치의 화자를 친다.

그런 것이 플롯이고 구성이다.

컬러플...의 의미도... 다양함과 함께 이중성을 읽게 만든다.

 

<파탄 破綻>의 한자가 재미있다.

깰 파, 에  옷 터질 탄, 이다.

보통 부부의 정을 <금슬 琴瑟>로 칭한다.

거문고 금, 에 거문고 슬, 이다.

거문고나 가야금의 현들이 서로 화음을 잘 이루면서 어울려 내는 소리처럼,

두 사람이 서로 독립한 듯 하면서도 공명의 간섭을 통해 하모니의 울림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비유렷다.

그런데, 그 줄이 튿어지는 것, 옷이 튿어지는 것이 <파탄>이다.

줄이 끊어지면, 더이상 하모니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가정의 소중함과,

바람기의 허망함을 생각케 하는 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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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 서울 시 1
하상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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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을 가는데 언어 유희를 즐기는 어떤 샘이 그랬다.

 

  반성문을 영어로???

 

  글로 벌

우리가 쓰는 언어를 곰곰 살펴 보면,

재미도 있고, 그 속에 삶의 결도 묻어난다.

페이스 북 같은데서 읽었던 하상욱의 시.

 

서울 시...란다.

특별 시...란다. ㅋ

 

제법 삶의 비의를 쿡, 찌르는 구절도 많다.

  

   

현실을 피해 도망갔더니

현실을 피해 도망간 곳의 현실이 뙇!

 

내가 타이거 JK도 아닌데

미래만 생각하며 살 필요 있나

 

좋은 소린 무책임하게

싫은 소린 책임감있게

 

알고 보면

다들 딱히(불금)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후련하다가 찝찝해지고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면

답답하다가 잘했다 싶고

 

 

내가 다른 걸까

내가 속은 걸까(맛집)

 

연애의 결론이

결혼이 아니라

연애의 과정에

결혼이 있기를

 

예전엔 아프면

못 놀까봐 걱정

이제는 아프면

일 놀까봐 걱정

 

당연히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어(건강)

 

특별한 우리 아이들을

평범하게 만들기 위해

돈을 들이는 게 아닐까

 

 

언어유희도 많다.

 

나이많으신 남자분이 광팬이라고 하시는데,

그러면 그 분은 형광팬.

 

저는 실물이 훨씬 낮습니다.

실제로 보면 더 작아요.

 

/, 자기//

 

서두르니까

서투른거야

 

이력서에 뭘 쓰지?

이력 써!

 

인기는 영원히 머물지 않아요.

인기 가요.

 

꿈을

이룰 순 없다 해도

꿈을

잃을 순 없으니까

 

이제는

살거야

(지름신)

 

웃다 보면 사는 게 그리 힘들지도 않다.

사실 힘든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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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3
에드워드 벨러미 지음, 김혜진 옮김 / 아고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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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5년.

잠에서 깬 주인공에게 '당신은 지금 2128년에 살아있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준다면...

과연 어떤 변화를 상상할 수 있을까?

 

글쎄.

지금 이 시대는 자본의 힘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이며,

자본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던 시대에서 이미 변곡점을 지나,

점차 그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시대이다.

세계적으로 보나 국가내에서 보나 점점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100년 뒤의 어느 시점에선가는 폭발의 징후를 보인다.

그 폭발은 2001년 9.11의 폭발일 수도 있고,

2010년의 3.11 폭발일 수도 있다.

요즘 IS 같은 이슬람 폭도들의 '인질 장사'는 그 폭발의 산발적 장면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벨러미의 이 책은 미래를 상상하는 책들의 효시가 되었다는 책이다.

부분부분 '사회주의'에 대한 공상적 환상을 가득 담고 있으며,

과학 부문에서도 '컴퓨터'나 '신용카드' 세상을 점치고 있다.

마치 1908년의 '강철 군화'가 미래 사회를 '형제 인류애 시대'라고 묘사한 것과 비슷하다.

잭 런던의 강철 군화에 비하면 20년 이른 연대에 출간되었으니 이 책이 더 강렬했을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세상의 부는 거의 전부 개인의 사치에 쏟아 부은 모양이더군요.

지금은 반대로 잉여 재산은 모든 사람이 같이 누리는 도시 정비에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39)

 

생산성이 수천 배는 늘어났을 현대 역시 '부'는 개인의 사치에 쏟아 부어진다.

모든 사람이 같이 누리는 도시 정비는... 글쎄, 관심 밖이다.

 

평범한 일반 시민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으니

사실 '자본 주도'라 불러야 하는데도 '민간 주도'라 부륻ㄴ 방식이 성행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서민 개인이 얼마나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통제하는지...(171)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많은 부를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던,

그래서 '공상 사회주의자'들로 분류되던 사람들도 있었던 시대.

루카치가 그랬던가.

 

이 빛나는 창공(蒼空)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地圖)를 읽을 수 있던 시대(時代)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대통령은 의학과 교육 기능에 아무 관련이 없고 이 분야는 독자적인 평의회가 통제...(178)

 

의학과 교육은 인간을 다루는 곳이어서,

어떤 이권도 개입될 수 없다는 신성한 구역을 설정한 듯 하다.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이 내세우는 것 역시 그러하다.

쿠바나 독일이나... 생산력 차이는 나지만, 의학과 교육을 모두 경쟁의 도구로 삼을만큼 잔인한 곳은, 곧 지옥이다.

 

한국에서 교육의 최고 지향은 의학과로 가는 것이다. 참 비극적이다.

 

우리는 모두 제대할 날을 처음으로 타고난 권리를 즐기게 되는 때.

처음으로 진정한 성인이 되어 규율과 통제에서 벗어나 인생의 수업료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기로 고대합니다.(181)

 

45세에 정년을 하고,

이제 비로소 인생을 즐기게 된다는 미래상은 환상적이다.

 

선생이 살던 때의 범죄는 95퍼센트가 개인이 겪는 불평등으로부터 비롯되었지요.

가난한 자들은 궁핍 때문에 유혹을 받았고,

부유한 자들은 더 큰 이익을 얻거나 이미 가진 이익을 지키려는 욕망 때문에 유혹을 받았어요.(186)

 

범죄 없는 미래 사회.

곧 불평등의 심화는 범죄 사회로 이행될 것임을 상정할 수 있다.

범죄 없는 사회에 살고 싶다면,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키를 틀어야 한다.

 

자본은 본래 겁이 많다.(221)

 

빈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가용 자본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자본을 집에 묶어 두고, 현금만을 노리는 월세의 기승 등을 생각하면,

집 사는 데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해주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사회의 미래는 절벽이다.

 

존재할 수 있는 정당 중 가장 애국적인 이 당은,

사람들이 태어난 나라를 진정한 아버지, 그저 국민이 자기를 위해 죽기를 기대하는 우상이 아니라

국민을 살게 하는 아버지의 나라로 만들어서 애국심을 정당하게 학

또 단순한 본능에서 합리적인 헌신으로 끌어 올렸습니다.(234)

 

어찌 보면, 내셔널리즘... 곧 나치즘의 긍정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이 소설이 지향하는 바는

현실의 제국주의 분쟁에서 벗어난 유토피아적 국가이므로,

그런 잔인한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진보를 믿던 시대의 지식인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이 좁은 땅에서도 이권을 앞에 두고 이전투구를 일삼는 정치가들을 바라보면서 그저 구역질이나 하고 있고,

서민들은 월급을 빼앗기고, 담배에, 소주에, 자동차에 세금을 늘려나가는 현실에 개탄할 뿐이고,

어떻게든 내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좀더 나은 경쟁력으로 내몰기 위해 초등, 아니 유딩부터 고통을 주는 시스템에 적응시키려는

<계발 서적들>을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망상에 빠지게 만드는 곳.

 

우리가 꿈꿔야 할 미래는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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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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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라는 수학적 공간 명제를 가지고

조세희는 '난,쏘,공'을 이끌어 나간다.

'일반적이고 통념에 따라' 우리는 생각을 해나가는 것 같지만,

막상 그 일이 자기 일이거나 가까운 가족의 일이 되어버린다면... 일반적인 사고의 틀이라는 것은 무기력해진다.

 

요즘 유치원생에게 심하게 폭행을 가하여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건이 있다.

물론 어린 아이를 그렇게 심하게 폭행하는 사안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여자가 나쁜 여자라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만은 아니다.

갈수록 유치원의 시스템은 나빠지게 되어있다.

그 여자가 저지른 죄질이 나쁘다고 해서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이나 '미란다 원칙'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여자의 신상과 남편의 신상까지 털리는 일은... 사건과 무관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냉정한 법률적 분석은 남의 시선일 때나 가능하다.

내 아들딸이 그렇게 당했다면... 나는 신상을 터는 대신 법률에서 금지하는 <자력구제>의 길을 갔을지 모르겠다.

그런 문제를 다룬 것이 '방황하는 칼날'이다.

 

이 소설에서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동생이 좋아하는 톈진군밤을 들고 도망가다가 병든 몸이 장애가 되어 잡히는 형이 등장한다.

형은 반성의 글과 편지를 동생과 피해자 유가족에게 보내지만...

 

동생은 나름대로 형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기도 하고, 애인과 헤어져야 했고,

심지어는 딸을 낳았을 때도 따돌림을 당하는 경험까지 한다.

그래서 무고한 자신의 가족이 당하는 억울함에 대하여 하소연을 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면 차별을 당하더라도 길이 열릴 것이다.

자네 부부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것 역시 투정이라고 생각하네.

자네들은 주위 사람들이 모든 걸 고스란히 받아들여주기를 바라고 있겠지.(365)

 

이 소설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범죄자 형의 회개나,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나,

어떤 면에서도 속시원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일단 범죄가 일어나고 나면,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유가족과 가해자의 가족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다.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205)

 

나오키의 형 츠요시가 쓴 편지 중의 한 구절이다.

물론 감옥 안에서 나오는 사신은 검열 과정을 거친다.

그렇지만 살인자 형이 하는 말의 의미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생각한 내용이기도 하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윤수 형제 역시 불우했고, 불행의 길을 선택한다.

심지어, 무죄와 생명의 길을 포기한 채,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항소를 포기하여 돌이킬 수도 없는 길을...

 

나오키에게는 유미코라는 절대성을 지는 지원자가 등장한다.

결혼까지 하는데, 나오키에게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받쳐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음악적 재능도, 인간적 매력도 포기해야 했지만,

유미코는 나오키에게 포기보다는 새로운 선택을 종용하는 에너지원이다.

 

난 그냥 형 심정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형을 범죄자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그건 잘못이야.

지금은 징역을 살고 있잖아.

범죄는 과거에 저지른 것이고.(279)

 

어떤 범죄 사실에 대하여,

용서하여야 하는가, 용서할 수 없는가는...

그야말로 관점에 따라서 뫼비우스의 띠를 뱅글뱅글 돌게 될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

주인공 나오키의 앞길에 드리우는 먹구름에 같이 안타까워 하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피해자의 시선,

이웃들의 시선, 이런 것들에 대한 관점에도 공감하게 된다.

특히나 '폐를 끼치는 일'에 대하여 민감한 일본인들에게는 더 큰 논란거리였을 듯 싶다.

 

혼네(본심)와 다테마에(드러내는 행동)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혼네를 감추고 다테마에를 공손하게 하는 관습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혼네에 입은 상처는 이지메를 정당화하는 일도 쉬울 것 같다.

 

용서와 잘못은... 결국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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