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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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의학자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네 명의 범인들을 모니터링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아름다운 흉기이다.

 

인간에게 생체 실험을 하는 것은

예방 접종에서부터 일본 731부대의 만행까지

무한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어떤 방식이 있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모은다.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고,

대신에 피살자의 비밀병기가 범인들을 뒤쫓는데,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그가 추격하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며 읽게 한다.

 

스포츠 과학이라는 분야조차도 히가시노게이고의 눈에서는 이런 작품이 된다.

다작이면서도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작가에게 그저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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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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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프롤로그는

범인과 범행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누가 범인인가...라는 고전적인 스토리인 Who done it? 보다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트릭에 대한 고민이 주된 내용이다.

 

살인 사건의 내용에 '구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살인자를 '성녀'라고 부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러기 위해 죽는 사람은 가장 파렴치한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각하기에 가장 못된 인간은,

이 작품의 피해자 같은 유형이리라.

 

유가와 교수의 추리도 흥미진진하고

우쓰미 가오루의  직업정신도 귀여운 캐릭터로 애정이 간다.

뜻밖의 순정을 품은 구사나기의 데데함조차도 사랑스럽던 작품.

 

구제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 단죄는 시작되리라...

 

우연한 곳에서 접점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비상함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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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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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에도 5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이 책 역시 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유가와라는 물리학자가 사건 해결을 해나가는 이야기인데,

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사건이 해결되고 시원한 결말이라기보다는

인간사에 얽힌 애증의 짠한 심사가 가슴에 남는 이야기들이다.

 

사람의 마음도 과학 아니겠습니까.

정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죠.(182)

 

한 방향으로 일관성이 있어야만 과학이 아니다.

불확정성, 나비효과의 연구 대상일수록 더욱 흥미로운 그것이다.

 

범죄는 악의에 의해서만 생기지 않는다.

선의에 의해서도 충분히 범죄가 저질러진다.

단, 범죄의 정의를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것으로 내린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인간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어떤 아이가 수정 구슬을 이용한 진자 다우징을 한다.

범죄 현장을 찾아내기도 하는데, 역시 유가와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과학은 신비로운 것을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아.

그 아이는 진자를 가지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거야.

진자를 움직이는 것은 그 애의 양심이야.(290)

 

분량이 많았던 만큼 흥미로웠던 두 작품이

<조준하다>와 <교란하다>였는데,

특히 <교란하다>의 '악마의 손'은 단편으로서 흥미진진하다.

더욱 발전시켜 장편으로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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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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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이 소설이 나온 것이 2009년이니 한창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이 오니 마니 하던 때인 것 같다.

그런데, 마치 배경은 2010년의 3.11 쓰나미가 몰아친 후쿠시마인 듯 소름끼치게 묘사되어 있다.

 

위기가 닥친 시기에 살아남은(아니, 다들 존재가 없어졌는데 없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방황하는 모습이나,

재난에 휩쓸려 반목하는 모습은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히가시노게이고가 '신종플루'와 '더 로드'를 '헐리우드 키드'처럼 조합해서 탄생한 소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작가의 상상력조차도 쓰나미가 휩쓰는 힘이 거대한 건축물을 얼마나 힘없이 무너뜨리는지를 상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자연의 힘이 강한 것을 감히 상상도차 못한 듯 싶다.

후쿠시마에서 바라본 자연의 힘은 인간의 오만을 일거에 휩쓰는 힘을 보여주었다.

 

3.13일 13시 13분 13초 라는 설정이

3.11 후쿠시마와 그리 멀지도 않아 섬뜩하다.

 

한껏 차려입어봐야 다 쓸데없는 짓이죠.

봐주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비싼 액세서리나 화려한 옷인들 살아남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쓰레기나 마찬가지지.(153)

 

평소에 소중하게 여기던 가치들,

미용이나 패션들은 이제 새로운 세계에서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기준으로 삼은 가치들은 현재 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오직 죽지 않고 버티는 것만이 목적인 인생이다.

'최소한 목표라도 있었으면.'

살아남아 뭔가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무언인지 후유키는 알고 싶었다.(260)

 

삶이란 또렷한 기준이 있고 목표가 있는 듯할 때도 있지만,

인간에게 극한 상황이 닥치면 '버티는 것'만이 목적일 때도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상상이 극한을 보여준다.

여느 재난 영화나 소설이 가족애나 애정의 강화를 위해 기능하는 드라마로 전락하기 쉬운 반면

이 소설에서는 끝까지 드라마를 거부한다.

 

"인간이란 그렇게 제멋대로인 존재인가 봐요."

"그렇게 제멋대로 말하고 싶어지는 건 그만큼 자연의 힘이 크기 때문 아닌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니 자연과 잘 지내는 도리밖에 없어."(360)

 

절대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겸손이 아니라 고개를 숙일 수밖에...

 

간호사 역할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당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뿐이에요.(435)

 

사물과 사람의 다른 점은 그것이다.

대체불가능하다는 것.

사람이 직책이나 지위는 누가하든 별로 상관이 없다.

그러나, 사람은 대체불가능한 존재다.

 

일본어로 '죽는다'는 말은 '없게 되다'라는 단어의 조합을 쓴다.

죽는다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다.

한국어의 '돌아 가다'의 뉘앙스와는 또 다른 의미를 떠오르게 한다.

'돌아 가다'가 불교적 윤회의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고,

'운명 하다' 역시 '명을 옮기다'는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의미가 남아있지만,

'없게 되다'는 말은 무엇인가 텅 빈 느낌이 들게 한다.

 

'돌아가셨습니다'나 '운명하셨습니다'보다 '없게 되었습니다'는

그 대체불가능한 존재의 가치를 훨씬 크게 상실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물리학적 이론의 빈틈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소설을 썼다.

 

블랙홀의 영향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파가 지구를 덮친다.(398)

 

그런 상상에서 출발하여, 그 13초 동안 일어난 일의 반전 역시 독자를 짜릿하게 한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상력을 풀어놓는 멋진 작가다.

그래서 그를 읽을 수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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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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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일이나 코난이나 이런 추리물에는

눈 쌓이고 폭풍우 부는 산장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리고 산장은 밀실이 되는데,

누구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는 속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2년 전에 일어난 실족사,

작년에 일어난 밀실에서의 독극물 자살 사건,

그리고 올해 다시 모인 멤버들과 머더구스 민요 이야기와 뜻밖의 실족사...

이렇게 이야기가 엮인다.

 

나는 그 녀석과 헤어지지 않아.

둘은 한 팀이니까.

자네들과 마찬가지지.

그런 콤비가 있지.

이건 논리로 따질 수 없는 거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만 아는 신호가 있어서 언제든 함께 하게 되지.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뒤죽박죽 전혀 맞지 않는 콤비인데도

이상하게 같이 있으면 죽이 척척 맞는 사람들 말이야.(243)

 

별장의 셰프는 마스터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중얼거림을 남긴다.

이런 명 콤비가 운영하는 산장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사건들은

또다른 콤비가 참가하여 해결하게 되는데...

이 중얼거림이 나오코에게 결정적인 해결의 영감을 주게 된다. 유레카~!의 복선이다.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밀실 트릭과 끊어진 다리에서 추락한 사건의 의문을

콤비,라는 말에서 실마릴 찾게 되는 것.

 

소설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반면,

머더구스 민요는 지나치게 지루함을 감내하게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텐리틀 인디언보이...와 비슷한 미스터리를 구성하려는 듯 한데,

뺄 수는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민요가 지나치게 끼어들어서 재미를 조금은 삭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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