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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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위해 산 적은 없지만,

아이를 기를 때, 직소퍼즐을 맞추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은 직소퍼즐 맞추는 경험과 비슷하다.

 

처음엔 테두리부터 맞춰나가기도 하지만,

가운데 조각들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야기는 통근 기차의 레이첼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점이 겹쳐진다.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마치 다른 소설을 읽듯 꾸미는 소설은 흔하지만,

이 소설의 시점들은 시간까지 일치하지 않아 조금 까다로운 퍼즐 조각들이

일치와 발견의 쾌감을 지연시켜 준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기억...

알콜리즘으로 고통받는 레이첼의 기억과 살인 사건의 고리는 갈수록 혼미해지는데...

 

우리는 기억을 상실한 동안에는 기억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억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137)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금세 풀려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빈약하고 불완전한 증거에 근거하여 애먼 사람을 경솔하게 체포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고 말한다.(221)

 

재미있다.

하나의 스토리가

하나의 범인을 쫓기 위해 올가미를 조여가는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스릴러와는 다르다.

여럿의 시선이 서로를 의심하는 중에

뜻밖의 범인을 등장시키는 조금 느림을 추구하는 색다름이 있다.

 

광고를 무진장 때리는 작품이 읽어보면 시시한 경우도 흔한 요즘,

광고만큼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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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편지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문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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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가기로 해서 지하철을 한참 타야 하는데

무거운 책은 나중에 짐이 될 거고... 가벼운 이 책을 넣고 갔다.

지하철에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을 사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실감한다.

 

이 책에서는 릴케가 <젊은 시인>과 <젊은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있는데,

생전에 릴케가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얻고 싶어했던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요즘 릴케가 블로그를 열었다면,

정말 많은 젊은 시인들과 여성들이 열화와 같은 공감을 보냈을 것이다.

아니다.

요즘처럼 공감의 기회가 흔한 세상에서는

오히려 그런 천부적 재능이 시기의 대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발전 과정을 조용하고 진지하게 성숙시켜 나가라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시선을 향하고 바깥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당신의 발전을 심하게 해치는 것도 없습니다.(12)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해명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마십시오.(40)

 

고독한 시인에게

세상의 관심을 얻기 전까지의 시간은 고독을 더 깊게하는 시간일 것이다.

 

자신을 너무 많이 관찰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부터 너무 성급한 결론을 끌어내지 마십시오.

무슨일이 일어나든 가만히 내버려 두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고 질책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63)

 

타인의 시선뿐 아니라 자신의 욕심과 질책 역시 독이 될 수 있다는 충고다.

후배 시인에게 보내는 릴케의 편지를 읽는 지하철은,

복닥거리는 시정잡배들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쓸쓸하고 한적한 공원의 벤치라 느껴질 만큼 그의 글을 읽는 시간들이 좋았다.

 

마음을 울리는 부인의 아름다운 편지.

그 편지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는데도 부인께서는 너무나 겸손하게 뒤로 물러나셨지요.

부인은 그 편지 끝에 내가 그 편지를 '친절하게'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셨습니다.

그러나 진실에 더 가까우려면,

부인께서는 '기쁘게'라고 쓰셨어야 합니다.

그 '기쁘게'라는 단어도 대문자로 쓰셨어야지요.

부인이 전하는 소식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부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고 계십니까?

부인께서는 순수하고 강한 사실의 종을 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인이 그토록 정직하고 확고하게 그 사실의 종을 울리시면

이곳에 있는 나도 음향, 그 종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공간 속에서 어떤 본질을 자유롭고 드넓게 차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101)

 

연애편지도 아닌데,

이렇게 진심을 담은 달콤한 기쁨을 표현한 글을 읽는 일은 복되다.

It's my pleasure!!! 를 넘어서 It's my golry...라는 마음이 철철 넘친다.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하던 시대의 공감 결핍이 오히려 감정의 과잉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부인의 표현은 그것을 다시 받아들일 때마다 늘 새로웠습니다.

나는 그 표현이 마치 심장박동처럼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을 그 위에 얹어 보면,

그것은 유일하면서도 일반적이고,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닿을 수 없고,

풀어볼 수 있는가 하면 동시에 부를 이름조차 없습니다.(116)

 

실제 작가들은 어눌한 경우도 많다.

이토록 뜨거운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뜨거운 심장의 맥동을 펄뜨덕거리는 펜으로 옮길 수 있었던 대뇌의 힘일 게다.

상대방의 뜨거운 열정적 시선앞에서는 그저 땀에 흥건히 젖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뭐라고 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말이나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릴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두 고독한 인간이 각자 내면 확장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는 관계다.

고독과 성숙과 사랑.

이 세 가지 의미의 긴밀한 연관 관계야 말로 릴케의 중심 주제다.(해설, 133)

 

 

시를 노래하는 마음은,

고독에서 비롯하기 쉽다.

고독에서 비롯된 성숙,

그 시선떨림은 사랑 앞에서 비로소 심장박동처럼 살아 숨쉬는 언어가 되어

은빛 비늘을 뽐내는 가을 강물 위로 튀어오르는 은어처럼 아름다이 빛날 것이다.

 

가벼워서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그렇지만 기쁨으로 가득 충만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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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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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고 탐구자이고 고백자입니다.

내게는 하나의 사명이 있습니다.

세계를 이해하고 견디도록 돕는 일 말입니다.

그것이 그들은 고독하지 않다고 위안을 주는 것뿐일지라도.(서간집, 129)

 

헤세의 글은 요즘말로 하면 멘토가 되고 힐링이 된다.

가난한 나라이던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멘토들이 없을 때, 그들은 헤세를 읽었다.

 

정여울이 헤세의 흔적을 더듬으며 여행한 길을 따라가며

사진과 헤세의 글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1장에서는 헤세가 태어난 곳 칼프로 여행을 하고,

2장에서는 헤세의 작품들을 정여울이 읽어준다.

3장은 헤세가 잠든 곳, 몬타뇰라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창밖에는 별들이 바삐 움직이고

모든 것이 불빛을 뿜어대는데

이토록 깊은 절망에 빠진 나의 곁에

바로 네가 있어주다니.

이토록 복잡한 인생살이 속에서

너만은 하나의 중심을 알고 있나니.

그리하여 너와 너의 사랑은

언젠 내 곁에서 고마운 수호신이 된다.(405, 니논을 위하여)

 

삶은 절망의 구렁텅이의 연속이다.

날마다 손오공처럼 화내고, 저팔계처럼 탐욕을 부리고, 사오정처럼 어리석게 보낸다.

별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곁의 수호천사인 너를 발견하지 못하고.

 

헤세의 지병에 도움을 주려고 그림을 권해

수채화를 그렸다는데 그의 그림은 단순한 미감이 살아있다.

단순한 수채화의 색감이 마음을 밝혀준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233)

 

자라나는 청년기에 이 문장을 읽고 가슴뛰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랴.

허나, 인생에서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나이만 먹어 간다.

인생은 그러기 쉽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모방하고 그들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여기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301)

 

자신이 되는 일.

그것이 데미안과 나르치스와 싯다르타의 공부길이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의 욕망에 맞추어

자신의 욕망을 꿈이라 착각하며 사는 동굴 속 우상을 섬기는 존재들에게...

헤세는 조용하고 나직한 웅변을 들려준다.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을 하는 것, 그것은 행복이다.(클라인과 바그너, 326)

 

유치환의 시구절이 여기서 겹친다.

아마도,

깃발처럼 그녀에게 날아갈 수 없었던 유치환은,

헤세의 자유분방함을 무척 부러워했나보다.

 

그는 사랑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할 때 자신을 잃어버린다.(데미안, 377)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유치환, 깃발)

 

이렇게 외칠 때,

사랑에 대한 동경과 좌절 사이에서 그는 얼마나

아우성의 나날들을 보냈을 것인지...

 

사랑하는 행복.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참 사랑.

고전은 읽을수록 새로운 구절을 만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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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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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주고 소설을 사는 일은 흔치 않은데,

눈먼 상품권이 좀 생긴 고로,

도나 타트의 소설로 유명하다고 광고를 때린,

특히 98.5%에 눈이 멀어 책을 샀다.

 

그리고 읽으면서 힘들었다.

활자 중독인 내가 힘들어 하는 책들이 간혹 있는데,

소설을 이렇게 읽다가 지치기도 흔한 일이 아니다.

명실상부, 명불허전이라고...

유명한 소설들은 나름의 개성적 인물을 창조하고, 환상적 배경 속에서 사건이 전개되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 소설에 있는 것은... 글쎄. 없다.

유명세만 있다.

 

여러 해 동안 호비 아저씨의 체인질링에 감탄했고

일부 작업을 돕기도 해놓고,

..

우리 가게에는 미술관에 전시해도 될 수준이지만 복원할 수 없을 만큼 손상되거나 부서진 가구들이 종종 들어왔다.

이 우아하고 낡은 잔해들을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나 학대당한 고양이처럼 여기면서

슬퍼하는 호비 아저씨로는 살릴 수 있는 부분(여기는 꼭대기 장식 한 쌍, 저기는 섬세하고 둥글게 깎인 다리 한 세트)을

살려서 목수와 가구장이로서의 재능으로 다시 조립해서 아름답고 젊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이 의무와 마찬가지였고,

결과물은 영 기이할 때도 있었지만 진품이 만들어진 시대의 아주 충실한 모델일 때고 있어서

진품과 구별이 안 가기도 했다.(2권 36)

 

스토리가 지나치게 지루하고,

아마도 그가 존경해 마지않을 미국 소설의 선구자들-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 을 본딴 것인지,

하류 계층의 뒤섞인 외국어와 욕설들의 삶에 대하여 지나치게 상세하게 적는 일에 진이 빠졌다.

내가 싫어하는 부류가 그런 뷰류인 모양이다.

인물에대하여 묘사하는 것도, 사건이 박진감 넘치는 것도 아닌,

떠벌이는 소설...

 

호비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소설을 썼더라면...

그 세계에 천착했더라면...

이런 아쉬움을 놓을 수 없었다.

 

간혹 철학적 언술들을 툭툭 던지는데,

바람둥이에 노름쟁이인 아버지에게서 얻은 교훈치고는 좀 과하게 고상하다.

 

패턴이라는 것을 아주 깊이 파고들면 빛이었던 것, 혹은 우리가 빛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무너뜨릴 만큼 암울한 공허함에 닿을 뿐.(2권 377.)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서 수필집처럼 늘어놓는 문장들은,

소설의 인물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여서 감동을 받기에는 지친다.

 

우리는 어떤 그림을 일주일 동안 보고 나서 평생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그림을 잠깐 보고 평생 생각할 수도 있다.(390)

 

이런 명제에서 이 소설은 잉태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그림에 대한 의미 부여가,

가엾은 소년 시오와 골드핀치의 동일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피파의 입맞춤의 맛 - 달곰씁쓸하고 낯선 맛 - 은 흔들흔들 버스를 타고 졸면서 돌아오는 내내,

슬픔과 사랑스러움과 함께 녹아들어서

반짝이는 아픔이 되어 바람이 휩쓰는 도시 높이, 나를 연처럼 날렸다.

내 머리는 비구름 속에 내 마음은 하늘에 있었다.(213)

 

반짝이는 사탕처럼 달콤한 문장들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완독률 98%를 자랑하려면

좀더 박차를 가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적힌 미사여구만 보고 사지 말 책.

 

우리의 정신을 자극하고 심장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소설...

뛰어난 스토리 텔링으로 완성시킨 흥미롭고 조화로운 작품...

뻥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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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8-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그 완독률 광고문구에 걸려서 완독했습니다 ㅠ ㅠ 세상에 풀리처상이 어떻게 주어진 걸까요. 끝까지 길기만 하고 형편없는 소설이에요.

글샘 2015-08-20 15:25   좋아요 0 | URL
형편없는... ㅋㅋ
저도 완독률에 헛웃음만 나더군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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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걸 보면, 나이가 먹었단 이야기다.

 

1954년 출생.

일상의 폭력에 대해 투쟁하고 정의와 자유의 가치를 추구한 언론인으로 살다.

반파시즘 투쟁으로 인해 그는 반대파의 암살 위험에 시달리느라 32년간 같이 산 아내와 결혼도 못 한다.

40대 후반, 노후 보장 차원에서 <밀레니엄> 10부작을 기획하여 3부까지 출간하던 중,

2004년 책의 출간 6개월 전 심장마비로 사망.

 

그의 이력은 이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스웨덴이라 하면 사회적 합의로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착각하지만,

몇 년 전 바로 옆의 노르웨이에서 테러가 일어났듯,

우익이나 파시스트의 폭력적 발언 역시 수위가 높은 나라인 모양이다.

 

이 책의 소문이야 익히 들었으나, 너무 두꺼운 탓인지,

바삐 사느라 장르소설 손에 잡을 일이 흔하지 않았던 탓인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지난 번 이보영의 부추김에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

 

우선 스웨덴은 지명을 아는 곳이 거의 없다. 수도가 스톡홀름이라는 정도.

사람 이름 역시 영어나 불어, 독어권에 비하여 낯설다.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이란 잡지사의 언론인이다. 아주 래디컬한 비판적 지식인이다.

어제 본 영화 <암살>처럼 속시원하다.

 

터무니없는 투기로 수백만 크로나를 날린 은행 이사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되었다.

사욕을 위해 유령 회사들을 만들어 놓은 기업체 CEO는 감방에 들어가야 했다.

악덕 집주인은 죄인 공시대에 거꾸로 매달아 놔야 했다.(96)

 

죄인이 떵떵거리며 세상을 호령하고 사는 세상에, 이런 언론인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엠비시의 이상호 기자가 정부의 탄압을 받듯, 그도 재판에서 지고 벌금을 물고 파산지경에 이르며 감옥도 간다.

그 와중에 그에게 접근한 대부호 방예르 가의 주문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실종된 손녀딸 하리에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것.

그리하면 그를 엿먹인 한스에리크 베네르스트룀을 망치겠다는 것.

 

나는 자네에게 그의 목을 쟁반 위에 담아다 줄 수 있어.

수수께끼를 풀게.

그럼 나는 법정에서 망신당한 자네를 올해의 기자로 만들어 주지.(171)

 

찌질한 한국의 막장 드라마들에 늘 등장하는 대부호(한국에선 재벌이란 더러운 이름으로 불린다.)처럼

헨리크 방예르의 한 마디는 불안불안한 소설의 뒷배가 되어 준다.

너무 주인공이 당하기만 하는 소설은 매력이 적다.

왜 안 그래도 불공평한 세상 살기 힘든데 내돈 써 가면서 불안감을 읽어야 하나.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조마조마하면서도 속시원한 소설이다.

 

미카엘의 파트너 리스베트는 불운한 삶을 경험한 여자다.

 

그녀는 질질 짜고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아주 어린 나이부터 깨달았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호소해봤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는 사실도 터득했다.

하여 그녀는 피요하다가 생각되는 방법을 이용하여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곤 했다.(2권 173)

 

그래서 그녀는 해킹의 도사가 된다.

그녀는 사회적으로는 대인관계 기피가 심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는 심사를 갖고 있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해킹 실력으로, 또 멋진 골프채 휘드르는 실력으로 미카엘과 한 쌍이 된다.

사건 해결 후, 미카엘에게 사랑을 느끼는 낯선 감정에 직면한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는 결심했다.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를 봐야 했고 자신의 느낌을 말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선물을 사서 미카엘의 아파트로 가는 중,

<밀레니엄>의 파트너 에리카와 다정하게 걸어가는 그를 만난다.

 

정말 넌 바보야.

형편없는 계집애라고.

그리고 발길을 돌려 자신의 눈부신 아파트로 향했다.

신센스담 구역을 지날 때는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선물(엘비스)은 쓰레기통 속에 던졌다.(2권 329)

 

아직 어린 나이의 리스베트에게 다가온 '사랑'이라는 감정.

2부에서는 어떻게 발전할지...

아~ 1부를 읽었을 뿐인데,

작가의 요절이 아쉬워지기 시작한다.

 

리스베트에게 황동규의 시 한 편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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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27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보영씨책을 읽고 도대체 어떤책이길래?싶어 빌려왔어요
글샘님도 요절을 아쉬워하시는군요?
기대감이 큽니다^^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