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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 권정생 선생님이 들려주는 6.25 전쟁 이야기 ㅣ 평화 발자국 1
권정생 지음, 이담 그림 / 보리 / 2007년 6월
평점 :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 사후에 만들어져서 작가의 말이 책에 들어 가 있지 않다. 대신 윤구병 선생님이 써 두신 글이 있는데, 자라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널리 읽히고 싶어서 출판을 제안하셨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읽히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도 겪었고, 한국전쟁도 겪어서 전쟁의 아픔을 잘 알고 계시고, 그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소망과 아울러 남북 통일에 대한 강한 소망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다. 돌아가시면서 그 많은 인세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써 달라고 하셨으니 이는 바로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그 큰 뜻을 읽느라 내내 가슴이 뜨거웠다. 무척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처음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의 얼굴은 젊은이와 아이의 모습인데, 벌써 30년 전이었노라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피가 막 흐르고 있다고 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30년 전에 죽은 영혼들이 만나 죽던 그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이 '전두환 군사독재가 서슬이 퍼렇던 1980년대'였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자면 50년도 더 넘은 옛날 이야기가 되겠다.
그리고 이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패러디 동화는 정말 기똥차다. 패러디 동화를 쓴 작가들의 상상력에 항상 감탄하며 글을 보지만, 이 글만큼 찡한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 물론 외국사람들이 이 동화를 읽으면 우리가 읽는 듯한 그런 가슴 찡함을 느낄 수는 없으리라. 전쟁이랑 너무 먼 지금의 아이들도 분명 이 동화를 읽고 크게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본다. 나 또한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의 느낌이니 말이다.
동화의 내용은 이렇다. 무명옷을 입은 가난한 할머니가 바구니를 이고 고갯길을 넘다가 커다란 호랑이를 만나는데 호랑이는 한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다. 두 마리의 호랑이는 옛날 이야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의 떡(이 책에는 맛난 음식이라고 나온다.)을 다 뺏어먹고는 할머니를 산 채로 야금야금 먹어 치운다. 그리고 오누이의 집으로 달려가 "엄마야, 문을 열어 다오."라고 말한다. 또 한 마리는 뒷문으로 나타나 "앞문에 있는 것이 가짜니 이 문을 열어 다오."하고 말한다. 오누이는 서로 다른 쪽 문을 열겠다고 싸우고 그러다 해순이 달순이는 호랑이에게 물려 가게 된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붙잡혀 간 해순이 달순이를 위해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큰 소리로 "호랑이들아, 엄마를 잡아 먹었으니 달순이와 해순이는 살려 줘! 그리고 너희는 먼 데 너희 집으로 돌아가!"하고 말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 해순이와 달순이가 선택한 길이 우리가 선택한 분단의 길이 아니겠느냐는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는 미군정기를 이야기 하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그런 동화다.
먼 곳에서 호랑이에게 잡혀간 오누이의 부르는 소리가 애끓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로 끝나고 있는 이 동화.
살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비행기의 폭격을 피하지 못하고 죽은 곰이의 어린 영혼과 단군의 자손들로 모두 똑같건만, 북쪽에 살고 남쪽에 살았다는 이유로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 국군을 쏘아 죽이러 왔건만 그 국군의 총에 맞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영혼이 된 오푼돌이 아저씨는 우리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이다.
이 책은 전쟁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해 줄 동화라고 생각된다. 아니,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