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희 박사의 0515 공부 클리닉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조석희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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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도서로 받았는데, 제목에서 풍기는 첫 느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잔소리로 가득한 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서 내게 참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나는 학습부진아란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의 능력보다 떨어지는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루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로는 문제가 없으나 아이의 행동들로 미래의 잠재적 문제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를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느껴져서 부모님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때 부모님이 보이는 반응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어떤 분은 이 선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다른 학부모에게 사전 조사를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머니'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머리를 쓴다. 아이 자체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전혀 관계 없는 것들로 고민하는 경우를 나는 여러 번 보았다. 이런 경우 아이의 문제는 치유되기가 무척 어렵다.

또 아이의 행동에 대해 쭉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기 아이만을 특별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로 교사에 대한 적대감만 키우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옆반의 신규 교사가 학부모 상담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의 행동을 이야기 했더니, "그런 이야기로 전화 통화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단다. 그리고 학교에 오셔서는 자기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서 아이의 교과서를 보시라고 하니, 교과서에 적힌 온갖 욕을 보면서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그래도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가 아닙니다. 친구 때문인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해서 뜨악~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부모와의 상담에서 교사가 익혀야 할 말하기 기술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도 대처하는 방법이 이러할 경우 아이의 문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어쩌면 지금껏 학부모의 이런 잘못된 대처 방법 때문에 아이는 부모를 조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제아들의 일부에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상담하러 오셔서 "집에서는 너무 말을 잘 듣는 아주 착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는 거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걸까? 

이 책에는 제목처럼 여러 문제 행동에 대한 언급보다는 아이의 공부에 주목하고 있다. '의존적인 아이', '이기려고만 하는 아이', '반항적인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가 어떻게 노력하며 상호 협력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공부 습관을 제대로 익히게 도와 주지 못하고, 아이를 이끌지 못하면서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아이에게 오냐오냐 하다가 아이가 자라면 더 이상 부모의 통제선이 말이 먹히지 않는 경우, 아무리 되돌리려고 해도 되돌릴 수 없는 나이가 있으니, 그 이전에 이 책을 살펴보고 많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무조건적인 칭찬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아이의 성공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며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답답했던 것 중의 하나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도둑놈 심보'였다.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누누히 이야기 해도 잔소리로만 접수하는 것 같아 가슴 답답할 때가 많다. 1등이 최고고 1등이 아닐 경우 가치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모르게 주입받은 아이들은 1등이 아니라면 노력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아이는 학습부진아로 떨어질 위험이 아주 많다. 작은 가치를 소중히 하여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엄마도도 아빠도 어릴 때는 수학을 싫어했다."라는 식의 발언은 아이를 격려하는 자극이 되기 보다는 '우리 엄마, 아빠도 잘 못했는데 나도 못해도 괜찮아!' 하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다.

또 하나, 8세 이하의 아이를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 된 '방에 가두기' 방법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아이라면 상담 의사를 찾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주의할 점은 반드시 지켜야 하겠다.  

어렸을 때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학교와 가정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도움의 신호를 보낼 때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아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함께 고민해 나가야지 그들이 가진 문제를 제대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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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9-01-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바람은 이 책이 정말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거다. 출판사가 그리 유명하지 않아(내겐 생소했다.) 이렇게 좋은 책이 잘 안 팔린다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나는 이 책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맘에 들었다. 교사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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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존 버닝햄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낸 그림책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자전적인 작품소개집인 <<존버닝햄 나의 그림책 이야기>>를 거금을 들여 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의 그림책이라면 작가의 이름을 믿고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 버닝햄의 책은 어렵다는 내가 가진 처음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첫 느낌은 "뭐야, 이거?"였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도대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뭐냐고?" 꼭 그렇게 물어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일어났다고 이야기 하는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마귀 같은 모습을 하면서 길길이 뛰는 선생님. 그리고 가혹한 벌!!! 언니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 주면서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 보고 아이들의 말을 잘 믿어 주라는 것 아니겠나?" 하면서 말이다.  

사실, 아이들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 그 거짓말이 어떤 경우에는 정말이지 거짓말인지 조차 모르고 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아주 어린 유아들의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거짓말도 학습한다. 가장 흔한 거짓말이 숙제를 하지 않고 학교에 와 놓고 했는데 두고 왔다는 거다. (아이들은 이러한 거짓말에는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하다.) 물론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늘상 숙제 해 놓고 두고 오는 아이들 덕에 이 말은 무조건 믿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안 가지고 온 것은 곧 안 해 온 것과 같다고. 심지어 방학 동안 일기를 하나도 쓰지 않아 놓고 일기장을 잃어버렸다는 거짓말(?)까지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거짓말에 단련되어 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존 패트릭 노먼 멕헤너시보다도 선생님쪽으로 맘이 쏠렸다. 괴물딱지 같은 선생님도 처음에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  

정말이지 난 이 책을 이해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또 다른 제4의 사건을 만들어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해 본 활동도 의미가 있었고,  그것은 독후감이라는 이름을 달고 문집에 넣어주기도 하였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손으로 쓴 듯한 글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존의 반성문이 나온다.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아이는 실제로 책을 들고 나와서는 "선생님, 누가 책에다 낙서 했어요."그런다.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이 낙서글은 존버닝햄이 어린 딸에게 써 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원문에는 글자가 틀려 있지만, 그 맛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악어가 나와서 지각한 존에게 선생님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이런 글을 300번 쓰게 했다.   

학교에 준비물을 언제나 챙겨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준비물을 잘 챙겨 오겠습니다."라고 100번만 쓰게 하면 다음 날 당장 준비물을 잘 챙겨온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도 신규교사 시절 그렇게 해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 반성문 쓰는 거 무지 싫어한단다. 이런 식의 반성문이 아닌 나름의 반성문을 쓰라고 하면 서너줄 쓰고 다 썼다고 가져온다.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크게 반성할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반의 미술 시간에 서예용구를 챙겨오지 않아 2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이 벌을 줬었다. 다음 날 준비물 가지고 오겠지 하면서. 그런데 다음 미술 시간에 학교에 오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에 가방을 챙기는데 어머닌 먼저 출근하시고 먹과 벼루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서 또 반성문 쓸까봐 학교에 안 왔단다. 그 때 우리 반 아이 4학년!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그 때 아이에게 지은 잘못 때문에 나는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에게 주는 이러한 벌은 썩 좋은 약이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데 그걸 교사가 강압으로 고치려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꼈다.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감동과 감화밖에 없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한다. 그 주인공이 어느 날 나의 싸이홈에 방문을 해 주어서 어찌나 반갑던지. 그 죄책감이 마음에 남아있어 옛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며 씩 웃는다. 정말 미안했다고 이야기 해 줄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어쨌든 존은 세 번의 거짓말(선생님에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을 통해 반성문을 300번 써야 했고, 큰 소리로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를 400번 외쳐야 했다. 또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라고 500번을 써야 했고 한 번만 더 거짓말을 하고 지각을 했다간 회초리로 때려준다는 협박(?)을 듣기까지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존에게 어떤 일이 펼쳐졌을까? 가슴 졸이던 등굣길에 무사히 학교에 도착한 존 앞에 펼쳐진 광경은 선생님이 천장에 매달려 존에게 구해달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뒤돌아 서는 존의 통쾌한 역전극이 펼쳐진다.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이 장면이 아닐까?

영국의 대안학교 '서머힐 스쿨'을 졸업한 작가의, 학교에 대한 비판이 잘 드러나 있는 생각거리 많은 동화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 주던 날 아이 하나가 이렇게 말하면서 이 책에 대한 나의 복잡한 마음을 모두 정리 해 주었다.

"선생님, 존이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왜 선생님은 존의 말을 안 믿어요?" 

우리 교실에 존은 몇 명이고 나는 그들의 어떤 선생일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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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멋진 리뷰예요.
마지막 아이가 선생님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준 명쾌한 해석이 압권!!

마노아 2009-01-2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님! 리뷰대회에 이 책 리뷰가 당선되었어요. 호호홋, 축하해요!
희망찬샘님은 존을 이해하는 선생님일 거예요, 분명히! ^^

희망찬샘 2009-01-22 05:4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덕에 당선을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9-01-2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 어린이 유아분야 1등 당선 축하해요~~
헤헤~ 나는 고릴라로 2등이예요.^^

희망찬샘 2009-01-22 05: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리뷰 멋지다고 댓글 달아 주셔서 덕을 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자석 수수께끼를 풀어라 - 신기한 스쿨 버스, 테마 과학 동화 9 신기한 스쿨 버스 테마 과학 동화 9
레베카 카미 지음, 이연주 옮김, 존 스피어 그림 / 비룡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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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은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잇감이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자석을 가지고 노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이 책에는 아이들에게 이 자석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알려준다.  

친구와의 경쟁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경쟁이 아닌 상호 협조로 마무리 해 가는 점도 참 맘에 든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석의 성질 10가지를 정리 해 보면,  

1. 자석은 특별한 금속만 끌어 당긴다.(철 o, 구리아연알루미늄x) 

2. 자철석은 자연적인 자석이다. (나침반은 중국에서 최초로 발명) 

3. 자석으로 바늘을 문지르면 자석의 힘으로 바늘의 자기 구역이 나란하게 정렬 되어  바늘이 자석이 된다.

4. 철이 자기장 안에 놓여 있으면 자기 구역이 정렬 된다.

5. 자석은 두 개의 극을 가지고 있다. (북극, 남극) 

6. 전자석은 전류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고 모터를 만드는데 쓰인다. 

7. 작업자들은 산업용 자석 옷을 입고 강철 벽을 오른다. 

8. 나침반은 자석을 이용하며 바늘의 끝은 북쪽을 가리킨다. 

9. 비디오 테이프는 자석이며 그림과 소리는 테이프 속의 자석에 저장된다. 

마지막 열 번째 수수께끼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하여 잠겨있는 문을 여는 것이었는데, 이 게임에는 피자와 음료수가 걸려있었고, 항상 지기만 했던 프리즐 선생님 반 아이들은 이번 과학 수업만큼만은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작아지는 것도, 쇳가루가 되어 진공청소기에, 또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까지 다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의 기쁨은 경쟁에서보다는 협동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 서로 마지막 문제를 함께 풀고 함께 피자를 먹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반 친구들이랑 함께 먹는 피자는 아마도 더 맛있지 않을까? 

자석에 관한 지식은 복잡하지 않고 아주 간단하며 이야기도 재미있게 구성 되어 있어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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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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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작년이었다. 미하엘 엔데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모모>>를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를 해 주었더니, 4학년인데도 그 책이 재미있다며 읽어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긴 책에 도전하여 성공한 후 자신의 독서수준을 한층 높인 아이들은 책읽기에 속도가 붙었다. 아이들이 과연 <<모모>>를 제대로 이해했을까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 철학적인 내용은 어른이 되어 꼭 다시 한 번 더 책을 읽고 새겨 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작가의 <<냄비와 국자 전쟁>>,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재미있게 같이 읽었다. 어느 날, 점심 시간. 아이들이 미하엘 엔데의 또 다른 책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 보라고 한다. 그래서 알라딘에 들어와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이 책이 나오는거다. 그런데 페이지가 아이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학급문고용이 아닌 내 개인용으로 소장하자 싶어 책을 샀다. 그것이 올 2월경이었던 것 같다. 책에 관심이 있거들랑, 너희들 5학년 되어 우리 교실에 빌리러 와라 그렇게 말하면서 학년을 마무리 했다. 봄방학 중 <<모모>>에 뿅 갔던 지창이가 전화를 해서는 "선생님, 저 <<끝없는 이야기>> 샀어요."하는 거다. 그리고 그거 다 읽고는 친구에게 빌려도 주고.  

지금 현재 우리 반에 있는 가장 두꺼운 책인 이 책을 읽어 낸 아이가 여럿 있다. 혜진이는 한 학기에 걸쳐 이 책을 읽길래, 그 책 읽을 동안 다른 책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해주어도 꼭 읽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기어코 다 읽어 냈다. 책의 내용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쥐내린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 방학 중에 집에 가서 책을 읽겠다고 했던 현정이에게 "이 책 한 번 읽었잖아."했더니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읽으려고요."한다.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매개장치로는 문('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죽음('사자왕 형제의 모험'), 담('영모가 사라졌다')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책의 주인공인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는 책을 매개로 한다. 이름인 북스와 책과도 어떤 연관성이 있는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환상세계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통해 정말 엔데가 대단한 작가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김서정은 <<멋진 판타지>>에서 엔데가 이 책이 영화화 되는 것을 반대하여 법정 투쟁까지 했다고 적어 두었다. 그래서 나도 그 영화를 보지 않아야겠다고 맘 먹었다고 이야기 해 주었더니 은진이가 "작가가 반대하면 책의 내용을 영화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그런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복잡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또 있나 보다. 처음에는 허락을 했는데, 영화의 내용을 보고 책의 내용을 훼손시켰다는 생각에 다시 반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하는데... 

엔데는 이 이야기를 처음에는 짧게 끝내려고 했는데, 그의 손끝에서 이야기가 폭발해 버렸다고 한다. 정말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은 바스티안을 어떻게 현실 세계로 나오게 할까? 하는 거였다. 더군다나 모든 기억,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도 잊어먹은 그를 말이다. 

바스티안의 새로운 소망은 환상세계의 다른 이야기들을 낳게 되고, 바스티안의 기억을 하나하나 앗아간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현실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결국은 가족애였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만 갇혀 자식의 존재를 잊고 있던 아버지가 하루동안(세상에! 하루라니!!!) 사라진 아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 전체에서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한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자신감 없던 소년은 환상세계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었으며 동시에 자신을 찾았을까? 아트레유의 뜨거운 우정 덕에 여러 위험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바스티안. 늙은 황제들의 도시에서 황제가 되려던 마지막 순간에 아트레유에 의해 좌절을 하게 되는데. 만약 황제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면 앞서 환상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현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런 것처럼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잃은 채 늙은 황제의 도시를 방황했으리라.  

길기는 하지만,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띄엄띄엄 읽어 머리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도 이리저리 흩어져 버렸다. 언제 시간 내어서 제대로 한 번 다시 읽어보리라. 꼭.  

*사실, 이 위대한 책에 대한 느낌을 잘 쓸 자신이 없어 쓰지 않으려 했지만, 간략하게나마 이렇게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라도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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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음악의 세계로! - 개정판
즈느비에브 로랑생 지음, 장석훈 옮김, 클로드 밀레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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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혼자서 므훗~ 

정말이지, 음악이랑 친하지 않은 나는 당연히 악기랑도 별로 친하지 않다. 교과서에서는 친절하게 악기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고 무언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선 웹서핑을 해야 하는데, 맘에 맞는 문서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양심에 꺼림칙하지만, 그냥 넘어가곤 했다. 아이들도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았고, 지식이 얕아 자세히 가르쳐 주기도 곤란했고, 그 차시의 공부할 문제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이 내가 궁금했던 모든 것을 다 만족시켜 주었다. 호기심 도서관 9권! 이 책을 읽고 호기심 도서관 시리즈에 급호감이 생겼다.  

악기가 길면 낮은 음이 난다. 악기가 크면 낮은 음이 난다는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몰랐던 무*식*한 나는 이 책 읽으면서 좋아서 소리지를 뻔했다.  

궁금했던 악기 이름들도 그림과 함께 하나하나 자세히 나와 있다. 그리고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에 대한 설명과 관악기 중에서 금관악기, 목관악기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플루트나 클라리넷을 왜 금관악기라고 하지 않고 목관악기라고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목관악기는 속이 빈 기다란 관에 공기를 불어 음을 내는 악기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 너무 고마웠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그림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제1 바이올린 연주자와 제 2 바이올린 연주자, 비올라, 첼로, 콘드라 베이스는 지휘자와 가까운 쪽에 위치하고 그 다음 줄에는 관악기들이,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타악기들이 위치하게 된다. 팀파니와 비브라폰은 몇 번 연주되지는 않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참 폼났던 기억이 나면서 혼자서 피식 웃었다.  

다양하게 시도되었던, 하지만, 그 수명이 오래가지 않았던 악기들에 대한 설명과 각 나라의 대표적인 악기들에 대한 언급, 그리고 세계적인 명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리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덤으로 우리나라 전통악기들에 대한 설명까지! 

페이지는 총 32페이지니, 책 읽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 얇은 책 속에 들어있는 정보들은 정말 소중한 학습자료가 되겠다. 앞으로 이 책을 품고 살도록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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