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는 교육과정 계획을 짜기 위해 맞춤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처음만 고생을 많이많이 해 놓으면 이걸로 매주 주학습계획안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학년에서 대표로 한 명이 짜면 그 내용을 받아서 자신만의 학급 교육과정을 짜게 되는데, 작년에는 이 내용이 나이스에 도입되어 이 엄청난 일을 나이스에서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말을 듣고 급흥분했더랬다. 맞춤은 부산에서만 하는 거고, 나이스는 중앙에서 하는 거니까 중앙을 따라가지 않으면 감사에서 지적될 수도 있다는 거다.
나이스 담당자인 나는 더욱 가슴이 무너졌다. 맞춤도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나이스 주간학습 계획을 해 보고 그걸 안내해야 하는 입장에서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주간학습을 나이스로 작성하느냐고 묻는 공문은 그 전해부터 왔으나 개정교육과정의 교과 내용도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 작성이 무의미하여 실로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맞춤팀에서 나이스와 맞춤이 절대 연동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니만 나중에는 컴도사들이 그 길을 뚫어주어서 연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일이 한결 수월해졌으나 그 일만도 어마어마한 업무였다. 안 되는 오류를 잡아서 취합하여 게시판에 묻고 그거 보고 또 오류 수정해 가면서 한 학기 작업을 힘겹게 마쳤다. 더군다나 작년에는 차세대 나이스가 처음 도입되면서 중앙에서부터 작업 도중 초기화를 하는 바람에 권한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느라 진땀 꽤나 흘렸다. 그러다 결국 올해는 나이스에 주안을 굳이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그 다음 연수에 가서 듣고는 지금까지 한 일이 속상했지만, 2학기 때 이 번거로운 일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서가는 부산(?) 만이 가지는 고민이라 했다.
올해 맞춤 팀에서는 작년과 같은 상황으로 갈지, 나이스 입력은 안 해도 된다고 결정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어쨌든 어제는 이 맞춤 작업을 위해 토요일이지만 학교에 출근했다. 당장 주안 작업을 해야 하는데 기본내용을 입력해 두지 않으면 주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부장샘이 전화해서는 아이들이 지금 다른 학교 아이들이랑 흉기를 들고 패싸움을 하고 있다는 거다.
거론되는 이름이 내가 가르쳤던 아이 이름인지라 놀라서 밑으로 내려 가 봤더니 아이들이 정말 떼로 몰려 있었다.
웅성웅성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들을 수 없다.
이리저리 교통정리하면서 대충 정리해 보니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아이들 중 일부가 분식점에 간식을 사 먹으러 갔는데, 입구에 자전거가 세 대 세워져 있었고 그 자전거의 주인인 다른 학교 아이들이 자전거에 침도 뱉지 않았는데 왜 침을 뱉냐며 자기들 폰을 빼앗아 가서 막 폰 번호도 뒤지고, 겁을 주고 했다는 거다. 그리고 또 웅성웅성~ 학년별로 모여 봐라 해도 도대체 진정이 안 된다.
밖에 있는 다른 학교 아이들을 불러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까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말만 한다. 서로 문제를 일으킨 아이는 있다고 말하는데 그 아이가 누군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
그러고 있는데 7~8명의 예비 중학생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들어온다. "야, 누구야, 누가 그랬어?" 하면서 당장 동생들을 팰 기세다. 선생님이 앞에 있는 것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너희들 뭐하는거냐고, 왜 이러냐고 물으니 "우리 학교 동생이 맞았다 그러잖아요."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한 아이가 누군가가 던진 (누군지는 모른다고 한다.) 돌에 맞아 너무 아파 형아들을 불렀단다. 자기들은 동생들의 싸움을 말려 주려고 왔다고 하지만 혼내 주려고 온 기세다. 그러고 있는데 또 우리 학교 졸업생이 등장했다. 형아들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는지 덩치 좋은 녀석이 나타난 거다. "야, 너는 가라~" 하니까 그래도 얼굴 안다고 그 아이는 말 듣고 얼른 간다.
카리스마 짱, 포스 작렬인 울 부장님이 아이들 불러다 살살 달래서 보냈다. 동생을 사랑하는 너희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일을 이렇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모두 집에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먼저 내 보낸 5학년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오겠단다. 축구를 하겠다고. 안 된다고 집에 가라고. 위험하고 다칠 수 있으니 가라 했더니 또 고함을 지른다.
선생님이 뭔데 우리가 놀 권리를 빼앗느냐는 기세다. 또 불러서 지금 그게 아니잖아. 니가 위험하고 다칠 수 있어서 널 위해서 집에 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조근조근 말해서 달래서 보내고 돌아서니 또 서너명의 덩치 좋은 무리가 긴 꼬챙이를 들고 닫아놓은 문을 열고 입장하신다.
"야, 너희는 왜 왔노? 가라, 가~" 했다. 이 마지막 장면은 다소 코믹했다. 자기들 말은 그냥 왔다고 하지만, PC방에서 게임하다가 누군가가 전한 소식을 듣고 중3 형님아들이 등장한 거다.
아, 간 떨려~ 무서워라.
교실을 벗어나면 우리는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니고, 아줌마일 뿐이며 이 아이들에게는 이 아줌마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듯하다. 아이들의 눈빛이 무서웠다.
그 와중에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가 모여라 해서 모였던 6학년이 될 아가들은 "선생님 무슨 반이에요? 나는 가반인데, 나는 나반인데..."한다. "야, 지금 상황 파악 좀 해라. 그 이야기 할 때가 아니잖아."
무모한 군중심리를 잘 잡지 않으면 이 아이들에게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아래 학교에서 온 아이는 원래부터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자기들에게 괜히 시비도 걸고 해서 평소에 감정이 안 좋았다고 한다.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라. 중학교 가면 다 함께 지낼 친구잖아."
새 학년 그들과의 싸움이 걱정된다.
참, 처음에 흉기를 들고 싸웠다는 아이는 그게 아니라 이 심각한 상황을 먼저 신고 해 준 참 고마운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학기가 되면 다시 찾아서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다.
결국 일도 마무리 못하고 이 일을 포함한 다른 사건 수습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새 학년 마음 무장을 단단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