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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9
김용택 엮음 / 사계절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글이다. 작가는 2학년을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이라 표현했다. 일관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으며 이성과 논리가 발을 내릴 수 없는 학년. 혼나도 순간뿐인 학년.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아이들, 그 아이들의 진정성을 책에 담았다고 한다.
나도 2학년을 꽤나 해 보았다. 짧은 경력에 4번이나 했으니 참 많이 한 것이다. 6학년을 맡고 다음에 2학년을 맡은 신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 주면서 "자, 넘겨."했다가 자기만 멀끄러미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며 무척 난감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첫 2학년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 때 내가 힘든 만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말이다. 아이들 수준의 아이들 말을 할 줄 몰랐다는 것(우리 반에 내 말을 이해하는 아이가 또래보다 생일 빠른-일 년 유예한- 아이 정도라면 말 다했다.)과 그들의 특성을 이해할 줄 몰랐다는 것이 가장 크게 범한 우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후 2학년을 맡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은 그 아이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학년. 선생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년이라는 말도 있다. 1학년처럼 말 못 알아 듣는 것도 아니고, 3학년처럼 학교에 대해 안다고 까불락 거리는 것도 아닌, 선생님 말씀에 귀 열어 두고 쳐다볼 줄 아는 아이들이라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마지막 4년째 2학년 아이들을 통해서 느꼈다. 아이들이 스펀지 같다는 생각. 그 2학년 아이들이 쓴 글이다.
2학년 아이들이 쓴 글이니 문학성을 엿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의 솔직성 속에서 삶을 느낄 수 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 더군다나 이 아이들은 자연 속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이 아닌가. 하지만, 시골 아이들이라 도시 아이들에 비해 사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안고 있는 가정 환경이 더욱 복잡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김용택 선생님은 이 아이들의 아버지들을 가르쳤고 그리고 지금 그들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표현 해 두셨다. 그런 아이들이 쓴 글이라 글을 읽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아이기에 어른들이 할 수 없는 표현을 할 수 있고, 여럿의 글 중에 정말 기발하다는 표현을 만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심봤다."다.
술래잡기
양승진
술래잡기를 하려고 하니
갑자기 어디선가
예쁜 나비가 날아오네.
내가 나비를 잡으려니
나비가 자꾸 도망가네.
그런데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렸다.
뭐라고 하냐면
'내가 잡아 줄까?'
바로 꽃이네.
꽃이 나비를 잡아 주네.
가장 맘에 드는 시였다.
아이들의 시와 일기. 그리고 그림으로 구성된 아이들의 문집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글 쓸 수 있는 동기유발을 해 주는데 서툴렀고, 아이들의 소중한 그림을 문집에 함께 넣어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리고 가장 미안한 것은 이렇게 근사한 책으로 만들어 줄 명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김용택 선생님이 벌써 60을 넘기셨다니! 한 가지에 몸과 맘을 쏟으시는, 그것도 아주 기쁘게 쏟으시는 선생님을 통해 한 수를 배우게 되어 참 기분이 좋은 책읽기였다.
***이 책을 산 이유는 이러한 또래 아이들의 글을 통해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