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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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 좀 싫었다. 처음에. 거대 출판사에서 막강한 돈을 뿌려 홍보하는, 책 많이 팔려고 자꾸자꾸 광고하는 내용없이 광고만 거한 그런 책인줄 오해했었다. 알라딘 열리기만 하면 이 책에 대한 광고가 가장 먼저 눈에 박혔다. 참으로 한참동안.

그러다 그 광고를 계속 보면서 이 책에 슬쩍 호기심이 생겼다. 4월 생일 주인공 강군이 이 책을 고르길래, 그래 잘 골랐다, 이 책 무지 인기더라... 이야기 해 주었다. 강군은 열심히 읽었으나, 아침독서 시간에만 읽어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군이 사정상 학교에 오지 않은 날, 내가 이 책을 슬쩍 봤는데... 책이 너무 재미있어 아침 독서 시간에 혼자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고(우리 반 아이들 내가 어케 된 줄 알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지 않았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강군에게 부탁부탁 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읽고 주겠노라 사정까지 했다. 그리고는 이런 일 저런 일 다 뒤로 하고 계속 읽었다.

똘아이 선생 똥주와 그 선생의 기찬 제자 완득이의 이야기. 청소년 소설로서 중학교 학생들이 읽기에 참 좋겠지만, 우리 반 친구들도 이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은 특별한 놈 두어명이 끌고 가는 거니까 너희들은 공부하지 마라는 똥주. 아이들에게 막 욕하고, 수급대상자인 제자의 햇반을 뺏아먹는 야비한(?) 인간으로 완득이를 교회에 가게 한 인물, "제발 똥주 좀 죽여 주십시오.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하게 한 똥주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사랑 감정 등은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이다. 욕하는 것 같으면서 욕 하는 것이 아닌, 나쁜 사람인 듯 하면서도 전혀 나쁘지 않은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간적인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이 책은 최근 들어 읽은 책 중에 나를 가장 몰입하게 만든 책이다.

이 책에 욕도 진짜 많이 나온다. 그런데 욕이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지리하다는 느낌없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글이 읽히는지 모르겠다. 많이 가지지 못한, 상처 투성이인 성장기 청소년을 가엽고 애처럽게 보지 않는 담탱이 똥주가 나는 무척 맘에 든다. 그 아이에게 동정어린 시선이 아니라, 막말을 해 가면서도 완득이에게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담임선생님 동주님께 존경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는 책 써 주신 작가님께 고개 숙여 감사하고 싶은 맘이다. ^^(작가님은 리뷰도 다 못 읽어보겠다. 너무 많아서... 참 좋겠다는 씰데없는 생각도 해 본다.^^-내가 작가라면 독자가 쓴 리뷰도 꼭 읽어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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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술술 읽히면서도 뭔가 찡~하는 울림이 있지요.
청소년들이 자기들 얘기라고 상당히 호응할 것 같아요.^^

희망찬샘 2008-05-28 14:58   좋아요 0 | URL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욕이 욕같지 않고,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작가의 글솜씨에 홀딱 반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 낮은산 어린이 10
공지희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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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무척 맘에 든다.

내용은 간결하다. 그래서 3~4학년이 읽을 수 있겠다. (아니, 1~2년도 쉽게 읽겠지. 66쪽이니. 게다가 그림도 많고.) 하지만, 그 무게는 제법 무겁다. 5~6학년에게 권하고 싶다.

교실마다 넘쳐나는 공주들. 일명 공주병 환자들을 나는 추켜세워 준다. 나 잘났노라 하는 그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지기에 "그래, 너 이쁘다."고 해 준다. 물론 나도 아이들에게 공주인 척 한다. "이쁜 선생님 좀 그만 보고 책 좀 봐라, 책." 이 책의 공주는 이런 공주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단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공주는 춘희. 바지는 달랑하고, 신발은 항상 구겨신고(새로운 유행인가.) 그리고 선머슴애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남자 아이들이랑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축구하는 아이. 남자들은 춘희를 그들의 동성 친구인양 생각한다.

뚱뚱하고 못생겼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게 없는, (그래서 더욱 소심한)...  그래서 우리 반의 따~가 되지나 않을까 항상 걱정인 나에게 새학년 첫 날은 힘들기만 한데. 작년 친구들에게 용기 내어 인사 걸어 보지만, 반응은 "그게 뭐?(작년에 같은 반이었으면 어쩌라구? 크크, 그냥 혼자 조용히 살던 대로 살지.)" ....

개미가 되어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나에게 "야, 반갑다. 너도 우리 반이구나."하고 높고 맑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친구가 있다. 그렇게 그 애 손에 끌려 서로를 소개하면서 한송이와 춘희는 친구가 된다.

춘희가 어느 날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하고 이야기 하는 그 비밀이라는 것이. 자신이 공주라는 거다. 실내화를 구겨 신어 벌을 받으면서 히히덕 웃을 수 있는 아이, 곤란한 처지의 친구를 구출할 줄 아는 아이, 작은 옷 입고 오지 말라는 선생님 말씀에 언니가 입던 드레스를 입고 와 교실을 술렁거리게 한 아이, 카드를 팔아서 돈을 벌기도 하는 아이 춘희는 정말 묘한 아이다. 그런 춘희가 정말 공주일 줄도 모르겠다고 송이는 생각한다. 카드 팔아 번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달라니 그건 절대 안 되지만, 자기 집에 따라가면 맛있는 거 해 준다고 해서 송이는 공주의 성에 갈 생각에 들뜨게 된다.

그렇게 찾아가게 된 춘희 공주의 집은 산동네.'무정동 재개발 6구역' 언제 헐릴지 모르는 집에는 공주님을 맞이하는 ("우리 공주님 왔어?") 병든 아버지가 있다. 아무 것도 넣을 것이 없어 밀가루 반죽만으로 구운 하얀 부침개. 그걸 먹으며 (책을 읽으며)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부침개와 함께 눈물도 꿀꺽 삼킨다. 공주의 부침개가 최고라고 하는 아버지. 공주의 집이니 이 집은 까딱 없을 거라고 말하는 춘희공주. 무너진 저 집들을 다 지켜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춘희의 농담 속에 짙게 묻어 나는 슬픔으로 가슴이 짠해져 온다.

무슨 공주가 이런 동네 살아. 순 왕 거짓말쟁이.

"커다란 궁전에서 살지 않는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예쁜 드레스가 없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날마다 맛있는 걸 먹지 못한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하지만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있어야 해. 아버지에게도, 우리 공주님, 하고부를 공주가 꼭 필요하다구."

"단 한 사람만의 공주도 있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도 공주가 필요해. 그래서 나는 내가 공주인 걸 믿어. 공주는 그런 거야."

춘희의 대사다. 그리고 나도 믿는다. 춘희가 공주였다는 걸.

우리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았다. 지금 아이들이 사는 시대는 그래도 많이 풍족해졌지만, 그래서 춘희 같은 아이들이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지금 우리 학교에도 이런 춘희들이 많이 있어 가끔씩 맘이 아프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무쌍하여 친구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은 춘희가 아니라 많이 주눅들고, 비관적인 그런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거다.

지금은 부모가 부자여야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한다고 한다. 사교육으로 빵빵하게 무장한 아이들이 앞서가는 것이 어쩜 당연해 보일 지도 모른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말이 되었으며, 끝없이 커지는 빈부의 격차는 가끔 우리를 우울하게도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걸, 그리고 내가 바로 공주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내 삶을 좀 더 치열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이 세상에는 정말로 공주가 꼭 필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공주들을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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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자신의 삶에 당당하고 제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은 꼭 필요하다 싶어요. 그런 의미의 공주라면 환영이에요.^^
 
모래밭 학교 책읽는 가족 40
이금이 지음, 윤영진 그림 / 푸른책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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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언니집에 가면 (아니, 옆에 사니까 아주 자주) 다 둘러 본 책꽂이이건만 꼭 책꽂이를 살펴본다. 뭐 하나 건져갈 책 없나 하고. 말만 잘 하면 "가져가라."는 답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이 책도 그렇게 건진 책이다. 하지만, 내가 고른 책은 96년도판, 5,000원, 이금이 글, 채주현 그림 버전이다.

사실 표지가 눈길을 전혀 끌지 않는다. 요즘 책은 표지부터 엄청 신경쓴 흔적이 보이고, 표지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내 시선을 박게 만든 것은 지은이가 이금이 작가라는 점. "어~" 하면서 펼쳐 든 책을 가볍고 편안한 맘으로 그냥 쭉 읽었다.

(새로이 나온 지금 책은 그림이 훨씬 요즘 책답다. 그렇다고 이전 그림작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로.)

어린 시절 노는 것만 열심히 한 이 몸도 어느 날, 같이 이름 부르고 놀던 동네 친구들(생일 때문에 7살에 학교 들어간 친구)과 언니들이 모두 학교 가는 바람에 빵학년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있기에 빵호돌군의 맘을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호적이 잘못 올라 가서 일년 늦게 가야 한다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더구나 친구의 동생은 이름까지 불러가며 맞먹으려 하고.

아빠와의 추억을 별로 가지지 못한 채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어찌보면 조금 불쌍한 아이, 호돌이에게 할아버지 친구가 생기게 된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할아버지는 시골을 벗어나 자식들의 집으로 왔지만, 맘 붙일 데 없이 남는 시간을 힘들어 하시게 되고, 두 주인공은 놀이터에서 만나 할아버지는 모래밭 학교 선생님이 되고, 호돌이는 학생이 되어 그들만의 시간을 가꾸게 된다.

할아버지가 회전목마를 사서 호돌이와 함께 아이들에게 넉넉한 맘으로 회전목마를 태워주던 시간은 그들에게는 아주 귀한 추억이 될 시간이다. 돈이 없어 흙만 만지작 거리던 아이를 공짜로 태워 준 호돌이의 마음을 보시고 웃음 지으시는 할아버지. 엄마 손에 끌려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웅변학원을 다니게 된 호돌이는 그래도 여전히 할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

연탄 가스를 마시고 죽을 뻔한 엄마를 할아버지의 도움(병원 원장이 아들이래요)으로 살려 낸 장한 호돌군은 입학 하기 전 출소할 아빠를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면회 가기로 한다.

넉넉하지는 않으나 마음 부자인 개구쟁이 호돌군. 호돌이가 가난하게 살아도 주눅들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호돌이 가족이 행복하게.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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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선생님 작품 31권중에 제가 못 읽은 책이 4권인데, 모래밭 학교도 그 중 하나에요.
희망찬샘 덕분에 '모래밭 학교' 슬쩍 엿보고 갑니다~ ^^

희망찬샘 2008-05-13 12:55   좋아요 0 | URL
이금이 선생님 열렬팬이시군요. 멋지세요. 우와~ 저도 책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아직 10권도 안 되는데... 작가님의 사인은 반 아이 땜에 2개 들고 있어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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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이다.

그의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라는 책을 읽으면서 2학년 읽기 책에 나오는 '선문대 할망' 이야기랑 비슷한 솔거나라에서 나왔다는 '마고할미' 동화책이 너무 사고 싶다는(책엔 출판사는 안 나오고 그림책이 옆으로, 위로 쭉 펼쳐진다는 말만 나왔었다)생각을 하던 차에 헌책방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는 "심봤다"를 외친 적이 있다. 그 책 <<우리 집에...>> 뭔가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책이 무척 재미있으면서, 콕 집어 내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있는지 몰라 생각을 하게 한 책...

그러다 작가를 도서관 세미나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먼 발치에서 보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도서관측에서 사인을 받을 기회를 줬는데, 그 때 사인을 받지 않은 것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고 나니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이 정말 안 됐다는 것.

둘째는 작가처럼, 그리고 '그러게' 언니처럼 또 이 책의 주인공인 '비읍'이처럼  나도 린드그렌 선생님의 팬이 되어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모두 사서 읽고 또 그 책의 수집가가 되고 싶다는 것.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린드그렌이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했고 그 때 내 마음 속에 들어 온 90넘은 노인의 쭈글쭈글하던 얼굴도 아직 생생하다.

마침 학교에서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책의 독서경시대회가 있던 차에 얼마 전에 산 책이라 내가 읽고 있어서 학급문고에 두지 못해 읽은 아이들도 없고, 1등에게는 스와치 손목시계라는 큰 상품도 걸려 있어 우리 반에서 일등이 나왔으면 하는 욕심으로 일은 부분까지만 줄거리를 대충 이야기 해 주고,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못 읽겠으면 책에 대한 정보라도 조사하고 다른 사람이 쓴 리뷰라도 읽어두라고 했었다. 아이들이 90이 넘었다는 린드그렌 선생님(100살이 넘었을...)이 아직도 살아계시냐고 자꾸 물어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저희들이 찾아보니 2002년도엔가 돌아가셨더란다. 그리고나서 책 말미에 보니 린드그렌 선생님에게 보낼 편지를 차곡히 적어 그걸 들고 스웨덴에 가려고 비행기표를 살 돈을 모으고 있는 비읍이가 린드그렌 선생님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 작가가 보내지 못한 팬레터를 아쉬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린드그렌 선생님 책의 제목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는데, 가다가 갑자기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라는 책이 끼어들어 그 이유가 궁금했다. 선생님은 어느 날 책을 많이 읽고 상상을 하는 힘도 키우고 그 덕에 글까지 잘 쓰게 된 비읍이의 일기를 아이들 앞에서 읽으라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비읍이가 일기를 다 읽자 일 주일 동안 한 작가의 한 책만을 쓴 점을 지적하시고, 그로 인해 칭찬을 위해 읽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지적하려고 읽으라고 했다는 점에 맘 상한 비읍이가 '그러게'언니의 헌 책방으로 달려가고, 그 말이 맞다며 언니가 내민 현덕의 동화책을 받아들고 그 책을 읽고 느낌글을 적어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게 언니는 학교에 내는 일기에는 진짜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 안 된다고 비읍이에게 가르치는데, 왠지 씁쓸... 하긴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강조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나도 조금 미안하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감출 것은 감추고 쓰지만, 순진한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부터 시작해서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다 드러내기도 하니까.

삐삐라는 TV드라마를 보고 삐삐에 열광하며 자란 엄마는 비읍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절대 읽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책을 펼쳐든다. 비록 20여쪽을 펼쳐 둔 채로 잠이 들고 말았지만, 비읍이는 드디어 엄마와의 공감의 고리 하나를 찾아내어 무척이나 행복하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으니 갑자기 내 맘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고, 책을 다 읽지도 않았건만, 그 많은 책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맘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유은실이라는 작가가 무척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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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맨 우리 아빠 신나는 책읽기 10
배서연 지음, 설은영 그림 / 창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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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무척 재미있지요?

이 책을 보니 작년에 이 책이 재밌다고 끼고 살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 때 꼭 읽어야지 했는데, 또 시간을 많이 놓치고 이번에야 읽습니다. 책은 저학년 동화라 금방 읽힙니다. 그림도 책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이야기는 모두 4편인데요, 빠지는 것 없이 다 재미가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매미와 햄스터>에서는 뭐든지 해 보자는 실습형 주인공 나와 무엇이든 묻자는 질문형 동생 동이가 나옵니다. 엄마는 수퍼 가시고 동생은 낮잠 자던 틈을 타서 내가 좋아하던 만화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매미란 녀석 때문에 동생이 깨고 맙니다. 우는 동생을 이리저리 달래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자 형은 매미를 잡아주고, 동생을 위해(?) 매미의 날개를 똑 떼어 버립니다. "매운 맛을 보고 싶으면 또 울어보시지."라고 매미에게 말하는 걸 듣고 동생이 묻네요. "형아, 이거 매워? 먹어도 돼?" 그냥 얼렁뚱땅 이걸 먹으면 노래 못하는 병이 낫는다고 한 것 뿐인데, 노래를 잘 하고 싶은 동생은 결국 그걸 꼴까닥 먹어 버리네요. 이어지는 엄마의 불벼락, 결국 "동생이 실험용 쥐냐?"를 외치던 엄마는 나에게 햄스터를 사 주시네요.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진짜 웃겨요.)

<은지가 벼슬한 날>에서는 은지가 지하철에서 쉬를 한 사건이 소개됩니다. 쉬가 마렵지만, 참으면서 다 와 가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언제나 그러셨던 것처럼 "조금만 더 가면 된다."라고 그러십니다. 저도 어릴 때 이게 참 이상하더라구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어른들은 왜 '조금만!'이라고 표현하는지! 집을 나설 때 쉬를 하고 가자는 엄마의 말씀을 못 들은 척 한 죄로 은지는 쉬가 밀고 나오는 걸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채 조금만 참아보자고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나요, 어디! 결국 지하철 의자에 지도를 그리고 무안해진 엄마는 은지 손을 끌고 지하철에서 내리지요. 그러고 보니 어제 밖에서 놀다가 쉬를 외침과 동시에 주르륵 싸고는 어기적 거리면서 집에 걸어들어 온 우리집 아이가 눈앞에 척 하고 나타나네요. 카메라 고발이라고 사진 한 장 찍어 두어야겠다고 하니 씩 웃어주던 센스(?)까지 발휘하던 녀석이 크면 이 사진 가지고 많이 놀려 먹어야겠다 생각했지요. 은지는 딱 우리 아이만한 그런 나이인가 봅니다.

<마스크맨 우리 아빠>는 직업을 잃어 새 직장을 얻어야 하는데, 세차원도 괜찮다고 하는 아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일을 시작하시는 아빠가 나오십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셨을 아빠는 일을 마치고 우리집 중강새(나)를 보러 학교로 가지만, 나는 그런 아빠를 청소부 아저씨, 빵집 아저씨, 뚫어 아저씨로 만들고 맙니다. 아빠가 한없이 부끄러워 다리를 다쳐 꼼짝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까지 가지지요. 그러다 정말로 아빠가 학교 앞에서 사고를 만나세요. 뺑소니차를 잡으러 가다가 그만 크게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 하시고 용감한 시민으로 신문에까지 실리시지요. 앞니가 부러져 나와 같은 중강새가 된 아빠는 마스크를 쓰시게 되네요. 이제 아빠가 부끄러운 아빠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픈 그런 아빠가 되어 정말 다행이죠?

<하느님, 잠깐만요>에서는 천당에 가고 싶은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진짜 순 국산콩을 판다고 하면서도 수입콩을 반이나 섞어 파시던 할머니는 천당에 가고 싶어 교회에 나가시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국산콩만으로 두부를 만들려고 하니 수지가 맞지 않고... 손자가 두부를 2가지로 만들어라고 해서 일이 많지만 그렇게 해 보지요. 그런데, 갑자기 뛰어 오른 순 국산콩 두부를 보고 예전에 만들어 팔던 것은 진짜가 아니었냐면서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마네요. 천당에 가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해 놓은 정말 멋진 동화였답니다.

우리 반 친구 말대로 진짜로, 정말로, 참말로 재밌는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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