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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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기 쓰기가 싫어 귀차니즘의 중병에 걸렸다는 아이,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겨도 충분하다는 아이, 쓸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일기를 쓰라하는지 스트레스가 쌓여 죽겠다는 아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어떻게 이야기로 펼치냐고 항의하는 아이, 일기쓰기는 글쓰기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항의가 귀를 따갑게 한다.

어제 일기 대신 학급홈피에 "일기는 꼭 써야만 하는가?"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해 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기는 꼭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일기 쓰기 싫은 날도 있는데, 일기 검사 하는 선생님 무서워 일기를 쓸 수 밖에 없는 초등 저학년의 고달픔을 만날 수 있다. 고학년 같으면 정말 비밀 일기장에는 꼭 쓰고 싶은 자기의 이야기를 남기고, 검사용 일기에는 일상적인 잡담 정도를 남겨 그들만의 이중생활을 하겠지만, 아직 저학년은 그런 걸 모른다. 엄마는 엄마, 아빠 싸운 이야기는 자존심 상하니 일기에 적지 말라시고, 선생님은 일기는 자기가 겪은 일을 솔직하게 써 내려 나가는 일이라 한다.

일기를 부담없이 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걸 검사 맡는 일은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내 마음을 방해한다.

일기검사! 사실 심각하게 고민해 본 문제다. 아이들 중에 정말 사생활 침해가 싫어서 일기 검사가 싫은 아이도 있겠지만, 그냥 귀찮아서, 힘들고 귀찮은 일에 대한 거부감으로 일기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지도라는 차원에서 들여다 볼 필요는 있지만, 정말로 개인적인 문제이며, 내가 도움 줄 수 없는 문제인 경우, 검사하는 것도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아이들이랑 오늘 찬성반대토론자들을 내세워 찬반 토론을 시켜 보았다. 근거도 미약하고, 토론의 규칙도 제대로 알지 못해 반박도 약하고... 해서 큰 성과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무척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가장 잘 쓴 의견이라고 생각되어 가려 본 글 두 편이다.


찬성의견 : 장은진양


저는 일기를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하신 말씀이지만 추억을 되돌리는 건
매우 힘든일입니다.게다가 대개의 경우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합니다.
사진을 보고서도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일기를 숙제하는 것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쓸말이 없더라도 어제와 같은 하루였다고 해도 그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오늘 있었던 일 쓰는거 아닙니까?
정 할말이 없으면 오늘 있었던 일 2줄이라도 적으면 커서 일기봤을 때
내 하루가 이렇게 일상이 반복됬구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일기를 쓰면 논술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따로 논술학원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거 필요없이
일기로도 논술공부가 가능한데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사생활 침해라고 했는데..
새학기때 선생님께서 분명 선생님께 공개하기 곤란한것이면
반 접어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진이랑 일기랑은 분명 다른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4학년때 소풍간 사진이 있습니다.
근데 아 이때가 언제였지하고 생각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4학년때 일기장을 보니 소풍에서 있었던 일이 적혀있어 기억이 되살려졌습니다.그거 말고도 1,2 학년 일기장도 보니 내가 어렸을 때 저런 생각을 했구나..맞춤법틀린것도 다 추억이되고 참 웃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일기를 쓰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의견 : 이채현양

저의 의견은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를 잘 쓰고 꼼꼼하게 쓰는 아이에겐 논술 공부가 됩니다.
하지만 일기를 대충 쓰는 아이에게는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일기를 써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아니 추억을 간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잊고사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니 그것을 버리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또한 계속 추억에 관련되어 말을 하는데...억지로 쓰는 일기...
그것이 추억이 될것 같습니까??그리고 요즘음은 일기를 지어내서 쓰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지어내는 일기.........추억은 지어내는 것입니까???
많은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추억을 거짓으로 지어낸다면 그게 무슨 추억을 간직하는 일이 됩니까...
또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내서 검사를 받는데..
인터넷에서 조사한 결과 이렇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2005년 4월 7일(수), 초등학교교사가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은 어린이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추억을 간직하려 한다면 진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적는것인데..
그게 아주 큰 고민이라면???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이라면??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면?????
하지만 추억을 간직하려면 적어야 겠죠~!!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검사를 하시잖아요..그래서 아이들은 또 다시 생각합니다....뭘로 할까..
그러다가 안씁니다...생각하다 생각하다 못 찾겠으면....
그러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혼난다지요....벌을 받거나 반성문으로요...
그리고 찬성쪽 입장에 대해 반론도 조금 해보겠습니다.
일기를 적으므로서 생각을하고 반성을 하게 된다..-----생각으로만 하면 되지요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논술쓰기 향상)----책읽으면 되지요...
이와 같은 생각으로 저는 일기는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선생님이 쉬는 시간 쪼개가면서 20분~30분을 투자해서 일기 검사를 하겠냐고? (아이들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일거란다.) 귀찮다고 모든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그리고 정말 쓰고 싶은 날만 쓰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 의견을 낸 친구는 과연 며칠이나 일기를 쓰게 될까 하고. 일기장이 추억으로 어떻게 남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 주었고, 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해 주었고, 그리고 타협하는 의미로 일 주일에 정말 쓰고 싶은 날 이틀 정도는 꼭 써 보도록 해 보자고 약속을 했다. 나는 아이들의 글이 무척 필요하다고. 너희들 졸업 때 그 속에서 만난 좋은 글을 잘 엮어 선물로 주고 싶다고.

일기 정말 쓰기 싫은 날, 일기 감추고 싶은 날,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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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억지로 써야 하는 괴로움과 검사해야 하는 부담감, 어느 것도 쉽지 않지요~~~ 그래도 저는 찬성이에요.
충무공이 역사에 길이 빛나는 인물이 된 것도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라는...저, 충무공의 후손!^^

희망찬샘 2008-06-14 05:44   좋아요 0 | URL
저의 옛날 일기장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 아쉬움으로 아이들에게 일기장을 꼭 보관하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문집 만든다고 학년말에 일기장 모아 둔 것 가지로 오라면 이구동성으로 "엄마가 버렸는데요." 그러거든요. 친구들은 다 쓴 일기장은 돌려주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작업 다 하고 돌려 주라더라구요. 왜 우리 엄마들은 일기장을 다 버리는 걸까요? 학기초에 책 잃어 버린 아이들, 1년 쓰는 교과서 여름방학 지나면 없다는 아이들도 단골로 하는 말 "우리 엄마가 버렸는데요."라는 사실을 이 땅의 엄마들은 알고 계실지....

bookJourney 2008-06-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성이에요~~
저희 아이 반에서는 일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일기를 쓰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오늘의 특별한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아이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하한선이 상한선이 되어버린 것 같기는 하지만요. ^^;)
저희 아이의 경우, 제게 호되게 혼난 날에는 일기를 쓰지 않더니, 요즘은 가끔 기록을 남기기도 하더군요. 반 접어서 비밀일기라고 하면 된다면서요. 선생님께서 적어주시는 글(둘만의 대화?)도 아이가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고요. ^^

희망찬샘 2008-06-14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찬성!
 
무기 팔지 마세요! 청년사 고학년 문고 1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청년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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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문제, 세계평화, 기아와 난민, 비폭력-모든 것들은 정말 부끄럽게도 나의 관심 영역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것이 나의 문제다. 그저, 내가 편하면 그만이고, 내 집안이 평화로우면 그만이고, 내가 숨쉬는 공간이 평화로우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 그게 이 부족한 사람의 한계다. 이런 나의 한계는 또한 나의 많은 이웃의 문제일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촛불 집회가 한창이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에도 뛰어나가지 못한 채로 그저 바르르 떨고만 있는 행동하지 못하는 불쌍한 소시민들과, 그리고 사는 것이 바빠 도대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가련한 이 나라의 고단한 삶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이를 막으려는 정부측의 정말 이해 안 되는 대응이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이 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우리나라 보미의 이야기다. 우리 나라의 보미가 장난감총의 비비탄에 맞은 후 전쟁놀이 하는 아이들에게서 장난감 총을 버리도록 만드는 일, 그리고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벽보를 학교에 붙이고 피켓을 들고 장난감 가게 앞 거리로 나가게 된다. 그를 계기로 평화 모임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그 모임은 더욱 활성화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평화 모임 홈페이지에 올려 둔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발표 숙제를 준비하는 미국의 당찬 소녀 제니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새롭게 시작된다. 제니는 문방구를 번역할 적당한 말이 없어 무기가게라고 번역 된 글을 보고 보미가 무기 가게 앞에서 총을 팔지 말라고 데모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걸 사례 삼아 자신의 과제를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가끔 내게 묻는다. "선생님,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예요?" 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 이 질문의 횟수는 점점 줄게 된다. 하지만, 아마도 6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물을 것 같다.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냐고? 전반부의 보미 이야기는 꾸며진 이야기로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후반부의 제니 이야기는 구성이 치밀하여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이야기를 다듬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이거 진짜 이야기인가?'하고 고개를 몇 번이나 갸웃했으니 말이다.

책 뒷편에는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어린이들이 가 볼 만한 홈페이지와 부모들이 가 볼 만한 홈페이지를 잘 정리하여 두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진짜 엄마 모임'은 미국의 전국 총기 협회NRA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단체인 '백만 어머니들의 행진'에서 착안했으나 책의 모든 내용은 허구임을 작가는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두 번 나오는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바위에 작은 풀씨가 떨어지면서부터라고. 아주 작은 행동, 즉 그 작은 풀씨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본문을 옮기고 싶었는데, 못 찾겠다.-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찾아달라고 해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에서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조직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억지스러운 느낌(현실적으로 초등학생이 그런 일을 쉽게 진행 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이 있었지만, 후반부는 연결고리가 아주 자연스럽고 마치 실제 일인양 책에 빨려 들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뒤로 갈수록 재미가 있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전쟁과 관련한 책읽기 목록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다 만난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리라 생각한다. 진짜 엄마가 되어 늑대의 뱃속에 들어간 염소들을 구해 내기, 그리고 늑대가 왔다는 것을 진짜 엄마에게 알려 줄 막내염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이 알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모르면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을 테니까.

이 책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수준높을 사고를 권하는 일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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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닫고 행동하는 동화라는 면에서 강추하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프린들 주세요'도 읽으면 좋을 듯해요. 작은 풀씨 하나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힘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지요.^^

희망찬샘 2008-06-08 22:50   좋아요 0 | URL
프린들 주세요~ 제목이 무척 많이 밟히던 책인데요. 접수하고 살펴 봐야겠어요. ^^
 
피양랭면집 명옥이 - 웅진 푸른교실 7 웅진 푸른교실 7
원유순 지음, 최정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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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살아가기~ 이런 것까지 이렇게 힘겹게 가르쳐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주 열심히 가르쳐야 할 덕목 중에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인성지도와 연결 되는 문제라, 내가 무척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이다. 다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아이들이 가진 심성 자체가 고와서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고, 성장 과정 중에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이 문제를 익히지 못해 어려움이 있는 아이도 있고, 무언가 분명한 잣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부화뇌동하는 아이들도 있다.

심한 아토피를 앓아 친구들로부터 닭살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마음 고생하고 있는 힘찬이의 반에 새터민(탈북자) 아이 명옥이가 전학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래 아이들보다 두 살이 많아 어른스러운 명옥이. 그러나 명옥이가 새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에게 입 하나 뻥긋 잘못 했다가는 어떤 놀림을 받을지도 몰라, 모든 것이 조심 스럽다. 그리고 짝으로 있는 힘찬이는 그렇게 친절하지도 않다. 말을 하지 않아 친구들에게 벙어리라 놀림받는 명옥이가 입을 열고, 그리고 아토피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반찬을 보면서 괴로워 하는 힘찬이를 위해 인스턴트, 고기 일색인 식단을 야채로 바꾸어 줄 것을 편지로 건의하는 용기까지 낼 수 있게 된다.(아이들이 이렇게 하기 쉽지 않을텐데...) 틱틱거린서도 둘이 어느 새 서로를 챙겨 주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나 싶기도 하다.

탈북자들을 위해 지급되는 정착금으로 명옥이네는 피양랭면집을 열고, 손님도 무척 많다. 고기를 넣은 냉면이 먹고 싶었던 힘찬이는 아버지가 사 주셨던 동치미 냉면이 맛없기만 했는데, 죽은 동생 명수가 무척 좋아하던 맛있는 냉면이라는 말을 듣고 이제는 투덜거리지 않고 그 맛을 음미해 볼 마음을 갖는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다름에 대한 이해의 마음을 한뼘 자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울려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게 하는 책, 그래서 이런 책들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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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래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3
조성자 글, 김준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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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엄마 몰래 한 일이 뭐가 있을까? 엄마 몰래 한 일 때문에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 그 사건이 궁금해졌다.

잘못 친 시험 성적 숨겼다가 들켜 꾸중을 듣거나, 다음부터 잘하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는 진우, 정빈, 석준이. 학원이나 특기적성 수업 땡땡이 친 경험이 있는 효진이랑 윤혜진양, 호민이는 결국 들통이 나서 집에서 쫓겨 나가기까지 한 쓰라린 경험이 있단다. pc방 몰래 가 봤다는 은진이와 민식이, 저금통 깨어 썼다가 틀켜 혼난 적 있다는 준우와 지연이... 그리고 돈 500원 훔쳐 봤는데, 안 들켰다고 적은 박모군.

엄마 몰래 컴퓨터도 실컷 하고 싶고, 학원 땡땡이도 치고 싶고, 돈도 마음대로 써 보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 주었다. 그림을 보니 주인공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 같냐니까, 엄마 몰래 돈 훔치고 눈치보고 있는 것 같단다. 경험이 있어 정확하게 짚어 내나?^^

아이들에게 이 책은 저학년용 책이지만, 그 말은 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는 말이지, 고학년은 읽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엄마 몰래 하며 가슴 졸였던 너희들의 경험과 엄마 몰래 꼭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서 책을 만나보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책을 학급문고로 넣었다.

아이들에게, 혹 은지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게라면, 이 책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아이가 은지와 같은 경우를 경험 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런 일은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주인공에 대한 집중도 잘 되는 편이고, 인물의 심리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는 어느 새 결말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 중에는 갖고 싶은 것이 있는데, 부모님이 사 주지 않는다거나,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속상하다 보면 간혹 어떤 친구들의 물건을 탐내고 자기 것처럼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그 친구의 물건인줄 버젓이 표가 나는데도 불구하고(이로 깨문 자국이 있다거나...) 그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 물건을 가지고 가서는 그 물건을 자랑하고 싶은 맘에 주인이 같은 교실에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펼쳐 두는 경우도 있었다. 뒷 계산을 하지 못하고, 가지고 싶은 마음-그것만 계산이 되는 것이 아마 은지 또래 아이들인가 보다. 하지만, 은지는 처음에는 뒷 계산을 전혀 할 수 없었으나, 가지고 싶은 것을 다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다 사 먹으며 돈을 써도 써도 다 없어지지 않자 마음이 불안해 지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양심을 압박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엄마의 서랍을 뒤져 돈을 훔쳐 나가서 지낸 그 시간이 행복하지 못했다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찾아서 온 가족이 사방을 찾아 다녔다는 사실을 통해 은지는 한 뼘 자라게 된다. 엄마가 꾸짖지 않아도 스스로를 책망해 보는 은지를 보고, 성장 과정 중 한 번쯤 겪어 보는 일이라면 (반복성이 없다면...) 이것도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이겠다 싶다.

실제로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라는 이 이야기는 책이 짧아 금방 읽힌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엄마 몰래 엄마가 ‘눈치 챌’ 얼마나 많은 일들을 계획 하게 될까 많이 궁금하게도 한다.

부담없이 든 책 속에서 생각 해 보아야 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날 수 있었고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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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키고 싶은 비밀'과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이해되네요~ 참, 엄마 몰래 꿈꾸던 것들도 많았는데...
엄마 주머니에서 슬쩍 했던 것도 부끄러운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시선~~ 좋은데요!
 
주문에 걸린 마을 (양장) - 깜지의 동화마을 여행
황선미 글, 조미자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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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아하는 작가다. 표지도 근사하다. 무슨 일인가가 벌어질 것 같다. 작가의 책을 만날 때마다 나는 정말 무척이나 기대를 한다.

그런 기대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앞서 읽은 책(완득이)의 힘 때문이었을까?(그 책에서 작가는 황선미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썼었다.) 긴장감, 재미라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하지만, 내게 알찬 정보들을 많이 선사해 주었다. 동화에 얽힌 이야기의 배경이랄지,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작가가 처한 상황이랄지. 

등장하는 동화와 작가, 장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피터팬과 제임스 배리(1860~1937), 그리고 영국 런던의 켄싱턴 공원

2. 피터래빗의 작가 비아트릭스 포터(1866~1943)가 그린 고슴도치 세탁부 <티키윙클 부인>, 그리고 영국 윈더미어의 힐탑

3.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셰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이즘 도우터 롱스타킹(외울 수 없어 보고 적었다.)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그리고 스웨덴 빔메르뷔

4. 피노키오와 카를로 콜로디(1826~1890), 그리고 이탈리아 콜로디 마을

5. 자신의 이야기를 미운 오리새끼에 담은 안데르센(1805~1875)과 덴마크 오덴세

동화와 작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적힌 이 책의 부록을 아이들이 꼭 읽고 지나가야 할 텐데, 이야기만 읽고 책을 덮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된다. 동화에 그러한 내용들을 작가가 잘 녹여 두긴 했으나 실제로 제임스 배리가 피터팬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된 배경이 되는 성장과정 이야기라든지, 피노키오 이야기가 우리에게 정말 주고 싶었던 바가 어떤 것이었는지... 동화 속에 하나하나 녹여 둔 이야기와 함께 부록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 본다면 이 책에서 많은 선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아울러 그곳에 꼭 가고 싶다는 맘도 먹게 될 것 같다.

동화마을로의 여행. 참으로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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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이었군요. 궁금했는데...
아이들은 서문이나 후기 혹은 더 알아둬야 할~ 이런 것들 잘 안 읽더라고요. 다 큰 우리애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