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쟁이 왕털이 사계절 저학년문고 40
김나무 지음, 윤봉선 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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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으니 애기 아빠는 "필요악"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어디선가 '하얀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거짓말이 있다는 겁니다. 가령 6*25 당시 집에 숨어 있는 아빠를 찾아서 공산당원들이 집에 들이닥쳤을 경우 아이가 "우리 아빠 다락에 숨어 있어요."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우리 아빠 어제 산 속으로 들어 갔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글을 읽고 어린 시절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라는 것에서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생각했던 충격(!)이 아련한 기억으로 되살아납니다. 

한동안 작은 아이의 말바꾸기에 무척 염려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 거짓말이라는 것이 남을 해치는 큰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잘못 해 놓고, 누나가 그랬다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나 뭐 쏟아놓고 누가 그랬냐면 자기는 안 그랬다고 하는 경우... 모르고 그런 것은 야단 안 친다고 실수 한 것을 무조건 감추려 하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네 살 아이가 알아듣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이제 다섯 살을 넘어서면서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한 감을 아주 희미하게나마 잡아 나가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방 안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뻥치지 마래이~" 그리고는 딸 아이가 달려 옵니다. "엄마, 예찬이가 자기가 해 놓고 안 했다고 뻥 쳐~" 그러면 동생도 또 쪼르르 달려 와서는 서툰 말솜씨로 "엄마, 그게 아니고..."하고 이야기 합니다. 큰 아이의 유치원에서 친구들끼리 "뻥치지 마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나 봅니다. 아이들도 뻥치는 것은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오늘도 동생은 제게 달려와 큰소리로 외칩니다. "엄마, 누나가 거짓말 했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라는 제 물음에는 들은 척 하지도 않고 다시 방 안으로 쪼르르 들어가서는 둘이서 놀이에 또 집중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거짓말이라는건지...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그저 웃기만 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이크, 이런 수렴적 발문을 하다니!!!)  두 아이는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 합니다. 안 좋은 거라고! 왜 안 좋은 거냐는 질문에 작은 아이는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큰 아이는 "자꾸 거짓말 하면 친구들이 안 믿어 주니까"라고 답합니다. 작은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거짓말 해도 코가 길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거짓말을 해도 될까?"하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나름 아이의 결연한 태도 속에서 큰 것 하나를 기대하고 물었습니다. "왜?" "코가 길어지니까." 크~ 대화의 수준으로 보아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 해 보입니다.

두 아이들과 함께 왕털이 그리기를 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왕털이의 뻥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다리가 불편한 오른이의 다리를 멀쩡하게 해 준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외로운 왕털이의 친구가 되어 준 오른이에 대해 그 정도는 해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자신의 힘이 아닌 (대왕 여우족) 할머니의 도움으로 말이지요.

둘째 거짓말은 잘난척쟁이 나서기 대장 똘망이에게 자신의 굴을 자랑하면서 시작됩니다. 할머니가 만드신 굴에는 멋진 창도 있어 밤하늘의 별도 다 볼수 있고 굴 한가운데는 절대 마르지 않는 개울이 흐르고 황금 물고기도 살고 있으며 어딘가에 대왕 여우족 보물 창고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똘망이는 탐험대를 결성하려 하지요.

셋째 거짓말은 주먹대장 한돌이에게 놀림받는 친구 완두를 구해 주기 위해서 완두 아빠가 경찰이니 완두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주먹대장이 완두 아빠는 없다고 하는데, 그 때 하늘 나라에 계셔야 할 완두의 아빠가 경찰복을 입고 짠~하고 나타나게 됩니다. 뻥쟁이 손자를 위기에서 구해주기 위해 줄넘기를 가져다 주려고 학교에 오신 할머니가 둔갑술을 부리신 거지요. 그리고 열심히 생활하면 운동회 때도 와서 아버지 달리기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십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없고 왕털이의 준비물 살 돈도 없어 할머니가 꼬리를 파시는 바람에 더 이상 둔갑할 수 없는 둔갑여우가 되어 운동회 때 오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됩니다.

이 모든 '뻥'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의 뻥쟁이는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애써 만든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혹독한 댓가를 치르지만요. 할머니도 왕털이를 격려 하시지만, 합창단 모자를 잃어버려 다시 사야 한다고 뻥쳐서는 할머니의 꼬리를 판 돈으로 똘망이에게 얻어 먹은 사탕을 갚아 주느라 또 친구들에게도 사탕을 하나씩 쭉 돌리느라 돈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는 네 번째 왕털이의 거짓말에 대한 고백을 들으시고는 뒷다리로 왕털이를 걷어차 버리시네요.

우리의 주인공, 왕털이! 그가 한 거짓말은 몇 개의 선의의 거짓말과 몇 개의 위기모면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 시키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한 가지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새로운 거짓말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러한 거짓말은 결국 들통나게 마련이며,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아이로 만들고 만다는 것을 우선 이해하게 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는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하며 엄청난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겠지요.

겁쟁이 뻥쟁이 왕털이는 이야기의 초반부에서 자신을 놀리는 너구리가 무서워 벌벌 떨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여전히 자신을 놀리는 너구리에게 "우리 싸우지 말고 친구 하자."고 말할 줄 아는 용기도 가집니다. 이것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들에게 그 잘못을 사과한 용기 덕에 얻은 값진 보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겁쟁이 왕털이가 드디어 먼길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오른이의 아파트 창가에 살던 비둘기가 전해 준 똘망이, 오른이, 완두의 편지는 우리를 가만히 미소짓게 합니다. 작은 여우굴에서도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며 굴탐험대를 만들고 있다는 똘망이와 최강 왼발이 되어 닭싸움에서 최고가 되었다는 오른이, 주먹대장을 돌려차기로 한방에 보내 버리고 말았다는 완두도 왕털이 덕에 새로운 용기를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있게 읽은 이 동화책을 통해 뻥치기에 대해 깊이 생각 해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뻥치는 당찬 아이들보다는 작은 거짓말 하나에도 가슴이 뻥 터질 것 같고, 얼굴이 뻘개지는 그런 진실된 아이들이 이 세상에 가득 넘쳐 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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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2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되셨네요~ 축하 드려요~~

희망찬샘 2008-08-26 23: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너무 기뻐요. 감사, 감사.
 
달님은 알지요 일공일삼 27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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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비룡소 독후감 쓰기에 참여했다. 학급상을 받아서 도서 100권을 거머쥐게 되었는데. 그래도 재주 부린 곰(곰같은 내 강아지들)이 선물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체상으로 받았지만, 아이들에게 도서를 2권씩 주기로 했다. 개인상은 못 받았어도 정말 잘 쓴 친구, 열심히 쓴 친구에게는 세 권의 책을 주었다.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모모>> 같은 책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선물이 되었다. (물론 학급문고에 있지만, 아이들이 모두 이 책을 갖고 싶어 했다. 책을 읽은 아이나 읽지 않은 아이나.) 그렇게 다 주고 나니 저학년용 시리즈 그림동화만 남아 버려 학급문고를 빵빵하게 보충해 보고자 했던 나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 하나 선물 해 준 듯하여 마음 부자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풀기 전에 미리 10권 정도는 빼 두었다. 꼭 학급문고로 넣고 싶어서. 그래서 남겨진 책 중 하나다. 이 책이.

제목이 너무 낯익어 안 읽어도 읽은 느낌이 드는 책. 이 책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다. 이 책의 작가인 김향이 선생님이 지으신 <<내 이름은 나답게>>는 슬픔을 가진 아이 이야기지만, 무척이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무겁다. 이야기들은 그런대로 잘 풀려 나가지만, 어느 분의 리뷰에 쓰여 있는 것처럼 한 가지의 슬픔을 해결한 후 또 다른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끝없이 행복한 사람 없이 사람은 다 가슴 속에 저마다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 가는 것이 아닐까. 신은 고통을 주시면서 그 고통을 이겨 낼 힘도 함께 주신다는 말이 무척 멋지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이 있다. 시간 속에서 상처는 옅어지고, 그리고 그 상처들은 새로운 힘을 우리에게 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송화는 가진 것이 많이 없는 아이다. 시골에서 부모 없이 무당인 할머니와 함께 외롭게 사는 아이. 자신만큼 외로운 개 한 마리를 주웠지만, 할머니는 부정 탄다고 영 싫어 하셔서 맘대로 키울 수도 없다. 친구 영분이는 송화의 처지를 놀리지만, 알고 보면 송화 보다도 더한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아이다. 서로의 처지를 상처내고 미워하기 보다 어루만지고 이해해 나가면서 송화와 영분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북에 두고 온 할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할머니를 보며 이산가족의 슬픔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볼 수 있고, 술주정꾼 아버지에 대한 영분이의 원망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하나의 족쇄를 끊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모인지라 영분이의 가슴에는 눈물이 흐른다. 자기를 버리고 간 아버지를 원망하며 술주정뱅이 아버지지만, 아버지가 있는 영분이를 부러워 하는 송화에게도 어느 날 멋지게 아버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이루게 된다.

할머니가 벌이는 마지막 통일굿판이 영험하게 작용하여 하루 빨리 통일이 이루어져 할머니의 슬픔을 달래주면 참 좋겠다.

달님은 알겠지? 송화의 마음을, 그리고 할머니의 마음을. 달님은 알겠지! 이 세상사 모든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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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자신감 - 당당하게 서는 힘 어린이 자기계발동화 12
이혜진 글, 명수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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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맘에 든다.

별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무척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던 앞서의 <<어린이를 위한 배려>>와는 달리, 이 책은 참 기대를 하며 읽었다.(앞서 읽은 책 때문이다.) 이런 기대와 함께 읽는 책은 감동이 덜 할 수도 있는데, 하는 경계도 하면서.

위즈덤하우스의 '어린이를 위한...'시리즈는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추상적인 언어들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책들이다.

자신감이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실패를 했을 경우에 '내가 하는 건 언제나 그렇지, 뭐.'가 아니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지. 조금만 더 노력 해 보자. 더 나아질 수 있을거야. 나는 잘 할 수 있어.'라는 자기 암시를 통해 얼마나 긍정적인 발전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모른다.

나는 참 조용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우리 반 남학생들이랑 이야기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끄럼쟁이였다. 당연히 손들고 발표를 하려면 가슴이 콩닥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걸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 계시다. 바로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내가 꿈꾸는 모범 교사상으로 자리하고 계신 우리 선생님과 그 때의 나를 생각해 보며 나처럼 말없고 소극적인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없는 아이들은 그들만의 벽을 깨부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자신을 더욱 많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응원에 힘을 실어 줄 그런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을 어린 시절의 나처럼 부끄럼 많은 아이들, 나은이처럼 자신감 없는 아이들을 응원 해 줄 책이다. 용기를 내어 보는 일이 쉽진 않지만, 자신감을 통해 얼마나 큰 자기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잘 느껴볼 수 있도록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나은이의 자신감 지수가 8%에서 98%까지 올려지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책 속에 정말 재미있게 펼쳐진다. 남겨진 2%는 각자의 몫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단단한 마음 하나를 먹어 주리라 생각한다.

*옥에 티 하나-체육에서 한 번도 '수'를 받지 못했다는 나은이. 요즘 성적은 작가의 어린시절처럼 '수우미양가'가 아닌 '상중하, 잘함보통노력요함' 등으로 표시되고 있다. 책을 읽을 아이들을 위해서 다음 판에서는 고려 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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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8-09-10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모임의 다른 분들의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썩 좋지 않아서... 책 읽는 느낌은 정말 다름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너무 뻔한 스토리라는 것.이 그분들이 지적한 부분이다.
 
문제아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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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처음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손가락 무덤> 하나를 읽고는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 덮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읽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의 무게감으로 가슴이 묵직해 지는 기분.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아이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 책은 단편 동화집이다.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하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해 주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은 갈수록 생활의 수준 차이가 벌어지고, 그것은 학습환경으로 이어지고, 곧 학력격차로 이어져서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나는 아주 잘 사는 동네의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아주 잘 사는 동네에서 좋은 교육환경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회의 중요 위치에서 우리 나라를 이끄는데 일조를 할(안타깝게도 사회 구조는 그렇게 흘러 가고 있다.) 아이들이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약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러한 이야기를 삶으로 만나지 못한다면 책으로라도 꼭 만나서 이해하기를 바란다.

대학에 입학 한 제자가 동아리 활동으로 공부방을 시작했다고 했다. 발을 들여 놓기만 하고 그만 두는 사례가 많아서 정식 선생님이 되는 과정이 나름 까다롭다고 했다. 원래 참 괜찮은 아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놀고 공부하고... 하는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어 사회에 무언가 일조하는 이가 되려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가슴이 따뜻해져 옴을 느꼈다.

이 책에는 참 불쌍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그 아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을 말(흘려 버리는 혼잣말이라 할지라도)을 하는 선생님도 몇 나와서 함께 반성해 보게 한다.

<손가락 무덤>에서는 산업재해를 만난 아빠의 이야기가, <아빠와 큰아빠>에서는 정리해고에 관한 이야기가, <독후감 숙제>에서는 가난한 집 아이가 겪어야 하는 설움이, <전학>에서는 부자동네, 가난한 동네 아이의 이야기가, <문제아>에서는 평범한 아이를 문제아로 보는 사회의 비딱한 시선에 대한 고발이, <끝방 아저씨>에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마음씨 착한 아저씨가 노숙자가 된 사연과 함께 추워 슬프고 집이 없어 슬프지만, 더 슬픈 것은 사람들의 무시와 나쁜 사람, 못난 사람 취급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로 나의 편견에 일침을 놓는다. <송아지의 꿈>에서는 축산농가의 어려움과 아울러 실향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겨울꽃 삼촌>에서는 국립묘지가 아닌 모란 공원에 누워 있는 삼촌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의롭게 싸우다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의 주검이 있는 곳-문익환 통일 할아버지, 전태일, 그리고 겨울꽃 삼촌 박래전-이 바로 모란공원이다. 나라를 좋게 만들려고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 잊혀져 가는 그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들려 주고 있다. <어진이>는 건강하지 못한 강아지를 잃어버렸다 찾으면서 가족들에게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개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못 사는 집 아이들을 '문제아' 취급하고, '너 때문에 내가 괴롭다'는 말을 하던 이 책에 등장하던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김미선 선생님>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 화내고 권위적인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아닌 아이들의 친구로서 그들의 위치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안아 줄 줄 아는 초임 교사의 따뜻한 사랑이 제대로 느껴졌다. 개나리꽃이랑 닮은 미선나무의 흰색꽃을 이야기 해 주시면서 우리 나라에서만 자라는 미선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던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고, 또 그렇게 특별하게 대우해 준다. 아이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씩 자랄 수 있도록 해 주신 선생님이 곤란스러운 일을 겪으셨지만 친구들 모두는 그런 선생님을 꼭 믿었다. 간혹 요즘 아이들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느니, 스승은 사라졌다느니 하는 말을 들을 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오늘날은 옛날처럼 그림자도 밟지 못할 그런 스승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둠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맘을 가진 그런 엄마같은 친구같은 교사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그래, 누가 나를 훌륭한 선생이라 하지 않더라도, 진실한 맘은 통하는 건데,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그들과 맘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하는! <김미선 선생님>을 읽으면서 여러 모로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겐 쉽지 않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자신의 생각의 깊이를 한층 더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믿어 의심되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생각이 깊은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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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타의 원맨쇼 지지 시리즈 1
하시모토 오사무 지음, 홍성민 옮김 / 예원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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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져 있습니다.

공부 못하고, 운동 못하던 겐타가 도쿄 대학을 진학해 일본 유명 작가가 된 학창시절 이야기

즉, 이 책은 작가 하시모토 오사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 놓은 것이라는 거죠. 근데 본문 중에는 겐타가 대학에 갔다고만 나오지 그 대학의 수준이랄지 학교명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학교는 뭐하는 곳인가? 라는 말도 나오는군요. 학교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생각 해 보세요. ^^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심하고 용감하지 못한 아이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자기를 어떻게 가꾸어 가는지를 잘 보여 주었고, 그리고 저의 어린시절도 많이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일본은 우리 나라 못지 않은 입시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최고의 대학을 들어 간 겐타는 지금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입시 지옥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그런 아이가 아니라, 놀고 싶은 거 다 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뭐,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요. 자신은 공부 못 하는 아이, 친구도 없는 아이, 발표도 못 하는 아이... 못 하는 것이 많아 늘 자신감 없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만난 글자들을 통해 어휘력이 상승했고 그래서 학교에서 손도 들게 되었고, 그러던 중에 친구 엄마들로부터 공부 잘 하는 아이라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썩 공부를 잘했다는 이야기는 책에서 만날 수 없고 그저 평범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두 장면은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모든 친구들에게 아는 척을 하고 말을 걸고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웃음으로 답변 받아 보리라 맘 먹은 장면 하나와

무언가 특별한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학교 축제를 준비하면서 혼자만의 분투로 사전 준비를 다 하면서 공부 하느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해 입시에 대거 떨어진 남자 친구들을 보면서(물론 공부 하지 않은 겐타는 당연히 떨어졌지요.) 겐타가 생각 했던 것이 그 하납니다. -졸업식 날 울지 않았던 겐타는 집으로 돌아와 큰 소리로 울었답니다. 어차피 떨어질 것을 왜 모두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는지, 왜 같이 마지막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지 않았는지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그 내용이 맘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물론 친구들은 떨어지려고 공부한 것은 아니지요. 붙으려고 열심히 공부한 거지만 떨어진 건데... 그런데, 겐타의 억울함이 바보같다기 보다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이지요.)

중간중간에 나오는 겐타의 생각들 중에 아무 것도 잘 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 했는데, 해 보니 되더라던(가령, 구슬치기나 롤러스케이트 타기 등) 이야기 등도 어느 새 살며시 가슴 속으로 들어 옵니다.

어른이 된 겐타가 생각 한 것-겐타 걱정할 것 없어. 그대로 앞으로 가면 돼-은 작가가 독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아이의 성장과정이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의 눈으로 본 내용 말고 어른의 눈으로 본 내용이라는 입장에서 겐타 같은 아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교사와 학부모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아이를 못 한다고 야단쳐서 주눅들게 할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것들도 칭찬으로 격려 해 주어 개인적인 발전을 많이 도와주어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지요.

생각 거리가 많아서 어른들이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겐타의 원맨쇼를 만나면서 우리 인생의 원맨쇼도 한 번 정리 해 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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