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개 낮은산 어린이 6
박기범 지음, 신민재 그림 / 낮은산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기범의 동화는 어둡다. 하지만, 그 슬픔 속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거리를 찾을 수 있다. 우울한 듯하면서도 오래도록 맘에 남아 있는 긴 여운들.

실과 시간에 동물 기르기 단원을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자신이 키워 보았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러면서 동물 이야기가 나오는 동화책으로 교실에 있는 <<새끼 개>>를 읽어보길 권하면서 같은 작가가 쓴 <<어미 개>>도 있으니 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읽어 보라고 했다. 작년 아이들 같으면 한 두 명 도서관 나들이를 할 텐데, 올해 아이들은 아직 그런 열정은 없는 듯. 대신 도서관에 간 내가 이 책을 빌렸다.

새끼를 낳아 그 새끼들을 개장수에게 팔아야만 하는 할머니. 가난한 할머니는 모든 개를 다 키울 힘이 없다. 그리고 헤어짐의 슬픔을 알면서도 어미 개인 감자는 계속 새끼를 낳는다. 외로운 할머니의 가족으로서 감자와 할머니의 만남이 책 속에 이야기 되고 있고, 비록 개와 사람 사이지만, 두 외로운 마음이 만나 가족과 같은 진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야기도 읽을 만하다.

할머니도 더욱 나이가 들고, 어미 개인 감자도 더욱 나이가 들어 이제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는 할머니 개가 된다. 할머니의 죽음을 곁에서 지키다 굶어 죽는 감자는 할머니께 그렇게 함으로써 키운 은혜에 보답한 것일까?

아이들에게는  <<어미 개>>보다는 <<새끼 개>>가 더 와 닿을 것 같다. 아이들이 할머니의 외로움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하지만, 좋은 책이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니 아이들도 이 책을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9-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학년들은 '새끼개'를 더 좋아하더군요. 그래도 고학년은 인생을 안다고 '어미개'도 끄덕였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추억이 있는 아이들은 더 공감했고요.
박기범 동화는 슬프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져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는 주인공 하늘이의 가슴에 나 있는 수술자국이다. 하늘이는 부모님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다. 즉, 입양아라는 이야기다. 하늘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공개 입양이 되어 사람들 앞에 행복한 척 하면서 웃어 보이며 사진을 찍는 것도 무척 고달픈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늘이는 행복하지 않다.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부모님, 낳은 자식을 버린 부모님. 하늘이의 마음은 고달플 수 밖에 없다. 사춘기에 접어 든 소녀가 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성장통이 잘 그려진 동화였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이 책이 눈에 와서 딱 박히는 거다. 일단 제목이 낯익어 책을 뽑았다. 그런데, 작가를 보니 김려령이다.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 기대 만땅이었다. 그래서 빼서 읽었다. 진도가 쭉 잘 나간다. 책을 반 정도 읽고 다시 반납을 하고, 이번에 도서관 가면서 대출증 만들어서 집으로 빌려 와서는 마저 읽었다.

책 속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섞이지 못하는 물 위의 뜬 기름 같은 하늘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 숨어 있는 어른인 하늘이의 부모의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늘이 못지 않게 더욱 힘이 들 부모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사실 이해하는 척 할 수 있다고 말해야 더 옳을 것이다.

같은 입양을 다룬 작품인 <<고슴도치 아이>>를 읽었을 때 만날 운명에 처한 아이와 어른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온 몸에 가시가 많이 박혀 있는 고슴도치 아인데, (입양) 부모의 사랑으로 그 가시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서 그 아이를 포근하게 안아 줄 수 있다던 그 그림책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 올랐다.

그리고 공개 입양을 해서 잡지나, 신문,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얼굴도 떠 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가 자라서 한 번은 겪어 야 할 통과의례들도 짚어 봐 진다.

입양이라. 참 용감한 사람들이다. 나도 그렇게 용감해 지고 싶은 마 음 은 한 번씩 가지지지만. 그것은 정말로 실천하기 힘든 일이다. 사춘기의 고비를 잘 못 넘겨 아이로 인해 고통 받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아이들이 더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 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하늘이와 또 다른 인물 한강이가 나름의 고비를 잘 넘기고 가족이 되어서 참 기뻤다.

그리고 다시 아이를 입양하려고 하는 하늘이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또 동생을 맞을 준비가 된 하늘이를 보면서 정말 코끝이 찡해졌다.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 욕쟁이 할머니 해마, 나한테 은근히 잘 속는 아빠 해마, 아무리 생각해도 연예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엄마 해마, 그리고 울퉁불퉁 주름투성이 내 해마. 며칠 뒤면 귀여운 내 동생 해마도 같이 살 것이다. 한강이처럼 못되게 굴면 엉덩이를 찰싹 때려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한 번 꼭 권해 보고 싶은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9-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슴도치 아이는 여러번 읽고도 리뷰를 못 썼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김려령작가의 작품이라면 왠지 믿음이 가네요. 사실 입양아들의 성장통은 그 누구보다 아플거 같아요.ㅜㅜ

희망찬샘 2010-08-16 13:45   좋아요 0 | URL
네, 강추입니다. 한 권 살까 생각 중이에요.
 
내 동생 우리시 그림책 2
주동민 지음, 조은수 그림 / 창비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동생

주동민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

 

라는 시를 그림책으로 엮어 두었다.

이 시는 주동민 어린이가 6학년 때 (1991) 썼다는 글이다. 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이 어떤 책이었는지 모르겠다. 원문 출처가 <<엄마의 런닝구>>인데, 그곳에서 만났는지, 아니면 다른 책에서 만났는지... 하여튼 내가 읽었던 책 전체에서 가장 맘에 남아서 당시 구구단을 열심히 외우고 있던 우리 반 2학년 아이들에게 이 시를 읽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형아를 꾸짖으려고 하기 보다는 아무리 지도해도 안 되니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닐까? (같은 전과가 있는 자로서의 자기 변명이다.) 하지만, 형아의 입장에서는 정말 많이 부끄러울 수 있겠다 싶어 나도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울러 동생을 사랑하는 형(오빠?)의 마음이 찡하게 나를 울렸던 그런 시였다.

그 시가 이렇게 그림책으로 나와 있다니. 이 시는 마음을 밝고 경쾌하게, 가볍게 해 주는 시는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참 궁금해 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9-0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읽으며 이불을 덮어주는 형의 마음이 찡하게 울렸어요. 엄마의 런닝구에 실렸는데, 여기저기 많이 인용되는 걸 봤어요. 선생님이 혹은 어른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잘못이죠~ 나도 역시 죄없다 할 수 없는...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3
현덕 지음, 신가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현덕의 <<너하고 안 놀아>>! 거기에서 알짜 이야기 네 편을 뽑아 이렇게 그림책으로 구성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림도 정겨워서 읽는 맘이 참 편하다. 겨레 아동 문학 연구회에서 나온 시리즈 도서들을 보면 일제감정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글은 참 우울하고 암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대상을 반영하다 보니 그렇겠다 싶기도 하지만, 글 읽는 맘이 편안하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시대에 활동한 현덕의 <<너 하고 안 놀아>>는 노마, 기동이, 똘똘이, 영이 같은 아이들의 동심을 노래하고 있어서 슬픈 시대상보다는 동심이 더 많이 느껴진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마지막의 <조그만 어머니>는 가슴이 찡한 이야기다.

<큰소리>는 물구나무 서기, 뛰어 내리기, 높은 곳에 오르기로 서로 자기 자랑을 하던 중 정말 어려워 보이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던 똘똘이가 "못 올라가도 바보다. 못 올라가도 바보다."하는 친구들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오셔서 밥먹어라고 하시며 구출해 주시는 내용이다.

<암만 감아도>는 노마가 팔에 실타래를 끼고 어머니는 실을 감고 있는데, 밖에서 친구들이 자꾸자꾸 놀자고 부르는 거다. 금방 다 된다는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고, 부르던 친구들은 지쳐서 집에 가고.

<둘이서만 알고>는 언제나 조금 따인 기동이가 노마와 영이의 가는 길이 궁금해서 물어보지만, 둘이서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어깨동무 하며 가더라는 것. 그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물어보아도 대답은 없고 기동이는 혼자 묻고 혼자 답한다. 그러다 노마와 영이는 배를 사시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고. (내가 보기엔 둘은 애초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없었다. 고마(그냥) 친구에게 이야기 해 주면 좋았을 걸. ^^)

<조그만 어머니>는 행상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칭얼대는 동생을 영이가 조그만 어머니 되어 달래는 이야기다. 아직 어리지만 영이는 어머니가 늦으시는 까닭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이야기의 끝까지 어머니는 오시지 않지만, 뒷장에 그림으로 그 영이의 소망을 풀어두었다.

1, 2학년 아이들에게는 현덕 동화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책 잘 읽는 3학년부터는 <<너하고 안 놀아>>를 만나보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9-0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이 현덕 동화의 놀이와 정서를 제대로 이해할지 걱정되지만...동심은 통할거라 생각하죠.^^

희망찬샘 2008-09-01 20:39   좋아요 0 | URL
이 정도의 동화는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잘 맞으리라 생각해요.
 
어른들만 사는 나라 - 슬구 먹구 시리즈 2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8
박상률 지음, 한선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고추는 천연 기념물>>이라는 책을 쓴 작가의 책으로 두 번째 만난 책이다.

이 책은 <<구멍 속 나라>>, <<어른들만 사는 나라>>, <<벌거숭이 나라>> 이렇게 세 편의 시리즈 도서인 것 같다. 나는 그 중에 2편인 이 책을 읽은 거다.

두 아이가 지게 작대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른들만 사는 나라. 과학이 너무 앞서서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고, 그 복제품은 사라지는 시기까지 미리 다 예상되어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내용으로 작가의 머리를 쥐어 짠(?) 듯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어른들만 사는 나라라~ 이런 나라는 생각만 해도 정말 재미 없을 듯하다. 그 재미없을 나라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지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괜챃을 듯.

문명이 너무 앞서도 좋지 않다? 지나친 유전자 조작은 우리를 위험에 몰아 넣을 수 있다? 아이들은 소중하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생각거리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려 하니 오히려 머리가 조금 아프다. 그냥 맘 편하게 주루룩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이 책을 참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책을 덮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8-2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이네요~ 축하합니다!

희망찬샘 2008-08-26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깜딱' 놀랐어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