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책 + 오디오 CD)
이상교 지음, 한병호 그림, 신동일 음악 / 미세기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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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 도서관에서 읽어서 음악은 듣지 못해 조금 아쉽다. 그 곡조가 어떨까 무척 궁금하다.

사람들은 오막살이어도 내 집이어서 제일 좋다던 말이 거짓말이라는 듯 이사가면서 다 데리고 가면서 집만 남겨 두었더란다. 그래서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 미닫이문은 서럽다. 대문은 서운해서 열려있는 그대로고. 그곳에 고양이 개, 모두 함께 살러 간다. 그리고 풀들도. 빈집이어도 비어 있지 않는 집.

풀이 무성하고 사람은 살지 않고 문은 열린 채로 삐걱 거리고... 귀곡산장같은 분위기의 빈집만 생각하다가 모두모두 모여 옹기종기 재미나게 살고 있는 풀들과 동물들을 만나면 빈집에 대한 이미지 전환을 할 수 있으리라.

시로만 만나도 무척 아름다웠을 이 시가 그림까지 곁들여져 더욱 멋지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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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후 차차 갬 일공일삼 28
김선희 지음, 김종수 그림 / 비룡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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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미소의 커 가는 이야기

학교에서 홀어미(친구들이랑 어울리지 않고 혼자 다니는 아이를 이렇게도 부른다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로, 집에서는 헤어진 부모님 땜에 1학년 때부터 비밀일기장을 가진 예민하고 감성 풍부한 딸로, 동생에게는 바쁘신 엄마를 대신 할 누나로 나오는 미소. 책을 많이 읽어서 또래 아이들과 달리 사고의 수준이 다르고, 힘든 세상사를 먼저 겪어서 다소 냉소적인 주인공.

그런 미소에게 새 친구가 생긴다.

상희-가장 뚱뚱하고, 집이 통닭집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달려라, 통닭'이라는 놀림을 받지만, 언제나 '히~'하고 웃을 뿐인 성격 좋은 아이. 미소의 짝이 되어서 미소를 쫄쫄 따라 다니다, 책을 줄줄 읽으면 같이 다니겠다는 미소의 말에 열심히 책읽기 연습을 하는 무공해 소녀.

지영-이 작품의 반동인물로 등장하는 다소 밉살스러운 아이. 하지만, 아이들의 성품은 계속 변화 성장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난, 친구들에게 나쁘게 대하는 아인 정말 싫다. 간혹 아이들이 이렇게 나쁠 수도 있구나~ 하고 깜짝 놀라는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교사이기에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느낀다. 아이들이 나쁜 행동, 가령 친구들에게 무척 나쁘게 하는 경우 그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할 때는 그 이전 경험에 대한 이해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현주-너무 이상적이라서 조금 재미가 없는 캐릭터~ 하지만, 주인공 미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친구. 공부도 잘 하고 집안도 빵빵하고, 책도 많이 읽어 수준높은 미소의 이야기 상대가 될 지적수준까지 겸비한.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래서 또 얄미운(? 정확히 말하면 부러운!) 아이, 그런 현주에게도 진실게임에서 밝혀진 비밀이 있었으니. 어린 시절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마음이 얼마나 허~ 할지.

지영이가 미소에게 나쁘게 하는 것 때문에 지영이의 친구로 지내던 현주가 지영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상희와 미소의 무리게 끼게 된다. 미소 대신 홀어미가 된 지영이와는 도난 사건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아이들은 티켝태격 하면서 크는 것. 네 아이의 우정이 참 아름다운 이야기로 펼쳐진다.

미소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미움도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으로 잘 처리되어 다행이다.

한 뼘씩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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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일공일삼 16
김선희 지음, 마상용 그림 / 비룡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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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소개할 책을 정리하면서, 가끔씩 마음 속에 떠 오르는 책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무렵, 우리 집은 아주 잠깐 서점을 한 적이 있었다. (장사는 참 안 됐던 것 같다.) 그 때 공짜로 잡지를 보았던 기억도 나지만, 서점을 그만 두고 남겨진 책들을 가끔씩 들춰 보던 기억도 난다. 그 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작가도 모르겠고, 출판사도 모르겠고, 내용도 하나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이 있다. 제목이 <<첫사랑>>이었던 것도 같은. 내가 읽은 것은, 1권이었는지, 상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창 사춘기 때 읽었던 그 책은 참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던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는 뒷편을 사서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면서 그 책의 작가나 제목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믿지 못할 우리 기억 땜시 기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한참 하니 아이들이 "첫사랑, 그 책 학급문고에 있잖아요."그런다.

이 책이 아이들이 말하는 바로 그 책이다. 물론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 그 감정을 아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잘 묻어 두었다. 이 책도 불쌍한 아이들이 나와서 맴이 조금 아픈 그런 책이다. 숙자의 엄마가 죽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숙자가 아빠에게 맞고 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숙자의 옌벤에서 온 새엄마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5학년 숙자와 4학년 훈이 사이에 있었던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런, 아니 작가는 이걸 분명히 사랑의 범주에 넣고 있으니 사랑이라고 하자. 우정과는 다른 그 어떤 감정이 분명 있으니... 그 사랑의 이야기를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인데, 숙자와 훈이는 너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맘속 생각만 많이 품고 사는 것 같다. 그래도 훈이가 다시 서울로 떠나는 날 운동회 때 훈이 손을 잡고 뛴 숙자 손에 쥐어졌던 그 쪽지의 내용이 공개 되어 다행이다. 운명경주에서 숙자가 집어 든 쪽지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 훈이가 떠나는 길에 "안녕, 숙자 누나. 나의 첫사랑."이라고 내뱉을 수 있어 그것 또한 다행이다. (비록 입속말이었지만)

우리 반에도 공식 커플이 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볼 초등학교 시절은 어떤 빛깔로 남겨질까? 숙자와 훈이처럼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남겨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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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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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얽힌 이야기

이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어른 ‘야’

-아이들의 독후감을 읽을 때 난 ‘야’가 그런 뜻인줄 몰랐다. ‘야’에게는 두 가지 이름이 있다. 밖에 나가면 ‘사모님’. 집 안에서 남편이 부를 때는 ‘야’

그리고 그의 남편 ‘그 인간’

-밖에서 사람들이 부를 때는 ‘사장님’, 집에서 ‘야’가 부를 때는 ‘그 인간’이다.

저녀석, 도도, 건방진도도, 초롱이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 인간’은 나를 ‘저녀석’이라 불렀고, ‘야’는 나를 도도라 불렀다. 김기사의 ‘어머니’집에서 만난 미미는 도도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의 ‘도도’에서 딴 이름이라 가르쳐주지만(‘야’가 키우다 버린 개로 라라, 파파, 미미가 있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도도는 한사코 자신을 ‘건방진 도도’로 하고 싶다.

이렇게 건방진 도도는 변덕맞은 ‘야’의 집에서 호강하며 살다 변덕맞은 ‘야’에 의해 김기사 어머니의 집에 버려지고, 또 다시 ‘야’의 변덕에 집에 불려 가지만, 스스로 건방진 삶을 살기로 맘 먹은 이상 탈출을 꿈꾸게 된다. 그렇게 해서 휘청거리의 뭉치와 누렁이를 만나게 되고, 그리고 미미가 그랬던 것처럼 동반자를 찾아 사람들 사이를 헤매게 된다. 그러던 중에 편의점 아가씨에게 잡혀서 팔려 갈 뻔한 위기도 맞지만 무사히 탈출하여 동반자로 상자 할머니(상자를 주워서 팔아 먹고 사시는)를 동반자로 선택해 나름 만족한 삶을 살게 되는데... 그러던 중 비오는 날 할머니의 리어카와 오토바이가 부딪히는 바람에 정신을 잃고 마는데, 깨어보니 동물 보호소다. 삶을 자포자기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던 도도는 휘청거리에서 만났던 뭉치를 한 번 더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뭉치의 조언으로 무언가 새로운 삶에 도전해야 함을 느끼고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는 도도에게 정말이지 새 삶이 열리게 된다. 보청견으로 선택되어 훈련을 받게 된 거다. 그곳에서 초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되고 그리고 새로운 동반자로 수진씨 가족을 만나게 된다. 수진씨와 엄마의 귀가 되어 주는 거다. (이 책을 통해 농아자가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듣지 못해 아이가 울다가 귀에 눈물이 자꾸 들어가면 그 아이도 부모처럼 농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보청견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단다. 아이가 울면 엄마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알려 주는 거다.) 그리고 그들은 동반자에서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속의 말을 조금 옮기자면

미미 덕에 내 처지를 정확하게 안 것도 행운이고, ‘어머니’를 만난 것도 행운이고, ‘야’에게서 무사히 탈출한 것도 행운이고, 누렁이와 뭉치를 만난 것도 행운이고, 상자 할머니를 만난 것도 행운이고, 동물 보호소에서 다시 뭉치를 만난 것도 행운이고, 지은씨 눈에 보청견 후보로 띈 것도 행운이다. 이 모든 게 행운이다. 나는 정말 행운의 개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건방진 도도군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다.

*잠깐, 버려지는 개들에 대한 애도의 맘도 잠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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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박기범 글, 김종숙 그림 / 낮은산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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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아를 만드는 어른들의 삐딱한 시선이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 했던 작가는 이 책에서 ‘미친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친 개를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떠돌이 개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그러는 중에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의 돌팔매질을 견뎌야 하고 또 그러는 중에 선한 눈빛은 살아남기 위해 강렬하게 변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을 만들어 내어 이 개를 미친 개로 만들어 잡아 버리려고 하고.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 인간의 비열한 면을 한 번 더 만났다. (하지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 개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책에서 만나니, 불쌍하고 인간으로서 이 개에게 참 미안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읽은 시튼 동물기가 겹쳐진다. 시튼은 모든 동물들의 삶은 비극으로 끝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동물들과 인간에게 얽힌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풀어 두었는데, 이 책도 시튼 동물기의 한 편 같은 느낌이 막 드는 거다.

<<새끼개>>, <<어미개>>에 이어 세 번 째로 읽은 <<미친개>>. 나는 이 세 권 중에 다시 한 번 되짚어 생각 해 보니 <<새끼개>>가 가장 맘을 아릿하게 한 것 같다. 동심의 입장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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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끼개 어미개만 봤는데 미친개도 나왔군요. 세 권 다 마음이 아플 것 같지만... 박기범 작가니까 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