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안 놀아 -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6
현덕 글, 송진헌 그림, 원종찬 엮음 / 창비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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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영이, 똘똘이, 그리고 기동이까지 어느 새 정다운 친구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면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믿고 무작정 읽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이 오랜 시간 학급문고에 꽂혀 있었는데, 그 가치를 모르고 제가 지금까지 읽지 않았거든요. 정작 읽어보려고 하니 책이 사라지고 없어서 다시 하나 샀답니다. 처음 조금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아이들에게 매일 국어시간에 한 편씩 읽어주리라 맘 먹었지요.

그런데, 반응이 반반이네요. 무척 재미있어 하는 아이와 그저 시큰둥한 아이~ 반응이 폭발적이리라는 제 예상이 빗나가 버렸습니다. 제가 실패의 원인을 짚어 보니 순서대로 읽어주려 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책을 쭉 읽어보면 제대로 느낌이 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좋았을 듯합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는데, 조금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2부가 저는 훨씬 좋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의 놀이는 문방구에서 산 딱지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유희왕 카드도 없지만, 살아있는 진짜 놀이였고, 그 속에 어느 순간 저도 노마가 되어, 영이가 되어, 또 똘똘이가 되어 함께 합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도 다 가진 아이가 있군요. 기동이도 그러나 밉지 않은 우리의 친구가 되네요.

이 시대에 쓰여진 글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담고 있어도 왜 이리 하나같이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아기자기 재미있는 동화가 가슴에 아름답게 박히면서도 또한 가슴을 아리아리하게도 하는군요.

오늘 아이들에게 너희들 반응이 시원찮아서 책을 읽어주다 말았지만, 이 책 정말 좋더라 이야기 하니 자기들도 좋다고, 읽어달라고 하더라구요. 못 이기는 척 하며 "그럼 슬픈 이야기 읽어줄까? 웃긴 이야기 읽어줄까?"하니까 "웃긴 이야기요."합니다. 그래서 <조그만 어머니> 대신 <삼형제 토끼>를 읽어 주었습니다.

현덕 동화나라에 들어 와서 노마, 똘똘이, 영이, 기동이와 함께 재미나게 놀아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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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한의사 외삼촌 문원아이 27
최미선 글, 이민선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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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편동화 모음집이다. 모두 7개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에는 조금 흡인력이 약한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짧은 글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아이들의 마음결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찡한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인 <하느님의 꽃다발>이다. 70 나이에 홀로 두 손자를 키우며 시장에서 야채를 파시는 할머니의 칠순 잔치를 걱정하는 제법 의젓한 큰손자와 자기 생일날 형아에게 무슨 선물을 받을까가 걱정인 10살 꼬마 아이! 그 동생이 무엇이든 다 알아 도사님으로 모시고 있는 공부방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선물을 다 준비해 두신다는 말씀에서 도대체 어떤 선물이 등장할까 생각했는데,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10살 소년이 찾아낸 것은 그야 말로 멋진 하느님의 선물이었다. 아이의 이런 순수함 앞에 눈물 핑 돌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여러 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오늘 내 마음에 제일 가까이 온 이야기는 <생일 선물>이다. 어린이집의 사정에 따라 9월에 두 아이의 어린이집을 바꾸면서 큰 아이의 적응은 정말이지 걱정도 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으면서 너무 잘 지내온 터라, 어디다 내 놓아도 문제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적은 수의 아이들이 모두 종일반 수업을 하던 예전 초등학교 부설 어린이집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환경에 우리 아이의 적응력은 지금 심각한 시험에 올라 있다. 아이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일찍 가는데, 자기만 남아서(같은 반에 맞벌이 부부가 많이 없으셔서 30명 중 4명의 친구만이 종일반에 참여한다고 한다.) 지내야 하는 나머지 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든가 보다. 저녁이면 "엄마, 빨리 와!"하면서 울고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또 "엄마, 빨리 와야 돼."하면서 운다. 그렇게 울다가 서서히 적응 하리라 믿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더 세어지는 것이 엄마를 정말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 아이가 생일 날 정말 작지만, 귀한 선물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도 여러 이유로 나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사는 게 힘든 도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제대로 못 건사한다고 생각하신 할머니는 아이를 시골로 데리고 오시며 이렇게 하면 밥이라도 제대로 먹지 않겠냐고 하시지만(사실 우리 학교에는 이런 사연을 가지고 떠나는 아이들이 있다. 그곳에서는 그래도 밥은 할머니가 챙겨주시겠지~ 하며 안도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 엄마랑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여간한 고역이 아닐 수 없겠지. 생일날 엄마가 오시겠다던 말을 의심은 하면서도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읽으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30분을 훌쩍이던 딸 아이의 얼굴이 자꾸 겹쳐져서 마음이 짠하다. 주인공과 우리 아이가 처한 상황은 경우가 다를지라도 엄마를 원하는 아이의 그 간절한 마음이라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아이들 나름의 색깔을 가진 그들의 고민이 들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을 가짜 처방(?)으로 해결해 주어 그들의 속을 뻥 뚫어주시는 <가짜 한의사 외삼촌>같은 어른도 있다.

글이 제법 커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사)행복한 아침독서로부터 책을 받았는데, 기증해 주신 문원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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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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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2학기 읽기 책에 보면 <꽃잎으로 쓴 글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친 이야기 중에서 제 맘에 이렇게 진한 잔영을 남긴 글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년 전에 가르쳤던 이 이야기를 이번에 다시 4학년을 하면서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원문을 제대로 읽히자는 생각에(교과서에는 원문의 내용이 조금씩 고쳐져서, 혹은 줄여지거나, 일부만 실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책 뒤를 열어 이 글이 실렸던 책을 찾아 보았습니다.

<<마사코의 질문>>이라는 책 제목을 따라 책을 검색해 보고,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고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샀습니다.

<꽃잎으로 쓴 글자>라는 이야기에 이어 나오는 <방구 아저씨>는 6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는군요. 이 책은 4학년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 의식을 조금 가진 6학년 아이들이나 중학생 정도가 읽으면 책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제 생각에)

일본이 우리에게 한 만행, 가령 정신대 문제라든가, 생체 실험, 고문, 문화적 억압... 등을 아이들에게 말로 아무리 잘 설명한다 하더라도 이 책만큼 잘 할 수 있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또한 그동안 이 모든 문제들을 그냥 피상적으로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지며 온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작가의 말처럼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니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방구 아저씨>를 읽어 주었더니, "일본이 너무 못됐어요.", "아저씨가 너무 불쌍해요."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간단히 말했지만,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즈음에는 이 책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손연자 동화집이라고 되어 있어서 <꽃잎으로 쓴 글자>와 <방구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들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품의 끝인, <마사코의 질문>까지 9개의 이야기가 같은 목소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은 이 책의 무게를 더욱 더 높여 주네요.

<꽃잎으로 쓴 글자>는 승우의 교실에서 일본 선생님이 반장 준식이에게 '위반'이라고 적힌 나무패를 주면서 조선말을 하는 학생에게 이 패를 건네주고, 마지막에 패를 가진 아이는 혼내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반장 준식이가 위반패를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선생님께 조선말을 하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혼이 나기 싫은 어린 아이에게선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 없겠지요? 결국 패는 돌고 돌아 친구를 꼬집어 "아야"라고 말하게 하고, 그 모습을 보고 "비겁한 놈"이라고 말한 승우에게 남겨지고 말지요. 선생님의 매를 고스란히 맞은 승우에게는 나무는 아무리 모진 겨울일지라도 뿌리만 얼어 죽지 않으면 반드시 잎이 돋고 꽃을 피운다는 아버지의 말씀과 이다음에 어른이 되거든 조선의 말과 조선의 글로 시를 쓰는 그런 어른이 되라시며 팔각 소반 위에다 꽃잎으로 글자를 써 주시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어머니가 써 주신 산, 하늘, 별은 승우의 가슴과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방구 아저씨>에서는 생일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구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래 전 돌림병으로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동네의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시던 솜씨 좋은 목수였던 방구 아저씨(아이들에게 방구를 원할 때면 언제나 날려주던)는 조선물건 수집가인 산림관에게 죽은 아내에게 바쳤던 백동 은나비 괴목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다 젊은 순사 이또오의 방망이에 머리를 맞아 피를 펑펑 쏟으며 죽습니다. 남의 물건을 탐낸 산림관과 아저씨를 죽게 만든 순사보다도 더 얄미운 사람은 같은 조선 사람이면서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이장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장이 산림관에 잘 보이기 위해 아저씨의 장 이야기를 하지만 않았더라도 아저씨가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았을까요?

<꽃을 먹는 아이들>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서로를 미워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일본을 미워할 수 밖에 없지만) 어른들과는 달리 꽃을 먹는 두 아이는 또 다른 세계 속에 있습니다. 관동 지진 후에 불바다 된 틈을 타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키니 그걸 막아야 된다며 조선인을 보는 대로 죽이는 일본 사람들. 억울한 조선인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주인공은 그 안타까우면서도 이상한 어른들의 세계를 봅니다. 조선인임을 가리기 위해 말을 시켜 보고 발음이 이상하다고 죽이고, 질문에 답을 못한다고 죽이고... 겐지도 일본인이지만, 조선의 여자 아이(같이 꽃을 먹었던, 호감을 가졌던)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이를 구하려다 혀가 짧아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그리고 역대 천황폐하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본인임에도 조선인이라 판단되어 죽임을 당합니다. 겐지의 죽음은 억울한 조선인들의 죽음을 더욱 부각시켜 주네요. 이러한 억울한 죽음들은 또 누가 위로해 주어야 할지요?

<남작의 아들>에서는 조선인이면서 일본에게 잘 보여서 잘 살며 남작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아버지를 둔, 이도저도 아닌, 자기 정체성을 잃고 살던 가즈오가 친구 최진석을 통해 자신의 이름 송윤강을 찾아 가는 이야기가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으리라 여겨집니다.(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다보니!)

<잠들어라 새야>에서는 정신대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 짠함을 제 짧은 글솜씨로는 어떻게 전달할 길이 없네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서는 감옥에서 죄수들에게 주사를 놓음으로써 행해진 일종의 생체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윤동주의 시를 많이 인용해 둔 걸로 보아서 여기에 나오는 시인을 윤동주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많은 시들이 친일을 한 작가들의 시임을 아이들은 거의 알지 못한채, 아름다운 시어니, 주제니, 제재니 하면서 입시를 위해 열심히 외우던 것이 현재에도 계속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는 조금 달라졌는지???

<긴 하루>에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의 충격으로 일천황의 무조건 항복이 있은 후에 순이의 큰오라버니 홍구의 야학을 꼰질러 고문받게 만들어 실성하게까지 한 데라우치 선생에게 낫을 갈고 달려가던 홍구 아버지이자 순이 아버지를 말리며 어머니는 순이에게 아버지를 살인자로 만들기 싫으면 선생님께 어서 피하시라는 말을 전하라고 합니다. 데라우치선생님이 마지막에 순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빌어야 하는데, 사실은 이렇게 빌지 않고 있는 저들에 대해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대리만족이라도 시켜 주는군요.

<흙으로 빚은 고향>에서는 산새가 한 "너희가 조센징이라는 말을 부끄러워하니까 그게 재미있어서 더 그러는 거야. 너희들이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면 남들도 귀하게 대접해 주게 돼."라는 말을 새기고 싶습니다. 사치코가 자신의 이름이 김행자임을 일본인 친구 유리코에게 또박또박 밝히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여전히 일본땅에서 우리들에 대한 차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겠지요? 우리나라에 머문 소수민족(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일그러진 시각처럼 우리 또한 그런 대우를 받는다 생각하니 맘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마사코의 질문>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은 부분이 이 부분이라 이 책의 표제로 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원폭의 피해를 이야기 하면서 왜 원자폭탄이 일본에 떨어졌는지 그 후손들에게는 가르치지 않고 있고, 그 후손들은 일본이 전범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 교과서 왜곡으로 여러 차례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마사코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내가 유키짱한테 한 방 먹인 건 걔가 먼저 내 물건에 손을 대서야. 만약에 안 그랬으면 유키짱 머리 같은 건 안 때렸어." "......", "그러니까 우리 일본도 가만히 있었으면꼬마(원자탄) 같은 건 안 떨어뜨렸을 거야. 그렇지 할머니? 그치, 응?" 라고 계속 묻는 마사코에게 그 진실은 누가 말해 주어야 할까요? 어린 마사코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의 설정이 조금 억지스러운 감은 있지만, (적어도 이런 사고를 할 나이는 아니라 보아집니다.) 마사코를 통해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참, 무거운 이야기들이었지만, 이 책을 산 것이 무척이나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른 분들도 꼭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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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긴급 2007-10-1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자력폭탄 아닌가요?
 
아빠 보내기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4
박미라 지음, 최정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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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우리 반 반장이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 하나를 읽어 주었는데, 진짜 슬프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 하니 바다가 책 하나를 가지고 오겠단다. 그렇게 해서 가지고 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빠 보내기?'

"바다야, 이 책 넌 읽었나?" "네."

"주인공의 아빠가 돌아가셨나?" "아마 그럴걸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바다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책 전체가 바로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추억을 어떻게 고이 간직하고, 살아남은 자로서 살아가느냐 하는 이야기인데, "아마 그럴걸요~"라니!

바다가 이 책을 읽었건 안 읽었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책을 준 바다에게 참 좋은 책 소개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밥을 먹으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과 조금 나누었는데, 남편 왈 "아이들 책에서 너무 무거운 소재는 별로더라."그런다. 그런데, 세상사가 밝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러한 책을 한 번쯤 만나게 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딸 네 살 때 사람은 누구나 다 죽고, 엄마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더니 어찌 그리 슬피 울던지. 울어서 달래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다. 네 살 우리 아들은 언제나 엄마 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았는데, 니가 이렇게 자꾸 엄마 보고 업어 달라고 그러면 엄마가 빨리 할머니 된다 그랬더니 엄마 할머니 되는 거 싫다고 안 업히겠다 할 정도니... 그런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을 만난다면 이 세상은 아이들에게 어떤 무게를 안겨 주게 될까?

그에 반해 우리의 주인공 장민서양은 참으로 용감하다. 암으로 남편을 앞세우고 정신적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를 7층 할머니와 함께 병원에도 가지 않고 치료해 주었으니 말이다. 민서가 느끼는 아빠의 빈 자리에 대한 느낌! 그것이 슬픈 것인지, 외로운 것인지, 심심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가슴에 와 콕콕 박힌다.

물 젖은 와이셔츠와 탈수된 와이셔츠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  탈수되어 구겨진 옷에서 오랜 시간 병치레하던 아픈 아빠를 떠올리던 엄마는 빨아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 그렇게 흔들리는 옷을 보며 먼저간 아빠를 추억한다. 널어둔 이불이며 시래기가 엉망이 되었다고 쫓아 오신 6층 아줌마와 달리 똑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7층 할머니는 민서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분이고, 정말 진짜 할머니처럼 민서 가족을 구해 주신다.

이제는 할머니와 엄마는 공터를 닦아 가꾼 채소밭에서 맛있는 채소를 캐어 아파트 주민들에게 싼 값에 팔기도 하고, 채소 가꾸기 바람을 아파트에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아빠의 와이셔츠를 입고 밭에서 일하시는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마음이 아프시지 않으시다. 가끔 아빠를 추억하면서 민서도, 엄마도 마음에 물이 흐를 때는 있지만,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아빠의 자리를 괴로움 속에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이야기의 흐름은 막힘이 없고, 주인공의 아픔은 그대로 잘 전달이 된다.

어린 시절 죽지 않을만큼 놀았다는 작가의 프로필을 어디선가 만나 본 듯하다.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이러한 책도 한 번 읽어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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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분도그림우화 26
권정생 지음 / 분도출판사 / 198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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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권정생에 대한 그의 삶이 궁금하여 <권정생 이야기>라는 책을 샀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고마운 분이 있어 그 책을 그냥 선물해 버리는 바람에 다시 사야 된다. 그 책과 아울러 이 책을 샀다. 그리고 특별한 고민을 하고 산 책이 아니건만 내게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에 나는 그저 횡재한 기분이 든다.

생쥐에게 "내겐 너 하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아저씨와 "내겐 아저씨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생쥐가 펼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키득거리게 만든다.

먼저 죽은 생쥐가 아저씨에게 "아저씨, 난 이렇게 죽어서 편한데 왠지 아저씨가 걱정 되어요."라고 했는데 지금 권정생 아저씨는 죽은 후의 안식을 얻고 계실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생쥐와 종지기 아저씨가 주고 받는 이야기는 정말 상상이 아니라 현실인 듯하고, 작가는 꼭 그림에 나오는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삽화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다.

1985년 초판, 2003년 8쇄. 내가 산 책에서 얻은 정보다. 1982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무슨 상인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글짓기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부상으로 받은 일기장에 그려진 그림에는 간첩식별하는 법이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거나, 옷에 흙이 많이 묻어 있거나... 뭐 그런 사람은 의심해 보라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고, 그 당시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던 똘이 장군이라는 만화영화에는 북한 괴로군(?)은 모두 늑대탈을 쓰고 땅굴이나 파고, 머리에 뿔이 달린, 우리와는 사뭇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어린 맘에 강렬하게 남겼더랬다. 시대가 변했기에 오늘날 학교에서는 통일 교육은 하지만, 그 당시처럼 반공교육은 시키지 않고 있다. 돌이켜 보니 그 당시 우리에게 반공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었던 선생님들도 어떤 부분에서는 참 난감하셨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이 책에는 그 당시 금기시 되었던 북한 이야기, 소련 이야기, 어지러운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참으로 묘하게 풍자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우리가 교육 받은 대로 '북한은 나쁘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은근히 반어법을 쓰는 듯하고, 비꼬는 듯하고... 시대상에 의해 불온서적(?) 감시 받은 적은 없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 아저씨와 생쥐가 나누는 이야기가 엉터리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동시에 진실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이 글을 읽는 재미가 실로 쏠쏠할 듯하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 된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그 재미가 남다르다.

<장가가던 꿈 이야기>에서 생쥐는 아저씨 이불에 오줌을 누고는 아저씨가 장가가던 꿈을 꾸다가 그랬다 그러고, 아저씨는 누지 말던가, 누러면 흠뻑 많이 누어 빨래하는 보람이라도 있도록 하라고 뭐라하시고, 생쥐는 요렇게 쬐그만 게 무슨 수로 그 큰 이불을 흠뻑 적시냐고 항변한다. 그 시작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이러한 웃음은 이야기 이야기 마다에 숨어 있다.

<높은 보좌 위의 하느님>에서는 참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 계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만든 허상의 하느님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옥을 보고 나서>에서는 인간 삶이 곧 지옥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방송 연습>에선 대북, 대남 방송이 아닌, 생쥐골과 도토리골의 대동, 대서 방송으로 풍자되어 있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나다.

<아저씨의 유언>에서는 정말 키득키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죽은 후 자신을 돌봐 주면 생쥐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쥐포 반 마리를 주겠노라 약속하신 아저씨가 생쥐에게 요구한 것은 이집트 왕의 유해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에 발랐다던 몰약을 구해서 온 몸에 발라 주고 풀밭에 눕혀 죽은 후의 평안한 안식을 얻도록 해 주라는 것! 그러나 몰약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불가능하다고 아저씨는 이야기 하지만, 어느 날 정말 비슷한 것을 구했노라 이야기 하면서 아저씨로부터 쥐포 한 마리의 약속을 받아내고 생쥐가 내민 것은 '물약!' 몰약과 물약이 어찌 비슷하냐고 해도 점 하나 위치 차이 나는 것 말고는 정말 비슷하지 않냐 그러는 생쥐의 능청이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보라 하면 아이들도 나처럼 그렇게 키득 거릴 수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하나, 더! 이 책의 정말 큰 매력은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는 것! 4000원이니까 본전을 몇 번을 뽑고도 남으리라! 많이많이 사서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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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7-09-2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에 TV에서 권정생의 이야길 봤다. 그 이야기 중에 많이 인용되던 책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라는 책을 꼭 사서 읽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르겠다. 책이 절판 된 듯하다. 아쉽다. 어느 출판사에서라도 다시 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