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산다는 것
강영계 지음 / 해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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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철학을 생각할 시간을 갖는 삶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본연에 대해 삶의 의미에 대해 사유할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철학적인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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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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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독한 여름을 지나왔다. 그 시간을 지나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모든 게 그렇다. 지나고 나서야 그것의 본질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통과하는 동안에는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다. 오직 여름이라는 것만 실재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그 여름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그런 여름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은 사랑이고 어떤 이에게는 빚이고 어떤 이에게는 실패로 존재한다. 조해진의 『여름을 지나가다』 속 민, 연주, 수에게 여름은 아리고 시린 청춘이다.

 

 신혼집을 계약하고 결혼식을 앞둔 미래가 한순간 사라지고 부동산중개소 직원이 된 민, 아버지의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신분을 속이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 쇼핑센터 옥상 놀이공원에서 일하면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연주에게 삶은 정착이 아닌 길고 긴 정차였다.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 같은 집은 없었다. ‘삶이란 결국, 집과 집을 떠도는 과정이 아닐까.’ (43쪽)

 

 매물로 나온 집에 임대인 몰래 들어가 그들의 삶을 공유하던 민은 폐업 후 팔리지 않는 가구점에서 잠깐의 휴식을 즐긴다. 목수의 숨결을 느끼며 이상한 평화를 느낀다. 혼자만 알고 싶은 장소에서 수와 마주한 민은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 목수의 아들이었다. 수는 세상과 단절하고 일그러진 얼굴로 방에 갇힌 아버지를 피해 가구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위로하고 싶지도 않다. 빚이 삶을 지배하게 되면서 수의 가족은 와해되었다. 입대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머저리라 부르는 수에게 산다는 건 무의미하다. 현재의 불행을 안겨준 가구점에서 민은 그런 수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타인의 신분증으로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수는 성실함을 인정받고 옥상의 놀이공원에서 연주를 돕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지하는 연주를 보면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조악한 환경의 고단한 일터에서 연주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연주의 삶도 수와 다르지 않았다. 병든 엄마가 죽기 전까지 간호와 병원비가 연주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마법사로 일하면서 카페를 꿈꾸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산다.

 

 ‘발을 헛딛는 것쯤은 이제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오직 하나,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오늘뿐이었다. 단절이나 휴지 없이 이어지는 단 하나의 생애, 그 관성이었다.’ (169쪽)

 

 민, 연주, 수의 고단한 오늘은 내일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어떤 것으로도 위로받을 수없는 상흔 하나쯤 있는 게 삶이라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고통이 되살아난다면 어찌해야 할까. 하나의 여름은 겨우 6월, 7월, 8월까지 3개월이다. 그러나 인생의 여름은 장마와 폭염을 동반한다. 힘겨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건 가을이 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설령 그 가을이 태풍을 안고 온다 해도 여름의 끝에선 반가운 계절이 될지도 모른다.

 

 ‘어제와는 또 다른 온도의 바람이 손안에 잡혔다. 그제야 여름의 끝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다는 게 실감됐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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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 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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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대상과의 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걸 느낀다. 아는 순간 그 이유가 관계의 단절이 두려워라는 걸 알았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한다. 나를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체크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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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LIFE - Kume Mari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DIY 셀프 인테리어
쿠메 마리 글.사진, 설혜원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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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 이런 책으로 공간 배치나 가구를 만들어 새로운 활기를 불러와도 좋겠다.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겠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즐거운 변화를 안겨줄 책이 아닐까 싶다. 가을분위기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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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과의 하루
디아너 브룩호번 지음, 이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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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라 죽음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사라진 후 나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나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남겨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 역시 남겨진 사람들이 되었지만 여전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죽음은 삶과 다르지 않아서 영원한 숙제가 된다.

 

 작년 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우울했다. 우울의 근원도 모른 채 그저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의 임종을 맞은 건 큰언니였다. 가족들 모두 오후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고 30여 분이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땅에 묻고 우리는 마당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화창한 날씨였고 돌아보면 가족 사직을 찍은 건 정말 잘 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 봄을 지나 여름이 깊어가고 있을 때 큰언니가 아버지 곁으로 떠났다. 여름은 큰언니의 계절이 되었다. 임종을 지킨 작은 언니는 평온했다고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는 일은 고통을 동반한다. 영원한 이별은 영원한 애도를 필요로 한다. 죽음과 함께 애도를 표현하는 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알리스에게는 용기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느 날과 같은 겨울 아침, 알리스에게 쥘의 모습은 일상이었다. 눈 내린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쥘의 모습에서 죽음은 감지할 수 없었다. 쥘은 죽었다. 그러나 알리스에게 쥘은 죽지 않았다. ‘쥘의 죽음이 그녀의 뼛속까지 스며들기 전까지는 그는 진정으로 죽은 게 아니다.’ (11쪽)

 

 노년의 부부에게 죽음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니다, 누구나 죽음은 낯설고 두렵다. 그래서 알리스에게 오늘 하루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여야만 했다. 10시에 체스를 두러 오는 자폐 소년 다비드의 하루처럼 말이다. 다비드의 방문은 피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쥘과의 이별에 앞서 알리스는 먼저 다비드를 맞이한다. 단 하루만 쥘의 죽음을 유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쥘과 이별을 준비하고 인정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이라고. ‘그녀는 먼저 쥘과 이별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그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37쪽)

 

 다비드 엄마의 부탁으로 다비드와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알리스는 자신이 정해놓은 규칙대로 생활해야만 하는 다비드를 보며 오히려 어떤 편안함을 느낀다. 마치 쥘이 살아있는 것처럼 셋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알리스는 점차 굳어지는 쥘을 마주하며 함께 한 삶 돌아보고 가슴에 숨겨두었던(쥘의 외도) 말들을 꺼내고 쥘이 떠난 후 삶을 생각한다. 쥘과 알리스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살아온 시간이 아닌 이제는 알리스 혼자 해야 할 시간이 남았다.

 

 ‘천천히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바깥세상을 두껍고 하얗게 덮고 있었다. 풍경이 그녀의 눈앞에서 회오리치고 있었다. 인적 없는 거리에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어떤 움직임도 세상을 그 겨울잠에서 깨우지 못했다. 이것이 이별을 위한 완벽한 배경임을 그녀는 깨달았다.’ (106~107쪽)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은 얼마나 허락될 수 있을까. 알리스처럼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쥘과의 하루가 지나면 내일이 온다는 것이다. 쥘과의 하루는 끝나고 알리스의 하루는 계속 이어진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다비드의 말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이 지속된다는 걸 확인시킨다.

 

 “눈은 밖에 있고, 안은 따듯해요.” “밤이에요, 이제 자야겠어요.”(113쪽)

 

 죽은 쥘과 하루를 보낸 알리스가 그러하듯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실감하며서 살아간다.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간다. 아침을 맞고 하루를 보내고 밤이 되면 내일을 위해 잠을 잔다. 나 역시 그러하다. 엄마 그 이상의 존재였던 큰언니가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큰언니의 집을 오가며 정리 중이다. 아직 곳곳에 큰언니의 자취가 남아 있다. 함께 마시던 커피를 혼자 마시고 큰언니가 좋아했던 나무가 자라는 화분에 물을 주며 혼자 중얼거린다. 중얼거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애도 의식 중 하나다. 『쥘과의 하루』를 읽고 감정의 과잉을 정제하지 못한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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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1 16: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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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0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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