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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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가졌던 궁금증이고 이 책을 읽은 후 스스로 자연스레 다가오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자 주제이다. 또, 같은 공간안에 있으며, 같은 공기를 마시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무리들속의 한 '정상적인' 구성원으로서 이 '정상적인'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지와 편견의 소산인지 내 스스로 눈을 뜨게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내가 몰랐던 다양한 '불편한 삶'들을 보여줌으로써 '편안한 삶'에 안주하고 있는 나를 깨우치게한 그런책이기 보다는 그런 '불편한 삶'에 대해 놀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런 나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책이다.  또 마지막 책장을 덮고 [올리버 색스]라는 이름을 확인하며 경탄했던 그런 책이다.

이 책속에는 '불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7명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들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이 책의 내용을 빌어 말하자면 '정상인과의 경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사고로 '전색맹'이 되어 자신의 목숨과 같던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을 잃고 엄청난 혼란에 빠졌으나 나중에 오히려 색감을 읽은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서정연한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하는  직업이 화가인 [조너선 I]씨의 경우나 '투렛증후군'에 걸려 '틱'증상을 보이지만, 그에겐 단순한 하나의 일상인 [칼 버넷]박사의 경우 그리고 '자폐증'에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학을 연구하고 장치를 고안하는 [템플 그렌딘]교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은 질병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질병에 순응하며 그들의 삶속에 질병이 녹아든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다. 다만, 그들이 질병을 의식하는 경우는 소위 '정상인'이라고 하는 그들과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을 보는 '불편한 시각'을 '편안하고 안전한'시각으로 돌릴때에만 그렇다. 그렇다고 그 '정상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멀리하거나 불편해한다고 해서 이들을 이해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불완전하며 불안전한 삶'을 사는 그들도 그들의 세상에서는 '완전하며 안전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신경병에 걸린 사람들'에 내리는 정의가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 이 책은 곳곳에서 따끔한 지침을 내린다. 한 예로 태어날때부터 시각을 잃었던 사람이 40년이 지난후 일부나마 시각을 되찾았을 경우에 그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인'의 생각이라면 이는 아주 '비정상적인 생각'임을 알려준다. 그에겐 사물을 볼 수 있지만, 결코 사물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의 사물뿐이 볼 수 없다. 그에겐 보이는 것에 대한 정보를 통합적인 정보로 결코 쉽게 그려낼 수 없다. 그는 사물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모르며 무엇부터 봐야할 지 모르는 것이다. 그에게 그러한 것은 뇌에 충분히 연마되어있지 않으며, 이러한 그는 '시각적인 세계'보다는 '촉감의 세계'가 더 편안한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본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학습한 결과라는 뜻이다.

'정상적인' 나로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결과이다. 이런 무지를 책을 읽는 내내 발견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 마시고 있는 공기를 의식하지 못하듯이, 우리를 이루고 있으며 다른 이에게 나임을 보일 수 있는 '자아'를 의식하지 않는다. 이 '자아'가 우리들 각자에게 독보적이며 유일하듯이 '신경병 환자'들의 자아 또한 그들에겐 유일하며 독보적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만의 세계에서 완전한 '자아'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의 '자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이 '신경병에 걸린' 7명의 이야기이지만, '다름'을 지적하고 '특이'한 것을 쉽게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보기에 항상 '정상적임'을 아쉬워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똑같은 '경계선'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작가인 [올리버 색스]는 신경병 환자들의 '정체성 혹은 자아'에 대해  단순하게 보존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달라진 뇌와 '현실'에 적응하고 변화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신경병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르지만 결코 우리라는 선에서 벗어날 만큼의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이라고 보기전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을 가진 우리'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이 리뷰에서는 언급을 안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또한 그들만의 세상에서 주는 '선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 몇가지 맘에 드는 부분을 소개하자면..**

투렛증후군에서부터 자폐증, 기억상실, 전색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병의 습격을 받은 일곱 명의 주인공은 의학계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일종의 '사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한 독특한 인간이기도 하다. (p. 31)

저는 상대방을 외부에서 관찰하기보다 그의 내부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p. 32)

색이 아니라 파장에만 반응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 67)

하지만 차츰 문제와 갈등이 빚어졌다. 눈을 떴지만 보이자 않고, 시각의 세계를 구축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을 포기해야만 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와 갈등이었다. 그는 두 세계의 중간을 맴돌 뿐 어느 곳에도 안주할 수 없었다. 벗어날 수 없는 고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2차 실명이라는 역설적인 탈출구가 등장했다. 선물과도 같은 실명이었다. (p. 224)

PS.. 정말 이 책은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지루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페이지와 비교하여 그리고 책의 내용에 비추어서도 결코 책값이 과하지 않을 그런 책인것 같습니다. 이 책은 마치 독서의 즐거움을 내비치는 그러한 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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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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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각으로 봤을때 이 소설은 그리 특이한 점이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 왜 프랑스 아마존 78주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명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의 문학이 범용성을 갖춘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 하다. 만약...프랑스 고유의 색채(이 색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냥 감이다)를 이 소설이 유지하고 있다면 아마도 78주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조심히 든다. 그래서 '뤽 베송'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지만...실제론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굉장히 소비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것들을...
 
이 책은 나도 잘 모르지만 프랑스 적이지 않다. 그래서 쉽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가벼운 소설쯤으로 치부해도 괜찮을 듯 싶다. 이 소설은 로맨스로 시작한다. 매우 달콤하지만 결국엔 신데렐라를 꿈꾸는 한 프랑스 여인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치유되지 않은 사랑을 마음에 담아둔채 살아가고 있는 한 미국 남자의 이야기가 뒷 따른다.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운명이라는 실타래를 풀어버리는 그 순간에 조우하게 된다. 넉넉잡고 1초간의 운명. 1초간의 공존.
 
짧은 운명은 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들은 이미 사랑하게끔 예정되어 있었던 느낌이 든다. 소설이전부터.
 
그들의 지난 삶의 고통은 만남을 위한 준비된 아픔일뿐. 그리고 이 아픔에 대해 보상 받으려는 듯 이 두 젊은 남녀는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 여기까지는 무척 흥미로왔다.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과정이 풀려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풀려나갈까 생각하니 무척 기대도 되었다.
 
그런데 이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로맨스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장르가 바뀐다. 스릴러로.. 그러니까...영화 '마이 걸'이 '데스티네이션'으로 바뀌어버린다. 사랑이라는 운명은 죽음이라는 운명으로 바뀌어버린다. 하지만 소설의 색깔은 영화 '온리이프'와 닮아있다.
 
작가는 어떤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고자 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 죽음이라는 감정? 그러니까..비극과 희극중 어떤 클라이막스를 원했던 걸까.
 
 
분명, 작가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감정을 다루고 싶어했을것이 분명하다. 이 소설의 제목부터 '구해줘'아닌가. 그리고 죽음 이면에 순간적으로 감정을 휘돌릴 수 있는 사랑이라는 애틋한 것으로 포장해 버렸다. 로맨스가 없다면 구해주고 싶어도 구해줄 수 없지만, 로맨스가 있으므로 구한다면 무엇이든 한다로 바뀌어버렸다.
 
이제부터 본격 스릴러이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을 내뱉기 시작한다. 이젠 사회라는 자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문화인이 아니라, 사회속에서 격리되어 있는 그런 조난자들이다. 싫든 좋든 이 사회에 병든 치부를 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은 도시속 마천루가 가지는 위용을 더 이상 보려 하지 않고...그 이면의 그림자에 감추어있는 뒷골목을 보려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할런 코벤'의 소설과 약간 닮아있다. 모든 것은 관계에서 시작하고, 누군가 행한 행동은 그들의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숙명이 가져다주는 보복을 알 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가야 그들은 숙명이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알 수 있다.
 
구해줘...이는 누군가의 희생을 원하는 말일 수 있다. 어떠한 희생없이 누군가를 도울 수 없다. 결국 이 소설은 이 희생을 어떤식으로 최소화하고 무력화하는지에 대한 공상적 이야기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그래서 이 불가능을 사랑의 힘으로 무너뜨리려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충분히 희생시킬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이 소설은 던진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도우려는 자를 돕는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사랑과 죽음에 관한 작가의 자문자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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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 - 신과학 총서 4
마가렛 체니 지음, 이경복 옮김 / 양문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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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에 대해 재밌게 써놓은 웹페이지 입니다. <-- 클릭..

예전에 니콜라 테슬라에 대해 다른 블로그 이미 밝힌 바 있는데..테슬라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이미 책에서 보았던..[T : 테슬라]라는 '자기력선속밀도의 단위'로도 충분했다. 하지만..어느 웹페이지에서 우연히 본 그의 짧은 이야기를 보고 매혹당했다. 물론 그 전에 [허치슨 효과]라는 다큐를 보고 그 효과에 [테슬라 코일]이 쓰였다고 하여 더욱 관심을 갖게 된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니콜라 테슬라>라는 인물이 매우 궁금했으며(솔직히 이 궁금증은 <에디슨>과의 여러 에피소드 때문에 더욱 증폭되었다.) 그가 이룬 업적이 무엇인지 호기심이 갔으며, 결국 <마가렛 체니>가 쓴 이 테슬라 전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묻고 싶은 것이 한 가지가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과학자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다.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물론 그가 '미적분학'을 만들어 내었기에 그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뉴턴>의 친구이자 천문학자이며, 수학자이기도 한 <에드먼드 핼리> 물론 '핼리혜성'을 발견한 장본이기도 하다..그리고 '지구는 그래도 돈다'고 말한 <갈릴레이 갈릴레오>, 그리고..<케플러>,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레일레이>, <파인만>, <볼츠만>, <패러데이>, <허블> 등등...수없이 많은 과학자들중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자 한,두명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 또 한가지를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니콜라 테슬라>를 알고 있는가?" 아니.."들어는 봤는가?"라고 묻고 싶다.

물론 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진 들어 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을 본 지금 어찌하여 이 같은 사람이 현대 과학에서 숨어있는가하는 것이 정말 수수께끼다. 물론 이 책을 알면 어느정도 답은 나오지만 말이다...

<니콜라 테슬라>..그는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이다. 그는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홀연단신으로 왔으며, 이때부터 그는 그때 당시의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된다. 오히려 지금 조용한 것과 비교한다면, 그때는 어떠한 슈퍼스타 못지 않는 대접도 받았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오자 마자 <에디슨>의 아래로 들어간다. 그리고 <에디슨> 밑에서 그의 천재성을 유감히 발휘한다. <에디슨>도 그의 천재성에 대해 놀라워했다. 하지만, <에디슨>과의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에디슨>은 특허와 그 특허를 이용한 상품화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테슬라>는 오직 연구가 목적이었다. 그 자신만의 목적..그 당시 전기라는 것에 세상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을 무렵..<에디슨>은 '직류전기'를 세상에 내놓으려고 했었고, <테슬라>는 '교류전기'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결국 전기회사들은 '교류'에 손을 들었다. <에디슨>은 그가 두려워했던..<테슬라>에게 완패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테슬라>는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만든 일이었다. 지금 우리가 쓰는 '60 Hz교류전기'도 <테슬라>가 주장한 것이다. 물론 같은 교류로 '133 Hz' 교류도 있지만 <테슬라>는 '60 Hz'에 힘을 더했다. 참..우리가 알고있는 [제너럴 일렉트릭]이라는 미국 회사는 처음으로 <에디슨>이 처음 전기상회로 시작한 회사이다. 그후 많은 합병이 있었고, 지금의 이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또.. 우리가 거리낌없이 통화하는 '무선통신'은 <마르코니>가 창안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이것도 <테슬라>가 먼저 주장한 것이었고, 실지로 여러 분야에 대해 특허도 가지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에서도 <테슬라>가 죽고나서 <테슬라>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테슬라>또한 <마르코니>를 특허도용으로 고소한 사실도 있다.

또, 그는 인공위성의 원리, 헬리콥터의 원리, 우주통신의 원리, 레이다의 원리, 유도무기, 원격 조종 보트, 지열 발전소, 풍력 발전소, 인공번개에 따른 인위적인 기상 조절, 미래에 무섭게 사용할 수 있는 '입자 빔' 무기..(이것은 우주통신에 쓰일 빛(입자 혹은 파)를 가지고 응용한 것), 형광등, x-레이의 원리 등등..연구를 안해본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들 모두 지금 현대의 과학자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 것 들이다.

'x-레이'만 하더라도 그는 륀트겐을 앞지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론 앞지른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는 이 분야에 그리 깊은 연구는 하지 않았다. 그는 <에디슨>과는 달리 어느 한 분야의 연구만 할 수가 없었다. 연구를 하다보면 또 다른 연구 분야가 생각났고, 즉시 하던 연구를 그만두고, 다른 연구쪽으로 눈을 돌렸으니 말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전에 하던 연구는 중단한 것이 아니라, 잠시 보류상태였지만, 자신이 큰 목적을 가진 연구가 아닌 이상 곧 그 연구에 힘을 쏟기란 어려웠다. 그가 아주 큰 목적을 가지고 임했던 연구는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것들이 아닌 바로 '무선 에너지 전송'이라는 분야이었다.

즉, 전기가 전선을 타고 흐르듯이 그는 공기중을 통해 전기 혹은 다른 에너지를 전송할 수 있다는 고차원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에너지 방식은 어떠한 부가적인 전송 설비없이 직접 에너지를 모든 인류가 공용으로 충분히 쓸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기에너지를 어떠한 도파관이나, 도체를 통하지 않고 공기중으로 직접 통신하듯이 전송하겠다는 그러한 생각이 너무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는 많은 제약이 따랐다. 그 제약은 실험의 어려움이 아니라, 바로 연구비, 돈 이었다. 그가 받는 돈들은 대부분 전기회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회사가 자신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공간 에너지 전송 연구에 돈을 대주겠는가..<테슬라>의 큰  기부자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JP 모건]의 창시자 이라는 금융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돈을 대주지는 않았다. 관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의 경우 전선회사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돈을 대주겠는가..

하지만, 그는 여러 특허료와 여러 회사에서 얻은 돈을 가지고 연구를 하지만, <에디슨>의 방해와 여러 신문매체들의 부정적 기사로 인해 대단한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돈이 떨어져 연구를 중단하게 된다.

아무튼 그는 엄청난 연구들을 했으며,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연구했던 것들을 빨리 내놓고 싶어했다. 그것이 <테슬라>의 사명이었다. 그래야만 힘없는 자들이 똑같이 평등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때문이었다. 결국 이러한 그의 믿음은 사업가들의 야심에 무너졌다. 그리고 같은 일부 과학자들도 그러한 믿음을 없애버렸으며, 언론은 단순히 그를 몽상가라 부르며 비판을 가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문득 든 생각은 <테슬라>는 시기적으로 행복했으며, 불행했다. 시기적으로 아직 개발되고 발명되지 않은 것들이 무수히 많았기에 <테슬라>는 모든 연구를 스스로 일인자가 되어 해볼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그렇기에 행복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산업과 공업 그리고 현대 물리학의 태동기였기 때문에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긍정이라는 희망의 단어를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테슬라>는 심지어 자기 사후, 후배들이 이끌어주기를 희망했던 것들도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에 연구가 끝나고 발명품이 나오기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엄청난 기대를 했으며, 기대가 큰 만큼 그들의 실망도 대단히 컸다. 또 경제공황은 그의 연구의 발목을 잡았다. 이게 시기적으로 불행했던 일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시기적으로 매우 자유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그 자유스러움은 웬지 모를 여유로 보여졌다.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박사의 특유의 여유로움이랄까..<테슬라>의 친구 중 유독 눈에 띄는 친구는 <마크 트웨인>이다. 그와 절친했으며, 그와 문학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테슬라> 또한 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들의 조합은 매우 환상적이다. 그리고 그 시대 <테슬라>와 같이 했던 수많은 문학자, 과학자들..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했던 그의 매력은 매우 크다. 그는 <아인슈타인>과도 원자와 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동시대를 같이 살았던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물씬 자유스러움을 풍겼고, 여유로움을 비춘것 같다. 만약 요즘 시대와 비교한다면, 그들은 사업상, 그리고 연구 목적상 교류를 할 것이다. 낭만적인데라고는 내가 지금 이시대를 살고 있어선지는 몰라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가 했던 연구는 지금도 누군가의 손에서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의 이면성이 그렇듯, 누군가 그의 연구를 잘못 이용하여 서로 다치거나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개발 할 수도 있다. 그래점에서 미국정부를 보는 시각이 불편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미국정부가 <테슬라>의 비밀일지를 가지고 있다는 설이 있으며, 미국 정부도 어느 선까지는 인정을 했다.

<테슬라>가 그의 연구에 쏟았던 열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그의 연구에 방해될까봐 결혼도 하지 않았다. 이런점을 보고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일에 가진 열정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스러움..그도 돈을 원했지만, 궁긍적으로 그 돈은 자신을 위한 최소의 품위 유지비와 연구비였다. 비록 말년에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도 한때 돈을 만졌으며, 그는 돈의 가치와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서 연구를 뺐을 수도 있고, 연구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그의 연구에 필요한 부차적인 것이지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그가 풍미했던 시대가 지나자 그의 모든 것들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의 기록을 지우고 싶은 사람들에 의해서.. 그가 만약 그의 연구를 몇가지로 제한해서 수행했더라면은 이 세상은 어찌될지 몰랐을 것이다.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세상에 기여했던 인물을 기억하지도 않고, 사라지도록 내버려둔다면, 이는 우리들의 과오가 될 것이다.

그가 비록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고,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을지라도 우리는  그를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가 노벨상이 결국 거부되었던 것은 그의 성과가 약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너무 과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반을 마치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살고 있고, 나머지 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어. 어쩌면 앞으로 수백년이 더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 희망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네..
                            
<본문 中>

ps..그리고 물리 혹은 공학(전자나 통신쪽)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에 좀 빡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공자이어도 읽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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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조병준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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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9년도에 나온..『길에서 만나다』의 개정증보판이다. 그렇다고..예전에 나왔던..이 책을 봤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그렇다는 것...그만큼..오래전에 했던..여행의 기록이고..조병준은..그렇게..지금까지도..여행을..기록을..되새김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지독한..열병에 걸려있다. 길에 대한 열병... 사람에 대한 열병... 떠남에 대한 열병...만남에 대한 열병... 그리움에 대한 열병...반가움에 대한 열병...그리고..자신의 삶에 대한 열병...

길들이 내게 데려다준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

인생이 그렇듯 길도 때로 행복했고 때로 쓸쓸했다.

하지만 길에서 아주 많은 선물을 받았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선물들.

길 위의 친구들은 그들이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이 어떻게 내 인생을 바꾸었는지도 역시 짐작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당신들이 내 삶을 바꾸어주었음을.

-- p.12... 낯선 길로 떠나다...中

부러운 양반...케케묵은 자신을 놓아 버리고...새로운 자신을 보게된 아주 부러운 양반...

왜 이리 부럽지... 질투나서..글도 안써진다.

이 책을 읽고...한동안 멍하니 지냈다.

답답한..곳에서..이 책을 읽고 있었던..내 자신이 무척 슬펐다.

누구는..끝없는 길위를..광활한..대지위를..삭막한 사막위를...걷는동안.. 또다른 누구는...그가 보고 듣고 느낀 삶들을 꽉막힌 사각공간..콘크리트 건물속에  틀어박혀...읽으려 하니..답답해서 내 자신이 굳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누구는 자연을 닮아가는데...누구는 콘크리트를 닮아가고 있구나...

여행에서...길은..최종적인 목적지가 아니다. 길은 하나의 과정이다. 이 길속엔..설레임이 있고..반가움이 있다.. 물론..반면에 쓸쓸함과..아쉬움도 같이 묻어있다. 어딘가로 나선다는 것은...이 작가의 말을 빌려쓴다면...무언가를 '싶어하는 것..'과 같다. 멀..싶어할까... 가만히 이 책을 읽으면서..새록 새록 떠올랐던 느낌이 저 아래로부터..밀려온다.

사람들이..그토록...떠나길 원하는 것은 정말..자신이 무언가를 '싶어하기'때문이 아닐까?

보고싶고..느끼고 싶고..대상의 차이지만...결국...사람들은 떠나는 것을 '싶어하는 것' 하나로..통하나보다..

가는 비 내리는 날 독일 외틀링엔의 검은 숲 속을 홀로 걷고 싶어한다.

어느 아침 런던 교외에서 안개 속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한다.

안달루시아 황무지 사이로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싶어한다.

벨기에 플랑드르의 들판에 서 있던 풍차를,

풍차가 있던 시골 농가의 담벼락에서 아우성치던 담쟁이 잎들을,

풍차의 배경에 깔리던 가을 저녁의 노을을 다시 만지고 싶어한다.

싶어한다, 싶어한다, 싶어한다.

내 마음은 떠나고 싶은 소망들이 그려낸 추억의 지도다.

-- p. 126... 때로는 길을 잃어도 좋다...中

이 작가는..사이(間)를 매우 좋아하나 보다...

그러니까...공간(空間)속에 자신을 떠 맡기지..

그러니까...인간(人間)속에서 빈자리를 보고 싶어하지..

그는 항상..빈자리를 보려 한다. 자신이 석가인듯...먼가를 계속 비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는..'채우려'하는 데에는 익숙치 않나보다. 

이 책엔...낭비가 없다... 감정의 낭비가...

놓치면..흘러가는 것이고... 잡으면..만나는 것이다.

"티벳에서 왔니?"

"아니, 한국에서."

"인도에 왜 왔니?"

"몰라, 그저 오고 싶었어."

그는 다시 강물로 얼굴을 돌렸다. 나도 강물로 얼굴을 돌렸다. 그의 입에서 세 음절의 단어가 빠져나와 내 귀로 흘러왔다. 옴 샨티, 옴 샨티......샨티, 평화. 최면처럼 내 입에서 느리게 말들이 빠져나왔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 죽음이 평화가 되고, 평화가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는 언제나 평화는 가볍고 밝은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 이렇게무겁고 어두운 평화는 무엇이지?"

나는 그를 쳐다보지 않으며 이야기했고, 그도 강물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Let it flow, let it go, let it be."

오렌지빛 석양이 스러지고 어두워졌을 때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고 헤어졌다. 렛 잇 플로우, 렛 잇 고우, 렛 잇 비...... 어두운 밤, 강물 위에 촛불 몇 개가 흔들리며 흘러갔다.

...(중략)

인생은 강물이다.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또는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강물. 그 강물에서 잠시 만날 뿐이다. 모든 삶은 결국 강물에 실려가는 여행이다. 강물은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꽃도, 어느 춧불도 머물지 않는다. 흐르다가 보면 언젠가 그 강물에 다시 합쳐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내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강물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흐르게 하고, 떠나게 하고, 그저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 사람. 어쩌면 이미 수천 번 그 사람을 만났던 것인지 모른다.

-- p. 253.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中...

이 책엔..큼지막한 사진들이..(책 한페이지 혹은 양쪽, 두 페이지로 차지하는 것들이..)꽤 있다. 길 위의 풍경들을 상상하기엔 좀 벅찬것들을 이 사진들이 대신한다. 그래서..좋다..

글로는...작가가 느낀 감정들을 맛 볼 수 있고...

사진으로는 작가가 보았던...풍경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매우 느린 듯 히면서...무언가를 게워내고 있는 듯한 이 책은...

작가의 시간이..그리고 땀이.. 그리고 그의 사랑이 충만하게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한장 한장..넘기기엔...아까운 책이다.

조병준 작가는 지금 한국을 떠나있다. 6년만의 외출이라는데..(그의 블로그 에 가보니..^^)

앞으로도...좋은 글..좋은 사진으로 만나길 고대해본다. 내가 느끼지 못한, 못할..새로운 감정들을 듬뿍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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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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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무라 간이치로...

한 낭사가 있었다. 그는 난부의 번사이었고, 또 난부의 탈번자이었다. 그리고 그는 메이지 유신의 격변기를 피와 눈물로 맞이한 신센구미(신선조)였다.

이 책은 '아시다 지로'가 20여년 만에 완성한 한 무사의 이야기이자, 그의 아내, 자식들을 끔찍이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피가 흩뿌리고, 여기저기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 전장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매우 거친이야기이지만, 그 속은 한 없이 따뜻하다. 

각 450여페이지나 되는 두권의 책이 주는 무게는 그리 가볍지는 않다. 하지만, 책속에 들어있는 뜨거운 전우애의 이야기이자,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주는 이 소설은 수많은 글이 주는 무거움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 소설을 읽는 즉시, 한 무사에 동화되고, 이 무사의 족적이 궁금해져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예전에 무사꿈을 키워왔고, 애틋한 사랑때문에 탈번했던...오사카의 난부 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하며, 이 시작부분이 그의 끝부분이다. 

과연... 이 사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무게감이 느껴지는 두권의 소설은 이 사내를 추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 소설의 화자들을 통해 결국 도쿠가와 막부가 내리고 새로운 메이지 시대를 연 그 전쟁 후 50년이 지나 어느 신문기자(이 소설에선 이 기자의 말 한마디 조차 없다.)가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문무를 겸한 한 남자를 추적하고 밝혀내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요시무라와 조금이라도 옷깃이 스쳤던 여러 무사들과 주변인들(바로 이들이 '화자'이다)의 탐문으로 이 남자의 생애, 그리고 그 과정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초반부에는 요시무라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인물들은 그리 사건 중심적인 이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잠깐 스쳤던 인물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정확히 이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었다. 그가 정의로운 사람인지, 무술이 뛰어난 사람인지..도대체...이 남자는 무슨 공적을 세웠는지 말이다.

그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하고, 수많은 다른 무사들을 베어넘긴 이 남자는 이 남자에게 마지막 전투라 할 수 있는 '도바 후시미'전투에서 엄청 큰 부상을 당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할복하거나(이 시대의 이 상황에서는 가만 앉아 죽느니 할복이 가장 큰 명예였다..) 항복을 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전쟁터를 떠난다. 그리고 정신을 놓지 않고, 오사카의 남부 번에 들어간다. 제발 살려달라는 한 마디를 던지고 말이다. 그런데... 살아남기 위해('살기위해'라는 말과는 질적으로 다른) 들어간 이 오사카 난부 번에서 그는 할복을 한다.

보이지 않는 화자는 이 남자의 죽음으로 향한 이 과정을 캐어낸다.

갈수록 이야기를 풀어놓는 인물들은 일개 무사에서 점점 더 계급이 올라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 남자는 전설이 되어간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 구조라 시간축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한 남자의 슬픔이 그려지는 가 하면, 어느 순간에 이 남자의 극도의 활약이 그려지기도 하며, 더불어 이 남자의 행복도 그려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속에 사랑이 있고, 슬픔이 있고, 웃음이 있다.

이 책에 관한 리뷰를 다른 곳에서도 봤다면, 이런 문구를 한번쯤은 봤을 법도 할 것이다.

"절대로 공공장소에서는 이 책을 읽지 마라... 눈물 흘리는 당신이 매우 난처할 수 있다."라는 문구말이다.

이 '칼에지다' 상(上)권은 크게 동요할 만 한 것이 나와있진 않다. 하지만, 1권 후반부로 갈수록 절정에 이르고 2권에 이르러서는 그 격함이 밀려온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새벽탓을 많이 했다. 새벽에 읽으니..감정이 몰입되어 눈물이 흐른다고 혼자 자탄하면서...

이 소설의 가장 객관적인 소재는 바로 사무라이이며, 무사도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이다. 이 무사도를 멋드러지게 묘사를 한 것은 무사도를 위함이 아니라, 바로 '인의'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충의'보다도 더 본이 되어야 하는 '인의'. 이 소설이 주는 재미는 바로 '충의'와 '인의'를 똑같이 보지 않고, 이 두개의 '의'가 교묘히 부딪혔을 때,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충의'대신 '인의'를 선택하는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재미이자, 그리고 감동이 묻어나오는 부분이다.

        높으신 분들이 한결같이 말단 무사에게 죽어라 죽어라 다그치는 것은

        스스로 죽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던가.

        전장에서 죽는 것이어야말로 무사의 영예라니

        대체 어느 누가 그런 바보 같은 말을 시작했단 말인가

        내 나름대로 사서오경을 배우며 뼈에 사무치게 생각한 바가 있었다.

        공자님은 그런 말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주군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라고는 하셨어도

        충효를 위해 죽으라고는 하지 않으셨어.

        - p .237

그는 무예 뿐만이 아니라 문예 또한 출중하여...그는 그 자신의 고집을 '충의'가 아닌 '인의'에 묻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전장이든 비밀임무를 행하든 죽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자신은 죽어서는 안되기에 그렇게 다른 이들을 베고 또 베고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원하는 것은 매우 소박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인의'의 중심이기에 어느 누구도 쉽게 행할 수가 없었다. 소박했더라도 말이다.

이 책에선 인터뷰를 통해 '요시무라 간이치로'를 보여주는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그 반대로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내면으로 들어가 1인칭 시점으로 바뀌는 부분도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지금도 어렵다. 어떻게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들어가 화자가 주인공으로 될 수 있을지...그래서 감동이 더 클 순 있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것이 어쩌면..각기 다른 사람들의 기억들을 짜 맞추는 과정의 또 다른 연장선이 될 수 있다고도 느껴진다. 기억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야기들 이기 떄문이다. '기억의 객관성'은 존재하지 않기에...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여러 인물들이 생각했던 사건들의 겹침이다. 어떤 이는 한 사건에 대해 짧게 말하는 반면에 다른 이는 그 짧은 사건속에서 궁국의 감동을 이끌기도 한다. 이것이 기억의 단편들이 주는 묘미이다.

그렇게...요시무라는 여러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조립되어가고, 다시 탄생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를 겪었던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전설로 끄집어 나오게 된다.

'요시무라'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또한 매우 이상적인 사람이다. 이는 그 사람의 성품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시대가 정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이 사내는 매우 이상적이면서 현실적인 남자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이 책은 역시나 사무라이 이야기이므로 전투내지 칼싸움에 대한 묘사가 매우 진지하며, 흥미롭다. 감동을 잘 못느끼는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책에 쏙 빠져들것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아사다 지로'라는 작가를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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