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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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난 이 책이 나왔을때, SF소설인 줄 알았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타이틀에서 보듯이... 시간 여행자라는 어감이 아내라는 어감보다 꽤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역시나 아내(혹은 한 여인)가 중심에 있다. 시간 여행자는 이 아내를 돋보이게 하는 절묘한 수식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너무나 새롭고, 독창적이다. 시간 여행자라는 말 속엔 무궁무진한 상상이 들어가 있다. 이 비논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상상을 절묘하게 녹인 다음 사랑이라는 틀에 부어 만든 것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이다.

헨리(남자 주인공)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그가 수족(手足)이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 일탈이라는 특이한 유전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작가의 생각을 읽어 볼 순 없지만, 왠지 '시간 일탈 장애'라는 것을 '기면병'에서 가져 오지 않나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이 '시간 일탈 장애'라는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때고 또 어디서든 과거로 미래로 불쑥 불쑥 옮겨다니기 때문이다. 또 '기면병'도 그렇듯이 무슨 큰 병 걸린 사람처럼 보이거나 그 장애가 확실히 분간되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헨리는 클레어를 만난다. 처음 이들이 만났을 때는(처음 만났다는 것은 헨리 기준이 아닌 클레어의 기준이다.) 1977년으로 헨리는 36세, 클레어는 6세때다. 30살 차이가 있는 이들의 만남이었지만, 사실 이들의 나이차는 8살 차이에 불과하다. 이게 바로 시간 여행의 묘미이다. 헨리는 30세때 어느 순간에 과거로 훌쩍 돌어가 6살의 클레어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클레어는 이때 헨리를 처음 만났고, 헨리는 이미 클레어를 몇차례 만난적이 있다. 어쨌든..클레어는 이때부터 헨리라는 이상한 아저씨의 존재를 인식했으며, 이들의 운명도 함께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그 구조가 특이하다. 먼저, 시간 여행을 한다는 소재이다 보니... 단순히 시간 진행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어느때는 과거에서, 어느때는 미래에서, 어느떄는 현재에서...그만큼 이 소설 역시 시간축이 뒤틀려있지만, 그러나 큰 하나의 이야기는 일관되게 나아간다. 이 이야기 자체는 시간 순서가 아닌, 사건들의 연관성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역시 헨리와 클레어이며, 이 둘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간다. 한마디로 1인칭 시점이 2개가 있다는 이야기다. 헨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될때는 클레어는 제3자에 불과하며, 마찬가지로 클레어 시점으로 진행될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이것이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헨리의 경우 과거(혹은 미래)의 헨리와 현재의 헨리가 서로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24살의 헨리가 5살의 헨리를 만나는 것과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럼 역시 사건의 일관성에 따라 그에 알맞는 시점을 갖게된다. 꼬마시절의 헨리가 사건의 중심에 있을땐...성인인 헨리는 같은 1인칭 시점을 유지하면서도 타인의 관점으로도 보여지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시점의 변화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굉장한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리고 기존 시간 여행하면 떠오르는 상상에 더욱 더 힘을 보태준다.

가령...40대의 헨리와 30대의 헨리는 똑같은 헨리(헨리입장에서는 '나'의 시점)이다. 그런데 30대의 헨리는 40대의 헨리를 질투도 한다. 왜냐하면..클레어는 어느 시간대나 한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헨리는 비약에 따라서는 몇명까지도 (이야기 구조에 상관없다면 수십명..아니 수백명의 헨리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와 또다른 내가 주는 갈등이 이 소설에는 담겨져 있다.

이 소설은 역시나 로맨스 소설이다. 좀 진부한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 항상 새롭다. 왜냐하면...헨리는 항상 사라지고 클레어는 항상 걱정을 하며, 사라진 헨리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사건을 엮어들어오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종종 했었다. 만약...이 공간안에 나와 똑같은 내가(정말 또다른 나) 있다면...나는 또다른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찰떡궁합이 될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성격과 외모는 똑같지만..결국 그때 그때 순간의 생각은 서로 다르기에 결코 똑같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암튼...헨리는 또 다른 헨리를 이해하고 이런 헨리들(복수형)을 클레어는 이해를 한다. 이런 여자가 있을까 싶지만은 이래야만 이 러브 스토리는 돌아가고...또 정말 감동을 주기 때문에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정말 특이한 소설이다. 그리고 독자가 생각하는 오묘한 상상을 잘 이용한다. 이런 상상을 독자로 하여금 의도에 맞도록 유도도 시킨다. 그래서 처음 단순했던 플랫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내면이 더욱 더 실감나게 그려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애틋한(여기서는 애틋한 의미의 사랑) 감정을 풀어나가지만, 또 다른 한편엔 사랑을 지지해주고 유지해주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가족이라는 소재가 소설 전반에 에둘러있다. 헨리가 시간 여행을 하며 이룩하는 것은 사랑의 절정인 가족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가 이 세상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 지나친 소재로 보일 법도 하지만, 남용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되어있다. 절제도 해가면서...그래서 이 책이 산뜻한 것이다.(시간의 패러독스는 크게 의미없다. 이 둘의 이야기에 논리고 뭐고 들이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

참...이 소설은 최근 '라스트 데이즈'로 우리 곁에 돌아온 <구스 반 산트>감독이 현재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자 주인공 클레어의 역할은 '기네스 펠트로'가 맡는다고 한다. 음...왠지..클레어와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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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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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이 문구는 이 리뷰의 제목이 아니라, 한비야씨의 이 책의 뒷표지에 나온 말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한비야씨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곳에서 그렇게 가슴뛰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존경심과 경외감마저 일었다. 누군가의 강요로 혹은 떠밈으로 긴급구조라는 일을 했다면, 그녀는 훨씬 더 나이를 먹었을테지만, 이 책의 표지와 간간히 책속에 등장하는 한비야씨는 그 얼굴 그대로다. 여전한..그녀..통통 튀는 그녀..

내가 처음 한비야씨 책을 접했던 때는 내가 군시절 무렵이었다. 책은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운좋은 내무반이었기에 일병임에도 불구하고 군 내 서점에 들러 책을 종종 사러 갔었는데, 아마 내가 군대시절 처음으로 샀던 책이 <<바람의 딸 :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이었을 것이다. 첫번째 편이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였고, 두번째 편이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였다. 지금도 내 책장 저 한편에 먼지를 풀풀 뒤집어 쓴채로 여전한 그녀 마냥..여전히 다른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책 두권이 그녀의 만남 전부였다. 그 이후로 계속 '바람의 딸' 시리즈는 계속 나왔고(찾아보니 4편까지 나온듯..), <<중국 견문록>>이라는 중국 여행기까지 나왔지만,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제대 후에는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이다.

그런데..얼마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놀랐다. 그녀는 아직도 계속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예전에 그녀의 책들(해봤자 2권이지만..)을 읽을때..가장 큰 의문은 '과연 언제까지 여행을 할 것인가?' 였다. 그리고 과연 사회로 복귀하였을때, '무슨 일을 하게 될까?'였다. 아니..'과연 그녀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였다.이 두가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그녀가 무슨 책을 낼것인가는 솔직히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그는 여전한 뚜벅이로 세계 곳곳을 다녔던 것이다. 내가 한가로이 하품했던 그 어느 순간에도...

그녀는 정말 그녀와 딱 맞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긴급구조..라는 정말 특이하고 어떨때는 무섭기까지도 한 그런 일을 말이다. 나는 '여자의 몸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결코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성별을 떠나 사람으로 그리고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고귀하고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말해..정말 무서운 직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긴급구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서 그녀가 높게 보여졌을수도 있지만, 이 책이 좋은것은, 아니 한비야 씨의 모든 책이 좋은것은(솔직히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을 것이다) 그녀의 여행은 항상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데에 있다. 그녀의 소통은 희한하다. 그녀는 '만국공통'(이 말은 모든 세계인이 그녀를 좋아한다라..쯤)이다. 앞에서 소개했던 <<바람의 딸>>시리즈 책에 있는 소제목이 무엇인지 아는가?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세계 인간탐험]이다. 그는 정말 인간탐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이국적인 풍물, 가난, 범죄, 풍습..이런것들은 어찌보면 인간들이 내놓은 소산물이다. 그는 정말 이 세계의 본질인 [인간탐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인간'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내내..(이 글을 쓰고 읽어보니 이 부분서는 '그녀'가 아닌 '그'로 적었다. 내가 남성 우월주의자는 절대 아니지만, 이 부분을 썼을땐 '그녀'는 '그'였나보다..)

긴급구조에 대한 그녀의 글은 그녀의 정말 빠른 말과 어울릴 정도로 호흡이 가빠르다. 이 호흡이 빠른 글솜씨야말로 그녀의 긴급구조에 관한 여러 스토리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과 같이 글이 읽혀졌다. 그녀가 마치 내 손을 잡고 다닌듯 말이다. 이번 책에 나온 세계 여러곳의 긴급 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물론 한비야씨가 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그녀는 긴급구조 홍보부서에 있었을만큼..긴급구조 홍보에 정말 열심이다.) 하지만 나는 한비야씨가 긴급구조원이든 오지탐험가든 나에게 긴급구조원으로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그녀의 몸에 딱 맞는 티셔츠와 청바지와 등산화와 배낭을 가진 것 같은 그러한 직업을 가진 그녀가 좋을 뿐이다.

앞으로 그녀는 그녀의 전선(front line)에 뛰어들 것이다. 그녀는 또 다른 위험속에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녀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일은 아마 또 다른 책들이 한,두권씩 나올때마다일 것이다.

그녀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와 더불어 내가 계속 안도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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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축구다 - 끝나지 않은 축구전쟁의 역사
SHO'w 지음 / 살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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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이 리뷰는 2006년 7월 초에 작성... **

드디어...2006 독일 월드컵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월드컵 내내...축구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으로서 6월은 매우 행복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행복속에는 이 책『이것이 진짜 축구다』가 있어서...그 절정감을 맛보게 하였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의 성적은 매우 아쉽다. 단순히 16강 언저리에서 탈락해서라기 보다는 어찌보면...이만큼 괜찮은 조편성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운이 좋을때, 좀 치고 올라가는 맛도 있어야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신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어렵게 편성된 조에서 살아남아 올라간다는 것은 그 어떤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겠지만, 그 힘듦을 알기에 이번과 같은 행운의 조에서의 16강 탈락은 괜히 '진것은 진것이다'라고 깔끔 떨지 못하는 내 자신이 그래도 마냥 못난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나와 같은 분들...이 책 『이것이 진짜 축구다』를 보시라.

이 책의 제목이 왜 '이것이 진짜 축구다'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 책은 축구 강국 8개나라의 세밀하면서도 오밀조밀한 그리고 심지어 웃긴 일화까지도 매우 먹음직스럽게 묘사되어있다. 이 책에서의 8개 강국은 잉글랜드(차고 달리는 난폭한 신사들), 네덜란드(토털풋볼, 축구혁명은 오렌지색이다), 이탈리아(축구는 승리만을 위해 존재한다), 독일(게르만 부족의 필드 침략사), 프랑스(필드 위의 이민자들과 그들만의 아트풋볼), 스페인(꽃다발을 받지 못한 투우사), 브라질(축구는 골을 위한 댄스다), 아르헨티나(탱고처럼 격렬하게, 늑대처럼 잔인하게) 로 구분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축구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 자체(축구 선수들과 코치진)가 바로 그들 나라의 국민성을 어떻게 대변하는지, 그리고 바로 그들만의 독특한 축구 전략과 국민성을 왜 동일시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러한 설명들에 대해 홀딱 빠져들을 것이다. 앞서 8개 나라의 괄호속에  표현되어 있는 이 국가들의 소제목들은 정말 표현이 절묘할 정도로 딱 들어맞는다.

이 세상의 모든 인종 그리고 모든 국가들이 똑같이 생긴 둥그런 공 하나만을 차고 달리지만, 결국 그렇다고 다 똑같은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와같은 말은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지만 느낌만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여러 나라의 축구 형태 혹은 뿌리에 대해선 제대로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이 책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비록 이번 월드컵 8강 이후는 거의 유럽 일색이고 남미 두 나라(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끼어든 형편이지만. (물론 끼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 남미 두 나라는 누구나 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축구 강국이자, 그리고 매 대회때마다 점쳐지는 우승 후보국이다) 이러한 구도는 말 그대로 이변이 존재하지 않는 엄연한 전통적인 월드컵 구도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우리나라가 떨어진것이 매우 아쉽긴 하지만, 이 책과 매우 잘 어울리는 구도로 되어 버렸다. 그리고 8강전을(물론 그 전인 16강전부터) 치르면서...이 책에 나오는 그들만의 전술과 그들 나라의 전세대의 축구 영웅들의 바톤을 지금의 현세대가 얼마나 잘 이어받았는지...지켜보는 것도 매우 큰 재미이다.

이 책의 중심은 축구의 역사이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월드컵의 역사이다. 비록 축구의 대중성과 기반이 그들 나라가 가지는 각 리그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 리그라는 것이 순수하게 각자 나라를 대변하는 것만은 아니다(용병이나 외국 코치진의 영입 이유로...). 물론 월드컵이라는 경기 자체도 코치진은 외국인들이 맡을 수 있지만, 그들이 외국인이더라도 그 국가가 가진 정체성을 무시할 순 없다. 우리나라의 예로 본다면..비록 히딩크에서 아드보카트로 이어지는 외국 사단(네덜란드 사단)이지만, 그들은 네덜란드의 토털축구(혹은 압박축구)에 우리나라의 본성인 '투혼'을 접목시켰다고 봤을때...우리나라의 정신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시말하면...다른나라와는 사뭇 다른...주변 아시아의 축구와도 같은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축구로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월드컵은 국민들의 자존심이 걸려있고, 좀 오버가 되어 애국심이라는 자국에 느끼는 본성에 호소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축구는 축구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혹은 축구를 넘어선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불붙기 때문에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축구 이상의 것들이 담겨져 있다. 바로 세대와 세대를 건너며 혹은 이어져 내려오는 선수들에 대한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고, 국민들은 축구 이전에 축구스타(혹은 레전드로 표현되는 영웅과 같은...)를 통해 그들의 사랑을 한껏 불어넣는 그러한 모습들이 정말 뭉클할 정도로 표현되어져 있다.

그리고 축구장 밖의 모습들, 예를들어...앞서말한 국민들의 스타를 향한 갈망과 각 스타들의 눈에 불꽃튀는 경쟁심리, 그리고 정치와의 엮임, 각 나라 스쿼드에(혹은 포메이션에...) 담긴 고뇌등...이루 말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들이 각 페이지마다 작은 박스안에 알차게 들어있다. 정말 웃기기도 한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있다.

일례로...난 이탈리아편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이탈리아에 대한 소제목이 '축구는 승리만을 위해 존재한다'인데..이는 정말 이탈리아에 대한 궁극의 묘사이다. 왜 그들이 빗장수비라 일컬어지는 '카테나치오'를 쓸수밖에 없는지..(여기서 웃긴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이기지는 못해도 질 수는 없다'로 표현...)그리고 왜 그들은 거친 축구를 할 수 밖에 없는지..그 이유와 과정들이 들어있으며, 그 속에서 눈물짓는 이탈리아 선수들에 대해선 일면 불쌍한 면도 느꼈지만, 그 쾌감이 온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들의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는 장면이란...(비록 글로 표현되어 있지만...이 상상력을 막을 순 없다..ㅎㅎ)

그리고 이들 8개 나라가 끝은 아니다..각 대륙별로 주요한 나라에 대해선 따로 설명을 해놓았고..물론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과 더불어 북한 축구(그 유명한 '사다리전법'을 포함하여...)에 대한 설명도 깔끔하니 들어있다.

이 책을 읽고..월드컵 경기를 본다면...그 누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엠블렘에 새겨지는 별이 왜 그토록 고귀한 것인지 알 수가 있다..(그만큼 월드컵 우승은 어렵다는 얘기..^^")

2006.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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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행복한 물리학자 파인만에게 듣는 학문과 인생이야기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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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1981년에 학부를 졸업한 직후 나 지산이 겪였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세계 최고의 연구시설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칼텍으로 갔을 무렵 나는 풀이 죽어 방황하고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내 연구실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의 연구실 근처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서문 中에서>

이 이야기는 197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은 이스라엘과 중동간의 전쟁인 '중동전쟁'중 네번째 전쟁인 '욤키푸르 전쟁"이 벌어진 때이다. 저자인 <믈로디노프>는 전쟁중 그때는 거의 전쟁이 끝나가는 시기라 특별히 할 일이 없던 밤에는 키부츠의 작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봤다 한다. 그때 저자는 대학 2학년 생으로 전쟁때문에 자원을 한 학생이자 군인이자,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어린아이였다. 그는 그 도서관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쓴 '물리학 법칙의 특징 The Character of Physical Law'과 '파인만 물리학 강의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를 읽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버클리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받고, 1981년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 Caltech)'로 첫 교수직을 받고 그 곳에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분명 겁을 먹었다. 그의 논문은 훌륭하였지만(그러니까..칼텍서 오라고 했지..), 그는 자신이 없었다. 그 당시에 벌써 19명이 노벨상을 수상했고, 나머지 한명은 저자가 오고나서 받았다. 그는 그 당시 물리학의 거장으로 불렸던 <리처드 파인만>과 <머레이 겔만>과 한 복도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떨리지 않겠는가.. 참고로 <머레이 겔만>은 1964년 소립자는 '쿼크(quark)'로 구성되어있으며, 그것의 전하는 정수(1/3 or 2/3)가 아닐 수 있다는 제안을 한다. 결국 1969년 미국의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수소원자핵 안에 있는양성자와 충돌시킨 결과 확인됐으며 이로인해 노벨 물리학상을 타게된다. 아무튼..이런 과학자들과 같이 일을 하고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초보 교수로서는 분명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거장들에게 조언을 얻기로 결심한다. 결국 양대 거장인 <머레이 겔만>과 <리처드 파인만>에게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머레이>의 경우 그는 연구에 파묻혀 살고 있으며, 그의 성질 또한 불같아서 자신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그와 마주치는 것을 조금은 피해야할 정도였으니까..반대로 <리처드 파인만>은 그에게는 좀 더 쉬운 접근 상태였다. 하지만, <파인만>도 그의 주관이 확실하며 물리 이야기 외의 다른 이야깃 거리들로는 쉽게 다가서기가 껄끄러웠다. 그리고 그는 암에 걸려 있어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믈로디노프>는 <파인만>과 자주 물리에 관하여, 그리고 자연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우었다. 교정안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더욱 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파인만>은 쉽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파인만>은 자신의 일을 남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파인만>에게 접근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그는 심리학이나 심리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파인만>은  항상 <파인만>의 답은 '네 답은 이미 네가 가지고 있다'라는 투의 대답이 최선이었다.

<믈로디노프>는 두려웠다. 어쩌면..그는 머지않아 칼텍에서 쫒겨날 수도 있으며, 그것으로 그는 끝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과연 물리로 어디까지 승부를 해야하는 지도 몰랐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이론이 학계를 휩쓸고 있었다. 바로 '끈이론'혹은 '초끈이론'이라는 것인데,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죽을때까지 연구했던 '통일장 이론'과 매우 관련이 깊었다. 아니, '통일장 이론'을 완성시키거나 아니면 폐기시기거나 하려면, '끈이론'에 대한 정답이 나와야했다. 그리고 이러한 '끈이론'은 <머레이 겔만>이 이끄는 quark나 여러 소립자들과 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말 다 집어치우면, 즉, 줄을 서야한다는 것이었다. <파인만>쪽에서서 '끈이론'을 무시하든지 (<파인만>도 '끈이론'은 무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 자신의 동료 교수와 같이 그 당시 획기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든지, 아니면, <머레이>쪽에서서 '끈이론'을 옹호하든지...그는 그 자신의 연구를 어느쪽과 이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 <믈로디노프>는 n차 시,공간에 대해서 연구중이라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시,공간을 n차로 놓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그는 그 와중에도 계속 <파인만>과 대화를 나눈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하고 물리쪽보다는 그쪽으로 선회하고 싶어했지만, 글쓰기 쪽도 쉽지가 않았고 그 당시 학자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리 평판에 맞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파인만>에게 왜 물리를 공부했냐고 묻는다. <파인만>은 한마디로 '열정과 재미'라고 말했다. 와병중에서도  그를 이끈것은 바로 '하고 싶다는 욕구와 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제일 큰 동기인 재미'였다.

이 책은 분량도 작지만 그렇다고 쉽게 보는 책이 아니다. 솔직히 물리쪽의 전문지식이 좀 나오지만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당시 과학계의 흐름정도로만 이해하고 보면 큰 무리가 없다.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은 바로 <파인만>의 생각과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의 생각을 매치시키고 대입시킴으로써 생기는 감정을 곧 바로 정리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연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종종 힘들다고 호소하곤 한다..난들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그런 하소연을 들어줄 수 밖에...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은 해주었지만,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파인만>의 이야기가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파인만>의 입장과 자신의 어려울때의 상황을 대입시키지 않은 결과이다.  파인만은 과학적 행동이어야 말로 '상상'이라고 말했다. 물리혹은 다른 과학 전공자들이 수학 공식을 풀고 어려운 책들을 읽고 하는 것은 '상상' 그 이후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한 수학적인 과정은 그 '상상'을 단순히 진짜로 만들어주거나 '상상'이 말 그대로 '공상'이게 만드는 단순한 일련의 작업이지 결코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상상'이 있어야..모든 것이 차례대로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quark'나 '끈이론' 같은 것도 '대단한 과학적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어처구니 없는 개인적 상상'이다. 누가 전하의 양이 정수 차원을 떠난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한 예로 전기는 3v 뿐만 아니라 3.5v라는 정수범위를 넘을 수 있는 크기를 가질 수 있지만, 전하가 1/3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상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속에서 수많은 과학적 이론들이 제시되었으며, 이 이론들은 결국 그들을 지금까지 밥먹고 살게 해주는 거대한 원동력인 것이다.

<믈로디노프>가 <파인만>에게 자신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파인만>은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자의 상상력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부분이 있다. 작가의 상상력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그래서 그 자신 또한 작가들을 존중은 하지만, 자신은 작가적 상상력과는 다른 과학적 상상력이 있다면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나한테는 새로운 이야기를 아주 잘 꾸며내는, 그런 종류의 상상력은 없다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나한테 좋은 상상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나는 소설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학자의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 즉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파악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지. 소규모로 또는 대규모로 벌어지는 일들은 처음 예상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네! 원자를 그려보는데도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지. 원자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거라고 예측하는데 말이야.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지.

과학자의 상상력은 제어를 당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과는 다르네. 과학자가 뭔가를 상상하면, 신은 '부정확하다'거나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하지. 물론 여기서 신은 실험이야. 신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아, 아니야, 그건 일치하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말해. "나는 그것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해. 그렇다면 이런 것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게 보일지 않을 수도 있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우리가 잘못 추측한 거니까. 하지만 글쓰기에는 이런 것이 없네. ....(중략).... 또 글이라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과는 달라 계속 확장되어 나가는 지식의 덩어리가 아닐세. 수학이나 과학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합쳐 거대한 괴물 덩어리를 만들지. 그리고 여기에는 진보가 있네. 하지만 전에 씌어진 것 덕분에 매일 더 나은 작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다른 사람들이 전에 글 쓰는 법을 보여준 덕분에 이제 그 바탕에서 글을 더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말을 들어본적이 있냐고? 과학이나 수학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본문 中>

 <파인만>의 이말은 결코 글쓰는 작가들이 과학자보다 못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들의 능력이 과학작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의 요지는 과학적 상상력은 자신으로부터 나오며, 이는 곧 또 다른 사람에게 상상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이런것이 과학의 진보와 결부되어 세상은 더 많은 진실을 알게된다는 그런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믈로디노프>는 과학자의 상상력 대신 글쓰는 작가의 상상력을 택하게 된다. <파인만>의 과학자로서 상상력에 대한 가르침도 매우 큰 것이었지만, 결국 <파인만>과 줄곧 곁에 있으면서 얻었던 가르침인 '열정과 재미, 그리고 흥분'을 할 수 있는 그 자신만의 영역을 찾은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깨달았으며, 그는 좀 더 있다 칼텍을 떠났다.

결국 그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된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라는 이 책은 그 때 당시 파인만과의 대화를 허락하에 녹음했었고, 그리고 20년이 지나서 그는 녹음테이프가 든 상자를 발견하고 이 책을 썼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유명한 '스타트랙' 시리즈의 'Next Generation'의 글을 썼으며, 그후에도 여러 헐리우드 영화를 위해 글을 썼다 한다.

이 책은 역시나 '젊은 과학도가 걸어야할 과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과학도를 넘어서 우리 시대 사람들이 가져야 할 열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머레이>와 <파인만>의 성격 비교부터 그들의 입심대결..그리고 그 외 다른 주변의 연구인들과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들도 같이 소개되어 있다.

짧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얻고 싶다면, 그리고 그 무언가도 흐릿한 상태라면, 이 책을 한번쯤 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참..자신이 무언가를 상상함에 있어서..그 저변에 깔려있어야 하는 것은 확실한 '이해'이다. 그 '이해'의 과정을 끝난 후에야 자신은 '믿음이 가는 상상'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상상은 '공상'에 머무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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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는 지금도 전쟁중이다. 그가 전쟁터에 있든..전쟁을 모르는 사회에 있든..그 누군가는 알수없는 전쟁속에 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는듯도 하지만...어떻게 끝났는지는 잘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도 전쟁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쟁의 부당성을 거대한 서사시를 통해 이야기한다. 전쟁은 오직 하나의 수단일뿐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무엇에 대한 수단일까... 단지 사회가 잘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 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왜..전쟁이 뻑뻑한 사회에 치는 기름일 수 있는가..하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물론 내 대답은 정답이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것은 느꼈다.

전쟁 또한 반드시..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라고 말이다. 전쟁은 가장 야만스런 소비행위이자, 가장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생산적 행위이며...결국 하나의 거대한 녹슨 경제적 장치로 통한다.

누군가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 그냥 떠오른 생각이다.

왜 하냐고 묻지 마라... 누굴,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하냐고 묻지마라..

단 한가지는 물어도 좋다. 언제 끝나냐고 한번 물어 보아라..

묻지말라는 질문에 대답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물어보라는 질문의 대답에는 아무도 대답 못한다.

내가 보기에 이 전쟁은 아마... 예약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 자리에 있는 그들은 알람 울리듯이...때가 되면... 행동을 개시한다...

언제끝나냐고?... 이 책에는 최소한 ... 3143년에 끝난다. 최소한...단 하나의 종족과...

물론 이 SF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가 현실이 되고... 노래가 현실이 되고... 상상이 현실이 되듯이..

아무도 장담 못한다. 전쟁이 끝날지... 그리고 어떤 전쟁이 또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을지는...

<이어지는 내용...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만델라'는 단지...일병에서 소령까지 진급하는데...천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지구에서 전쟁을 수행하지 않고.. 우주에서 전쟁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느끼는 절대적 시간..혹은 절대적 약속은 없다. 콜랩스라는 웜홀 비스무리 한 것을 타고 그는 전송된다. 물론 전송보다는 빠져나가는 것이 맞다 하겠다. 다른 우주로.. 잠시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으로는 몇백년이다. 비록 광속과 맞먹는 속도로 날라간다하더라도..

물론..이 시간에 대한 원칙은...나 혹은..조 홀드먼(이 책의 작가)이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꺼낸 이야기다. 그러니까... 믿어야한다. 누군가 반론을 하기전 까지는...

암튼..그는 한 건의 전쟁을 수행하고... 정말 운좋게..그리고 기분좋게...지구로 귀향하면... 이미 지구는 떠날 당시의 지구가 아니다. 그러고 조금 머물다..또 명령을 받고 또 다른 우주로 나간다.

이번 또한 기약없는 여정을 한다. 피를 보기 위한 여정..

'만델라' 일병 혹은 하사, 혹은 소위, 혹은 소령은 이유를 모른다. 단 하나의 명령이다.

지금까지 개전 초 부터 유일하게 옆에서 싸워 온.. 동료가 있다. 그는 여성이다. 만델라는 '폿터'라는 여성과 친구이자 동료 병사이자, 애인이다. 항상 옆에 있다. 각자..다리와 팔을 잃었을 때도 함께 복원 치료를 같이 받았다.

시간은 흘러 흘러... 더 이상 지구의 도덕은 예전과 다르다. 이성애를 병이라 여기고 동성애를 당연시한다. 그들은 단 하나의 명령때문에 특이한 사회 구조를 맞게 된다. 그들의 친구와 가족 혹은 그들의 자식..손자..또 그들의 손자...손자들은 죽었지만... 이 둘은 여전히 사랑한채로...곁에 있는다.

그러다...또 하나의 명령을 받는다. 이번엔 명령이 두개다. 그들은 각자 다른 공간으로 떠나야만 한다. 누구를..그리고 무엇을 위해 가는지는 모르지만...안갈수는 없다. 만약 가지않고..둘이 탈영을 한다면..그들은 같이 죽는 것 밖에 남지 않는다..

이미 돈이란 개념은 저 우주로 날려먹은 지구...크레딧이라는 통화(솔직히..이것도 웃기다.)를 쓰며...그들에게는 '파이팅 슈트'도 없어서...외부 위험으로부터 보호 할 수도 없다. 참...크레딧을 쓰기 전에는 식량 난 때문에...'칼로리'라는 통화를 썼었다. 그것도 2000년대에... '칼로리'는 식량 배급권같은 명칭으로.. 복잡한 사회적 속임수가 이 안에는 들어있다. 웃기게도..3000년대에는 '칼로리'도...'크레딧'도 쓰진 않게 되었지만..

다시..이야기로 돌아와...이 둘은 각자 이송 명령서를 부여받고...둘이 부둥켜 운다. 둘다 죽을 수도 있었고...어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둘이 살아돌아오지만..서로의 시간대가 맞지않아...누군가는 상대방의 자식의..손자의...손자의...손자와...조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치 않은 전쟁은 이들의 사랑도 대단히 어렵게 만들었다. 돌아오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지만.. 이미 사회는 동성애를 바라는 시점에서...이들은...어려운 사회생활을 해야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떠났다. 각자의 우주로... 각자의 전쟁터로...

그리고...'만델라' 소령은 죽을것 같았던..전투를 무사히 치르고 귀환한다. 서기 2458년에 출발하여...서기 3143년에 돌아오게 된다. 그는 이젠 전설이다. 개전 초... 서기 1996년도에 인류의 첫 우주전쟁을 한 이후로... 서기 3143년 인류의 첫 우주전쟁을 끝나기까지...어디에서든...'만델라'는 참여했고..목숨을 이어왔다.(솔직히..전투는 몇건 하지 않았다.)

만약..지구에 오자마자....죽어야했다면...그는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나는 전설이다."라고...

그의 여자친구인 '폿터'는 어떻게 되었을까...그녀는 이미 수백년전에 지구에 왔다.

그럼...그들의 '영원한 전쟁속에서의 영원한 사랑'은 이렇게 끝나고 말 것인가... 책을 보라...

참...서기 3000년대의 지구는 어떻게 변해있을까...아직도...동성애를 하고 있을까...아니면..이성애를 하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면...알겠지만...지구는...아니..우리 사회는 참 편한 구조(정말..편하다...편하디 편해...불편할 정도로..편하다...)로 바뀌어간다.

이 책은 말한다..

지금의 사회적 구조가 불편하다면...서기 3000년까지 살아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 어디서 보았는데..'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1000년 이상 생존해있지는 못할거라고 그랬던 것 같다. 최소한..우리는 과거의 공룡과 같은 운명의 길을 갈 것이며...이 지구는 새로운 종으로 차있을 수 있다고..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이 또한 서기 3000년대까지 살아보면 알 수 있을까???)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가 결국 어떻게 그려지는지..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유토피아가...얼마나 징그런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는지...

물론...그 징그러운 디스토피아 조차도..그 사회법에 찌들어있다면.. 유토피아로 느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도 머나먼..우리 조상들이 봤을때...유토피아로 볼 수 있을까...아니면...징그러운 디스토피아로 볼 수 있을까...최소한 우리는 유토피아도...디스토피아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우리 사회는 진화중인지..퇴보중인지..알 수 없다. 하지만..역사적으로 봤을때...진화중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유토피아로..아님..디스토피아로 ..아님...다른것으로..어디로 진화를 하는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결국은 책을 봐야 알 수 있겠다...(이것이 바로...책을 읽은자의 행패..^^")

마지막으로 이 책은 반전 메세지가 녹아있지만, 그렇다고...직접적으로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이 책의 저자인 '조 홀드먼'도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의 문체는 전쟁터의 병사일기 같다.

'스타십 트루퍼스'라는 책이 있다. 그 유명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이 지은 책 말이다. 물론 나는 아직 책으로 보진 않았다(물론 영화로는 보았다). '영원한 전쟁'이라는 이 책을 보기전에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전투방식에 대한 묘사가 비슷하기도 하지만...가장 큰 이유는 '하인라인'은 우파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을 찬성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이곳 SF세계에서도 좌파, 우파가 등장하는 것도 놀랍고..우습지만...어찌되었던... 분명... 각자의 시각차가 존재하기에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 싶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내내 나 자신도 놀랐다. 책이 너무 박진감 넘치고... 재밌어서이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유는 다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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