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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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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실적인, 고쳐묻는 역사해석을 위하여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이주한> 

 

 

 

 

   '이 책은 발칙하다.' 아마도 국사학계를 주름잡고 있는 사람들에는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제목부터 그렇듯이 아예 '대놓고 까는'식으로 논지를 편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의 이름들도 대놓고 이야기한다. 가려져있는 것들에 속 알맹이를 보지 못했던 독자들은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남에 통쾌하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역사서이기는 하지만 얘기하려는 것은 '한국 주류 역사학자들 = 식민사학'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표지부터 엄포를 놓은 것일까. 사실과 역사적 맥락에서 정확한 인식을 추구하는 역사 비평가인 작가는 오늘날의 한국사를 '죽어있다'고 본다. 일본과 중국에 의해서 조작되어지고 은폐된 역사, 그 식민사관이 교묘하게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스승들을 극진히 따르던 이병도와 그의 수많은 제자들에 의해서, 그리고 사실적인 역사를 탐구하고 그대로 발표할 수도 없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라는 장소에서. 잘못된 역사는 답습되고, 답습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식민사관에 기초한 한국사가 주류 한국사로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주 성실하게 우리의 역사가 신화에 의거한 매우 길고 위대한 역사라는 것을 가리고 또 가려버린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막고 폭력을 휘두르니 결국 '역사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해를 돕고자 책 속의 식민사관의 전제와 핵심 명제를 열거하자면

1. 한국 역사는 짧았고, 영역은 좁았다. 2. 한국은 고대부터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3. 한국 민족은 주체성이 없어 타민족의 영향과 지배를 받아야 발전했다. 4. 한국은 천여 년간 사회적, 경제적으로 정체된 사회였다. 5. 한국 민족은 열등하고, 사대성과 당파성이 심하다. 6. 일본의 한국 지배는 필연이고 당연하다. 7. 한국은 일본 통치에 감사해야 한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작가의 비평이 다소 자극적인 감은 있지만,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열이 오르는 비밀들이 가득한 책이다. 자신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철저히 식민사관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주류 역사학자는 은밀히 숨어있다가 특히 반복되는 독재와 군사정권에서야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나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이 장악된다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언제나 그래왔듯, 작가는 다시한번 민중에게 말한다. 또다시 '희망을 사실로 만들고, 우리가 바꿔나가보자고. 민중이 주역인 역사로 변화시켜보자고'. 가능할까? 일단 중요한 건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 믿는다.  

 

 

   자신을 향한 일본 학자들의 사랑이 이병도는 너무 자랑스럽다. 그들이 왜 식민지 청년을 그렇게 사랑했을지 의문을 갖지도 않았다. 자신같은 인물을 사랑해줘서 그저 감격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을 것이다. 이병도는 자신의 말대로 당시 일본 학계의 최첨단을 걷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그들에게서 역사를 배웠다. "당시 일본 학계의 최첨단"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에도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은 일왕을 학문적으로 다루거나 거론하는 것을 피한다. 목숨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천황제국주의에 입각해 침략 전쟁을 벌이던 시기에 활국사관에 충성하지 않는 이가 일본 학계의 최첨단을 걸을 수는 없다. (37p)

 

  우리는 어떤 텍스트도 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각자 나름대로 문장의 맥락을 해석해야 한다. 위에서 보듯 한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편찬한 사전에서도 김원룡을 극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민사학이 사학사 무대로 넘어가기는커녕 아직도 한국 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데 있다. (61p)

 

  "요컨대, 조선 교육은 이치를 캐는 자를 되도록 줄여야 한다." 이것이 조선총독부의 교육방침이었다. 한마디로 천황에 대한 노예 의식을 가슴 깊이 새기는 교육이었다. (63p)

 

  상상력이야말로 신화를 푸는 핵심적인 열쇠다. 신화가 형성된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조건, 고대인의 관념과 정서, 그들의 논리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해야만, 거기에 응축된 고도의 상징들을 이해할 수 있다. 단군조선의 역사는 신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역사적 사실의 반영이자 사화 史話다. 신화와 역사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신화를 허구로 보는 폐쇄적 사고와 단정적인 태도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일제가 의도한 것도 이런 역사 인식이었고, 이런 가치체계를 주류 식민사학계는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 (120p)

 

 하나의 정설만 있어야 하는 한국사는 이미 역사도 아니고 학문도 아니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으니 연구할 필요가 없다. 아니, 연구해서는 절대 안 되는 역사가 한국사다. 역사는 늘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또한 학문은 "물어서 배운다"는 뜻인데, 어쩌다보니 한국사는 따지지 말고 외워야하는 비학문이 되었다. (258p) 

 

 

역사는 인내심이 깊다. 진실이 가려져도 역사는 자신을 지킨다. 누군가 진실한 역사를 발견하길 끈질기게 기다린다.

소설 <큰바위 얼굴>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결국 마지막에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큰바위 얼굴이다. 우리는 진실을 왜곡할 이유가 없는 어니스트Honest들이다. 우리는 남을 지배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고, 정직한 역사를 갈망한다. 러시아 속담처럼 "우리가 기다린 것은 우리였다." (354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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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부터의 혁명 - 우리 시대의 청춘과 사랑, 죽음을 엮어가는 인문학 지도
정지우.이우정 지음 / 이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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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탄탄한 지도를 갖기 위한 <삶으로부터의 혁명 - 정지우, 이우정> 

 

 

 

  청춘, 가장 파란만장한 꿈을 꿀 수 있고 '청춘을 지나보낸 이들이 그리워 하며 바라보는' 계절이다. 요즘에 나오는, 흔히 청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청춘 조언서'들은 집채만한 파도같은 현실에 휩쓸리는 청춘들에게 감정적인 위로를 던지고 부드러운 손길로 다독인다. 한번쯤은 그런 위로도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혼동되는 청춘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넘쳐나듯 쏟아져나오는 그런 류의 책들. 그리고 그 책들을 비판하는 책들.. 청춘은 어떤 말을 들어야할지 갈 수록 갈팡질팡하다.

 

  <삶으로부터의 혁명>은 책과 영화, 많은 사상가들의 말과 함께 '삶을 중심에 두고 현실을 성취하는' 일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한다. 현실과 삶 그 둘을 둘 다 버리지 않고, 대신 삶에 무게를 조금 더 두어 살아가는 방법을 많은 예시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청춘의 문제적인 모습인 잉여, 허무, 스펙에서의 강박..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현실의 많은 장애물들에 넘어지지 않을 힘을 깨우쳐준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자아에 대한 세 가지 인식틀을 확실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세가지 인식틀은 우리 내부의 현실에 반응하는 부분인 '주인자아'와 그가 내린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노예자아', 그리고 그 관계속에 갇혀있는 우리에게 그것이 옳은 것인지 항상 묻고 있는 '제3의 자아' 분류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의 완성도는 그 셋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그리고 마지막 '제3의 자아'가 얼마나 발전된 모습으로 함께하는지에 따라 높아진다. 그 중요한 '제3의 자아'의 결단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책, 영화, 위인들의 삶 등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우리의 삶은 결국 내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삶을 향해 열려있는 우리 자신을 만들어나갈 때만이 우연처럼 행복한 삶이 만들어질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가장 먼저 바라보고 사는 것. 그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가장 큰 인생의 해결점이다. 가끔은 흔들리고 부정적이고 서투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매일을 인식하고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실한 지도를 가진다면' 우리의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때 탄탄하게 그려진 과거의 길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청춘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찾아나가기를 바라는 열정 멘토들의 말들 속에서도, 청춘은 함정에 빠진다. 웬만해서는 청춘도 곧장 '맹목적인 자기계발'에만 매달리는 현실주의자나 세속주의자가 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그들은 대신 조금 다른 꿈을 꾸고 싶어 하고, 자기만의 열정을 가져보길 원한다. 그것이 설령 현실에 의해 녹초가 될지라도, 갈기갈기 찢어질지라도 한번 뿐인 청춘 속에서 무언가 남다른 것에 자기를 바쳐보고 싶은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렇게 청춘 안에 머물게 되는 '꿈'이나 '열정'과 같은 단어는 멘토들의 응원 속에서 변질된다. (31p)

 

  - 우리가 흔히 '현실의 압박을 느낀다'라고 할 때 현실은 우리의 바깥 보다는 우리의 내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즉, 현실은 우리를 바깥에서 억압하고, 공격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나 혹은 우리가 거기 참여하는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안에서 우리를 채우고 있는 어떤 것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 언제든 우리 안에서부터 우리를 향해 오는 것, 우리를 삼키며 내부로부터 분출하는 것에 가깝다. 실제로 현실이 정말로 우리의 밖에서 우리를 압박해 들어노는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54p)

 

  - 길을 걸으며 언제나 의식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타자'의 시선이다. 그 타자는 진짜 사람이 아니며, '우리 안'에서 만들어진 어떤 집단적 형상의 시선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 시선에 시달린다. (150p)

 

  - 서구는 언제나 활동성을 최고의 가치로 숭상해왔는데 20세기에 이르러 동양을 발견하면서 동양적인 것이란 오로지 정적이고, 고요하고, 활동하지 않는 초월적 차원을 지향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노자만 하더라도, 과연 정말 교외에 물러서서 바라만 보는 삶을 숭상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오히려 노자가 주장했던 것은 '현실의 활동성'이 아닌 다른 활동성, 즉 '삶의 활동성'은 아닌가? 노자의 무위(無爲)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상의 자연성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자는 무위에만 빠져있는 게 아니라, '무위를 통해 행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히려 그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타는' 어떤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 새로운 활동의 가능성에 대한 추구라는 여지를 더 강하게 품고 있진 않을까? (203p)

 

  - 여행은 많은 이들에게 '삶에 대한 새운 기대'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여행은 그 자체로 '삶을 향한' 작은 시도이며, 거기에서 우연히 만날지 모르는 타인은 기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우연'이라는 게 단순히 '우연 그 자체'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내부로부터 촉발되는 어떤 것임을 알게 한다. 즉, 우연은 우리가 여행에서처럼 '삶을 향해' 열려있을 때, 그리고 삶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향해갈 때, 어느 순간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244p)

 

 

 사실, 읽는데 순탄치는 않았던 책, <삶으로부터의 혁명>

 거창한 제목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올지는 모르고 읽었지만 지금 고민하고 있는 20대들이 이 책을 정독하고 가슴에 담아둔다면, 

 자신이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하는지만큼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청춘들에게 필요한 건, 해답이 그대로 제시되 있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 아니라 그 해결책을 직접 찾아나갈만한 용기를 주는 이런 인문학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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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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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문명과 카잔차키스를 엿보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 박경철>

 

 

 

 

사백 페이지를 훌쩍 넘을 정도로 두꺼운 책이다. 읽기전 후루룩 펼쳐보니 감탄할 만한 사진들이 줄곧 눈에 들어오는 이 책은 '시골의사 ...' 책으로 유명한 박경철이 어릴 때부터 꿈꾸어왔던 그리스 곳곳을 여행하고 쓴 기록이다. 사실 사진이 많고 여행 기록이라고 해서 여행 에세이 정도의 가벼운 독서를 생각하면 조금 힘들만한 책이다. 그리스의 역사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작가가 그토록 동경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흔적과 함께 걷고 보고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 속의 여행 내내 박경철은 카잔차키스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수많은 카잔차키스의 입과 글에서 나온 것들을 통해서.

그리스는 친숙하면서도 알듯 모를듯한 나라이다. 어릴 때 보았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이것저것 접해본 이야기들은 많고, 요즘엔 뉴스에도 많이 등장하지만 사실 '현재의 그리스'의 모습들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 찬란한 문명의 그림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어떻게 남아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코린토스, 올림피아, 스파르타.. 그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몇몇 관광객들은 '그리스에는 그리스가 없다'며 투덜대기도 하는데 이런 비밀들을 다 알아두고 눈으로 보아야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 같다. 작가의 말마따나 그리스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곳'이라 한다. 또한 책을 통해 본 그리스인들은 무척이나 정이 많고 신념이 깊은 것처럼 보였다. 특히나 스파르타 (영화 300의 영향이 큰 듯...)의 문화와 사람들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스의 역사, 신화와 함께 이야기하는 그리스 여행이야기. 그리고 더불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중한 글들까지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이 책 덕분에 그리스는 후에 유럽여행을 가게 될 때 한번 꼭 들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이성이 신에 굴복하고 영원히 그 너머의 것을 동경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이성은 어둠 속을 방황하며 추위에 떨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은총을 구걸하는 가련한 손바닥에 마른 빵 부스러기를 쥔 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를 향한 경배만 올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의 말대로 불행은 결코 인생의 교훈이 될 수 없으며 위대한 비이성적 모험은 영원히 되풀이 되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그의 운명과 맞서 사우는 유일한 방법이며, 비록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장렬한 순교일 것이다 - 61p

 

'물의 원천을 찾아 올라가는 어부', 그렇다 우리가 굳이... 이 샘이 그들의 생명줄이었다는 해석 따위를 시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페이레네 샘은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고, 우리는 계속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그 노역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반드시 그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야만 한다는 의지, 그것만이 중요할 뿐인 것을. - 97p

 

그리스인들에게는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종교적 제약에서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탁월함'이라고 불렀다. - 316p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나에게도 영웅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입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스인들에게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내가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그것이 친구이고, 친구에게는 모든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명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정'이란 말의 의미다. - 321p

 

어찌보면 그의 말대로 오늘날의 인간들은 노예로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며, 어느 나라의 국민이고, 어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가 부여되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헐떡거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주인이 아닌 노예의 삶에 다름 아니다. 고난에 맞서며 강건한 자세로 삶에 정면으로 다가서는 정신, 스파르타의 용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기다. - 416p

 

흰 벽이라도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붉은 안경을 쓰면 붉게 보이고, 푸른 안경을 쓰면 푸르게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본 이 벽은 어떤 빛깔일까? 붉은 빛? 아니면 푸른 빛? 본래의 벽이 어떠하든 간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붉게 보이는 것도, 푸르게 보이는 것도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점이다. '벽이 붉다'하지 말고 '내 눈에는 붉게 보인다'고 말하는 한 그 벽의 빛깔이 흰 것도, 붉은 것도, 푸른 것도 모두 진실이다. - 429p

 

 

 

이 책을 읽기 위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는데,

읽고 나니 이 책에 나온 것들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한번 읽고 싶다.....

+ 조르바 뿐만 아니라 카잔차키스의 매력을 듬뿍 느낀듯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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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한 유럽의 속살
원종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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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만 볼 수는 없잖아?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원종우>

 

 

 

 

 


 역사는 분명히 다른 측면에서 본 단면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여러 매체로만 남겨진 우리의 과거를 이해하기에 한가지 시선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우리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유럽문화 계열을 공부해야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역사에 대한 자료들이 굉장히 반갑다. 이렇게만 보던 것을 저렇게만 보게 되고, 오해했던 것을 새롭게 다시 고쳐 알게 되는 것이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는 그 제목 대로 어떠한 편견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냉정하게 관찰한 과거의 역사들을 자신의 의견과 함께 담아내었다. 그리고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르게 유럽의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내면들에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를 들면 '히틀러의 로마 따라잡기', '현재도 이어지는 중세적 무지와 편견'처럼 시대에 따라 흐르는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새롭게 관찰할 수 있는 과거의 이야기들 또한 이야기 해준다.

 

 

 

 

 

 전 딴지일보 편집장이었던 이 책의 지은이 '파토' 원종우는 그러한 역사와 논리 이외에도 자신이 여러나라에서 겪어 왔던 현대 유럽에 대한 얘깃거리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면과 유럽 여러나라의 모습들을 비교하고 보다 바람직한 문명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할 동기를 준다. 한국과 유럽, 어느 문화가 더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분명 장점과 단점이 서로에게 존재한다. 저자는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서로 이해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방식은 온정적이고 따듯한 면은 있지만 그래서 낳는 병폐도 만만찮다. 지금가지 한국 사회의 모습이 증명하듯 자칫 사회 전체가 감정과 핑계, 무책임에 의해 끌려다니는 공정하고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일장일단이 있는 것인데 분명한 점은 그들이나 우리나 아직 가장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 111p)

 

 

삶의 여유는 단지 토요일에 쉬는 식의 기계적인 방법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이런 정책들은 사회 전체의 여유를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끌개에 불과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여유가 사회 전체에 공유되는 것이다. 내가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늦춘 템포를 일이 돌아가는 속도의 기준으로 삼고 비용을 지불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일의 속도도 느려지고 돈도 더 내야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에서 공유된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34p

문명 차원에서 '발전' 이라는 말을 쓰려면 인간의 존재 양식이 총체적인 의미에서 향상되어야 한다. 전구의 발명은 기술을 통해 어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문명적 차원의 개가지만, 이어진 형광등의 발명은 기술적 발전의 의미는 있어도 같은 무게로 평가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 56p

 

낯선 것,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문명은 저열하다. 서로 간에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대화와 양보로 조정하지 못하는 문명은 천박하다. 그러나 소화하지 못하거나 조정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총칼을 앞세워 상대를 파괴하려는 문명은 저열함과 천박함에 더해 잔인하고 위험하다. 이런 자들이 강력한 폭력의 권능을 가졌을 때 인류의 미래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 131p

 

슈퍼맨의 훌륭하고 영웅적인 활동을 정치적인 의미에서 한 단어로 규정한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독재'다. 의도 자체는 순수했을망정 임의로 세상을 자기 기준에 맞게 강제적으로 바꾸어버렸기 때문이며, 그 모든 것이 물리력이라는 바탕하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믿는 바와 만든 세상이 진정 옳은 것인지, 복잡한 인간심리 및 세계정치와 경제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그저 유사시에 언제나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 무한완력이라는 힘을 가진 그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 329p

 

 

 

지난 학기 프랑스 혁명에 대해 정말 골치아팠던 시간을 보냈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유럽문명의 시발점인 로마 이야기와 외전으로 등장한 프리메이슨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특히나 소소한데 재밌게 보았던 부분은 이야기가 끝나고 난후 한 문장으로 들려주는 자잘하고 잡다한 지식들이 재미있었다. 공포스럽게만 보이던 단두대, 기요틴이 죽일 때 고통을 주지 않게 한 기구라니.... 또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중세시대, 마녀의 고발 사유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당시 마녀로 잡혀가는 이유는 얼토당토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큰소리로 웃는 사람, 많이 웃지않는 사람,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 몽유병, 낮잠자는 사람..... 현재가 중세시대였다면, 어휴 끔찍하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저자의 냉정한 태도를 가장 많이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 친일파에 대한 내용이었다. 제국주의에 대한 이야기 중이었는데, 작가에 의하면 친일파 중에는 실제로 기회주의자이자 파렴치한도 많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명분을 믿고 지지했던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나 유명한 '내선일체 : 일본과 조선은 하나다'에 대해 일부 고위 친일파들은 체제와 사고를 강요한 것으로 비판받는 이 사상에 대해 '조선인이 일본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받는 현실을 두고 비판했다'고 한다. 조선인의 이익이라는 입장에서 내선일체를 준수하라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본인의 독점욕에 대한 터무니 없는 명분이었고 친일파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아직도 치가 떨리지만 '내선일체'라는 사상에 대해 이렇게 느낄 수 있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다.(물론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ㅡㅡ)

 

문명은 그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을 위해 빌딩을 건설하고 다리를 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명인으로 부끄럽지 않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노력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 150p

어쨌든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을 스스로 빛나게 하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가꾸고 스스로의 생각을 제대로 자리 잡히게 해야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독도의 경우도 그렇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면서도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어필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아직 너무나 작다. 발전된 것이라 여겼는데 아직 한국이란 나라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보다 낮아보이는 사람들에게 차별을 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성장해야 한다. 지금가지 역사는 인간으로 대변되어 왔다. 작가의 말처럼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우리 하나하나의 의식이 제대로 자랐을 때 우리 나라의 위상이 세계에서 더욱 큰 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좋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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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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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씁쓸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들 중엔 아마도 '패배'라는 단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졌다'라는 말보다도 패배라는 말 한마디는 왠지 더 짜증나게 보이는 단어에요. 그런데 이걸 사람에 붙이니까 느낌이 확 오네요. 누군가에게 '넌 패배자야' (사실 이렇게 말하는 건 번역투같지만) 라고 말하면 따라올 그 사람의 반응이 ........... 상상하기도 무서워요....ㅋㅋ 어쨌든 이 책에서는 패배자라는 모욕적인 단어에 '위대한'이라는 말을 붙여 조금은 순화시켜놓았습니다. 그렇지만 모순된 의미를 가지게된, 여전히 강렬한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상반되지만 서로 극적인 의미가 붙은 탓인듯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패배자라는 칭호를 가지게 되었는지, 위대함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이 책 <위대한 패배자>는 역사 속 패배자들의 패배이유에 맞추어 그들을 분류해 놓았습니다.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왕좌에서 쫓겨난 패배자들, 가까운 사람에게 내몰린 패배자들, 세계적인 명성을 도둑질당한 패배자들 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궁금하여 책을 펼치니 다른 책들보다 조그마한 글씨에 조금은 강의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지루해지는 찰나에 관심있던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재밌는 이야기들도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루한 부분도 있긴 있어요. 집중력 최고 발휘해서 읽으려고 안간힘 썼답니다 ㅎ.ㅎ)

 

 

인상깊었던 패배자들. 

 

 

열대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체 게바라

단두대의 제물이 된 사랑스러운 인간 루이 16세

토마스만의 그늘에 가려 살게 된 하인리히 만

괴테에게 발길질당한 천재 작가 렌츠

사후에 세계를 평정한 탕아 빈센트 반 고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찾아보기는 힘들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이 이유가 세상에선 패배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역사속 사실들과 실제로 남긴 말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작가에 의해서 골라내진 패배자들이기 때문에 의견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사람들의 관심밖에 나게 된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새로 조명한 점에 대해서는 배우는 입장에서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제목과는 관련이 없지만 공감가는 말들 또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가장 간결한 언어로 만들어내는 것은 에베레스트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힘이 든다. 너무 힘에 겨워 펑펑 운 적도 있었다.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심장이 쪼그라질듯이 아팠다. 얼마나 그런 경우가 많았던지! 망할 놈의 문장 같으니! - 이사크 바벨

 

하나의 삶 이상을 살았던 사람은 한 번 이상 죽어야 하는 법이다 - 오스카 와일드

 

대중은 억압의 강도가 줄어들 때 그 억압적인 법을 무너뜨린다. 프랑스인들은 상황이 점점 더 나아질수록 그 상황을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 혁명을 통해 생겨난 정부는 거의 항상 그 이전의 정부보다 낫다. - 알렉시 토크빌

 
     

 

 

 

 

헨리포드가 한 이 말은 책에 소개된 위대한 패배자들에게 모두 적용되지는 않았네요. 한번의 실패로 패배의 나락으로 빠져든 역사속 인물들도 있으니까요. 다시 영리하게 출발할 수는 있었으나 승리자가 되지는 못했어요. 이들이 실패 후 새롭게 출발해서 승리를 쟁취했다면 '위대한 패배자'가 아니라 '역전의 승리자'가 되어야 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결국 과정에 초점을 맞춘 '위대한'과 결과에 초점을 맞춘 '패배자' 라는 말이 합쳐진건데.. 작가는 위대한이란 단어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책의 앞과 뒷부분의 '안티히어로에 대한 예찬'에서 볼 수 있어요.

 

 

 

 

위대한 패배자라는 말은 다소 비꼬는 식의 반어법이 아니라 예찬이었어요.

 

 "승리자로 가득 찬 세상보다 나쁜 것은 없다. 그나마 삶을 참을 만하게 만드는 것은 패배자들이다."

결과만을 바라보고 승리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외쳐볼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에요. 어쩜 우리일지도 모르는, 세상에 가득찬 패배자.... 작가는 역사 속 인물 들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남겨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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