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아파트값 거품빼기와 진보

오전에 '벼랑끝 인문학'에 대한 기사들을 모아두었는데, 사실 내가 더 공감하는 것은, 그리고 보다 근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위기'이다. 소득 양극화는 OECD국가 중에서 미국, 멕시코와 함께 가장 심각한 나라에 속한다고 하고 어제 보도로는 자살율도 2년 연속 세계 1위라고 한다. 각종 통계수치에 대한 신뢰도를 조금 낮추더라도 '살맛나는 사회'의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정치권 안팎으로 갈수록 사회적 갈등과 분쟁의 골은 깊어만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게 '길잃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짚어본 지난주 경향신문의 창간 60주년 특집기사를 버리지 못하고 책상 한쪽에 모셔두고 있는 이유이다(지금 보니까 가방에 있다). 기사는 주로 '진보개혁의 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 중에서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아니 보다 실감나게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의 비판은 여러 모로 정곡을 찌르고 있다(사실 '아파트값 안정'과 '사교육비 경감', 이 두 가지가 대내적으론 가장 핵심적인 국정과제 아닌가? 정부나 정치권에도 난다긴다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왜 해결이 안되는 것일까? 거꾸로 사정은 왜 더 악화되기만 하는 것일까?). 진단에 걸맞는 해법이 현실화될 수 있는 방도는 과연 없는 것일까, 의문을 던지면서 한번 더 읽어보고자 한다(강조는 나의 것이다).  

경향신문(06. 09. 14) “현실 모르는 ‘반쪽 진보’ 권력 맛본뒤 퇴화”

진보개혁 세력이라는 사람들 정치는 잘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독재냐 반독재냐, 직선제냐 간선제냐 같은 선악이 뚜렷한 이분법적 정치 문제에는 상당한 능력이 있다. 독재자를 타도하고, 부패한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경제는 바보’다. ‘실물’에 참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처럼 이분법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다. 복잡하다. 또 정치 문제와 달리 바로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야 느낀다.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세력이 관료다.

나는 그걸 DJ 때부터 봐 왔다. DJ는, 태생적으로 DJP연합이다. 정치는 진보, 경제는 보수를 택했다. DJ때 경제 정책은 모두 개발 관료에 의존해 나온 것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 건설 경기 부양, 신용카드, 외자 유치 등이다. 그러다 말미에 아들과 측근이 개발 세력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부패 사건에 연루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 YS, DJ보다 나은 진보 정부라 여겼기에 서민·중산층을 위한 진보적 경제 정책을 내놓을 줄 알았다. 또 재벌·기업의 특혜를 파헤치는 경제 과거사의 진상 규명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이룰 줄 알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정치만 유능, 경제는 바보
참여정부는 집권 1년간 법안을 통과시킬 의석이 적다고 변명했다. 2004년 4월 ‘탄핵풍’으로 진보개혁적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대거 입성했다. 민노당도 거저 들어갔다. 여대야소 정국 의미도 있지만 더 큰 의미가 있다. 총선 승리로 진보개혁 세력이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의도까지 점령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게 다였다. 의미있는 입법 하나 못했다.

경제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아파트 선분양은 그것 자체가 특혜다. 진보라는 사람들이 아파트는 분양받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돈주고 사는데 ‘구입’이고 ‘매입’이지, 왜 분양이냐. 분양이라는 말에 나눠 준다는 뜻이 있다. 강아지 분양하듯 이해하는데, 누가 주체인지 잊고 산다. 신도시 개발 방식도 들여다보자. 정부가 농민들의 농지, 임야를 30년간 헐값으로 뺏어서 건설업자에게 팔아넘겼다. 택지 조성도 하기 전에 말이다. 농민은 도시민에게 당연히 빼앗겨야 하고, 국가는 농민의 땅을 뺏어도 된다는 인식이었다. 빼앗은 농지를 건설업자에게 30년간 판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값싸게. 그리고 소비자는 분양받는다. 분양이란 말이 ‘값싸게’를 뜻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시세보다도 높다. 그 자초지종을 알아야 한다.

◇기득권층 얘기만 들어
청와대에 들어간 진보개혁 세력 이야기도 해보자. 학자 출신이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도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두번째 공통점이 통계와 자료를 관료에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 현실을 잘 모르는 학자 출신들이 청와대 들어가서 외국에서 배운 이론만 접속시키려다가 항상 관료와 재벌 민간 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역이용’ 당한다.

집권 이후에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내 진보개혁 세력들이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관료, 재벌, 재벌 이익단체, 재벌 민간연구소 연구원,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다. 시민단체 사람도 만나지만 열에 한두번 정도일 뿐이다. 경제부문의 무능함을 외부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료, 이익단체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진보’가 어느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보수’가 된다. 권력의 맛도 느낀다. 그런데 정치권내 진보개혁 세력들은 어떻게 접대와 로비를 피해야 하는지 모른다. 결국 즐기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진보한 사람들? 경제 관료나 재벌에게 팽팽당한다. 재벌들이 다 공부시켜 준다.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 예전에 경제 공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스터디하나. 관료나 재벌, 이익집단의 연구소 연구원들이 다 공부시켜 준다. 자료에 데이터에 논리까지 만들어주니까 편하다. 가만 있어도 가져다 준다. 그러다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런 사람들만 만나고, 또 그런 세상이니까.

각종 국가정책 용역 생산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관료를 통해 나오면 관료를 위한 용역 보고서만 생산된다. 국회나 정당에서 현장 중심의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국책 연구소도 100%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미국처럼 관료나 행정부는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관료는 국민을 위한 머슴이다. 머슴한테 의존하는 법안은 안된다. 대의 기구인 국회의원과 정당이 정책·제도를 파고들고 연구해 내놓아야 한다.

보수적 관료들이 진보개혁 세력에게 지시받는다고 갑자기 진보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안 바뀌는 데 무엇을 바꾸겠는가. 미국의 연방 공무원은 정권이 교체되면 고위 공무원 절반이 바뀐다. 우리도 헌법이나 공무원법을 싹 바꿔야 한다. 한국처럼 ‘고시’로 평생을 보장받는 나라는 없다.

개발독재 때도 대다수 국민은 희망과 꿈을 가졌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 현재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거였다. 자신감과 희망 있었다. 지금은 우선 열심히 일할 곳조차 없다. 일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미래가 안 보인다. 항상 위기 의식에 사로잡힌다. 결국 부동산 문제다. 개인 자산의 80%가 부동산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고민 80%가 부동산이라고 보면된다. 집값 폭등하니까, 5년 10년 일하면 집 사고, 평수 늘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투기 잘 하는 사람이 선망받는 시대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기를 죽여놓는다.

서민, 중산층의 삶의 질은 계속 떨어진다. 선진국 돼간다지만 재벌만 선진국이고 ‘그들만의 천국’이다. 집권 세력이 95%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5%의 기득권 세력에게 점점 살기 좋은 환경,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다. 95%는 박탈감에 점점 힘들어지는데 5%는 불로소득으로 자산 늘리면서 잘 산다. 이런 게 위기의 본질이다.

대통령, 정부, 여당은 ‘성장률’에 집착한다.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성적표를 잘 받으려면, 계속 성장해야 하고, 그러려면 거품을 조장해야 한다. 국민들은 자기 주머니, 집 마련, 저축, 일자리 이런 것 고민한다. 그렇지만 대통령, 정치인, 관료들은 ‘자기만의 성장률, 성적표’에 집착하고 결국 거품 유혹에 빠지게 된다. 거품 조장하면 결국 투기라는 병이 생긴다.

참여정부가 재벌에게 특혜를 늘려줬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도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각종 개발 계획을 남발하고, 거품 조장을 해왔다. 주택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2백만~2백50만명이다. 그중 15% 정도만 정규직이고 지식 노동자다. 나머지는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다. 참여정부 들어 50만~1백만명 고용이 창출됐다. 그중 30%는 외국인 노동자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 게 우리 지식을 배운 청년,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만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계 투기 자본이 ‘부동산 투기장’에 투입됐고, 지금도 투입되고 있다. 자꾸 돈이 모이니까 개발과 부동산에 집중되고, 지식 산업과 거리가 멀어지고, 일자리는 점점 감소하고 병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일자리 없는 청년들은 결혼이 늦어지거나 못한다. 주택값은 폭등한다. 미래에 대한 위기, 불안 때문에 결혼 못하고 아이를 낳지 않고 저출산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빈부격차 심화,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킨 자들이 세금 더 내라고 하니까, ‘미친 놈’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반대만 말고 대안 내놔야
진보는 그게 지식이든, 돈이든 자기 것을 남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없는 사람을 생각하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보는 진보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민노당이나 민노총을 보자. 대한민국 1천5백만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귀족형이다. 그 10%도 다 재벌 기업, 보수 기업, 공기업, 언론, 교사, 병원 등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의 종사자들이다. 1천만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 1천만명에 육박한 비정규직을 위한 조직도 사실상 없다. 민노당, 민노총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지만, 자기 것을 내놓으려고는 안 한다. 내건 빼앗지 말고 소수에게, 권력자에게, 자본가에게 저들(비정규직)을 위해 더 내놓으라는 식이다. 유럽을 봐라. 자기 근무 시간 줄이고 하면서 같이 하지 않는가.

한·미 FTA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고 진보인가. 반독재하고 길거리 행동했다고 진보인가. 지금 진보개혁세력은 ‘머리만 진보’거나 ‘행동만 진보’가 많다. 머리와 행동이 다 진보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참진보’가 없다. 이것이 또 위기의 요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요즘 시민단체에는 ‘시민’이 없다.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정치, 관료 사회 진입하기 위한 시민단체인가 싶을 정도다. 진보는 인재양성소가 없다. 그래서 인재도 탄생하기 힘들다. 학생운동하다 노동계로 가고, 정보도 자료도 차단된 상황에서 행동하고 일했다고 해서 본인이 인재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속한 경실련도 마찬가지다. 무슨 정부나 지자체 위원회에 왜 그리들 많이 가는지, 시민단체가 무슨 이력 관리하는 곳인가.

우리 사회가 왜 위기가 왔고, 중병이 걸렸느냐. 황우석 거품, 부동산 거품 이런 것이 대한민국에서 선진국 진입단계에 왜 발생했나? 브로커 천국이 된 근본 원인은 뭔가. 엉터리 진단에 엉터리 처방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예견해야 하는데 중병이 들어야 치료법을 생각한다. 그나마 병치료 늦어지고 치료하다 마는 게 반복된다. 어쩌다 먼저 떠들면 미친놈 되기 일쑤다. 지금 권력에 반대하는 자들은 많은데 견제하고 감시하고 대안을 내놓는 자들이 없다. 그것이 위기의 실체다.(정리 김종목·사진 권호욱기자)


-김헌동 단장은?-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81년부터 19년 동안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97년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에는 사표를 내고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2004년 2월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 출범과 함께 본부장을 맡아 분양원가 공개운동을 벌여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씨가 친형이다.(*다른 건 몰라도 '아파트값 거품빼기' 같은 게 한국사회의 진보이다. 어려운 이슈들을 제기할 것도 없다. 이게 정치적 진보를 표나게 내세우는 것보다는 좀 복잡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일까? 김헌동 본부장은 아파트 반값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시민단체쪽의 탁상공론이 아니다. 지난 92년 대선에서 정주영의 대선공약이 아파트 반값 공급이었다. 문제는 혹 '의지'가 아닐까?)

06.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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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한미 FTA 협상의 충격적인 진실이 드디어 밝혀졌네요

지난 몇 달 동안 한국을 뜨거운 논쟁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한미 FTA 협상의 실체와 전모가 드디어 밝혀졌네요.

4대선결조건을 들어주는 등 정부의 지나친 저자세와 정보 비공개, 합의 일정을 미리 정해놓고 무리하게 빠른 협상을 추진하는 등 그동안 여러가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줘서 대다수 사람들을 답답하게 했는데요. 그 이유가 막상 밝혀지고 나니 어이없다 못해 허무할 정도네요.

'AP통신' 의 보도에 따르면, 3차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시애틀의 협상장소에서 한국과 미국의 협상단이 막바지 쟁점을 논의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어떤 남자가 검은 복면을 쓰고 협상장에 난입해 '망국적 FTA 중단하라' 는 구호를 외치며 협상 테이블에 뛰어드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됐다는군요.

경찰이 간신히 그 남자를 제압하고 복면을 벗기니 놀랍게도 개그맨 이경규씨더라는 겁니다!

이경규씨의 얼굴을 알아본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당신은 한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아닌가? 여기에는 웬일인가?" 라며 어리둥절해서 묻자, 김종훈 수석대표와 김현종 통상본부장 등 한국측 협상단들과 이경규씨가 서로 부둥켜 안고 배를 잡고 구르며 파안대소 했다는군요. 미국 협상단은 더욱더 황당했겠지요.

약 10여분간 배를 잡고 웃던 김종훈 수석대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향해 정중하면서도 큰 소리로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300회 특집이었습니다!" 이렇게 외치더라는 겁니다!!!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고 서 있던 미국 대표단은 잠시 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는군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으니 본인들도 어처구니가 없었겠지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커틀러 수석대표는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라고 묻더랍니다. 그러자 이경규씨가 나서서 웃으며 "내가 청와대에 직접 찾아가 대통령, 김종훈 대표, 김현종 본부장 등 정부 인사들과 철저한 협의를 해서 기획한 작품" 이라고 말했다는군요.

커틀러 대표가 "그렇다면 스크린쿼터 축소, 광우병 쇠고기 수입 같은 것도 전부 몰래카메라의 일부로서 이제 없던 일 되는 것인가?" 라고 묻자 김종훈 대표는 "그렇다. 세상에 협상도 하기 전에 그런 것부터 들어주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고 반문하며 "속은 당신들이 한심한 거 아닌가" 라며 껄껄 웃자 미국측 협상단들도 피식 웃으며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는군요.

김종훈 대표는 이어 "미국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될 거 아닌가, 홈페이지가 다운될까봐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불안하면 안 먹으면 될 거 아닌가" 같이 화제를 모은 일련의 한국정부측 발언들도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비화를 밝히자 이경규씨가 "김 대표님은 코미디언으로 전업하셔도 손색없을 것" 이라고 화답하여 장내에는 다시 한 번 폭소가 터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합니다.

이 때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가 전광훈 원정시위대 대표와 함께 깜짝출연하여 또 다시 미국 협상단을 놀라게 했는데요.

노 대통령은 "방금 부시 대통령을 만나 몰래카메라 장난에 대해 양해를 구했더니 부시 대통령도 웃으며 영어로 뭐라 그랬는데 통역이 오줌누러 간다고 자리를 비워 뭔 소린지 알아듣지는 못했다" 며 "한미동맹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이라고 밝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광훈 원정시위대 대표는 "그동안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었다" 면서도 "서민들이 웃을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는군요.

한편 "그렇다면 FTA 비판 프로그램을 방영한 같은 방송사 소속 PD수첩팀도 속은 것이냐?" 고 AP통신 기자가 묻자 이경규씨는 안색을 굳히며 "지금은 대답할 수 없다" 고 말했다는군요. 아마 이경규씨에게 낚여 수많은 특집보도를 한 다른 언론사들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의 협상단들과 노 대통령, 한 총리, 전 대표, 이경규씨 등 몰카의 주역들은 '오! 필승 코리아' 음악에 맞춰 꼭지점 댄스를 추면서 녹화를 마무리했는데요. 커다란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한미 FTA편' 은 오는 17일 오후 6시부터 300회 특집으로 3시간 동안 방영될 예정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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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당·청 ‘FTA 갈등’ 정면충돌 하나

당·청 ‘FTA 갈등’ 정면충돌 하나
입력: 2006년 09월 07일 07: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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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유혹 “풍악산”으로 떠나보자
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여당 의원 13명이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정부의 한·미 FTA 협상이 국회 권한을 침해했는지 헌재에 묻는 송사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반기(反旗)’를 든 성격도 크기 때문이다.

노대통령과 정부를 상대로 헌재에 제출될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에는 민노당 의원 전원(9명)과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합류할 예정이다. 다만 1차적 눈길은 여당의 움직임에 맞춰진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국회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1998년 야당인 한나라당이 김종필 총리서리 임명을 문제삼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여당이 점화한 것은 처음이고, 그만큼 한·미 FTA를 고리로 당·청 갈등이 점화될 소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여당쪽에선 한·미 FTA를 반대해 온 재야·개혁 성향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재야파에선 김근태 의장계인 유선호·이인영·정봉주·이기우 의원 등이 참여했고, 자주적 외교노선인 최재천·임종인 의원, 친노직계인 참정연의 유기홍 의원도 서명에 동참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한 ‘한·미 FTA를 연구하는 의원 모임’(공동대표 김태홍 의원)이 축이 됐지만, “여당에선 소송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도 많아 각자의 의견이 존중됐다”는 설명이다. 여당 의원들로선 ‘뜨거운 감자’였던 셈이다.

참여한 의원들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쪽이다. 이기우 의원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받아보지 못하는 입법부의 권한이 강화돼야 하고, 모두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작업을 주도한 김태홍 의원측은 “오래전에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이 화두를 공개했을 때 여당쪽은 ‘국회특위 구성’에 초점을 맞추며 유보적이었다”며 “그러나 국회 특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마지막 카드를 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기초문안을 작성한 이찬진 변호사가 소속된 민변과의 공조도 주목된다. 헌법 60조에 명시된 국회의 국가간 조약 체결·비준 동의 대상에 한·미 FTA도 포함된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당·청의 맞대결이 ‘외나무다리’ 성격이 크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로 국회 한·미 FTA특위 위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국민투표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가 국민의 뜻에 따라 정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협상 추진은 행정부의 권한이고, 국회는 동의절차를 밟아달라는 뜻이다.

노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제기된 소송도 당·청으로선 민감해질 대목이다. 반대로 위헌소송에 나선 한 의원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면 안된다. 협상과 법률 정비가 미비하면 협상을 미루면 된다”며 “(청와대와의 대립 시각에 대해서도) 그래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예전 한일합방때 권력자들의 일방적 추진과 뭐가 다르냐”고 맞섰다. “정치적 의도는 없고 선의는 인정해야 한다”는 노대통령과 “국익이 우선이고 원점에서 따질 때”라는 참여 의원들의 시각차가 크고, 법리논쟁에 앞서 정치 문제로 먼저 비화될지 주목된다.

〈이기수·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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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반대하는 ‘12014277+1’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수많은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비민주적인 한미FTA 협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언론과 국회를 통해서 수없이 밝혀진 바와 같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FTA 협상은 수많은 거짓말과 조작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처럼 양극화를 해소, 경쟁력을 강화해줄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소수의 가진자들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 농민, 시민 등의 삶을 빈곤화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파괴해가는 과정입니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의 이름으로 거만한 노무현 정부의 비상식적인 한미FTA 추진을 저지시키고자 합니다. "12,014,277"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획득한 당선 특표수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이름과 선언을 통해 "12014277+1명"의 한미FTA 반대 서명운동을 성사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과 달리,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미FTA라는 폭력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낼 것입니다. ‘12014277+1’ 서명운동은 강요된 경쟁과 빈곤을 거부하고,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의 진실한 목소리가 되어 널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어떠한 근거도 없는 “국가 경쟁력”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삶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서명해주십시오. http://www.nofta.or.kr/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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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9-0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하고 왔습니다.
퍼가야겠죠?

사마천 2006-09-0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을 서로 합치고 목소리를 내보아야겠죠. 힘없는 민초지만 합쳐지만 무섭다는 걸 보여줘서 최소한 찬반 국민투표까지는 끌어내야한다고 봅니다.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성의식 변하니 가사도 바뀌네 - 강준만

 

왜 사랑타령은 식지 않는가② 1980년대~2000년대 대중가요의 시대정신 … 섹스를 스포츠라고까지 역설한 사랑의 춘추전국시대, 시장이 세분화되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중가요 속 사랑은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 삶의 문법, 더 나아가 시대정신까지도 말해주는 은유일 수 있다. 남녀관계의 표현으로 사회가 움직이는 기본 메커니즘을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남 유흥가 문화’를 찬양·고무하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강남 유흥가가 거대해지고 전국 유흥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강남 파워’는 가요계에까지 밀려들었다.


△ 노랫말은 시대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신사동 그 사람> <사랑의 거리>는 1980년대의 강남 유흥가 문화를, <수필과 자동차> <오렌지 나라 앨리스>는 1990년대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담고 있다.

사랑의 슬픔과 한에 관한 한 강남 여인들을 따라갈 사람이 없었으니, 그들의 사연을 담은 사랑 노래는 다소 추상적인 가사 표현을 통해 보편적인 설득력을 확보했다. 그건 적나라한 욕망의 긍정이기도 했다.

1983년 김수희의 <멍에>(추세호 작사·작곡)는 “사랑의 기로에 서서 슬픔을 갖지 말아요 어차피 헤어져야 할 거면 미련을 두지 말아요”라고 노래함으로써, 이별을 전제로 한 사랑을 하곤 했던 강남 여인들의 제1순위 단골 레퍼토리로 떠올랐고, 이들의 영향력에 힘입어 남성 고객들의 애창곡으로까지 발전했다.

1985년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는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라고 <멍에>의 사연에 맞장구를 쳤고, 같은 해에 발표된 주현미의 또 다른 강남 노래인 <영동 블루스>(안치행 작사·작곡)는 “사랑이 피어나는 영동의 밤거리”라고 선언함으로써 그간 ‘블루스’의 원조로 군림했던 <명동 블루스>에 정면 도전하고 나섰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강남 가요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신흥 강남 가요는 강북에서 강남으로의 권력 이동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른바 ‘3저 호황’으로 흥청대는 ‘강남 밤문화’에 낭만의 포장을 씌우는 효과를 낳았다.

1988년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은 그간 부정적으로만 비쳤던 신사동 카바레 문화에 인간적 체취를 부여했다. 1989년 문희옥의 <사랑의 거리>(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는 아예 노골적으로 “여기는 남서울 영동 사랑의 거리”라며 “외롭거나 쓸쓸할 때는 누구라도 한 번쯤은 찾아오세요”라고 권유하고 나섰다.

‘강남 유흥가 문화’가 찬양·고무한 솔직성은 1990년대 들어 신세대의 노래에서 ‘사회비평’의 형식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로 청춘의 비판적 감각은 일상적 삶을 향했고, 이는 사랑을 정밀 분석하는 작업도 포함했다. 정석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승용차 대중화의 물결 속에서 남녀관계에서도 승용차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졌다. 1992년 015B의 <수필과 자동차>(정석원 작사·작곡)는 “이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어느 곳에 사는지도 중요하게 여기네”라고 했고, 1993년 푸른 하늘의 <오렌지 나라 앨리스>(유영석 작사·작곡)는 아예 노골적으로 “그런 작은 자동차 타고 다니면서 내게 감히 말을 건넬 수가 있니”라고 쏘아붙였다.

서태지는 거대담론형, 박진영은 실사구시형

연인의 자동차를 따지게 된 마당에 사랑을 터무니없이 미화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었다. 과거엔 기성세대가 도맡아하던 이야기도 이젠 20대의 몫이 되었다. 1993년 이승환의 <사랑에 관한 충고>(정석원 작사·작곡)는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지 서로의 조건들을 좋아하고선 이게 사랑일 거라고… 우린 어느 정도 현실적인 사람들 서로 그런 걸 이해하면 되는 거야”라고 했다.


△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등을 내놓자 진보진영이 더 열광했다. 진보매체에서는 서태지 비판을 자체 검열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랑은 영원한 위장일망정 삶의 동력이었다. 사랑의 환상 없인 살아갈 수 없기에 ‘사랑의 현실화’에 정반대되는 흐름도 동시에 나타났다. 파격으로 일컬어졌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서태지 작사·작곡)도 가사만큼은 전통 뽕짝의 정신에 충실했다. “제발 이별만은 말하지 말아요 나에겐 오직 그대만이 전부였잖아…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나는 지금 울잖아요.”

1994년 서태지가 사회 문제로 눈을 돌려 통일을 염원하는 <발해를 꿈꾸며>, 획일화된 교육 현실을 비판한 <교실 이데아> 등을 내놓자 10대보다는 진보진영 일각이 더 열광했다. 일부 진보매체에서는 서태지 비판을 자체 검열할 정도였다.

서태지가 거대담론형 진보파였다면, 박진영은 실사구시형 진보파였다. 1995년 박진영의 <청혼가>(박진영 작사·작곡)는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해준다면 나는 그대의 노예가 되어도 좋아”라고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박진영이 여자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며 사랑의 남존여비를 깼다는 걸 높이 평가했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엄청난 은퇴 파동을 일으키며 사라졌지만, 그 공백은 H.O.T 등 하이틴 댄스그룹이 채웠다. 1996·97년은 고등학생 가수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수만이 이끄는 SM기획의 H.O.T 성공에 자극받은 대성기획은 1997년 초 H.O.T와 동일한 콘셉트의 젝스키스를 기획해 성공시킴으로써 이후 대형 기획사의 전성시대를 열게 되었다. SM기획이 1997년 여성그룹 S.E.S를 성공시키자 대성기획은 1998년 핑클을 데뷔시켰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10대 시장’의 대공략이었다.

1997년 S.E.S의 (유영진 작사·작곡)은 “나 오직 너를 위해 살고 싶어”라고 했고, 1998년 핑클의 <내 남자 친구에게>(김영아 작사, 김석찬 작곡)는 “솔직히 너를 반하게 할 생각에 난생처음 치마도 입었어… 난 니 거야”라고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전후로 ‘박정희 신드롬’과 더불어 복고주의 물결이 전 사회를 강타하기도 했다.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는 불황 때문이었을까? 댄스음악이 주춤하고 발라드가 살아나면서 사랑도 복고로 돌아갔다. 진실과 신뢰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노래들이 쏟아져나왔다.

명실상부한 사랑의 다원주의, 아니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시장 세분화가 확실해졌다. 핑클은 계속 ‘난 니 거야’ 코드로 밀어붙였지만, 1999년 이정현의 <와>(최준영 작사·작곡)는 “설마했던 니가 나를 떠나버렸어… 늦었어 이미 난 네 여자야 독한 여자라 하지 마 사랑했으니 책임져”라고 앙칼지게 물고 늘어졌다.

섹스의 스포츠화, 싸이 vs 이효리

이른바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겪는 과도기적 처방이었을까? 모든 걸 주면서도 겁까지 주는 모드의 사랑 노래가 새 천년을 장식했다. 2000년 이정현의 <줄래>(유유진 작사, 윤일상 작곡)는 “나 오늘은 순결한 백합처럼 나 때로는 붉은 장미처럼 모든 걸 다 줄래”라고 했고, 2000년 박지윤의 <성인식>(박진영 작사·작곡)은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그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나 이제 허락할래요”라고 했다.


△ 2000년 들어서면서 노골적으로 ‘섹시’를 표방하는 가수가 많아졌다. 핑클의 이효리(왼쪽)는 ‘난 니 거야’에서 ‘넌 내 거야’로 컨셉을 바꿔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싸이는 노랫말에서 ‘섹스는 스포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주느니’ ‘갖느니’ 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노래들이 많이 등장했다. 소유에의 집착과 더불어 소유 변동도 주요 화두가 되었다. 2001년 이수영의 <사랑은 끝났어>(MGR 작사, 원상우 작곡)는 “당신의 사랑은 떠났어 그 남잔 지금 여기 내 품에 편안히 잠들어 있어요”라고 했고, 2001년 god의 <난 남자가 있어>(박진영 작사·작곡)는 “그대의 남자가 안 온 게 꼭 나쁜 건 아냐 오늘 밤 이 자리에 앉은 남자가 당신 남자야”라고 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섹스는 스포츠’임을 역설하는 흐름도 나타났으니, 그 선두주자는 싸이였다. 2002년 싸이의 <처녀논쟁>은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여자에게 남자 ‘선수’가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노래였다. “처녀는 몸이 아니라 정신. 못생기고 처녀라 자랑하는 건 병신. 돈을 위한 섹스, 맘이 담긴 섹스, 땀 빼려는 섹스, 모두 숭고한 스포츠.” 그러나 싸이가 늘 그렇게 사나운 건 아니었다. 같은 해에 나온 싸이의 <신고식>은 “너도 원한 걸 해야 그래야 성인이야 오빨 믿고 따라와”라고 꼬드겼다.

싸이의 반대편엔 이효리가 있었다. 이효리는 5년 만에 “난 니 거야”에서 “넌 내 거야”로 돌아섰다. 2003년 이효리의 <10 MINUTES>(Maybee 작사, 김도현 작곡)는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이라고 장담했다. 이효리는 2006년 2집 앨범 <다크앤젤>에선 10분도 길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승재는 “2집에서 이효리는 ‘적극적인 여자’의 모습을 뛰어넘어 거의 ‘굶주린 암사자’에 가깝”다고 평했는데, 그건 미국의 마돈나를 능가하는 ‘섹슈얼 페미니즘’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었다. 왜 섹스의 쾌락을 남자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섹스의 스포츠화’는 대중가요의 ‘조작’일까? 그런 것 같진 않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홍두승이 경북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전북대, 한림대 등 6개 대학 교수팀과 함께 2006년 6월 이들 대학의 학생 554명을 상대로 실시한 ‘2006년 한국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31.2%로 지난 1994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의 14.1%, 1999년 조사의 19.6%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4년과 비교해 남학생은 18.2%에서 39.4%, 여학생도 10%에서 22.7%로 늘어나, 남녀별로 증가 추세는 비슷했다. 최초의 성관계 대상자는 남학생의 경우 지난 1994년 조사에선 애인이 44.4%였지만 최근 70.4%로 증가한 반면, 성매매 종사자는 31.6%에서 5.2%로 크게 줄었다. 여학생도 대상자가 애인이 77.8%에서 86.2%로 높아졌다.

여성의 전투성은 이른바 ‘누나 신드롬’으로도 나타났는데, 이 또한 실체적 근거를 갖고 있다. 2005년 결혼한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전체 신혼부부의 12.2%를 차지했다. 10년 전 8.7%와 비교하면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다. 2006년 7월 한 결혼정보 업체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70.5%가 연하남에 대해서, 남성 응답자의 53.8%가 연상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그에 따른 경제력 향상이다.

전위-중간-보수, 불멸의 3각 구도

그 이전에 1990년대의 인구학적 변화가 있었다. 1992년 전체 인구의 26.7%인 1135만3천여 명이 학생이었으며 이 중 중고생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 ‘1가구 2자녀’ 시대의 10대들은 구매력도 막강했기 때문에 사실상 가요문화의 지존으로 군림했다. 당연히 가요는 이들의 취향을 우선시했다. 이후 등장한 인터넷은 4천억원대 음반시장을 1천억원대로 쪼그라들게 만들면서 ‘음원시장’으로 이동하게끔 몰아붙였는데, 이에 따라 대중의 주목을 쟁취하기 위한 가요의 자극성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변화가 전통적인 사랑 노래가 설 땅을 완전히 없애는 건 아니다. 가요 속 사랑은 ‘전위-중간-보수’의 3각 구도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시장을 분점하는 형태로 표현됐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불멸의 법칙이다. 물론 그런 가운데 전반적으론 전위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계속되겠지만 말이다.

가요의 소비 환경도 가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한국의 가요문화는 혼자 즐기기보다는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문화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랑 표현은 늘 과시적 과장을 범하게 돼 있다. 특히 1995년부터 급속히 늘어난 노래방과 단란주점은 그런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류의 1등 공신을 멀리서 찾지 말라. 바로 노래방이다. 노래방은 의외로 심오한 장소다. 1999년 6월 한국을 방문한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는 ‘20년 만의 귀국일지’에서 ‘노래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로만 듣던 곳에 들어갔다. 나도 노래를 몇 곡 불렀다. 한국 사회를 알려면 꼭 가봐야 하는 곳. 스트레스를 풀고 신경질을 풀고 불안심리도 풀고 억압감정도 처리해주는 아주 중요한 정신병원. 이 노래방이 없어지면 정신병자가 급증할 것이며, 폭력죄·소요죄·노상방뇨죄·고성방가죄 등의 범죄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가요 속 사랑과 관련해 더욱 중요한 사실은 노래와 술은 늘 따라다닌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술 한잔 걸치고 마이크를 잡았다. 과장된 사랑 감정이 일지 않는다면, 당신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사랑을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어차피 현실세계가 그러지 못하므로 절규라도 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노래는 발산의 축제다. 안으로 담는 게 아니라 밖으로 쏟아내는 것이다. 선언의 성격이 강해야 한다. 백화점 쇼핑 행위와 비슷해진 사랑이기에, 구매력 고통을 겪는 사람일수록 목숨 거는 사랑을 절규하는 것으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 심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요 속 사랑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탐욕의 화신’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이 노래방에서 사랑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그 순간만큼은 그를 인간적으로 보고 싶어진다.

전율을 잃은 당신을 위하여

땅 좁고 인구밀도 높고 동질성이 강한 탓에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타인지향적 보여주기에 강하다. 그렇게 축적된 저력이 한류를 만들어냈다. <겨울연가>의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어떡하죠?” 낯간지럽고, 당하는 입장에선 온몸을 부르르 떨어야 할 배신의 멘트지만, 삶의 피곤에 찌들어 전율을 잃어버린 대중에게 뜨겁고 격렬한 사랑은 반드시 창조되어야만 할 영원한 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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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2007-09-1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년이 훨씬 지난 글인데도, 가슴속에 와 닿네요. 삶의 피곤에 찌들어 전율을 잃어버린 대중, 그 대중의 한 사람인 나에게 '넌 지금 너의 전율을 찾아서 떠나라'고 부추기는군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정보를 나열하여 읽는 이에게 이렇게 전율을 일으킬 수 있는지... 죽이는 글빨! 강준만 교수님 존경합니다. 노래방에 이렇게 심오한 문화철학이 담겨있다니...

사마천 2007-09-1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나중에 <인간사색>이라는 책으로 묶여져 나왔습니다. 남의 글에서 심오함을 느낄 때 우리 삶의 즐거움 하나가 같이 늘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