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야 2003-12-12
접니다. 책나무님, 이렇게 예상치못한 선물을 주시는군요. 불쑥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참, 기분을 날아가게 만드네요. 우린 부산에 사니까 눈은 아직 못 보았지만, 요즘 눈이 나오는 그림책을 아이랑 보는 편이네요. 오늘은 여섯 살 작은 딸이 '부엉이와 보름달'을 꺼내 들고 와서 또랑또랑 읽기 시작하데요. 근데 20쪽 지나서부턴 집중력이 흐려지드라구요. 글이 좀 많은 그림책이고 사실 그 나이엔 별로 흥미있어 할 것 같지 않아 권하지도 않고 꽂아두었던 건데... 하여튼 이 녀석, 옆에 있던 무슨 대형마트 광고 전단으로 눈을 돌리더니 이걸로 뭐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이더군요. 그래, 내일 이걸로 시장놀이하고 파티상도 차리자, 이래놓고 그림책을 마저 읽어주려는데 아예 마음이 딴 데 가고 없네요. 희령아, 역시 글의 분량이 연령에 적당한가, 하는 부분도 책을 골라줄 때 고려해야하겠어요. 희령인 요즘, '신발 밑의 꼬마개미'가 제일 좋대요. 얜 그 전주터도 대화가 많이 나와서 저랑 역할놀이 할 수 있는 그림책을 특히 좋아했어요. 문득문득 한 가지씩 느끼고 깨닫네요. 좀 삐치긴 했지만, 얼른 아이를 한번 업어줘서 눕히고 여기 왔습니다. 어휴, 무거워. 통통이거든요.
서재 여행하다가 느낀 건데요, 정말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하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좋은 책 골라주려고 공부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아이랑 놀아주며 책 읽은 효과 배가시키고,... 특히 저보다 젊은 엄마들요. 어쩜 그렇게 이쁘고 똑 소리나고... 전 멀었어요. 방학이면 아이랑 어떻게 지내냐면요, 가까운 데라도 자주 데리고 다녀요. 미술관, 박물관, 음악회, 뮤지컬... 작년엔 우리 큰딸은 혼자 서울가서 숙모랑 문화재답사하고 왔어요. 수원 화성까지요. 저도 아직 못 가봤거든요. 또 내가 가 보고 싶은 종묘, 경복궁, 독립문,.... 올 겨울 방학은 아직 별다른 계획은 없는데 어쨌든 잘 보내고 싶어요. 눈도 오면 좋겠구요. 참, 21일, 큰딸 희원이가 좋아하는 임형주 음악회 갈 거에요. Sally Garden 음반과 임형주가 12살에 부른 노래 음반 듣고, 우리 딸 임형주 팬 됐거든요. 맑은 음색이 흐리거나 비 오는 날 들으면 잘 어울리드라구요. 근데 Silver Rain 은 먼저 것보다는 못하게 느껴져요. 아무래도 성량이 좀... 조수미 콘서트를 아이랑 함께 간 적이 있는데, 그녀의 화려하고 풍성한 음색과는 다른 맛이지만 임형주는 그대로 더 좋다고 아이는 비평(?) 한 마디 하대요. 4학년 겨울방학이니 학과공부 특히 수학문제 풀기가 영 시간을 많이 잡아먹네요.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 읽기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도 짬짬이 알아서 책을 잘 골라 읽는 편이에요. 확실히 책 읽기는 어릴 때 잘 들여놓은 습관이 재산인 것 같아요.
책읽는 나무님, 성민이랑 꿈나라로 가셨겠네요. 아니면, 홀로 깨어서 밤공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지도... 다음에 또 서재에서 만나 좋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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