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무척이나 마음 졸이며 걱정했었던 몇 가지의 일들이
원활하진 않아도 그런대로 나쁜 방향의 결과는 아니라,
이만하길 다행이란 생각으로 귀결시켰다.
지난번,
이0루님의 말씀처럼 내주변에 아무일이 없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평온함이 있어야 글을 쓸
여유가 생긴다는 글들에서, 나 또한 그리 살아왔음을
자각했었다.
어쨌거나,
친정아버지의 천공은 수술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의사의 말에 한시름 놓았다만,올케는 신장 염증수치 때문에 입원을 했다가 월요일에 요로결석 수술을 진행했었고,수술 후유증인지 열이 떨어지지 않더니 지금은 좀 괜찮아 졌다고 한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이런 말을 주절주절 내뱉는 것밖에 없으니.....참!!!!
이번엔 이렇게 마음이 더 쓰였던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아들의 졸업식이 다음주이긴 하지만,
한달전부터 신랑의 연차 휴무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 겹쳐 아들의 졸업여행을 핑계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지난주말 휭~하니
다녀왔었다.
여행지에서 올케의 수술날짜를 남동생에게 전해 듣고 나니, 누나된 입장에서 많이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겠던데....또 내가족들의 얼굴을 보면서 즐거워지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싶기도 했다.
이래서 시누이는 시누이라고 하는 것일테지!!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번 명절 음식도 나와 신랑이 해주겠다고 했다.(신랑은 모르고 있고!!^^)
암튼,
지난주 목요일밤 우리는 고속버스 밤차를 타고,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새벽 5시 30분에 도착했다.
하필 영하 17도의 한파가 몰아치던 그때 서울로 갔었던 이유는 신랑회사 연차 휴무 날짜도 날짜였지만,여행 목적지를 선정한 주인공인 아들 민군이 ‘서울‘가고 싶다고 굳은 의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촌놈들은 도시 구경하고 싶은게 소원이라고...아이들의 서울구경의 소원이 깊이 공감되어지는지라 무를 수가 없었다.
대신 배낭여행처럼 가방을 짊어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는데도 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강남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설렁탕도 먹고,어슬렁 거렸는데도 새벽 6시 30분!!!
집에 있을땐 아침시간이 그리도 빨리 가더니 밖에선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어찌 그리도 길던지!!ㅜ
롯데리아에서 커피랑 감자튀김을 사서 먹으며 시간을 때우는데 아이들은 픽픽 쓰러졌다.
중딩아들은 체면이 있었던지?아님 수업시간에 몰래 잠을 자던 평소 자세가 익숙했던건지?
꼿꼿이 앉아서 잘 자고.....둥이들은 좀 부끄럽게 엎어져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그모습 지켜 보면서 우리 부부는 ‘부럽다‘고 연신 읊조렸다.
헌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 들어오시더니 울애들 옆에 일행인 것처럼 같이 누워 주무신다.
‘헐.... 더 많이 부럽다‘며 신랑이랑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곤 아침이 된 듯하여 애들 깨워 지상에 올라갔다가 완전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손발이 얼어 붙더라!!!
얼른 버스를 탔더니 울막내 신발을 벗고 발가락 부여잡고 있어 좀 미안했지만 겉으론 티 내지 않았다.
여기서 응석 부리면 난감하니까!!!ㅜ
실내로 돌아야겠다 싶어 중앙박물관쪽으로 얼른 방향을 바꿔 들어갔더니 막내왈 ˝춥지 않으니까 너무 좋아요˝
평소 박물관 가는걸 좋아하지 않는 둥이들인데도 이런말 하는걸 보면 한파체험을 적극적으로 한셈이다.
기념품샵에는 아기자기 이쁜 것들이 많아서 둥이들이랑, 다 사고 싶어 죽는줄 알았지만 죄다 짐이 될 것같아 그림이 이쁜 엽서만 몇 장 샀다.
샵에서 얼마나 구경을 했던지? 점심먹고,차 마시고 하니 금방 시간이 가버려 옆에서 기획전시하던 미술전도 이번에도 못보고 나와 버렸다.
피곤했던 탓도 커서 얼른 숙소 찾아가 쉬기로 했다.
숙소에서 내려다 본 도로 풍경은 밤9시가 넘었는데도 한쪽도로는 자동차 불빛이 많아 트리장식처럼 보여 둥이들과 신기하게 쳐다 보았다.
우리동네에선 저녁 6시 정도의 모습이고 밤 9시에 저런 모습 흔치 않아 촌놈 표시 내곤 했었다.
이튿날은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한 편 보았다.
연극이 썩 재밌었던 것은 아녔지만 이튿날이라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깃든 하루라 아이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였었다고 한다.
분명 썩 재밌었던 것은 아녔는데 나는 맨앞자리에서 어떤 배우 한 명 때문에 빵~터져버려 그 배우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나와 급기야 눈물까지 주르륵 흘러 버려 순간 나 스스로 어이없어 당황스러웠었다.참나!!
순간적으로 눈물샘이 막혀 고장난 것인가???
잠깐 인사동에서 시누이와 조카를 만나 저녁을 먹었었는데 둥이들은 너무 좋아했었다.
너무 추운 날 올라간지라 서로 부담될 듯하여 시누이네 연락않고 살째기 구경하고 가려했건만 아이들은 계속 고모랑 언니 안만나느냐고 노래를 불렀다.
고모네랑 헤어지고 숙소 간다고 돌아서니 딸 아이입에서 ˝아! 좋다˝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나도 순간 좋더라!!
북촌 한옥마을에서 하룻밤 잤는데 신랑이랑 둘이서 꼭 외갓집에 온 듯 하다고 중얼거렸었던 기억이 난다.
이젠 가고 싶어도 갈 곳 없는 외갓집.
도깨비에 나왔던 중고교가 근처에 있다고 둘러보란 주인장의 말씀을 받들어 가봤더니 교정이 너무 예쁜 거였다.은탁이가 다닌 고등학교 배경이었나 보다.
아....갑자기 도깨비 드라마가 생각나 아련해져 교문앞에서 팔고 있던 공유 달력 살뻔 했었다.
그걸 눈치채고 둥이들은 곁에서 방탄 소년단이랑 워너원 달력 사고 싶대서 째려 보고 있는 신랑 눈빛이 부담스러워 포기했다.
걸어 내려오니 경복궁이 바로 나타나 들어가보자 싶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려니 울애들더러 ˝한국 아이들이죠?˝그러시며 어른 대인 두 장만 끊어 주신다.
뒤돌아서 바라본 내아이들 세 명이 갑자기 중국인으로 보이는건 기분탓이겠지!!!
광화문 앞에선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한 종교 수장에 대한 처벌법에 대한 집회가 한창이었다.
군중들이 어마어마하여 작은 소도시에서 올라온 나는 또 촌놈 표시 내며 한참을 바라봤었다.
열심히 의견을 내며 요구하는 시민들!
그리고 언뜻 보았던 청와대 지붕.
확실히 지방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 순간들은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릴때가 더러 있다.내가 너무 나약해서 그런 것인가?
나이 먹어갈수록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나 당황스럽고 두렵다.
코엑스 몰에도 갔었다.
예전 결혼전 코엑스 몰 근처에 몇 년 근무했던 적이 있어 한 번씩 무역센터나 코엑스가 티비에 비춰지면 내가 애들앞에서 어찌나 자랑을 하고 허세를 부렸던지...아이들은 완전 코엑스에 대한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다.
구석구석 돌면서 문구 팬시점 구경도 시켜주고 싶었으나 버스 시간도 다가오고 있어 초조했었고,일단 너무 바뀐 분위기에 어디가 어딘지 몰라 길 잃어 헤맬까 내가 당황스러워 입구에서만 조금 돌았다.(신랑은 그시각 전날 묵었던 장한평 숙소에 시계를 놓고 와 찾으러 다시 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를 얼마만에 찾은 건가?생각하며 아이들과 입구에 있는 맥도날드에 들어가 먹은 햄버거는 완전 꿀맛이었다.그쯤 도착한 신랑한테 ˝서울에서 먹는 햄버거는 맛있네?˝그랬더니 울신랑은 나더러 맛있는걸 시켜먹었다고 한다.그런가??
아이들은 추운 것 빼곤 서울구경이 재밌었다고 했는데 고생스럽겠다 싶었던 서울구경이 의외로 나도 재밌었다.
아들은 배낭이 무거웠을텐데 군소리 않고 잘 메고 다녀줬고(물론 엄마가 들어줄까?물었을땐 빛의 속도로 가방을 주긴 하더라만!!) 지하철 갈아타면서 제법 걸었는데도 둥이들도 다리 아프단 불평을 안해서 기특했다.(자가용으로 다닐적엔 조금만 걸려도 다리 아프단 소릴 달고 있던 세 녀석이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녀석들의 핸드폰 삼매경도 좀 덜했던 듯하다.
나는 다니면서 줄곧 핸드폰에 깔려 있는 헬쓰앱을 체크했는데 많이 걸었던 날은 17천보밖에 되질 않아 의아했었다.
제일 많이 걸었던 날이 작년 6월 3일! 2만보를 넘겼었는데 과연 그날 어딜 그렇게 걸었었는지 당최 기억나질 않는다.
하루 만보이상 걸었을때 목표달성 메달을 받기가 쉽지 않다.7개월동안 70개가 채 되질 않는다.
왜 메달을 받고 싶은지 이유는 알지 못한채 맨날 맨날 걸으면서 걸음수를 확인한다.
강박증의 종류가 또 늘어난셈이다.
서울의 추위를 경험하고 집에 돌아오니 영하 3도쯤은 추위같아 보이지 않구나!!생각하던 찰나 아이들은 맨날 맨날 하나도 안춥다고 허세작렬이다.
며칠동안 헤롱헤롱..연이은 아이들의 개학,찾아가보지 못한 올케의 안부전화만 몇 통씩 주고 받고,도서관에 연체된 책들 반납하고,아파트 근처 작은 도서관 사서샘은 희망도서 신청한 책들은 왜 안읽느냐는 말에 뜨끔하여 ˝책이 너무 두꺼워서요˝란 말로 변명했지만,책제목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서샘의 꼼꼼함에 민망하여 책임감을 발동하리라!!다짐하다 보니 이번주도 벌써 다가고 생각해보니 금요일이 되어 있더라!!
기나긴 글에 사진이라도 곁들여야 무료하지 않을텐데 사실 너무 추우니까 사진 찍을 여가가 없었다.
손이 시려 핸드폰을 꺼내기가 싫더라는 다0방님의 여행기 페이퍼를 읽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도 컸다고 지네들 얼굴을 블러그에 올리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슬픈 나이가 되었다.
요즘은 다른 블러그에도 지네들 허락 받고 올린다.
암튼......그래도 얼굴 잘 나오지 않은 프레임으로 첫날 롯데리아에서 새벽잠을 자던 모습들을 몇 장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