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각주이다
“나는 유럽의 철학적 전통을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라고 하는 것이 그것을 가장 적절하게 특징짓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한 이 유명한 말은 서양철학사에서 플라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웅변적으로 잘 드러내준다. 플라톤! 철학에는 관심도 없거나 철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플라톤’ 하면, ‘이데아’, ‘동굴의 비유’ 등등 그에 관한 ‘상식’을 쉽사리 떠올린다. 그러나 플라톤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그건 바로 우리가 그의 이름만 알 뿐 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플라톤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플라톤이 누구인지, 그의 사상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책은 흔치 않다. 우리가 서양정신사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만나는 서양철학의 원류가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우리 인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물음들을 2500년 전에 다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학문을 하든 하지 않든 한번쯤은 플라톤을 짚고 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쉽게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전문 철학도를 제외하고 인접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나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입문서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책 '철학자 플라톤'은 우리에게 그런 가능성을 열어준다. 플라톤에 대한 수많은 입문서가 있는 독일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플라톤 학도가 최근에 ‘새롭게 써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 책은 우리를 곧장 플라톤에게로 안내한다.
이 책과 함께 플라톤이라는 높고 가파른 고개를 가뿐하게 넘는다
이 책은 먼저 플라톤이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게 한 배경을 간략히 다루고, 그의 철학이 특정한 맥락에서만 타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환기시킨다. 그 다음에는 플라톤의 초기, 중기, 후기 대화편들의 특징을 개괄하고, 이어 그가 왜 ‘대화편’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는지를 해명한다. 그러고는 곧바로 플라톤 철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주요 대화편들의 핵심 물음들과 함께 좋음, 육체와 영혼, 이데아론, 선험적인 앎과 상기, 앎의 개념 등 플라톤의 중요 사상들이 설명된다. 특히 그 유명한 태양의 비유, 선분의 비유, 동굴의 비유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의 사상의 핵심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은 플라톤의 사유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묻고 있다. 즉 자신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참된 것을 찾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플라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책은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한 교조적인 이해 방식을 벗어나 플라톤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 즉 인간적인 삶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그 이전에 인간의 본질은 원래 무엇이냐 하는 오늘날까지도 논의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 보르트는 플라톤 철학을 관통하는 물음과 플라톤 이후의 철학자들을 사로잡았던 물음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기 쉽게 논함으로써 우리가 플라톤이라는 철학의 높고 가파른 고개를 한결 가뿐하게 넘어가게 해준다.
한 손에 쏙 잡히는 플라톤
누군가를, 누군가의 사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저작을 독파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나 무엇인가의 도움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이 그런데도 플라톤과 그의 철학에 대한 ‘제대로 된’ 입문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플라톤에 관한 책들이야 많지만, 어떤 것들은 전문 연구자들만을 위한 것이어서 초심자에게는 과도한 부담감만 안기고, 또 다른 것들은 너무 소략해서 철학적인 ‘영양가’가 부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 '철학자 플라톤'은 ‘보편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목표에 성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플라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플라톤 철학의 전반을 꿰뚫게 하고, 철학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플라톤에 대해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연구 상황을 알려주어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젊은 연구자가 새롭게 쓴 ‘제대로 된’ 플라톤 입문서이다. 또한 이 책은 독자의 손에 쏙 잡히는 판형과 읽기 쉬운 편집으로 되어 있어 언제든지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다. 우리 곁에 편안하게 함께 있어 언제나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플라톤― <철학자 플라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간. - 실천으로서의 철학(<파이드로스>)
서양 사상의 뿌리인 헬라스 사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다. 헬라스인들의 무속적 '신들림' 현상의 극복과 구원 사상의 전개에 대한 정신사적 고찰, 그들의 면면히 이어진 중용 사상, 기능의 관점에서 본 사상사, 존재론적, 인식론적 탐구와 삶의 이론의 접합, 헬라스 비극이 말하고 있는 것 등을 다루고, 플라톤의 형상 이론의 체계적 조망과 좋음(善)의 원리, 적도 및 균형의 사상,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존재론, 자연법 사상, 글과 직관의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룬다. 또한 서양 철학사를 통해 2,300년이 넘도록 영향력을 미쳐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 철학에 대한 주요 비판 내용들을 장장 100쪽에 걸쳐 철저하게 분석하고 비판해 나간다. - 제7장 대화편<파이드로스>의 특이성
1. 국내 학자에 의해 히포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이 복원되다
고대 의학 연구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오랫동안 고독하게 히포크라테스 연구에 전념해온 학자 반덕진 선생! ‘오직 저술로만 말한다’는 신념을 갖고 홀로 20여 년 동안 히포크라테스와 나눈 우정의 기록인 《히포크라테스의 발견》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연재물이나 논문 모음집이 아니라 오랜 구상과 집필 계획에 의해 나온 것으로 그의 깊이 있고 집요한 히포크라테스 연구의 첫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그의 작품으로 인해 ‘미지의 세계’인 히포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이 복원되었으며, 이제 우리도 히포크라테스 정본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약 2500년 동안 서양 지성사와 과학사의 한 축을 담당해온 히포크라테스 사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담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에 오면서 과학적 의학의 무기 앞에 히포크라테스가 가진 의학적 왕홀(王笏)은 부러졌지만 결코 의심받은 적 없는 그의 ‘인문주의적 정신’과 ‘통합적 사유방식’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 그리스의 학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종합교양서
《히포크라테스의 발견》은 그리스 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종합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히포크라테스 전집》과 철학서, 역사서, 서사시, 비극 등 그리스의 다양한 사료를 재구성하여 신비한 인물로 비치던 히포크라테스를 책 속에 살아 있는 실존 인물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재현하려면 대상을 보여주어야 하고, 보여진 대상을 잘 묘사해야만 한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모아온 그림들과 여러 문헌들을 살피면서 알게 된 지적 체험들을 상세하게 주석으로 묘사했다. 인문학자들과 그리스 문화 애호가들(Hellenists)들을 위해 전거주석을 충실히 달라보니, 약 1천개의 주석이 붙은 책이 되었다.
이 책은 《히포크라테스 전집》과 《전기》, 철학서, 역사서, 서사시, 비극 등 그리스의 방대한 사료와 로마의 고전을 바탕으로 의학 혁명가로서의 히포크라테스 상과 고전기 그리스의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시킨다. 특히 히포크라테스 사유의 혁명성, 즉 서양적 사유의 히포크라테스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합리주의, 자연주의, 인본주의를 재검토하면서 그 현재적 의미를 살피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 히포크라테스 사유의 혁명성
① 인문주의 정신: 히포크라테스는 철학자, 역사가, 비극 작가들에 앞서 ‘인간’을 학문의 대상으로 설정하여 ‘인간학’의 탄생을 촉진시켰다.
② 합리주의 정신:질병의 원인을 신벌설이 아닌 자연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③ 자연주의 정신:투약, 절개, 소작과 같은 치료의학보다 음식과 운동이라는 섭생을 통한 자연치유력 증진에 관심. 자연을 진정한 의사로 보고 의사는 자연을 돕는 보조자로 자리매김한다.
④ 인도주의 정신:의사는 의료 자본가가가 아닌 의료 전문가로서 명예를 생각하는 윤리적 이상을 추구한다.
3. 왜 그를 새롭게 발견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히포크라테스는 ‘선서’가 아니고서는 연상키 어려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선서만으로 그의 아우라(aura)에 취하기에 그의 향기는 감미롭기만 하다. 히포크라테스를 ‘마음씨 좋은 의사’로만 알게 되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선서’에 가려 있는 그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전집에 관심을 갖고 그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발견할 필요가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고전기 그리스를 이해하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우리의 인문학이 접속해야 할 문화 코드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일정 부분 서양적 사유의 발원이 된 히포크라테스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탐색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 그를 새롭게 발견해야 하는가? 비록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은 오래 전에 퇴색했어도 그의 사유가 의심받은 적은 없다. 히포크라테스 사유의 매력은 ‘휴머니즘’ 정신이 ‘통합적’ 인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가 의학자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그의 인문학적 사유가 주로 의학 분야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전집에는 인문주의자(humanist)로서의 히포크라테스가 도처에 향기를 발하고 있다. 그는 병을 앓는 환자는 물론 그를 둘러싼 자연 환경과 인문 환경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하면서 이것들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고서는 인간 존재의 참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고 본 인문의학자였다. 그는 풍토학, 지리학, 천문학과 같은 자연학에서부터 민족학, 인류학, 수사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 속에서 인간을 파악하고자 했다. 즉 당시에는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때 현재보다 훨씬 많은 요소들을 고려했으며, 이 각각의 요소들을 유기적인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4. 우리 곁에 다가온 히포크라테스
저자는 현전하는 고대 문헌들을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신비스런 존재로만 인식되던 히포크라테스를 방대한 시간차를 훌쩍 넘어 책 속에서 생생하게 걸어 나오는 실존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상세한 주석과 도판으로 고전기 그리스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교양인들이 이 책을 완독할 수 있도록 해설주석을 풍부하게 달았고, 아직 국내 연구가 미흡한 점을 감안하여 인문학자들과 그리스 문화 애호가들을 위해 전거 주석을 충실하게 달았다. 히포크라테스의 고향인 코스 섬의 풍광에서부터 히포크라테스 문제에 대해 극단적 회의주의를 주창한 20세기 에델스타인의 사진까지. 이 책의 상징적 장면들은 물론 본문 내용을 보완해줄 수 있는 도판들을 풍부하게 실었다. 또한 다양한 부록을 첨부하여 히포크라테스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시공간의 지도를 그려냈다.
① 히포크라테스 연표: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외국의 어떤 자료에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히포크라테스 관련 연표를 세밀하게 작성했다.
② 히포크라테스 전집 목록:그리스어, 영어, 한국어 표기를 병기하여 그간 국내에서 동일한 제목에 대해 다양하게 사용되던 표현들을 바로 잡고자 했다. 그리고 전집의 대표적 판본들인 리트레 판과 러브 판에 해당 논문이 수록된 권수를 표시했다.
③ 히포크라테스 4대 전기 번역:히포크라테스의 생애가 기록된 전기들 중에서도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4대 전기를 우리말로 번역했고, 이 자료들은 영어권에서도 1992년에야 번역된 것이다.
④ 사전식 찾아보기:그리스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들이 이 책을 완독할 수 있도록 표제어마다 간략한 설명을 붙였다. - ≪고르기아스 (Gorgias)≫와 ≪파이드로스(Phaedrus)≫에서 수사학에 대한 반론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에서 히포크라테스를 다시 언급하고 있는데,
소크라테스와 아테네, 즉 철학과 정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서 배심원의 자세로 소크라테스 재판을 분석하는 책이다. 기원전 399년, 아테네는 전쟁 패배 이후 쇠락해가는 국가 안보를 다잡아야 했고, 안으로는 팽배해진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안정과 번영을 추구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가치관과 신념을 공격하는 소크라테스는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독배를 받은 소크라테스를 단순히 전제적 국가에게 짓밟힌 무고한 개인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면 아테네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을 위해 소크라테스 재판 전후의 시대적.정치적.사회적 상황을 소개하면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를 광범위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재판 속에 담겨진 민주주의의 본질, 국가의 이상, 시민 불복종, 정치 참여 거부 등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소크라테스의 재판 Scorates against Athens』은 기원전 399년에 열린 철학과 정치 사이의 비극적 대결이었던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면밀히 재현하면서, 이 재판의 의의와 더불어 재판이 제기한 국가와 개인, 민주주의와 법치, 법정의正義와 법사상의 정당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마디마디 짚어나간 책이다.
아테네와 한 개인 철학자의 가치관 충돌이었던 소크라테스 재판은 세계사의 유명한 재판들 가운데 가장 극적이고도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의와 극명한 이슈를 던져주는 재판이었다. 저자 제임스 A. 콜라이아코는 소크라테스와 아테네 사이의 대결을 정치철학의 근본 문제인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과 국가권위의 조화라는 시점에서 조명하면서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 신에 대한 의무가 국가에 복종해야 할 의무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를 체제에 따르지 않고 전통적인 공동체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반국가적 개인으로 규정하여 엄중히 벌한 국가를 공평한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재판을 일컬어 “철학자에 대한 국가의 재판”이라 하였으며, 재판 이후 ‘철학과 정치가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두고 인류는 팽팽한 논란을 계속해왔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민은 법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가,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또 양심에 어긋나는 법과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 정치적 의무의 근거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그 의무를 지켜야 하는가,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불러온 논란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국가의 잘못된 체제와 사회관습을 끊임없이 비판했던 소크라테스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철학적 사명과 신념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인류사에 ‘시민 불복종’의 철학적 근거를 마련하며 그 첫 씨앗을 뿌렸다. 17세기의 존 밀턴에서 19세기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세기의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서 킹 2세에 이르기까지 도덕적인 자연법에 거스르는 국가의 법에 맞서 대항한 이들은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권력과 이익을 위해 정의를 희생하는 국가와 양심적 개인 사이의 갈등을 심층적으로 고찰해낸 이 책은 오늘날의 시민 불복종을 둘러싼 논란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철학과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의 초상
기원전 399년, 그리스 세계의 지도국가 아테네는 밖으로는 전쟁 패배 이후 쇠락해가는 국가 안보를 다잡아야 하고, 안으로는 팽배해진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안정과 번영을 추구해야 했다. 그런 흔들리는 분위기 속에서 반국가적이고 반정치적 활동으로 국가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혐의를 받은 한 철학자가 국가 권력자들에 의해 기소돼 재판정에 선다. 그리고 이 고희를 넘긴 노쇠한 철학자는 국가보다 우선하는 신의 도덕적 법칙을 버리느니 차라리 국가에 불복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함으로써 죽음을 맞는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 민주주의의 효시라 불리는 아테네라는 도시국가에서 벌어진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과 그것이 일으킨 정치사회적 파장을 심층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재판 전후의 시대적?정치적?사회적 상황을 앞서 소개하면서 플라톤의 두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을 중심으로 수많은 논문과 저서, 정통 학자들의 연구 사례를 광범위하게 분석하여, 이 세계사의 유례없는 극적 재판에서 불거진 민주주의의 본질, 국가의 이상, 시민 불복종, 정치 참여 거부 등을 다각도로 펼쳐 보여준다.
저자는 아테네라는 국가가 소크라테스를 처형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가치를 어겼을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자율적인 개인을 전제적으로 억압한 상징이 되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권력과 부에 집착하는 자에게 명확한 사고와 올바른 행동으로 영혼을 향상시키는 삶을, 맹목적으로 전통을 추종하는 자에게 기존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다시 생각할 것을, 국가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자에게 자율적 양심에 따라 국가의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신에 따라 소크라테스는 도망치라는 권유도, 철학을 포기하라는 법정의 조건부 타협도 모두 거부하고 자신의 원칙대로 권력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자신을 신이 보낸 쇠파리에 비유하며 배심원들을 도발하는 등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9시간 30분 동안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결국 죽음을 자초한다. 저자는 모든 사회, 특히 민주사회에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타협이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라고 설명하면서 바로 이 지점이 대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가 지닌 약점이자, 악법 논란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시민 불복종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아테네, 즉 철학과 정치, 양측을 객관적으로 조망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잣대를 가진 배심원의 자세로 소크라테스 재판을 분석한다. 저자는 독배를 받은 소크라테스를 단순히 전제적 국가에게 짓밟힌 무고한 개인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면 당시 아테네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즉 현대 자유주의 관점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도덕적 우월성이 한층 더 크게 보일 테지만, 아테네처럼 사회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근본적인 가치관과 신념을 공격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현대인들 중에도 소크라테스가 유죄라는 데 표를 던질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도덕적 양심의 철학으로 국가의 권위에 맞선 한 시민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직격탄과도 같은 근원적인 질문들을 퍼붓는다고 말한다. 즉,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시민에게 세례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국가가 침해할 수 있는지, 도덕적 자연법에 거스르는 국가의 법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정치적 의무인지 묻는다. - 『크리톤』의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식으로 작성된 연설을 하는데, 이는 『파이드로스』에 나오는 그의 연설과 상당히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