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내맘대로 좋은책 - 책의날 특집 이벤트

알라딘에서 뒤늦게 '책의 날' 행사를 한다기에 한몫 거들기로 한다. 실은 한주간의 피로를 잠시 풀 겸 '노닥'거리자는 의미가 있다. 다행이 이번주에는 손품을 팔 만한 새로 나온 책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2>가 눈길을 끌었지만 당장은 손에 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미루어둔다). 뒷북 행사라는 게 '책에 대한 10문 10답'이다. 보통은 '식상한' 질문들이 나열되기 마련인데, '특집 이벤트'라고 예외는 아니다(한몫 거들기로 했다면 궁시렁거리는 건 또 뭔가). 아니, 그런 게 '이벤트 본색'일는지도 모른다. 원래 MT가면 다들 유치하게 노는 것처럼!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깔끔하게 한 줄이면 더 좋고, 길게는 두 줄 정도까지요.

네, 저는 '로쟈'입니다. '로쟈'는 '로지온'의 애칭이고요, '로지온'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름입니다. <죄와 벌>의 그 살인자 말입니다. 무섭죠?

 

 

 

 

2. 일 년에 몇 권 정도 책을 읽으세요?

읽는다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 같은 경우엔 보통 50권의 책들을 대출해놓고 있고 매주 10여 권 이상씩 새로 손에 듭니다. 하지만 첫페이지에서 끝페이지까지 읽는 책들은 많지 않습니다. 언젠가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도 적은 적이 있지만, 보다 많은 책을 '읽기' 위해서 대부분의 책들을 '구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감스럽긴 합니다(이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책의 세계는 이 우주처럼 점점 팽창해가고 있으며 우리가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안 읽은 책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이런 건 어린이날이나 성탄절 같은 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버스나 지하철 운행을 하시는 분들의 심정 같다고나 할까... 


 

 

 

3.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어떤 의미에서건) 가장 충격적이었던 책은?

이건 좀 어릴 때 읽은 책을 골라야 할 것 같네요. 나이 먹을수록 충격에 좀 둔감해지니까요. 그런 걸로 치자면 단연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입니다(요즘은 <수레바퀴 아래서>라고 나온 책이 더 많군요). 아마도 중 2때 읽었던 듯하고 그때 요절했다면 '이 한권의 책'이 될 뻔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허약한 우등생 한스 기벤라트와 스스로를 동일시했었지요. 그리곤 대학 1학년 때 읽은 <시지프의 신화>에 상당히 매료됐던 듯싶네요.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도 '충격'을 주었던 책이고(이 경우엔 '진동'이 더 적합하겠지만). 답하면서 보니까, '충격'이란 말이 무얼 뜻하는지 모호해지네요. '자극' 정도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은데, 실상 그런 책들을 꼽으려니까 너무 많네요. <장자> 또한 유쾌한 혹은 통쾌한 책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 20년도 더 전의 일이군요(참고로, 아래 이미지의 책들은 제가 읽은 것과는 모두 다른 판본들입니다). 

 

 

 

 

4. 읽는 도중 3번 이상 웃었다, 라는 책이 있습니까?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러시아문학쪽에서만 꼽아보겠습니다. 모두 대학에 들어와서 읽게 됐는데, 고골의 단편집,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과 <지하생활자의 수기>, 그리고 니진스키의 자서전 <영혼의 절규> 등은 읽을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책들입니다. 그런 탓인지 저는 개그 프로그램을 따로 보지 않습니다.

 

 

 

 

5.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또는 닮고 싶은 책 속 인물은 누구인가요?

'로쟈'야 물론 라스콜리니코프를 닮았겠지요. 아니, 자기 자신을 닮는다는 건 좀 이상한 말이네요. <수레바퀴 밑에서>의 한스 얘기는 했으니까 이후의 닮은 꼴을 찾아야 할 텐데 <말테의 수기>가 그래도 먼저 떠오릅니다. 대학 2학년때 전방에 입소했을 때는 별명이 '슈호프'였죠.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나 갓 20대에 읽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인물은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스클리프, 그리고 석사논문에서 다룬 <우리시대의 영웅>의 주인공 페초린 등이 떠오릅니다. 이 역시 딱 꼬집어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로군요.

 

 

 

 

6. 이 작가의 책만큼은 챙겨 읽는다, 누구일까요?

좋아하는 작가들을 말해보라는 것인데, '챙기는' 작가들의 원조는 밀란 쿤데라 같습니다(요즘은 책이 안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의 최근간 에세이집 <커튼>까지는 챙겨두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후에 '의식적'으로 그의 책들은 구입하고 바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시대 국내 작가로는 장정일과 김훈이 그런 부류에 속했구요(김훈의 소설들은 좀 예외이지만). 철학자들 가운데는 데리다와 지젝의 책을 가급적 챙겨두는 편입니다. 국내 철학자로는 박이문 교수의 책을 즐겨 읽었고, 또 비평가로는 김현, 김윤식 교수의 책들을 사모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벌써 오래전 일들이 돼 버렸군요. '관심저자'로 좀 시야를 넓히면 20-30명은 족히 될 거 같습니다. 게다가 그 숫자는 조금씩 늘어나는 편이어서 이들을 '관리'하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7. 남에게 선물로 줬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남에게 준 걸 왜 기억해두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 전혀 없는 건 아니네요. 주로 생일날엔 시집들을 선물했는데(시집이 저렴하니까요), 이성복, 황지우, 김중식 등의 시집이 아니었나 싶네요. 산문집으론 김훈의 <풍경과 상처>, 그리고 고종석의 <감염된 언어>도 몇 차례 선물하던 책들입니다. 아,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밝은 방>)도 즐겨 선물하던 책이고, 반응도 괜찮았습니다(한 사람만 제외하면). 가장 최근에 선물한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소설 <올가의 반어법>입니다. 얼떨결에 '감수'를 맡았던 책이기도 합니다.


 

 

 

8. 소장하고 있는 책 중 가장 고가의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건 국내서를 기준으로 하는 건가요? 별로 '신선'하지 않은 질문인데, 책이야 화보가 들어간 두툼한 책이 당연히 비싼 거 아닌가 싶네요. 소장본은 아니지만 옆에 있는 걸 기준으로 하면 <단테의 신곡 화보집>이 액면가 8만원짜리 책이군요(생각보다는 비싸지 않네요). 이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입니다(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어서 유감인 책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 셰르의 <천사들의 전설>, 마트롱의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등도 모두 무게와 가격이 꽤 나가는 책들인데 선물로 받은 '소장도서'들입니다.

9. '책은 나의 oo(이)다'. oo는?

<롤리타>의 표현을 빌자면, "내 인생의 빛,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입니다. 덧붙이자면, '나의 굴레, 나의 지옥이자 연옥이자 천국이며, 나의 연인이자 친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의 무덤'. 책에 파묻혀 죽을 거란 예언을 들은 바 있습니다. 내가 한 예언이던가?..

10.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내맘대로 좋은 책'은 어떤 것일까요?

흠, 이건 호주머니 뒤집어보라는 질문이네요. '이번달'이 '5월'을 가리키는 거라면 어제오늘 읽은 책 중에서 고르는 것인데, 그 경우엔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밖에 없습니다(오늘 원고를 쓰느라고). 조금 읽은 것도 포함하자면,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와 타리크 알리의 <1960년대 자서전>도 포함되구요, 이제 원고 때문에 들춰봐야 하는 로트만의 <기호계>도 '내맘대로 좋은 책'입니다(지금 책상머리에 있습니다). 4월까지도 포함한다면 물론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테지요...

 

 

 

 

흠,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네요...

08.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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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돌이 2008-05-0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페이퍼 읽다가 가끔 웃어버리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내가 한 예언이던가? 이부분에서 또 웃어버렸네요. 로쟈님 유머는 순간적이지가 않고 시처럼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가끔 생각날 때마다 재미있는 장난을 친 것처럼 기분이 좋아져요
^^
진행중인 페이퍼 보려구 늦게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재미있었어요. 굿!


로쟈 2008-05-03 00:58   좋아요 0 | URL
기다리시기까지나!^^

stella.K 2008-05-03 11:19   좋아요 0 | URL
우주돌이님 말씀에 동감!

Joule 2008-05-0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무섭죠?라고 말한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로쟈 2008-05-03 07:30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식 유먼데요.^^; 그리고 꿈 얘기 잘 읽어봤습니다.^^

마늘빵 2008-05-0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쟈님도 이벤트 참여하셨군요. 저도 이거 하려고 대기중입니다. 계속 늦게 들어와서 못하고 있는 중. 오늘도 이제 들어왔네요. -_- 내일 해야지.

로쟈 2008-05-03 00:57   좋아요 0 | URL
알라딘 품앗이네요.^^

순오기 2008-05-03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이 페이퍼 올라온 것 보면서 내가 읽은 책은 몇권인가 댓글 남기는 중이에요.^^ 로쟈님 페이퍼에도 역시~ 죄와 벌(열린책들), 독서의 기술, 수레바퀴 아래서, 시지프스의 신화, 말테의 수기,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폭풍의 언덕...뿐이군요.^^

로쟈 2008-05-03 07:31   좋아요 0 | URL
그런 책들이 일종의 '공통 도서관'이 되겠네요.^^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순오기 2008-05-03 16:38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 달면서 보니까 공통도서관이 보이네요.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

PhEAV 2008-05-03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테의 수기』를 보니 제가 평소에 정말 궁금해하던 게 하나 생각나서 여쭙습니다. 혹시 아시는지 해서... ^^;; (실례는 아니려나 모르겠네요)

원래 민음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의 42권은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였고, 저는 그걸 가지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그 책은 절판되고 심지어는 민음사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이 안 되더라고요. 대신 『말테의 수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데, 혹시 이게 어찌된 일인지 아시나요? 전 통 모르겠어서요 ㅠ,.ㅠ;;

로쟈 2008-05-03 07:26   좋아요 0 | URL
네, 저라고 알 턱이 있는 건 아니고요(출판관계자가 아니라서^^;) 짐작으론 번역이나 판권상에 문제가 있어서 절판시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책은 갖고 있는데, '희귀본'이 되겠군요...

비로그인 2008-05-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가 로지온의 애칭이었군요.
궁금했답니다. 하하


로쟈 2008-05-04 15:12   좋아요 0 | URL
로자 룩셈부르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요.^^;

섬나무 2008-05-0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주 유익한 페이퍼네요.ㅎㅎ 책은 나의 ㅇㅇ 이다에서 로쟈님의 ㅇㅇ을 진즉부터 그리 해석한 터이므로 몹시 진솔하기도 하네요.^^

로쟈 2008-05-04 15:12   좋아요 0 | URL
진솔하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하고.^^;

노이에자이트 2008-05-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네하라 마리를 요즘 많이 소개하시네요.그 책에 추천글 쓰셨더군요.저는 <대단한 책>이 좋아서 호기심이 생긴 작가입니다.소련(및 요즘 러시아)과 동구권에 대한 관심때문이죠.대학 들어와서 스탈린이 러시아 출신이 아니고 그루지아 출신인 것을 알고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작가들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들을 함께 좋아하시네요.러시아 작가들은 카프카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꽤 많더군요.그래서 한때는 이 지역을 다룬 작품만 연속해서 본적이 있어요.그때 <현대의 영웅>을 읽었죠.사놓고 오랫동안 안 읽다가...좋아하는 작가는 고골리,체호프...아..그리고 마르크스 전기 쓴 셀리브리아코바! 이 여인이 쇼스타코비치와 정분났다는 소문이...근데 김석희 씨는 이번에 이 책 새로 내면서 구판에 있던 인명해설을 싹 없애버렸더라구요.하긴 출판사에서 없애기로 결정할 수도 있죠.다행히 저는 헌 책을 구입했답니다.

로쟈 2008-05-04 15:14   좋아요 0 | URL
저도 <대단한 책> 때문에 주목하게 된 저자입니다. 관심을 보이니까 출판사에서 감수를 부탁해오더군요. 세베르뱌코바의 책은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2008-05-04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4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0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공동체 출판사 있었죠.거기서 나온 책이었어요.그땐 김석희 씨가 젊었죠.요즘은 원로대접 받던 것 같더군요.

로쟈 2008-05-04 23:36   좋아요 0 | URL
네, 책은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 긴 책은 잘 손에 들지 않았었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5-0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는데...
 

이번주 한겨레21에 실은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옮겨놓는다. '국내 첫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가가린과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을 적고 있다. 요점은 '지구-내-존재'로서의 인간조건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분량상 끄트머리에 더 보태야 될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가린에 대해서는 '가가린 미스터리'(http://blog.aladin.co.kr/mramor/2016151) 등의 페이퍼를 더 참조할 수 있다. 

한겨레21(08. 04. 30) 어차피 우리는 지구로 돌아온다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는 하나였다.” 지난 4월19일 12일간의 우주생활을 마치고 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한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씨의 소감이다. 첫 우주인이라고는 하나 이른 건 아니다. 이번에 그녀는 세계에서 475번째 우주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한국은 세계에서 36번째 우주인 배출 국가가 됐다니까.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12일 보스토크호를 타고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지 47년 만의 일이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가가린이란 이름은 말로만 ‘최초’가 아니다. 알려진 대로 러시아의 우주인 훈련기관이 가가린 우주센터일뿐더러 우주인들은 우주로 나갈 때마다 매번 가가린의 ‘행위’를 반복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주선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한 차례 내려 버스 바퀴에다 오줌을 눈다. 가가린이 그랬기 때문에(여성은 예외라고). 엔진이 점화되면 선장은 ‘레츠고’를 외친다. 가가린이 그랬기 때문에.

아마도 이소연씨는 귀국 뒤에 성대한 환영행사와 뒤이은 방송 출연, 그리고 공개 강연 등으로 우주에서보다 더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러시아(당시 소련)의 우주과학 기술을 홍보했던 가가린 역시 그랬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가가린처럼 ‘우주로 가는 길’에 대한 책도 써야 할지 모른다.

가가린의 책 <우주로 가는 길>(1961)이 그의 소감을 따서 <지구는 푸른 빛이었다>(갈라파고스 펴냄)란 제목으로 나왔기에 읽어봤다. 그가 우주비행사 후보로 선발되어 훈련을 받고 최초로 우주비행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와 다시 가족과 상봉하기까지의 기록이다. 무사 귀환 이후에 우주선을 점검하고 적은 소감이 이렇다. “너무나 기쁜 순간이었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을 소련에서 실현했고, 조국의 과학이 비로소 일보 전진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행복했다.” 물론 그의 진심을 담은 말이겠으나 새삼스럽지는 않은 말이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건 그가 선실 안에서 조국 러시아의 음악을 들으며 애창곡 <아무르강의 파도>를 불렀다는 대목이나 서반구를 횡단하면서 ‘아메리카’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는 진술이다. 그는 당시 미국의 우주인 후보들 가운데 앨런 셰퍼드에게 친근감을 느끼는데, 이유인즉 다른 두 명의 동료들과는 달리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주비행사들도 우리들처럼 평화적인 일에 종사하게 될까, 아니면 전쟁준비를 위한 노예가 될까?” 가가린이 궁금해한 부분이면서 동시에 러시아가 우주개발 경쟁에 나선 미국에 보낸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한국 우주인 배출로 우주과학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을 10년 이상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지적된다. 이소연씨도 자신의 소중한 체험을 다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나는 그 ‘소중한 체험’이 인간의 경험을 확장하는 체험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승인하는 체험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한계’란 한나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의 조건’이기도 하다.

정확히 반세기 전에 출간된 <인간의 조건>(1958) 서문에서 아렌트는 “1957년 인간이 만든 지구 태생의 한 물체가 우주로 발사되었다”란 사실을 먼저 지적한다. 러시아가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이 ‘사건’이 원자를 아원자입자로 쪼갠 사건 이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류가 ‘지구라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가능성이 역설적으로 상기시켜주는 것은 지구의 가치이다. 그래서 “지구는 가장 핵심적인 인간조건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한 인간의 거주지이다”라고 아렌트는 단언한다. 머지않아 1억원이면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고도 하지만, 그럼에도 엄연한 현실은 60억 인류의 삶의 터전이 우주라는 무중력 공간이 아니라 중력 공간으로서의 지구라는 사실이다. 우주로 가는 길은 동시에 중력의 세계로 귀환하는 길이라는 걸 되새길 필요가 있다.

08. 04. 30.

P.S. 한가지 뒷얘기를 적자면, 내가 보낸 원고에는 "그 ‘한계’란 한나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면..." 대신에 " "그 ‘한계’란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면..."이라고 돼 있었다. '한나 아렌트'라고 표기하지 않은 건 예전에 '해나 아렌트'라고 교정된 적이 있어서인데 다행히 교열부의 '방침'이 바뀐 모양이다. 또 한가지는 내가 "그녀는 이 ‘사건’이..."라고 적은 것이 "는 이 ‘사건’이..."라고 교정된 것. '정치적 올바름'에 맞게 고쳐진 듯하다. 필자로서 활자화된 원고를 확인하는 재미는 그런 사소한 교정들을 확인해보는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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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질좋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개방이다. 미국의 눈치를 볼지언정 적어도 국민 여론에는 개의치 않는 새정부의 '과단성'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인데, 덕분에 개인적으론 육식 대신에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꿀까도 고려하고 있다. 최소한 이제까지 즐겨먹던 탕종류를 먹는 일은 아주 드물어질 것이다(정부가 바뀌면 식단도 바뀐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고기를 좋아하는 딸아이의 식성이다. 학교에서는 급식을 먹으니 아이는 직접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학교 급식에 한우를 쓰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립서비스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면). 나 혼자 안 먹으면 말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 사안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284775.html). 

한겨레21(08. 04. 29) 안 먹을 수 없는 너

이명박 대통령은 “질 좋은 (미국산) 고기를 들여오면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에 도움이 된다.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과연 그럴까? 물론 부유층이라면 먹고 싶지 않으면 사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먹고 싶지 않더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노동자, 병원 환자들이 미국 수입 쇠고기의 1차 타깃이 된다.

프리온,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나

서울 강북의 한 중학교. 이곳 학생들은 한 끼 급식비로 2500원을 낸다. 교육청에서 보조금이 일부 나온다. 하지만 한 끼 식사에 들어가는 식재료비는 1200원에 그친다. 나머지는 위탁급식 업체의 인건비와 이윤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급식 메뉴로 불고기와 쇠고깃국, 우거지탕을 각각 올린다. 여기에 들어가는 쇠고기는 모두 오스트레일리아산이다. 우거지탕은 수입 고기를 뼈째로 고아 국물을 만든다. 고기는 등급이 낮은 것을 쓴다. 수입 쇠고기는 1kg당 7천원이다. 돼지고기 1kg은 4천원이다. 1kg당 3만원이 넘는 한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 학교 급식 담당자는 “미국산 쇠고기가 오스트레일리아산보다 싸게 들어온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그걸 쓸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병원의 환자 급식과 회사의 직원식당, 대학교 내 학생식당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병원. 이 곳에선 교통사고 등으로 골절상을 입은 환자 80여명이 입원해 있다. 이 곳 역시 급식용으로 수입 쇠고기를 쓴다. 환자들은 병원 급식 담당자에게 뼈를 고아서 만든 곰탕이나 설렁탕, 우거짓국을 많이 달라고 한다. 뼈를 고은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부러진 뼈가 빨리 나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곳의 급식 담당자도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가락시장에서 호주산 수입 쇠고기를 사 오는데, 미국산이 싸다면 그걸 사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픈 데 나으라고 고기요리를 해주는데 오히려 (광우)병에 걸리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빗장이 완전히 풀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 정상회담을 앞둔 4월18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했다. 2003년 12월 광우병 사태로 수입이 금지된 지 4년5개월 만이다. 시민들은 LA갈비는 물론 미국산 곰탕, 곱창까지 먹게 됐다. 몇 개월 전까지 살코기에서 뼛조각 하나만 발견돼도 미국으로 돌려보내던 정부가 뼈를 통째로 수입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국민에게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부의 전격 발표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송기호 통상 전문 변호사(조선대 법대 겸임교수)는 “올 2월 보건복지부가 낸 ‘인간광우병 관리 지침’ 2차 개정판에선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의 뇌와 척수를 먹지 말라고 했다.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을 규제하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자신들이 주장한 것과 180도 다른 방향으로 수입 쇠고기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담당자들은 오히려 안이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4월22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99.9% 안전하다. 마치 독을 제거한 복어를 우리가 아무런 걱정 없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광우병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주요 관리 대상으로 삼는 사람·동물 공통 전염병 중 하나다. 복어 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하다. 광우병의 원인 물질은 ‘프리온’(prion)이란 단백질 입자다. 프리온이란 말은 ‘단백질’(protein)과 바이러스의 최소 단위인 ‘비리온’(virion)에서 따왔다.

끓여먹고 고아먹는 우리 식문화

프리온은 단백질 형태여서 익혀도 파괴되지 않고, 약간만 소비해도 몸에 전이된다. 일단 전이되면 잠복 기간이 10년에서 20년에 이른다. 프리온이 정상 세포의 변형을 일으키기 전까지 감염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뇌·척수 등 SRM에서 프리온이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살코기와 소변, 혈액 등에서도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프리온에 서민들의 식탁은 노출돼 있다. 부유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에선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팔지 않는다. 한우만 판다. 백화점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당분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신세계 홍보실의 한 과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매장에서 팔았으나, 2003년 미국 광우병이 문제가 된 뒤부터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형 할인마트에선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판다.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면 식당 음식에도 수입 쇠고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전통적인 식습관은 고기를 직접 먹는 것이 아니라 끓여서 먹는 방식이다. 적은 양으로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거나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였다. 양지머리나 아롱사태로 국을 끓일 때도 고기를 오랫동안 푹 고아서 국물을 낸다. 그래서 식당 메뉴의 대부분에는 쇠고기가 들어간다. 부대찌개, 사골곰탕, 우거지곰탕, 쇠고기국밥, 쇠고기볶음, 설렁탕, 우족탕, 순댓국, 우거지갈비탕, 도가니탕, 해장국, 갈비탕, 냉면, 뚝배기불고기, 너비아니 등 손가락으로 다 꼽지 못할 정도다. 뿐만 아니다. 햄버거를 비롯한 모든 패스트푸드, 대기업에서 만드는 조미료, 간식으로 먹는 죽, 라면 스프에도 쇠고기가 들어간다. 쇠고기에서 추출한 젤라틴은 알약 캡슐에도 들어간다.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소머리국밥에서, 또는 쇠고기를 잘게 썰어 만든 햄버거에서도 프리온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4월21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대책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300㎡(약 90평) 이상 대형음식점 구이용 쇠고기에만 원산지 표시 의무를 적용했다. 6월22일부터는 100㎡(약 30평) 이상 일반음식점에서도 구이용 쇠고기뿐만 아니라 갈비탕·튀김·찜·육회용 쇠고기도 원산지를 밝히도록 했다. 또 원산지 표시 단속 권한도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갖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다 적발된 유통업체는 390여 곳이었다. 해마다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또 여전히 단속 대상에서 빠지는 규모 100㎡ 미만 음식점은 전체 음식점의 절반이 넘는 55%에 이른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익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민건강은 개인사업주나 가공업체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질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쇠고기 협상은 너무나 무책임하게 결론 났다.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대통령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벌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도 “닭이나 오리를 충분히 끓여 먹는다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릴 위험은 없다. 그런데 왜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 닭고기를 수입하지 않을까.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국민건강은 국가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들은 ‘미국 사람도 먹고, 재미동포도 먹는데 우리는 왜 못 먹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김성훈 총장은 “미국 사람들이 먹는 쇠고기의 97%는 20개월 미만 소의 고기다. 또 뼈까지 고아 국물을 먹는 음식문화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닭·돼지고기 값도 떨어뜨릴 것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대부분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발견됐다. 그래서 그동안 30개월 미만 소의 고기만 수입했으나 이번에 나이 제한이 철폐되면서 앞으로는 30개월 이상 자란 소의 고기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우리에게 제출하게 돼 있는 수출검역증명서에 소의 나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점 역시 문제다. OIE는 30개월 이상의 소에선 뇌·두개골·척수·눈·등뼈 등 7가지를 빼고 수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30개월 이하면 편도와 소장 끝만 빼면 된다. 우리 쪽은 협상 기간에 계속 나이 표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 단, SRM의 하나인 등뼈가 들어가는 ‘T-본’ 스테이크만, 그것도 180일 동안만 ‘30개월 미만’이라는 나이를 표시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쳤다. 나머지 SRM의 경우 미국이 나이에 맞춰 제대로 제거해주기를 믿는 수밖에 없게 됐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이나 검역을 중단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미국 검역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정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타결된 위생 조건에선 미국이 자체 역학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우리 정부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쇠고기 협상은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동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활동가는 “애초 정부는 마지노선으로 나이 표시만은 지키려 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굴욕적인 협상이었다. 정부가 한-미 FTA 타결과 국민건강권을 맞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입 쇠고기는 대체재인 돼지고기와 닭고기 값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가 들어오면 돼지고기 값은 13~20%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 소값도 폭락하고 있다. 농민들이 소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를 팔려고만 하지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 3당은 4월23일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야 3당의 청문회 추진은 “정치 공세”라며 TV 공개토론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미 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쪽과 합의해 개방을 약속한 사안”이라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은 ‘러시안 룰렛’처럼 언제 어디에서 ‘프리온’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한겨레21> 정혁준 기자)

08.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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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29 19:40   좋아요 0 | URL
입에서 욕이 맴맴 돌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식육용으로 어떤 고기가 들어갈까요?

로쟈 2008-04-29 21:34   좋아요 0 | URL
당근 한우가 아닐까요?..

Sati 2008-04-29 19:43   좋아요 0 | URL
미국 정부사절단 올 때마다 미국산 소고기 특스테이크를 대접하면 가관이겠군요.

로쟈 2008-04-29 21:34   좋아요 0 | URL
특스테이크라면 먹을 만하지 않을까요?^^;

셀나 2008-04-30 18:11   좋아요 0 | URL
차라리 사골을 푹 고아서 방한 기간 내내 물처럼 마시게 해 드리죠.

biosculp 2008-04-29 20:33   좋아요 0 | URL
광우병에 과장이 심하다면 돌날라오는 분위기죠.
참고해볼만한 글하나입니다.

http://gene.postech.ac.kr/bbs/zboard.php?id=job&page=1&sn1=&divpage=3&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504

로쟈 2008-04-29 21:41   좋아요 0 | URL
브릭에 올라온 글도 봤는데, 한국식 식문화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데요. 전세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하지만, 그 뼈와 내장을 고아서 먹는 나라가 더 있는지요? 발병 확률이 높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시범 케이스가 될 확률은 높아지는 거 아닐까요? 척수가 가장 위험한 부위라고 하니까..

파란여우 2008-04-29 22:26   좋아요 0 | URL
육식문화권인 유럽조차 미국산 쇠고기는 10%에 불과합니다.
광우병 과장설은 아직 그 피해자가 말라리아나 결핵 환자 숫자만큼
공식적으로 통계발표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 역시 체감성에서 떨어지는 설이라고 여깁니다.
또한 광우병 유발이 없다고 해도 사육과정이 엉망진창인 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논리는 타당치 않다고 봐요.

로쟈 2008-04-29 22:50   좋아요 0 | URL
네, 공감입니다. 싱어의 주장대로 먹고 살 만하다면, 이젠 '먹을거리와 윤리학'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4-29 23:44   좋아요 0 | URL
가축을 공장생산품처럼 대량사육하는 방식 자체를 반성해야 합니다.싱어의 주장은 맞아요.예전에 업톤 싱클레어의 <정글>을 읽고 옛날 미국은 빈민들이 먹는 육가공품이 따로 있고 부자가 먹는 육가공품이 따로 있었군...했는데 지금도 미국은 마찬가지라고 하네요.우리나라도 얼마전부터 일본식용소인 화우를 비싼 값으로 주문해먹는 사람들이 있던데...그냥 우리집 뒷산에서 나물이나 뜯어 먹어야겠어요.쑥은 이제 써서 안되고 머위대나 잘라먹어야죠.그리고 우리나라 식용견 사육장도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개를 키워 성질이 사나와요.덩치만 키우려고 투견종자까지 섞어 품종을 만들어가지고 성격도 얼마나 사나운지 일단 밖으로 튀어나왔다하면 맹수가 따로 없어요.1년에 몇명씩 물려죽잖아요.올해초엔 개농장 주인의 며느리인 스무살 먹은 캄보디아 새색시가 물려죽었죠.이 개들은 주인이고 뭐고 없어요.밥주다 물려죽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닭이나 소도 좁은 공간에서 키우면 성격이 이상해져요.

로쟈 2008-04-30 00:02   좋아요 0 | URL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biosculp 2008-04-29 23:51   좋아요 0 | URL
몇몇 토론을 보니 미국도 스튜나 스프를 만들때 소뼈 그래도 고아서 만든다고 하더군요.
식습관이 꼭 우리만 특별한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소고기 개방찬성입장은 아닙니다.

로쟈 2008-04-30 00:02   좋아요 0 | URL
우리가 탕을 먹는 수준만큼은 아니겠죠. 말씀대로 '확률' 문제인데, 우리가 가장 높은 확률에 노출될 거라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거 아닐까요?..

마늘빵 2008-04-30 00:03   좋아요 0 | URL
"FTA는 해야하고, 그 다음은 소비자 몫"이라고 했다는데, 결국 돈 있는 놈들은 한우 골라 먹고 없는 소비자는 광우 먹으란거죠. -_- 소비자 몫이면 그거죠 머.

로쟈 2008-04-30 00:07   좋아요 0 | URL
어제 최신버전으로는 FTA와 무관한 '설겆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마노아 2008-04-30 00:09   좋아요 0 | URL
저녁 무렵에 kbs스페셜을 다시 보았는데 화면을 끝까지 보고 있자니 후덜덜 떨렸습니다.
의료보험 민영화 추진도 무서웠지만 미국산 쇠고기 개방은 더 끔찍하게 무섭더군요.

로쟈 2008-04-30 23:08   좋아요 0 | URL
미리부터 여름 극장가 모드가 된 건가요?^^;

섬나무 2008-04-30 09:13   좋아요 0 | URL
에밀 시오랑의 '독설의 팡세'를 읽으면 낄낄대면서 두려워지고 그러던데요
의지 결핍자들만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므로 그들만이 생각을 해야할 것이다. 적극적인 인간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면, 일상의 조용한 무질서가 비극 체계로 돌변한다./
이 문장에서 나를 배꼽잡게 한 건 의지결핍자였구 나를 두렵게 한 건 적극적인 인간들. 특히 명박씨가 대표적으로 떠올랐는데 도대체 우린 어느 정도의 비극체계로 돌진하게 될까요.
정말 두렵습니다. 누가 명박씨 생각 좀 안하게 해줄 수 없을런지...


로쟈 2008-04-30 23:07   좋아요 0 | URL
진중권 인터뷰에 보니, 이대통령에게 가장 우려하는 점을 묻는 질문에 "이분이 잠을 안 잔다는 것"이라고 해놓았더군요...

섬나무 2008-05-01 11:53   좋아요 0 | URL
잠을 안 자는 게 우려된다... ㅎㅎㅎ

비공개 2008-04-30 17:33   좋아요 0 | URL
이제 아프지도 말아야겠네요. 약 캡슐에도 소고기가 들어간다니,, 라면도 끊고, 정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습니다..

로쟈 2008-04-30 23:04   좋아요 0 | URL
대에충 먹고 사는 일이 이젠 어려워질 거 같습니다...

털세곰 2008-05-01 01:22   좋아요 0 | URL
무릇 사람은 자신의 그릇 크기가 있다는 생각을 점점 굳힙니다. 이명박이란 인간은 한 회사 사장 정도하면 딱이었던 인물크기입니다. 그 이상(왠 시장???)도 그 이하도 결코 아닙니다. 본인의 손발은 부지런히 움직일지 모르나, 그 결과는, 본인의 선한 의도와는 심히 벗어나있고, 그런 인간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주지 못한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이걸 그 사람 본인이 깨치지 못한다는 것, 설령 깨쳤더라도 그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 행여나 본인은 내려가고 싶어해도 주변에서 말린다는 것... 모두 비극입니다.
문제는 그 비극으로 슬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재앙적 파멸을 가져온다는 것이지요. 더 큰 파멸에 비하면 더 작은 파멸이 이로워야합니다.
오늘 누가 그러더군요. 이명박 대통령 각하 체포조가 발동하면 자기 기부금 내겠다고...
저 역시 아낌없이 희사할 것 같습니다.

털세곰 2008-05-01 01:23   좋아요 0 | URL
아 어디선가 들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형은 "신념에 찬 또라이"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훠얼씬 나을 것은 이 신념에 찬 또라이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고자 광분합니다. 거기다 힘까지 쥐어져있다면... 오호라 통재라

로쟈 2008-05-01 23:34   좋아요 0 | URL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섬나무 2008-05-01 14:25   좋아요 0 | URL
pd수첩 쇠고기 수입 방영으로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는데 모든 언론매체는 아주 조용합니다.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이명박씨는 밀어부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던 ceo시절의 습관에 익숙한 게 아닐까 싶어요.그가 사용하는 섬긴다는 단어의 뜻은 다른 것인가 싶습니다. 어제 오늘 컴에서 떠나지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아주 기이한 행태의 근원이 너무 빨리 밑천을 드러내는 게 감탄스러울 지경입니다. '설겆이'라니... 그럼 걍 설겆이나 하시지 왜 밥그릇은 박살내는지 모르겠네요.

로쟈 2008-05-01 23:39   좋아요 0 | URL
사태가 너무 분명하고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난해할' 정도입니다. 요즘 정세는....

네모선장 2008-05-01 14:54   좋아요 0 | URL
보수주의자들이 10년만에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간 사회의 변화를 뼈저리게 느끼며 자신들의 관점에서 반성에 반성을 하여 정권을 잡았습니다. 제 생각엔 언론매체가 저리도 조용하다면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로쟈 2008-05-01 23:38   좋아요 0 | URL
학습기간이 앞으로도 거진 '5년'이란 건 상당히 비싼 대가가 아닌가 싶네요...

섬나무 2008-05-01 16:11   좋아요 0 | URL
진중권씨 오늘 아침 평화방송-라디오-인터뷰를 읽었는데요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는 네티즌들의 움직임을 전하네요. 근데 진중권씨 쎄네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같은 한 사람 자른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지금 청와대 브레인들은 모두 광우병 걸린 두뇌 같다... 국민들이 이제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놨는지 알게 되는 거다. 그럼 현 정부엔 더 기대할 게 없단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좋은 말씀 한 마디 해주신다면? 모르면 사람들이 시키는대로라도 하면 되지요. 자신들의 능력의 한계를 제대로 알고.
음... 그래두 속이 갑갑하네요.

로쟈 2008-05-01 23:35   좋아요 0 | URL
이번주 시사인 특집이 '진중권을 논하다'입니다. MB 덕분에 요즘 가장 바쁜 논객이더군요...

Koni 2008-05-01 18:02   좋아요 0 | URL
저는 채식주의자인데, 친구들로부터 "채식주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하는 질문을 듣고 있습니다. 물론 그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는, 질문이 아닌 푸념이란 건 알지만요. 무서운 시대입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엉뚱하게도, "난 이명박 안 찍었어!"라는 양심 선언으로 끝이 납니다...

로쟈 2008-05-01 23:37   좋아요 0 | URL
한번에 완전채식주의자가 되긴 어렵겠지만 저도 최소한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생각중입니다...

소경 2008-05-02 16:48   좋아요 0 | URL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일부만 읽었는데, 대체로 선뜻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이후 채식주의에 대한 토론때 어김없이 기업화한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해서 비판이 나오고, 1500원짜리 삽겹살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고기의 식감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갈등 되더군요. 물론 당일 학과 행사 이후 먹었던 갈비찜을 어정쩡하게 바라보면서도 입에 들어가긴 하더군요. (비판은 못하고 제나름대로 고기가 주는 보양/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에 대한 생각만 말 못하고 머리에 맴맴 울리더군요. 김준평처럼;;)

따우리~* 2008-05-03 13:01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요즘들어 신문보는 것이 티비 보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페이지를 못넘기고 채널을 못 돌리 겠습니다.
5년동안 계속이러면 곤란한데 말이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5월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해서 발표했다(http://www.kpec.or.kr/index.asp). 3권 정도는 생소한 책이다. 나대로 읽을 만한 책을 보태본다. 물론 한 달 동안 읽을 수 있는 분량은 넘어선다. 하지만 다 읽지 못하더라도 훗날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 어떤 책들을 읽었으면 했는지에 대한 '기록'의 역할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절반 정도는 '구경'의 의미도 있다...

 

 

 

 

1. 문학

문야분야의 책으로 작가 신경숙씨가 추천한 책은 정지아의 두번째 소설집 <봄빛>(창비, 2008)이다(<행복>이 첫번째 소설집이었다). "정지아의 <봄빛>속에 담겨있는 단편소설들은 이즈음의 소설들하고는 바로 구별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까마득히 잊고 사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존재들. 지금의 우리들을 몇 겹 만 파 들어가고 나면 거기에 역사와 세월의 더께를 쓰고 한을 품은 채 그러나 그 한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묵묵히 자신들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존재들이 정지아가 골라낸 문장의 숨결을 타고 고스란히 되살아나 있다. 어찌나 구체적으로 그들의 삶을 한 자락 한 자락 펼쳐내는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라는 것이 추천의 변이다.

이 소설집에 대해서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씨의 리뷰를 미리 읽었는데 유익한 참조가 될 듯하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9#). 더불어 '이즈음의 소설'들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가령 최근에 나온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 2008)이나 손홍규의 <봉섭이 가라사대>(창비, 2008) 같은 소설집들(이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63208 참조).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꼽은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시공주니어, 2008)이다. 유럽편 1,2권이 먼저 나온 듯한데, "사진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 여행을 다니며 글을 통해 서양사를 배우다 보면 우리 역사를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 놓고 생각하게 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추천자의 생각이다. 어차피 자녀들에게 '세계문화유산 답사'(!) 해외여행을 시켜줄 형편이 안되는 대다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해줄만한 책선물이지 싶다(설마 가보자고 조르지는 않겠지!). 5월이 낼모레 아닌가.    



 

 


이덕일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묘와 창덕궁을 비롯해 정조와 정약용의 꿈이 담긴 수원 화성, 불국사·석굴암과 경주 역사 유적지구, 그리고 각지의 고인돌 유적 등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찾아보니 그에 관한 책들도 몇 권이 나와 있다. 흠 '종묘' 정도면 그래도 만만할 듯싶군...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미셸 세르의 <천사들의 전설>(그린비, 2008)이다. 다소 의외인데, 좋은 책이긴 하나 액면가 5만원의 고가본이기 때문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천사들의 전설>은 소설의 형식을 띤 철학책이고 글자보다 그림이 더 많은 화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화보집'으로 읽어도 되겠다(나는 도서관에 들어오기나 기다려봐야겠다)

'헤르메스의 철학자' 세르의 책은 국내에 몇 권 소개돼 있고 앞으로도 몇 권 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문서로 제격인 책은 가장 처음 나온 <해명>(솔출판사, 1994)인데, 이미 절판된 지 오래다. <헤르메스>(민음사, 1999), <기식자>(동문선, 2002) 외에, 이번에 알게 됐지만, <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이 되는가?>(민음인, 2006)도 소개돼 있다. 64쪽짜리이니까 '에피타이저' 정도로 읽을 수 있겠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김광웅 교수가 추천한 책은 얼마전에 나도 리뷰를 읽은 적이 있는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중앙북스, 2008)이다. 제목의 '아마추어정부'란 일본의 전 내각 '아베 정부'를 가리킨다. 책은 "자민당 파벌 정치가 어떤 때는 성공하고(고이즈미) 또 어떤 때는 실패하는가(아베)"를 살펴본다는데, "일본정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측근정치’(팀)가 파탄난 격이 된 아베의 경우는 같은 측근정치이면서 그 팀이 외부와의 소통을 소홀히 한 결과 전혀 다른 결과를 빚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전형적 정치행태보다 국민과의 소통이 훨씬 더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어 우리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찾아보니 다케나가 헤이조의 <구조개혁의 진실>(한국경제연구원, 2008)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런 책들을 더 열심히 읽어봐야 할 사람들은 요즘 '왕초보'란 말까지 듣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은 국민에게 민폐다. 일본 얘기가 나온 김에 나는 '전후 일본의 정치적 무의식'을 다룬 요시미 순야의 <왜 다시 친미냐 반미냐>(산처럼, 2008)를 읽을 만한 책으로 떠올려본다. 요시미의 책은 꽤 여러 권이 소개돼 있는데, <만국 박람회 환상>(논형, 2007) 등도 눈길을 끈다. '전후 정치의 주술과 시민의식'을 다룬 책이다. 모두 '전후시기'를 문제삼고 있지만 '타산지석'으로서는 모자라지 않을 듯싶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추천한 경제서는 고지마 히로유키의 <확률의 경제학>(살림Biz, 2008)이다. 경제교양서로 분류되지 않나 싶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수학, 통계학, 경제학, 논리학, 사회사상 등을 폭넓게 넘나들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도박이나 보험, 자산운용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환경문제, 나이트(F.Knight)의 불확실성을 통한 인간행동의 본질, 공유지식(common knowledge)이라는 집단적 추론 형식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평등의 문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겸사겸사 경제학 교과서가 아닌 경제학 교양서들을 찾아봤는데, 독자의 반응이 가장 좋은 책들이 유병률의 <서른살 경제학>(인물과사상사, 2005)과 최근 고정 독자층을 확보한 듯 보이는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1,2>(웅진지식하우스, 2006/2008)이다. 책 자체들보다는 "요즘 독자들은 이런 책들을 읽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둘 만하다.

 

 

 

 

6. 사회

사회분야의 책으로 김문조 교수는 헨리 젠킨스의 <컨버전스 컬처>(비즈앤비즈, 2008)를 추천했다. 저자는 "MIT 인문학부 교수이자 미디어비교연구 프로그램 주관자"라고 하는데,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이 콘텐츠의 교류를 촉진하고, 여기에 참여문화나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적극적 의지가 가세되어, 콘텐츠의 자유로운 교합이 이루어지는 문화적 컨버전스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책은 '컨버전스 문화'에 대한 청사진 정도 되겠다. 화두가 '미디어'에서 '컨버전스'로 이동해가는 것인지? 좀 늦된 나는 미디어에 대해서나 이해해두어야겠다.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민음사, 2002)가 (여전히 안 읽힌다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전히 고전이고, 레프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생각의나무, 2004)는 뉴미디어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그리고 최근엔 프랑크 하르트만의 <미디어철학>(북코리아, 2008)도 출간됐다. 물론 이 분야에는 양쪽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의 책들이 출간돼 있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가브리엘 워커의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웅진지식하우스, 2008)이다. 원제는 '공기의 바다(An Ocean of Air)' 정도이지만,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이 된 건 저자의 이름이 '워커'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부제대로 "지상에서 우주까지, 보이지 않는 공기를 찾아 나선 위대한 도전과 모험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그 공기 때문에 떠올린 책은 바슐라르의 <공기와 꿈>(이학사, 2000)이다. 나란히 읽으면 공기 위를 '꿈꾸며' 걸을 수 있겠다. 거기에 우주에 관한 책 얘기도 보태고 싶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서해문집, 1998)는 이미 절판됐지만, 이 '책에 관한 책에 관한 책'으로 대신할 수 있다. 오언 깅거리치의 <아무도 읽지 않은 책>(지식의숲, 2008)이 그 책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2064706). 이런 책을 읽는 건 '독서'가 아니라 그냥 '휴식'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예술'보다는 '문화'로 분류될 책이다. 정동주의 <다관에 담긴 한-중-일의 차문화사>(한길사, 2008)이니까 제목대로라면 '비교문화사' 책이다. "다관은 차를 끓이거나 우려내는 역할을 하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그릇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백제시대 차나무를 건네받은 일본의 차 문화사 비교는 그냥 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시각과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라는 것이 추천의 변이다. 아직 차를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그냥 몇 권의 책을 둘러본 정도다. 지난 겨울 중국여행때 사들고 온 녹차라도 빨리 먹어치워야겠다...

 

 

 

 

9. 교양

5월의 교양은 우주교양이다('우주적 교양'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겠지만). 이한구 기자가 추천한 책이 가가린의 <푸른 빛이었다>(갈라파고스, 2008)이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 체험담을 각각 2부로 나눠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설픈 리포트 같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 체제를 고려하며 읽는다면 내용은 참으로 진솔하다."는 평이다. 개인적으론 '5월의 읽을 만한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다 읽은 책이기도 하다(이번주 '한겨레21'에 소감을 적어놓았다). 가가린보다 좀 업그레이드된 우주여행 안내서로는 미국 우주인들의 달 탐사기 <문더스트>(사이언스북스, 2008)를 읽어볼 수 있겠다. <우주비행사가 들려주는 우주여행 설명서>(한승, 2008)나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우주여행 상식사전>(뿌리와이파리, 2008) 모두 이번 '한국인 우주인' 탄생을 겨냥하여 나온 책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아직도 '우주여행'보다는 그냥 '우주'에 관한 책들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사이언스북스, 2008)와 남순건 교수의 <스트링 코스모스>(지호, 2007)가 있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승산, 2002)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김영사, 2006)도 책장에서 꺼내놓고 싶지만 글쎄...

 

 

 

 

10. 전기

'나대로 전기 읽기'는 68혁명 40주년을 맞아 타리크 알리의 <1960년대 자서전>(책과함께, 2008)을 고른다(소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55124 참조). 조지 카치아피카스의 <신좌파의 상상력>(이후, 1999)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인데, 이 책은 개정판이 곧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안다. 겸사겸사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한번 더 볼까 싶다(아니면 <몽상가들>?)...

  

 08. 04. 29.

 

 

 

 

P.S. 5월의 고전 읽기는 '고전 읽기' 자체를 문제로 삼는 책을 골랐다. '21세기 인문학의 변형'을 화두로 한 커트 스펠마이어의 <인문학의 즐거움>(휴먼&북스, 2008)이 그것인데, 개인적으론 이 '무거운' 책을 4월 내내 야금야금 읽었다(원저 자체가 두꺼운 건 아니다). 자세하게 따로 적어두지 않았지만 책은 인문학 자체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책들 가운데 가장 도전적이고 가장 유익하다(번역에 일부 흠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상반기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물론 이때의 '개인'은 소위 '인문학 강사'로서의 개인이다). 5월에는 이에 대한 페이퍼를 적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가 <인문학의 즐거움>과 같이 읽는 책은 월터 카우프만의 <인문학의 미래>(미리내, 1998)과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매진, 2006)이다(카우프만의 책은 번역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니 주의해야 한다. 쇼리스의 책은 물론 널리 알려진 책이고 나는 완독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김윤식 교수의 <백철 연구>(소명출판, 2008)를 대출해놓았는데, 한국 대학에서 문학연구의 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고전 읽기', 더 나아가 '인문학 공부'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을 다시 가다듬어봐야겠다. 맙소사, 이 좋은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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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4-2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아 씨 하면 빨치산의 딸 생각나는데 그때가 스무살이었던가요.이제 40대...세월이 팍팍 지나는 소리...오...그리고 저 백인 남자는 말론 브랜도 아저씨? 이 사나이도 이젠 불귀의 객이 되었구먼요.

로쟈 2008-04-30 23:10   좋아요 0 | URL
네, 매력있는 배우였죠.^^;

PhEAV 2008-04-2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은 피아니스트 폴리니의 음반에서 본 게 더 익숙하네요. ^^;

로쟈 2008-04-30 23:10   좋아요 0 | URL
책 표지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섬나무 2008-04-3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랑 교양이 마지막 목록이었으면 이 그림을 못 볼뻔 했네요.^^ 근데 대문에 확대된 먼 풍경과 하늘빛, 말하는 뒷통수가 훨 좋습니다.

로쟈 2008-04-30 23:11   좋아요 0 | URL
그림을 갖다 붙여놓는 게 돈 드는 일은 아니어서요.^^;

치유 2008-07-1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진 우주란 책을 중2학생인 녀석이 봐도 이해가 될까요??
때론 이렇게 어려울것 같은 책을 주문해달라고 조르면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로쟈 2008-07-15 14:46   좋아요 0 | URL
흥미만 느낄 수 있어도 성공 아닐까요?^^
 

'피터 싱어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김에 관련기사를 찾았다. 작년 봄에 방한했던 것이 기억나서다. <오늘의 세계적 가치>(문예출판사, 2007)에 실린 피터 싱어의 문답강연에 대해 몇 마디 적어놓을까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가 않다. 도올인터뷰 기사로 소개를 대신한다.

중앙일보(07. 05. 21) [도올인터뷰]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 교수를 만나다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이자 타임지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의 한 사람으로 꼽은 피터 싱어(Peter Singer) 교수가 내한했다(본지 5월 18일자 18면 기사 참조). 도올 김용옥 기자가 17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그를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싱어 교수는 2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상가로서 우리는 재미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싱어 교수는 보통 철학자들과는 달리 어법이 진솔하고 직설적이며 간결했다. 버트런드 러셀 이후로 가장 많은 사회적 논쟁을 생산하고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철학자로서 정평이 있다"는 것이 도올의 말이다.

-좀 거칠게 질문하겠는데 윤리학(ethics)이란 무엇인가?

"윤리학이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마땅한가(how we ought to live)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의가 간결해서 좋다. 그대는 전통적 윤리학 학파 중에 어디에 속하는가? 혹은 속하지 않는지….

"나는 공리주의 학파(utilitarianism)에 속한다."

-그대의 주장이 전통적 공리주의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전통적 공리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쾌락의 정도의 기준에 의하여 윤리적 가치를 결정한다. 그러나 나는 쾌.불쾌의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모든 지각.의식 있는 존재(sentient being)의 선호(preference)에 관한 것이다. 그 선호의 만족을 최대화시키거나, 선호를 방해하는 불만을 최소화시키는 것에 관한 것이다."



-당신의 선호공리주의(preference utilitarianism)에 의하면 인간이 살기를 선호할 때도 있지만 죽기를 선호할 때 그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그것이 내가 주장하는 안락사 허용의 문제다."

-그러한 허용에 도달케 되는 윤리적 과정에 더 큰 문제가 있지 않은가? 존엄한 인간의 의식적 결정이라면 몰라도, 뇌사 상태에 있는 인간이라든가, 유아의 경우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생명의 종료를 누가 감히 결단하겠는가?

"내가 말하는 것은 불가피한 비극적 상황에 관한 것이다. 소생 가능성 없는 뇌사의 인간이라든가, 너무도 심각하게 불구로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주변의 식구나 양식을 가진 의사가 어려운 논의 끝에 도달한 합의(선호)를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자비로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인간의 오판이라든가 보험금, 범죄 동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개입될 우려가 많다.

"안락사는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큰 사회적 부작용이 없다. 나의 논의에 많은 사람이 부정적 견해를 표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인도주의(humanitarianism)에 관한 그들의 관념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편향의 대부분은 기독교적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유대교의 경우는 좁은 울타리의 동네사람이나 선민의식에 절어있는 유대인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예수가 말하는 '이웃'도 기껏해야 인간이라는 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이 악이라면 물론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종차별주의(speciesism)도 악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지각.의식 있는 존재의 고통의 경감이나 이해 관심에 관한 동등한 배려다. 저등 의식의 유아보다 더 고등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동물도 많다. 이런 동물은 마음대로 죽이면서 안락사 문제에만 인도주의라는 존엄성의 잣대를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절대적인 듯이 보이는 윤리적 직관(intuition)이라는 것도 편견투성이다. 직관 자체가 진화해야 한다."



-그대는 유대인인가?

"그건 왜 묻나? 우리의 논의와 유대인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혈통상 분명한 유대인이지만 사상이나 종교로 말하면 날 유대인으로 규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는 그냥 사람이다."

-유대인들이 미국의 상층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국제세계에 부도덕한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데 당신은 책임이 없나?

"당신이 말하는 것은 미국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매우 조직화된 유대인 로비스트를 지칭하는 것이나 그들이 곧 유대인은 아니다. 유대인 중에는, 촘스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칼 마르크스 같은 이도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 탄압은 잘못된 것이다."

-당신은 무신론자인가?

"하나님이라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어 이 세계를 창조했고 지배하고 있다면 도대체 인간세상을 왜 이따위로 작동시키고 있는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질문을 나는 극복하지 못했다. 인간의 문제를 궁극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신념이다. 나의 입장을 지각 있는 모든 존재의 입장과 항상 환치(換置)해 보는 것이 모든 종교적 명제에 우선한다. 대체적으로 종교는 공평성(impartiality)을 결여하고 있다."



-지각 있는 존재에 관한 당신의 주장은 불교의 중생(衆生)이론과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호가 '도올'이듯이 불교는 돌멩이에도 저급한 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까지 보는 것 같다. 내 이론은 존재를 거기까지 넓히지는 않는다."

-신경계(nerve system)의 유무인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음에 관한 것이다."

-식물에도 정보 전달 체계는 있다.

"식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무를 톱으로 자를 때 나무가 통증을 안 느끼는 줄 어떻게 아는가?

"현대과학의 상식 수준에서 이야기하자."



-당신 강연 제목을 묻겠는데, 21세기에 윤리적으로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첫째 이 세계의 불필요한 고통(unnecessary suffering)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둘째 이 세계는 이미 이 세계의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부를 축적해 놓았다. 단지 분배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못사는 나라의 음식.의료.교육을 위해 힘써야 한다. 셋째 환경을 파괴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우리의 문명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환경파괴 가스와 연료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미국은 에너지 낭비 체제의 확보를 위해 이라크까지 침공하지 않았나?

"에너지 이유만 아니라 남의 나라에 민주를 만들어 주겠다고 간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그 결과는 수천 수만의 생명이 아무 이유 없이(for no good reason) 죽어만 갔다. 유엔의 결정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행동한 것은 미국역사의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다."

-부시는 좋은 사람인가?

"그는 대체적으로 기만적이다. 아주 자비로운 보수인 것처럼 가장했으나 약자와 가난한 자를 무시했고 개인의 자유를 짓밟는 감시체제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오리건주의 안락사법을 뒤엎으려 했다. 보수적 기독교인의 지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나는 최근 '요한복음'을 새로 번역하고 강해했다.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나나 당신과 같은 사상가(윤리교사)의 한 사람이다. 그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그가 죽은 지 40.50년 후부터 집필된 것인데 별 신빙성이 없다."

-한국에 대한 생각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매우 지위가 높은 나라다. 경제적으로 11위권에 든다면, 한국인은 이제 글로벌한 사유를 해야 한다. 해외원조금을 너무 적게 내놓고 있다. 그리스 같은 나라도 국민총소득의 0.17%를 내놓는데 한국은 0.1%밖에 안 내놓고 있다."



-북한에 대한 생각은?

"인민의 고통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나라 같다."

-그래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 그 나라의 지배자와 선의의 피해를 받는 대중을 혼동해서는 아니 된다. 북한의 인민들에게는 보편적 자비의 가치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북한 인민들을 도와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의견은?

"나는 구체적 정황은 잘 모른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이 평화롭게 접촉하고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성공단이나 철도와 같은 경협을 추진하는 문제에 관해 미국이 보다 너그럽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피터 싱어는 1946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나치 탄압을 피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주한 유대인들이다. 현재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드캠프석좌교수로서 범세계적 기아퇴치.생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멜버른대에서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석사논문을 썼고, 옥스퍼드대에서 '시민 불복종'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그의 조부는 심리학자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준 고전학자였다. 그의 명저 '동물해방' '실천윤리학'은 세계 철학계의 매우 인기있는 텍스트이다. 철저한 채식주의자.

08.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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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무 2008-04-28 14:36   좋아요 0 | URL
인터뷰가 실질적이고 간결하네요. 정말 좀 거친 직설적인 질문들이 현실감 있습니다. 마치 싸우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묻는 이나 대답하는 이나 학문적 수식이 없어 좋습니다. 피터싱어의 공리주의 혹은 윤리학을 눈치채기에 부족하지 않네요.
'독설의 팡세'를 읽고 에밀 시오랑과 로쟈님은 매치가 안되는 듯 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역자는 그가 주는 충격이 유쾌하거나 즐겁지 않으며 절망적이고 불편하다고 했는데 내겐 이보다 유쾌하고 통렬한 사고는 없어 보입니다.

행복이란 아주 희귀한 것이다. 늙은 후에나 노망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행복은 극히 소수의 인간에게만 베풀어진 혜택이다./
나는 노망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ㅎㅎ 내가 지금 불행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노망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니 이보다 더 나를 기쁘게 하는 책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로쟈 2008-04-28 23:38   좋아요 0 | URL
시오랑에 대해서는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요. 잘 안 맞아 보이나요?^^

비로그인 2008-04-29 12:18   좋아요 0 | URL
도올의 질문과 싱어의 대답이 모두 명쾌합니다.
싱어의 생각에 공감하는 편이랍니다.
저의 서재에 옮기고 싶습니다.
의미심장한 인터뷰기사소개 고맙습니다. 로쟈님.


로쟈 2008-04-29 13:4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