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바대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됐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administration/290555.html). 한심하고도 어이없는 일인데, 현정부의 대국민 인식이 어떤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반발이 더 거세지면 농림부 장관의 사퇴 정도를 복안으로 내놓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지지자들의 반응을 좀 듣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뉴스기사들을 읽어보다가 마치 5공으로 회귀하려는 듯한, 현정부의 퇴행적 언론관을 폭로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경향신문의 정리기사와 한겨레21의 원기사를 모두 옮겨놓는다. '멍청한 대중'들이 필독할 필요가 있다('대중지성'이란 말이 무색하다). 

경향신문(08. 05. 30)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절대 표 안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국민을 '멍청한 대중'이라고 하는 등 상식이하의 표현과 졸렬한 '홍보조언'이 들어있는 이 문구들은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높던 지난 5월초 문화관광체육부 홍보담당자 대상 교육자료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문건 하나만 봐도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홍보 문건 내용 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자성은 '몇가지 기술'이 부족해 '멍청한 대중'이 꼬임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앞으로 "내가 먼저 소통 하겠다"는 다짐도 몇가지 기술을 구사해 '멍청한 대중'을 꼬드겨 보겠다는 술수처럼 해석된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최근 입수해 보도한 이 문건을 보면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왜 그리 힘들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섬기려는 마음가짐이 애초부터 없었지않았느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경제만 살리면 만사가 해결되는 양 미국과 일본을 돌며 CEO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비판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인 대통령은 주주인 국민들이 5년동안 고용한 전문경영인이지 오너가 아니다" "전문경영인은 주주인 국민이 언제든지 해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올리며 대통령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시도에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기는 커녕 인터넷 공간을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로 규정하고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을 꾸려 오히려 네티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 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겨레21'이 입수해 보도한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문건에는 '독도괴담'이 어떻게 유포되는지,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 등이 정리돼 있다.

뿐만 아니다. 문건에 따르면 "유학과 연수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자와 프로듀서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 27일자 1면 머리는 '사흘째 도로 점거'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주말에 이어 월요일인 26일 집회에서도 '이명박 탄핵'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불법적으로 차로를 점거한 '반정부 시위' 성격을 뚜렷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실제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다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보다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반대와는 관련 없었던 집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집회가 불법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후설을 제기한 정부의 입맛에 딱 맞는 기사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는 대운하에 대한 양심선언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어서 쇠고기 협상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공무원이 한-미 쇠고기 졸속 협상을 비판하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쯤 되면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 조중동 기자들 중 한두 명이라도 양심선언 대열에 동참할수도 있지 않을까?(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21(08. 05. 26) “부정적 여론 진원지, 적극적 관리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입만 열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불통’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은 국민의 말을 듣고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부의 말만 듣고 따르라는 ‘일방통행’ 같다. 이런 방식의 소통을 생각하는 정부에게 국민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순치의 대상일 뿐이다. 순치의 수단은 두려움와 회유다. 이른바 공안 정치다.

<한겨레21>은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 포털을 순치시키기 위해 마련한 ‘채찍과 당근’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국민들이 서로 불신하게 만드는 경찰의 공안 시스템이 부활하는 현장도 잡았다. 이른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수사를 통해 정부와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겨누고 있는,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의 방향도 점검해봤다. 이번 취재를 통해, 민주정부 10년을 거치고도 정부 각 기관에 ‘공안의 DNA’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에게는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을 통해 ‘자유의 DNA’가 심어져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안의 부활’을 예단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편집자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됐던 5월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정부 부처 대변인들이 연 언론 대책회의 내용이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겨레21>이 5월23일 입수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를 보면, 당시 회의에서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물론 지역신문에 대한 ‘관리 방안’이 논의됐으며, 이를 위해 정부 광고의 집행, 언론·정부 공동(협찬) 행사 운영, 가판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법이 거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사태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을 논의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문제의 회의 내용 일부를 보도한 <경향신문>(5월17일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를 신청했지만,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문서가 확인됨에 따라 정부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논조 안 맞으면 광고 주지 말자”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부처 대변인회의’ 참석자는 모두 22명이었다. 주요 인사는 청와대 박흥신 언론1비서관과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 등이다. 이 밖에도 거의 모든 부처의 대변인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신재민 차관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해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의 언론 대응 방안 발언으로 이어졌다. 핵심 주제는 언론사의 논조에 따른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한 참석자의 말을 빌려 “회의 모두에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이 일부 언론의 쇠고기 관련 보도가 적대적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참석자는 “<경향신문> 논조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파문 관련 해명 광고 내용이 너무 다른 만큼 과연 이런 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를 놓고 고민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가 논란이 되자 문화부에서는 “각 부처 대변인회의는 격주마다 열리는 정례회의로, 정부 광고와 관련한 얘기를 할 성질의 회의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마저도 거짓말이었다. 이날 회의자료를 보면,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은 표지에도 ‘주요 논의사항’으로 소개돼 있다. 자료 3~4쪽을 보면, 조원동 실장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부처 협조사항 논의’라는 항목으로 △언론·정부 공동(협찬)행사 활성화 △특정 언론 대상 정부 광고 및 기고 금지 조치 해제 이후, 운영상 문제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언론광고 집행 여부를 특정 언론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려는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행태라는 지적이다. 즉, 정부 광고는 정부가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발생할 때 집행하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의 논조나 규모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 이른바 비판 언론의 독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정부 광고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전달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민 차관이 발표한 다른 언론대책 내용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신 차관의 ‘말씀자료’에는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어 “학생·주부 등 정서적 민감 계층의 동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교과부·보건복지가족부 등에서는 교육 현장 및 주부 대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정확한 정보제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도 관련 뉴스 배치 확인
정부의 부실한 쇠고기 협상에서 비롯된 비판적 여론을 방송과 인터넷 탓으로 돌리고 이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세청이 5월초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대개 5년마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지난 2004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이례적으로 4년만에, 그것도 대단히 미묘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것이다. 또다른 포털사이트인 야후 역시 지난 4월말 세무조사를 통보받았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 통보가 눈에 보이는 압박요인이라면, ‘포털 검열’ 의혹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신 차관은 5월9일 회의에서 광우병 파동 등을 예로 들며 ‘언론보도 관련, 조기경보 체계 가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차적으로 문화부 홍보지원국에서 인터넷상의 각 부처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해당 부처에 신속히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5월14일께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이 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는 대목과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정부 보고서도 있다.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가 열린 직후 외교통상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등의 문서다.
5월19일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 한 번 들끓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를 계기로 작성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정부는 정당한 비판 여론에 관심을 두는 대신 이른바 ‘독도 괴담’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독도 괴담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게시판을 통해 형성되고 유통되는 것으로 보고 ‘이명박 독도 포기?’(2008년 5월3일) 등 7개의 지식인 게시물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괴담의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괴담 유포 시점이 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된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치적으로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독도 관련 토론방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의 주소, 심지어는 댓글 동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놓았다.

포털에 “비판 댓글 ‘블라인드’ 처리하라”
문제는 보고되는 내용 대부분이 ‘쪽발이, 왜놈 등 극단적 반일 표현과 극일 주장이 속출’ ‘이명박이 화근이야 등 대통령에 대한 비이성적 비난이 다수’ ‘비논리적, 무조건적 독설 및 비방 다수’ 등으로 인터넷 여론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부주의 결과 사태가 악화되었다는 등 합리적 비난에 대해서도 일부 소개하고는 있지만 양적으로 적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끊임없이 ‘괴담’ 탓을 하는가 하면, 포털에 대한 댓글 삭제 압력까지 행사하는 배경이 이같은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다음 등에 따르면 5월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네트워크윤리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광우병 관련 글이 올라오고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심상치 않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 비판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는 삭제의 한 방법이다.

5월9일 언론 대책회의에서는 얼마 전 불거졌던 혁신도시 논란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정부는 혁신도시 논란을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지역언론의 정부 정책 비판”으로 매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특히 영남권·충청권 지역언론이)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 발전 추진에 대한 정부 신뢰성에 강한 의문과 함께 부정적 여론을 중점 부각”하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과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비판 언론에 버금가는 수준의 비판적 시각을 집중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쯤 되면 모든 게 언론 탓이라는 식이다.

정부의 언론 탓은 이날 회의에서 신문 가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참석한 박흥신 언론1비서관 등은 ‘청와대 홍보 관련 지시사항 전달’을 통해 가판 모니터링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를 논의했다. 정부의 가판 신문 구독은 언론사에 대한 로비와 압력 행사의 창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부터 폐지됐던 악습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 정부에서 가판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많은 언론사들이 이에 화답한 것은 가판이 오랫동안 정부 의도대로 신문 논조를 조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며 “가판 모니터링으로도 모자라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언론 보도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내용을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문 가판 점검도 강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희한한 말까지 써가며 언론과의 건강한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나기도 전에 언론 환경이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에 대한 정부의 퇴진 압력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극우 단체인 국민행동본부 등 일부 보수단체가 감사원에 제기한 특별감사 청구는 단 7일 만에 뚝딱 통과됐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외풍으로 인해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감사원을 떠나자 곧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비판 언론에 대해서는 ‘광고’ ‘관리’ 등의 용어까지 남발하고 있는 현 정부의 언론관은 전속력으로 추락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닮았다. 5월9일 여의도 한 언론사 건물에서 열린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 내용은 현 정부의 언론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최성진기자)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티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인터넷 ‘악플’이 아니다. 하지만 악플 수준의 현상 진단과 대책이 오간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우선 이 자료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의 선정주의 탓으로 돌린다. 정부 정책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 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어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라고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빅 브러더스 3인방
언론 환경을 5공화국 시절로 되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정부 인사는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등 3인방(사진 왼쪽부터)이다. 이 세 명의 ‘빅 브러더스’는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대선 직전까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지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그림자로 불린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역시 선대위에서 각각 메시지팀장, 공보상황실장을 맡았다. <동아일보> 출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장악을 위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마크’하고 있다. 이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으로 나선 직후 청와대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 엠바고는 조건부 보도제한, 오프더레코드는 보도금지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말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직접 압력을 넣은 사실도 있다. 문제가 터지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변인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높았다. 그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터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덕분이었다. 여론의 관심이 쇠고기로 옮겨가며 그대로 눌러앉은 것이다. 최 위원장과 이 대변인은 둘 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안고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까지 지냈다.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관장하는 신재민 차관은 특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압박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확산된 직후 그는 “포털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 최근 문화부 안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든 것도 신 차관이다. 그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이 언론탄압의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 요직에 앉아 있는 한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는 언론통제 논란으로 국민의 분노를 키울 것”이라며 “정부의 대언론 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신재민 차관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08.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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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5-30 23:30   좋아요 0 | URL
^^

수유 2008-05-30 20:59   좋아요 0 | URL
이 글 가져갑니다. 한심한 잡담과 넋두리만 쏟아놓는 형편없는 블로그지만, 그리고 정치적인 글들은 배제하려 했지만..광화문에 나가는 대신.. 옮겨놓으려 합니다

로쟈 2008-05-30 23:30   좋아요 0 | URL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스틸 사진 몇 점을 오랜만에 보는군요.^^

2008-06-01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녁 귀가길에 읽은 아침신문의 기사를 옮겨놓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란하여 미 축산협회의 '한국의 FTA' 보고서 문건을 분석하고 있는 기사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이 될 거라는 보고서의 전망에는 '판타스틱한' 협상 결과로 인하여 잔뜩 고무돼 있는, 미국 축산업자들의 부푼 기대가 그대로 담겨있는 듯하다. 지난 대선때 이명박 당선을 위해 미 축산협회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라도 행사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한국 정부가 대다수 국민의사보다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는지?..

경향신문(08. 05. 28) 美축산협 보고서 “한국시장 10억弗 최대 수입국될것”

미국 축산협회(NCBA)가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이 10억달러(약 1조원)를 웃돌게 돼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쇠고기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 축산협회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쇠고기 통상 역사상 가장 크고 중요한 양자 무역협정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 축산협회로서는 한·미 FTA를 발판으로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27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미 축산협회의 ‘한국의 FTA’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쇠고기 시장 잠재가치를 1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미 축산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그 더드가 지난달 18일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된 직후 작성한 것이다. 더드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쇠고기 시장은 10억달러 이상의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으며,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축산협회가 한국을 미국산 쇠고기의 제1위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데다 미국에서 단체 급식이 금지된 선진회수육(AMR)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부위를 제한없이 수입하게 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미 축산협회는 한·미 FTA의 선결과제로 △한국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 △미국산 쇠고기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 △위생협정(SPSS) 문제의 해결 등을 제시해왔다”며 “한국으로 쇠고기 수출이 재개되면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한·미 FTA가 비준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를 통해 쇠고기 수입관세(현행 40%)를 15년에 걸쳐 철폐하도록 했고, 한·미 쇠고기협상에서 한국의 까다로운 검역절차와 월령·부위제한을 폐지시킨 만큼 미국 축산업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한·미 FTA가 조기에 비준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강진구기자)

경향신문(08. 05. 28) 美 각본대로 ‘최대 황금시장’ 내줬다

미국 축산협회(NCBA)가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자국산 쇠고기 1위 수입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일본과 멕시코는 당분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이 자국산 쇠고기의 최대 소비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없었던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쇠고기협상을 통해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드러난 미국의 쇠고기시장 장악 의도=27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미 축산협회의 ‘한국의 FTA’ 보고서는 미 축산업자들의 양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없이는 FTA도 없다”며 한·미 FTA 체결의 훼방꾼 노릇을 하던 미 축산업자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뒤에는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한·미 FTA 조기비준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미 축산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그 더드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의회를 압박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를 ‘축산협회의 5대 시장 접근계획’ 중의 하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미국은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한국으로의 쇠고기 수출 길이 막히자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의 한국 수출→국 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 획득→ 한·미 FTA 비준조건으로 한국에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압박→한국의 까다로운 위생검역 절차 무력화→한·미 FTA 비준을 통한 관세 철폐 등의 치밀한 각본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측의 의도를 간파하기는커녕 한·미 FTA체결에만 급급한 나머지 한·미 쇠고기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허용, 도축장 승인권 및 취소권 이양 등 검역주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 되나=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 각 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2003년 기준)을 보면 일본이 13억9126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8억7435만달러), 한국(8억1457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미 축산협회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국으로 자국산 쇠고기를 10억달러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소비처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미 축산협회가 한국을 자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지목한 것은 멕시코와 일본으로는 당분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내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내장 등 부산물을 수입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강진구기자)

08. 05. 29.

P.S. 미국 축산협회(목축협회)의 로비 관련기사는 '미국 목축협회 한우협회 누르고 한국 정부 움직이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  "미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 뜻 있었다”(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290322.html)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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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세곰 2008-05-29 02:10   좋아요 0 | URL
치킨집 하는 사람입니다.
불경기라 먹고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자식만 아니면 과히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AI 때문에 이젠 밥 세끼 챙겨 먹기도 힘듭니다.
내라는 세금 빚을 내서라도 꼬박꼬박 냈습니다.
그러는 당신들~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그 세금으로 무슨짓거리를 했습니까?
배고픈 설움을 아십니까?
하루하루 살얼음 걷는 심정을 아십니까?
대출이자에 숨조차 맘껏 못 쉬는 국민들의 심정을 아십니까?

국민들 미쳐서 죽으라고 미국소까지 들여오신다구요..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게 대통령입니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배후세력을 찾으시고,, 빨갱이를 찾으십니까?

살고싶습니다.
최소한 미쳐서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만하십시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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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국회 홈피에서 탄핵 서명할 때 제 앞 어디에 있던 글의 내용입니다.

이런 글, 민정수석실이란 곳에선 들여다나 볼까요...
보면 뭐합니까? 기러기아빠들이 너무 많아서 어륀지 몰입교육하겠다고 하고,
골프장 피 낮추는데 골몰한다는 그들에게 이 글이 무슨 내용인지 감이나 올까 싶습니다...


로쟈 2008-05-29 08:33   좋아요 0 | URL
오늘 뉴스에도 나오지만 미 축산협회장조차도 예기치 않은 협상결과였다고 자평하더군요. 이 정부는 '머리'도 없을 뿐더러 민의에 대한 '감'도 전혀 없는 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29 23:39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6월4일 재보궐 선거에서 또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면(영남권은 그런다 쳐도)정말...아...

로쟈 2008-05-29 23:41   좋아요 0 | URL
국민의식이 가축 수준인 게 되는 것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5-30 00:30   좋아요 0 | URL
가축들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발언 아닌가요?

로쟈 2008-05-30 23:28   좋아요 0 | URL
'가축보다 못한 수준'으로 정정합니다.^^
 

유리 로트만의 <기호계>(문학과지성사, 2008)의 출간 소식은 지난달에 다룬 바 있다(http://blog.aladin.co.kr/mramor/2036014). 최근 출간된 계간 <문학과사회>(2008년 여름호)에 그 서평을 실은 바 있는데, 혹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있을까 해서 여기에 옮겨놓는다.

 

이것이 로트만의 문화기호학이다!

‘세계는 물질이다’와 ‘세계는 말[馬]이다’란 두 문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문장 구성상 유사한 이 두 문장을 언어학자라면 동일하게 다룰지 모르지만 문화기호학자는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한다. 먼저, 논리적 의미에서 동일한 계사 ‘-이다’의 의미작용이 다르다. 첫번째 경우에는 부분과 전체라는 ‘상응’을 의미하지만(세계⊂물질) 두번째 경우에는 직접적인 동일시를 뜻하기 때문이다(세계=말). 그리고 빈사(賓辭)에도 차이가 있다. 첫번째 문장의 경우에 ‘물질’과 ‘말’은 논리적으로 다른 층위에 속한다. ‘물질’이 메타언어라면 ‘말’은 대상-언어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경우가 메타언어를 지향하는 묘사적 기술(記述)이라면 두번째 경우는 메타텍스트를 지향하는 신화적 기술이다. 이 두 기술 유형은 각각 ‘비신화적 유형’과 ‘신화적 유형’으로 구분된다. 비신화적 유형이 어떤 식으로든 ‘번역’과 관계있다면, 신화적 유형은 ‘동일시’와 관련된다. 비신화적 텍스트가 제공하는 것은 번역을 통한 새로운 정보이지만, 신화적 텍스트가 다루는 것은 대상의 ‘변형’에 대한 이해이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단일언어적 의식과 복수언어적 의식 사이의 대립으로 수렴된다. 물론 신화적 기술을 낳는 단일언어적 의식이 신화적 의식이다.  

이상은 러시아의 세계적인 인문학 지성이자 문화기호학의 창시자 유리 로트만(1922~1993)이 동료 보리스 우스펜스키와 함께 쓴 「신화-이름-문화」(1973)의 서두를 간추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학원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그의 논문 가운데 하나인데 문화기호학 관련 논문들을 모은 『기호계』가 이번에 번역됨으로써 이제 한국어로도 읽을 수 있게 됐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번역을 통해서 ‘러시아어 로트만’이라는 단일언어적, 신화적 의식 세계가 ‘한국어 로트만’이라는 복수언어적, 비신화적(탈신화적!) 의식 세계로 전환된 것이다. 이것을 로트만 텍스트의 ‘비신화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비신화화, 혹은 탈신화화가 처음은 아니다. 이젠 ‘전설’이 되었지만, 로트만의 초기 문학이론 저작인 『예술 텍스트의 구조』(1970)와 『시 텍스트의 분석』(1972)이 각각 『예술 텍스트의 구조』(고려원, 1991)과(와) 『시 텍스트의 분석: 시의 구조』(가나, 1987)로 일찌감치 소개된 바 있다. ‘최초’라는 의의는 갖지만 영역본에서 중역한 것이며 적지 않은 오류들이 걸러지지 않은 것이 흠이다. 이어서 로트만의 주요 논문 몇 편이 우스펜스키, 리하초프의 논문들과 함께 『러시아 기호학의 이해』(민음사, 1993)란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러시아어문학 전공자들의 공역이었고 마침 로트만이 세상을 떠난 해에 출간되었다. 이후에 추가된 것은 편역서 『시간과 공간의 기호학』(열린책들, 1996) 외에 『영화기호학』(민음사, 1994), 그리고 로트만의 영화기호학이 포함된 편역서 『영화, 형식과 기호』(열린책들, 1995)와 유리 치비얀과의 공저 『스크린과의 대화』(우물이있는집, 2005) 등이지만 로트만 이론의 ‘중심’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예외적인 책이라면 로트만 문화기호학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화기호학』(문예출판사, 1998)을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서문을 쓴 영어본 로트만 선집 『정신의 우주 Universe of Mind』(1990)를 옮긴 것이다. 주요 이론적 저작으로 『기호계』는 이 책과 나란히 읽을 필요가 있다. 사실 3부로 이루어진 『문화기호학』의 2부의 제목이 ‘세미오스피어 semiosphere,’ 곧 ‘기호계’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호계』의 대본이 된 러시아어판 『기호계』(2000)는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문화와 폭발』(1992), 『사유하는 세계들 속에서』(1996)와 함께 로트만의 이론적 작업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로트만 사후에 편집 출간된 『사유하는 세계들 속에서』는 그보다 먼저 나온 영어본 『정신의 우주』의 대본이다. 즉 『문화기호학』과 『기호계』는 모두 704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편집돼 있는 러시아어판 『기호계』에 같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Ю. М. Лотман Семиосфера

이 러시아어판 『기호계』는 아직 영어로 완역돼 있지 않으며 불어본 또한 150쪽의 얇은 선집이다. 따라서 한국어본 『기호계』 번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도이며, 1968년부터 1992년까지 로트만이 발표한 논문 12편이 연대순으로 배열돼 있기 때문에 그의 이론적 사유가 어떻게 전개 혹은 진화되어가는가를 일별해볼 수 있는 유익한 자료이다(개인적인 바람을 덧붙이자면, 로트만의 유작 『문화와 폭발』도 소개되면 좋겠다).

『기호계』에 대한 서평의 자리에서 로트만 번역사 혹은 수용사에 대해 되짚어본 것은 이를 지켜본 개인적인 감회와 더불어 이제 비로소 그의 문화연구와 문화기호학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을 피력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한편으론 로트만의 문화이론이 ‘번역이론’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만큼 번역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번역은 물론 단순히 두 자연어 사이의 번역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신화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로트만이 보기에 텍스트로서의 신화는 특정한 의식 현상으로서의 신화, 곧 신화적 의식을 텍스트로 ‘번역’ 한 것이다.

단일언어적 세계로서의 신화적 의식은 모든 사물을 완전한 전체로 간주하기 때문에 신화적 의식의 세계에서 모든 기호는 고유명사화 된다. 예컨대, ‘이반은 헤라클레스이다’와 ‘이반-헤라클레스’란 두 문장에서 전자의 ‘헤라클레스’가 보통명사로서 이반이란 인물의 속성을 지시한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이반의 부분적 자질이 아닌 전체를 명명 과정을 통해서 특징짓는다. 그러한 것이 신화적 의식의 세계이며 이것은 유아적 의식의 세계에서 잘 나타난다. 아이들이 “나라고 부르지 마, 나만 나야. 너는 너고”라는 식으로 인칭대명사나 보통명사를 고유명사로 독점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처럼 신화적 의식과 사유는 의식의 개체 발생적 차원에서 먼저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신화적 의식이나 논리적 사고에 의해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문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로트만은 신화적/비신화적 의식의 문제를 인간의 사고에서 ‘좌반구적 원칙’과 ‘우반구적 원칙’의 대립과 공존에 견준다. 이것은 ‘아이의 의식 ↔ 어른의 의식’ ‘신화적 의식 ↔ 역사적 의식’ ‘도상적 사유 ↔ 문자적 사유’ ‘행위 ↔ 서사’ ‘시 ↔ 산문’ 등의 다양한 대립체계로 변주될 수 있으며, 분절적-비연속적 언어와 비분절적-연속적 언어, 디지털적 사고와 아날로그적 사고의 대립은 로트만의 문화기호학을 가로지르는 기본항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항들은 보편적인 문화모델을 제시하고 문화에 대한 모든 연구를 문화기호학이란 단일한 학문으로 수렴하려는 로트만의 학문적 기획에 디딤돌로 사용된다.

로트만의 학문적 야심은 가장 먼저 씌어진 「문화를 유형학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메타언어에 관하여」에서부터 잘 드러나지만 문화를 역사주의적, 상대주의적 시각 대신에 보편주의적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그는 문화 텍스트들의 다양성을 구조적으로 조직화된 하나의 단일한 체계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가 정의하는 문화 텍스트란 해당 문화의 입장에서 파악된 현실의 가장 추상화된 모델이며, 곧 해당 문화의 세계상(世界像)이다. 그런데 세계 질서의 구성 자체가 모종의 공간적 구조를 기초로 하여 인식되는 것처럼 이 세계상은 반드시 공간적 특징을 띠게 된다. 여기서 공간적 모델은 일종의 메타언어로 기능하며, 세계상의 공간적 구조는 언어로 된 텍스트처럼 기능하게 된다. 가장 단순하게 말해서, ‘여기 ↔ 저기’ ‘내부 ↔ 외부’ ‘우리 ↔ 그들’ 같은 대립쌍이 메타언어로 도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은 문화 대 비문화, 정보 대 무질서(엔트로피), 문화 대 자연, 조직화 대 비조직화 등의 대립으로 변주된다.

문화의 역동적 메커니즘은 문화 대 비문화 사이의 대립과 긴장에 그 토대를 두는데, 흥미로운 점은 문화가 자신의 경계를 확장하는 과정은 다른 한편으로 비문화의 영역 또한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로트만에 따르면, 모든 지리적 공간을 문화화함으로써 문화의 공간적 확장을 다 써버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문화가 한편으로는 무의식의 영역에, 다른 한편으로는 우주에 대립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문화의 역동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적 해명이 로트만 문화기호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기호계』를 통해서 우리는 생명계 속에서 인간만의 특권적 영역인 기호의 우주, 곧 기호계를 탐사할 수 있는 이론적 시각과 개념적 도구들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로트만의 작업은 그간에 주로 미시적이고 지엽적인 연구주제들로 채워졌던 국내의 문화연구의 시야를 보다 거시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으로, 더 나아가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장시켜줄 것이다.

08.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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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9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9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세곰 2008-05-2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시텍스트 분석은 표지를 스캔하셨나보네요... 그 어느곳에서도 보기 힘든 표지인데^^
저렇게 보니 또 감회가 새롭습니다. 십수년전 나를 절망케했던 그 얄팍한 책...

로쟈 2008-05-29 08:31   좋아요 0 | URL
스캔 같은 거 할줄 모르구요, 이미지들은 그냥 찾아보면 있습니다.^^;

yoonta 2008-05-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메타언어(비신화적언어)와 대상언어(신화적 언어)도 그 근본에서는 양자모두 언어라는 측면에서 동일성이 있다면 그리고 그 언어자체가 이미 언어가 아닌 것을 언어로 표현/동일시 하는 것이므로 분석/신화의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이전에 이미 양자는 '신화적 변형'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로쟈 2008-05-29 21:23   좋아요 0 | URL
로트만의 구분은 신화적 언와 비신화적 언어의 이분법이 아니라 신화적 의식과 비신화적 의식의 이분법입니다. 말씀대로 신화는 그러한 신화적 의식을 '번역'한 것이고요...

yoonta 2008-05-2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렇다면 의식과 언어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혹은 언어화되기 이전의 의식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되겠네요.

여튼 로쟈님덕분에 여러가지 배웁니다..^^

로쟈 2008-05-29 23:53   좋아요 0 | URL
말을 배우기 전의 어린아이들은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그건 아닐 터이므로 언어와 의식은 동일한 것은 아니죠. 단적으로 의식은 연속적인 데 반해서 언어는 분절적이기도 하구요...
 

어제 한겨레에 실린 지젝 관련기사에서 "아예 그의 이론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술잡지가 나올 정도"라는 언급을 했는데, 온라인 잡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Žižek Studies(http://zizekstudies.org/index.php/ijzs/index)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알게 된 건 별로 오래 되지 않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사이트를 찾아가 '발간사'를 읽어봤다. 두 번 놀랐는데, 일단 한국어 번역까지 제공되고 있다는 점(영국의 리즈대학이 이 잡지의 아지트인 듯하고, 그곳 박사과정생들이 세계 각국어 번역의 품앗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번역 또한 오역이 많다는 점('슬라보 지젝'이라고 옮기는 것부터가 징후적이다. 게다가 왜 한국어 문장이 안되는 것인지?). 여하튼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둘러보시길. 아래가 그 발간사이며 한국어 번역에서 두드러진 오역에는 표시를 해둔다(지젝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사실 아래의 영문보다도 읽기 편하다).   

Launched in January 2007, IJŽS is a peer-reviewed, open access academic journal. As its title unambiguously proclaims, it is devoted to the work of Slavoj Žižek, a Slovenian philosopher/cultural theorist. Despite such predictably caricatured media portrayals as "the Elvis of cultural theory" and "the Marx brother", Žižek has attracted enormous international interest through his application of otherwise esoteric scholarship to contemporary mass culture and politics.

IJZ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07년 1월 출범하는 IJZS는 Online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상호 검토 보완 할 수 있는 학문적 저널입니다. 저널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본 저널을 슬로베니아 철학자이자 문화 이론가인 슬라보 지젝(Slavoj Zizek)의 업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화 이론의 엘비스”(“The Elvis of cultural theory”), “막스 형제”(“the Marx brother”)에서 예상할 수 있는 그런 풍자적인 모습에도 불구 하고 동시대의 대중 문화와 정치에 대한 난해하지 않은 접근 방법으로 지젝은 막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 왔습니다.

With a desire to avoid "how many Žižeks can dance on the head of a pin?" types of debate, and mere hagiography, IJŽS aims to provide a valuable resource for those interested in his inimitable brand of critical thought. Just one small indication of Žižek's wide appeal is apparent from the diverse nature of IJŽS’s Editorial Board and the Journal will be devoted to engaging with the substantive and provocative implications Žižek’s work has for a range of academic disciplines.

IJZS는 단순히 위인전과 같은 접근이나 “얼마나 많은 지젝이 핀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출 수 있을까”와 같은 논쟁을 피하고 그의 독특하고 비평적인 사상에 대한 관심이 있는 가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지젝의 폭 넓은 주장에 대한 작은 암시는 IJZS의 편집 위원회의 다양한 구성으로 볼 수 있듯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이 명백 하며 본 저널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중요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지젝의 업적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For some, the notion of a journal devoted to the work of a theorist very much alive and intellectually kicking is discombobulating. That death should be a prerequisite for sustained scholarly interrogation of a patently substantial body of work, however, is perhaps stranger still. In an interview with one of the many journalists interested in packaging Žižek for mass consumption, Tony Brown of the Editorial Board has pointed out that:

일부 저널의 견해는 이론가 작품을 생동감 있게 나타내기도 하지만 일부 지적으로 중요한 작품은 혼란스럽기도 할 것 입니다. 이는 한 이론가의 중요한 업적에 대한 학문적 의문을 지탱하기에 필수 적인 이론가의 죽음이 아직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대중 소비에 대한 관점에서 지젝을 평가하는데 관심 있는 많은 저널리스트들 중의 한 사람의 인터뷰에서 편집 위원회의 토니 브라운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습니다.

Žižek is alive, which allows him to answer back. Derrida once claimed that people treated him as though he were dead before he actually died, since they were too ready to sum up the import of his work. Žižek always resists such encapsulations of his work and forces us to carry on thinking. He readily challenges people trying to sum him up. Hence his presence on the Board of the journal is unsettling rather than anything else - unsettling in a positive way. Anyone who tried to pin him down would be beating him up, intellectually speaking. Since Žižek is very alive he is able to kick back, interrupt encapsulations, celebrations, as well as criticisms.

“지젝은 살아 있고 그로부터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데리다는 사람들이 그를 마치 그가 실제 죽기 전에 죽은 것처럼 다뤄지면 그 준비가 지나쳐 제대로 평가 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젝은 항상 그런 그의 일에 대한 평가 받는 것에 저항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계속 생각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그를 평가하려는 시도를 쉽게 용납한다. 그래서 그의 존재가 다른 어떤 것과 달리 긍정적인 방향으로 심한 논쟁거리가 되도록 하고 있다. 그를 평가하려는 사람은 아마도 그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살아 있고 심하게 반박할 수도 평가 중간에 반박할 수도 찬사를 할 수도 그리고 비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Žižek thus defies easy categorisation but the importance of his contribution to contemporary cultural theory is clear. The fact that his success is largely built upon a consistent examination of ideology forcefully belies claims that we now live in post-ideological times. Moreover, his seemingly irrepressible urge and inexhaustible ability to articulate theory at length, in depth, and with manifold entertaining examples, offers significant hope for those seeking respite from the cultural tinnitus of pervasive soundbites.

그래서 지젝은 그런 범주화에 강한 반박이 가능지만 동시대의 문화 이론에 대한 그의 중요한 기여는 명백합니다. 그의 성공이 일치화된 이데올로기의 시험 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우리가 현재 포스트 이데올로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주장에 모순이 되며 또한 깊이 있고 폭 넓은 각지각색의 오락적인 예로 분명히 표현하는 그의 지칠 줄 모르는 능력과 견딜 수 없는 그의 충동은 널리 퍼지는 연설문의 문화적 귀 울림으로부터의 단절에 대한 중요한 희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08.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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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계기로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대개의 한국인들은 '잘먹고 잘사는' 일을 입버릇처럼 열망해온 터라 '잘먹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한데, 주변상황이 만만치가 않다. 그걸 또 보여주는 책이 최근 출간된 <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 2008)이다. 저자와의 인터뷰기사를 소개를 대신하여 옮겨놓는다.

한겨레(08. 05. 24) "미국인들이 쇠고기 안심하고 먹는다는 주장은 거짓”

미국에서도 자국산 쇠고기의 안전도를 의심해 풀로만 키운 소의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의 심각성이 증세가 유사한 알츠하이머에 가려져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시사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식품 전문가인 윌리엄 레이몽이 밝혔다.

레이몽은 코카콜라의 신화 속에 은폐된 진실을 추적한 <코카콜라게이트>로 명성을 얻은 프랑스인으로, 미국 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 펴냄)을 최근 국내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23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돼지나 닭 사료와 소 사료 작업이 같은 공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뒤섞일 수 있다”며 이런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에게 소를 먹이는 사료 정책을 폐지했다고 해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최근 광우병 논란은 미국산 쇠고기를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이 정한 뇌·머리뼈·척주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고 먹으면 위험성이 없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안전한가?

먼저 이 점을 말해 두자. 위험요소 제로는 있을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미국 농무부와 쇠고기 생산업자들이 규제와 새로운 발견에 관한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산 소의 뼈와 고기로 만든 사료를 다른 가축들, 예컨대 돼지나 닭 같은 동물들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게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 다른 사료 작업들이 같은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돼지나 닭 사료가 소 사료와 뒤섞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금지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돼지나 닭의 사료가 소 사료와 섞여 일어나는) 교차오염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쪽은 사료 생산업자들과 공장식 축산업자들, 그리고 미국 정부 관리들뿐이다. 우리는 미국 사료공장의 약 5%가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미국 상황을 좀더 잘 이해하려면 광우병 대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02년 보고서를 꼭 읽어 봐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내용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이 보고서는 “공공보건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이용하는 식품과 다른 제품들에 언제 중추신경 조직이 포함될 수 있는지 항상 알 순 없는 노릇이다. … 쇠고기와 쇠고기 추출물, 쇠고기 조미료와 같은 많은 식품들은 흔히 (척추를 포함한) 소 사체의 뼈 잔류물들을 삶아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핫도그와 햄버거, 피자 토핑(위에 얹는 크림이나 치즈)은 소 척수에 오염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티본 스테이크에 관해서인데, 티본 스테이크는 동물 척추가 붙어 있고 거기에 실제로 척수 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인들도 안심하고 먹는 미국산 쇠고기를 의심하는 것은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린 반대세력의 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먹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풀로만 키운 쇠고기를 먹는 경향이 추세화하고 있다. 2주일 전 <뉴스위크>가 그에 관한 몇 가지 뉴스를 전했다. 설사 미국 소비자 다수가 자신들이 먹는 쇠고기의 안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 의심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소 사육자들은 왜 동물사료에 집착하나?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내 책(<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에 동물사료를 섞은 혼합곡물사료가 얼마나 비용을 절약하고 더 큰 소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말하는 농부 얘기를 썼다. 이윤, 이윤, 이윤.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거의 돈 때문에 발생한다.”

-광우병 대책과 관련해 유럽연합의 조처는 광우병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인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위험요소 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이든 미국이든. 지금 유럽 상황은 광우병 소동으로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뒤에야 좋아졌다. 오직 강력한 대책만이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한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세계무역기구는 미국 편을 들었다.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 문제만 안고 있는 건 아니다. 성장호르몬도 문제다. 에스트라디올(난소호르몬의 일종),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 트렌볼론 아세테이트, 그리고 제라놀과 같은 호르몬제도 문제다. 이들 중 일부는 사춘기를 앞당기고 호르몬 난조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일부는 장기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 노인들이 흔히 걸리는 알츠하이머 증세도 광우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들이 있다.

2006년 이후 몇 가지 의학연구 결과 그런 연관성을 주장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BSE 암모니아 마그네슘설’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이 이론은 광우병 발병 원인이 장기간의 단백질 다량 흡입 및 마그네슘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것은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과도 매우 유사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 수가 왜 적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또다른 유력한 이론이 있다는 거다. 그것은 두 병의 증상이 거의 같기 때문에 인간광우병 환자 수가 지금 만연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 수에 가려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항생제와 살균·살충·제초용 농약, 포장용 가스, 유전자 조작 작물(GMO), 방사선 살균, 액상과당 등도 심각하다. 도대체 안전한 먹을거리는 없다는 얘긴가?

정말 큰 문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싸워서 우리의 음식을 되찾아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한다. 자연식품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깨달아야 하며, ‘적게 천천히’(small and slow)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비만 문제나 광우병 문제는 결국 최근 30여년간 미국 주도하에 진행돼온 민영화와 규제 철폐, 시장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핵심이 아닌가?

“명백히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나는 자유시장을 신봉하지만, 좋은 것만 취하고 위험한 것은 피해야 한다. 미국은 엄청난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 중 일부 제품들에 대해서는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한승동 선임기자)

08.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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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5-24 19:40   좋아요 0 | URL
아 오늘 한겨레신문에서 봤어요. 크게 실었더라고요. 첨엔 책 광고인줄 알았어요. 큭큭.

로쟈 2008-05-24 20:04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 때문에 들른 치과에서 지면기사를 읽었습니다. 동네엔 한겨레를 파는 곳이 없더군요.^^;

마늘빵 2008-05-25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동네서 한겨레 사려면 부지런떨어야합니다. 한 두세부 정도밖에 안갖다놔요. -_- 아침 일찍 가야한다는. 이거사러 나가야돼요.

순오기 2008-05-25 07:57   좋아요 0 | URL
늘 올려주시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꾸벅!

로쟈 2008-05-25 11:23   좋아요 0 | URL
옮겨오는 거야 뭐 식은 죽 먹기죠.^^;

노이에자이트 2008-05-25 22:51   좋아요 0 | URL
광주 광역시는 어딜 가나 한겨레 신문 쉽게 구하는데...창간 초창기에 호남지역 아니었으면 한겨레 신문은 견뎌내지 못했을 거라고 하는 말도 있었어요.

로쟈 2008-05-26 22:55   좋아요 0 | URL
광주가 부천보다는 낫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5-27 00:31   좋아요 0 | URL
오...소사...요즘도 복숭아 과수원이 많은가요? 최무룡 씨의 노래 <외나무다리>에서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만나면 정다웠던...하는 가사가 소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최무룡 씨가 노래도 잘했거든요.저 빼놓곤 우리 또래들은 이런 거 몰라요.헤헤헤...

로쟈 2008-05-28 21:56   좋아요 0 | URL
소사쪽은 아니구요, 신도시쪽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28 23:43   좋아요 0 | URL
신도시는 모르겠네요...

로쟈 2008-05-29 00:18   좋아요 0 | URL
중동, 상동이 신도시라고 불립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29 23:22   좋아요 0 | URL
오호...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