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시를 믿지 않는다
시는 기분의 권력
너는 기분을 믿지 않는다
잎새를 간지르는 미풍을 믿지 않는다
뜬구름을 믿지 않는다
구름의 집안을 믿지 않는다
철새들을 믿지 않는다
방탄복을 믿지 않는다
무사안일을 믿지 않는다
첫사랑을 믿지 않는다
구걸을 믿지 않는다
기적을 믿지 않는다
올챙이를 믿지 않는다
광선검을 믿지 않는다
지구의 종말을 믿지 않는다
어제의 운세를 믿지 않는다
믿을 기분이 아니다
안약을 믿지 않는다
세금고지서를 믿지 않는다
내일을 믿지 않는다
간판을 믿지 않는다
오늘의 날씨를 믿지 않는다
분리수거를 믿지 않는다
이러니 시를 믿지 않는다
너는 너를 믿지 않는다
그래도 아무일 없다는 건 믿는다
내일은 내일의 불신이 떠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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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은 현재 왜소행성
한때 행성이었던 난쟁이별
반지름이 달보다도 작은 왜소행성
멀리 있어서 작은 게 아니고 그냥 작은
그래서 134340 플루토가 공식 이름
134340은 수인번호 같구나
저승세계의 별이니
감옥이어도 어울리네
왜소행성 명왕성이 혜성으로
또 추락할지 모른다네
명계는 그렇게 또 추락하는 건가
(식구가 다섯이나 되는데)
실낙원의 사탄이 신의 벼락을 맞고
우주 끝으로 나가떨어졌다가
하데스의 지옥을 거쳐 지구로 날아오지
복수의 일념으로 날아오지
그 하데스가 플루토인데
1930년에 발견되었으니
밀턴은 몰랐던 플루토
그래도 실낙원을 읽을 때마다
상상한 플루토
우리가 잃어버린 건
낙원이 아닌지도 몰라
명왕성을 잃어버리고
저승을 잃어버렸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플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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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야멸차네요.이름을 빼앗다니~
수인번호같은 134340
하긴 내 주민등록번호도 수인번호가 아닐까싶네요.
인간이라고하는 사실이 죄라고 하니.

로쟈 2018-05-28 22:13   좋아요 0 | URL
달보다 작은데 식솔은 많아서 짠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북어국
지난밤 취하지 않았건만
북어국에 대한 예의로
취한 척

잠이 덜 깨
잠에 취한 척
애쓰지 않아도 몽롱하니
꿈속의 아침

블라인드 바깥은
환한 아침
나의 아침과 너의 아침이
같지 않구나

그러니 북어국이지
너도 북어지 싶을 때
튜닝이 필요할 때
월요일 아침

상쾌한 아침은
방송용 아침
상쾌하지 않아 좋구나
이토록

이제야 정신이 든다
아침의 저의에 눈을 뜬다
저항군의 연락처를 찾는다
쉽게 투항하지 않겠다

말라빠진 북어의 진실을
나는 안다
아침이 숨겨온 진실
저들의 책략

모두가 일어날 거라는 확신
모든 확신의 배후
북어국의 배후
목에 넘어가지 않는

이제야 기억난다
밤늦도록 아침과 싸운 기억
아침이 오는 걸 막으려
숨져간 동지들

상쾌함에 맞서
우리는 봉기했지
이날이 오지 않기를
눈을 감을 수가 없었지

북어국은 속임수
투항의 회유
북어국을 다 먹었어도
나는 말짱하다

나의 정신력
나는 아침에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북어국에 속지 않는다
기필코 아침을 되돌리겠다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겠다
아침을 물리겠다
북어국을 반납한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취하지 않았다
나는 저항한다
이건 잠꼬대가 아니다
이건 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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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8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oona Kim 2018-05-2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우군. 다시보니 반가운 시들이네^^

로쟈 2018-05-29 21:18   좋아요 0 | URL
^^

레뽀 2018-05-2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데 북엇국인데요

로쟈 2018-05-29 21:18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북한에선 북어국이라고 한다니 친북적인 시로.~
 

머리가 아파서 적는다
아프다고 적으니 아픈 건 아니다
날아다닐 기분이 아니다
말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문은 열어놓는다
자동차단기가 달려 있다
마음은 자주 단속해야지
복잡한 마음은 자주 고장이 난다
컴프레서에 문제가 있다
에이에스를 부르는 것도 일이다
세탁소에 들르지 않았군
지난 옷들의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
발가락 장난이나 할 때인가
목구멍에도 반창고를 붙여야겠다
이건 썼던 말이다
한번 쓴 반창고를 다시 붙이다니
이건 누가 하는 말인가
말할 기분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꿀꺽 삼켰다
치사량에 못미쳤나 보다
아침이면 또 깨겠군
그럴까봐 새벽에 일어난다
내일은 눈이 아플 예정이다
아니 다시 머리가 아플 것이다
아프다고 적은 걸 어디에 두었나
잘 때는 배에다 붙여놓아야겠다
배가 아프다니 너무 유치하다
차라리 날아다니는 게 낫겠다
요즘은 신경들을 쓰지 않는다
날아다닐 맛이 나지 않는다
추락할 기분이 아니다
무조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나는 단호하게 블라인드를 내린다
양들을 불러모으자
러시아에 가보자
아직 눈이 내릴까 눈 맞을
기분이 아니다 눈꺼풀이 감긴다
이건 아침에 지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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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28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침인데 지우지않으셨군요^^
이것도 시의 일부인가요?^^
매일매일 쌓이는 일거리, 읽을 거리...
그 모든 거 뒤에 남기고
(심지어 통증마저도!)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커피로
심장을 무장시키고
(마음 안정 기분좋음 효과)
출근 준비합니다.
즐겁고 새로운 낙이 생겼거든요^^*
모두들 굿 모닝~~~

로쟈 2018-05-28 11:08   좋아요 0 | URL
네, 즐거운 한주.~
 

무릎은 단출하다
식구가 꿇다와 펴다밖에 없으니
굽히다 구부리다는 친척이다
두드리다도 가끔 찾아온다
긁다도 오다가다 들른다
치다는 일이 있을 때만 찾는다
주로 꿇는다
항상 뭔가 잘못된 표정이다
나이 들면 시큰거린다
펴다가 외출하고
오래 꿇어서다
무릎을 편안히 해줘야 한다
그래도 머리 어깨 다음이니
넘버 쓰리 아니었나
발보다 무릎 아니었나
무릎이 요즘 안 좋다는 소식이 들려
안부로 적는 시다
식구들이 모쪼록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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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버 쓰리에서 빵! 터졌습니다.ㅎㅎ
무릎을 살리려면 어깨와 무릎사이?
넘버 2.5의 허벅지를 키워야 한답니다.
(의사샘이)

로쟈 2018-05-27 23:34   좋아요 0 | URL
골격계도 부실해지면 노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