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말이 없다고 별명이 떠벌이였지
나쁜 피에서 드니 라방
나무들을 보다가 떠올렸어
입 다문 나무들이 어찌나 떠벌여대는지
나무들의 거동을 보아 나무들의
모던댄스, 나무들의 모던러브
질주하는 나무들의 폭죽
과묵한 폭죽을 보아
우리는 과묵해도 좋았던가
우리에겐 간격만 있었지
잎은 잎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닿을 듯
닿지 않은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지
우리는 서로에게 떠벌이였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폭탄을 던졌어
눈 뜨면 나무들의 아침식사가 보였어
과묵한 식사였지 나무들의 행태였지
나무들을 바라보았어 바람이 불고
비가 들이친 날에도 거기에 있었지
입 다문 나무들이 떠벌여댔지
너도 지금은 말이 없지 나무들의 대열에 서 있지
나무들을 보다가 떠올릴 거야
나무들은 어디에나 있지 어디서나
떠올릴 거야 나쁜 피, 우리는 나쁜 혈통이었지
저기 터벅터벅 드니 라방이 지나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