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시를 믿지 않는다
시는 기분의 권력
너는 기분을 믿지 않는다
잎새를 간지르는 미풍을 믿지 않는다
뜬구름을 믿지 않는다
구름의 집안을 믿지 않는다
철새들을 믿지 않는다
방탄복을 믿지 않는다
무사안일을 믿지 않는다
첫사랑을 믿지 않는다
구걸을 믿지 않는다
기적을 믿지 않는다
올챙이를 믿지 않는다
광선검을 믿지 않는다
지구의 종말을 믿지 않는다
어제의 운세를 믿지 않는다
믿을 기분이 아니다
안약을 믿지 않는다
세금고지서를 믿지 않는다
내일을 믿지 않는다
간판을 믿지 않는다
오늘의 날씨를 믿지 않는다
분리수거를 믿지 않는다
이러니 시를 믿지 않는다
너는 너를 믿지 않는다
그래도 아무일 없다는 건 믿는다
내일은 내일의 불신이 떠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