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를 문학기행차 찾을 일은 없을 듯싶지만 유럽행의 경유지로 지난번 두바이에 이어서 이번에는 아부다비에 들렀다. 환승대기 시간이 길어져 공항인근호텔에서 한숨 자고 맞은 아침. 아침비행기로 아테네로 향하기 전에(5시간남짓 소요) 공항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환승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드문 일이어서 ‘아부다비의 밤은 깊어‘라고 적으려 했으나 장시간비행(인천공항에서 아비다비까지 9시간50분 소요) 탓에 어젯밤엔 바로 잠이 들었다. 조식은 호털방에 비치된 커피와 엊저녁 기내식으로 나왔던 모닝빵(버터)으로 대신하고 로비에서 일행과 조우. 어젯밤에는 알지 못했으나 호텔에서 공항까지는 연결통로가 있었다.

장시간 비행은 작년 11월 스페인문학기행 때의 기억(대기시간 포함 22시간. 기록이었다)이 있어서 당분간은 수월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듯. 10시간가량 수감체험을 한다는 기분이면 버틸 만하다(제때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고 영화관람도 가능하니 고급 수감생활에 속한다). 어제 기내에서는 쉬엄쉬엄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다가 최근 개봉했던 아일랜드(배경)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았다. 한글자막 제공. 소개와 예고편만으로 감독 마틴 맥도나란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영화.

탑승시간이다. 대여섯 시간 뒤에는 아테네 상공에 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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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문학기행차 인천공항에 나와있다. 터미널 집합시각은 오후 3시지만, 요즘 집에서 탈 수 있는 공항(행)버스가 하루 네차례밖에 운행하지 않아서 오전 10시반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 밀린 일이 있어서(오늘 마감인 원고) 먼저 처리하고 점심을 먹으려 한다. 아무려나 그렇게 또한번 문학기행이 탄생하려는 참이다.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만큼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지루하진 않다. 첫 목적지인 그리스(아부다비에서 환승하여 내일 아테네로 들어가지만 아테네 관광은 크레타에 다녀온 뒤에 진행한다)와 관련한 아이템으로 어젯밤부터 부랴부랴 영화 <카잔자키스>(작가의 이름이 ‘카잔차키스‘로 통용돼 그렇게 적지만 영화는 <카잔자키스>로 개봉되었고 그게 현지 발음과 가까워보인다)를 마저 보았고(앞부분만 봤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1935-2012)의 영화(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영화음악)들이 생각나서 챙겼다(기억의 창고에서 꺼냈다).

돌이켜보면 <안개 속 풍경>(1988) <율리시즈의 시선>(1995) <영원과 하루>(1998) 등을 극장에서 봤었다. 오래전이고 그러고 보니 2000년대 발표작들을 보지 못했다(<울부짖는 초원>을 포함한 삼부작이 있다). 시적인 미장센으로는 타르콥스키와 함께 최고 경지에 이른 감독이란 걸 다시 확인한다. 앙겔로풀로스의 자취를 찾는 건 이번 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여하튼 크레타인의 시선(카잔차키스)과 함께 그리스의 시정도 느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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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하는 프랑스문학기행(실제 여행임)을 올 11월3일부터 12일까지(8박10일) 진행한다. 신청은 편트래블(funtravel.co.kr)을 통해서 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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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스페인문학을 마무리하며 공지한 대로 '로쟈와 함께하는 문학기행'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진다. 내년 4월에는 그리스와 터키를 다녀오는 '지중해문학기행'을 진행한다. 4월 3일부터 12일까지이며(8박10일) 아래 내용은 참고하실 수 있다. 경비에 항공비는 불포함되어 있다(신청시 실시간 경비가 추가된다). 문의 및 신청은 펀트래블 여행사로 하실 수 있다(담당자: 010-4211-3736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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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이니라 후식이라 적은 건 <돈키호테의 식탁>을 염두에 두어서다. 스페인 출국때 가방에 넣고서 귀국행 비행기에서 여행의 ‘후식‘으로 손에 들었다. <돈키호테>와 음식이야기를 맛깔나게 적은 책인데, 돌이켜보니 맛본 음식보다 맛보지 않은 음식이 훨씬 많았다. 당연한 일이다. 작품도 마찬가지여서 <돈키호테>에 대해 강의하면서도 아직 맛보지 못한 부위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강의가 공부의 과정이고 문학기행이 또다른 공부가 되는 이유다.

여행을 마치고 몇가지 공부거리를 정리해보았다. 가장 많은 부분은 물론 <돈키호테>와 관련된다. 여행중에도 강의에서 정리해봤는데 (1)<돈키호테>의 탄생과정. 이는 근대소설의 탄생과정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다. (2)<돈키호테>의 문학적 영향. 스페인문학뿐 아니라 유럽문학과 세계문학에 끼진 영향을 탐사해야 한다. 17세기 프랑스문학, 18세기 영문학, 19세기 러시아문학, 20세기 남미문학에 미친 영항을 다룬 논저들이 나와있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세르반테스의 장르에 대하여. 시와 희곡, 단편소설(<모범소설>)과 장편소설(<돈키호테>)의 관계와 의의에 대하여. 전공자들의 해명을 기대해본다.

어젯밤 귀가해서 배송된 책들을 풀어보니 스페인에 가기 전에 주문한 책과 스페인에서 들어오기 전에 주문한 책이 나란히 와 있었다. 가기 전에 주문한 책은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돈키호테> 성찰에 대한 얇은 영어 주석서이고(다음에 스페인문학기행을 또 진행한다면 마드리드 일정을 하루 더 늘리고 싶다), 들어오기 전에 주문한 책은 <안토니오 가우디>와 <카르멘> 등이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기념으로, 그리고 <카르멘>은 배경이 되는 세비야의 담배공장도 지나가본 김에 신화적 형상으로서 카르멘의 문학적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짧은 강의에서는 ‘남성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여성상‘의 이름이라고 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발터 벤야민에 대한 관심의 재점화. 포르트부의 무덤에서부터 시작해서 베를린의 어린시절까지 벤야민의 생애와 비평, 사유를 거슬러올라가는 여정이다. 내년가을의 프랑스문학, 후년봄의 독일문학 기행에 맞춘 장기적인 독서기획도 짜봐야겠다. 후식은 식사의 마무리를 가리키지만 문학기행을 포함하여 강의의 후식은 새로운 공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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