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서'를 고른다. 한스 테비슨의 <걷는 고래>(뿌리와이파리, 2016)와 닉 레인의 <바이털 퀘스천>(까치, 2016)이다. 한스 테비슨은 생소한 저자인데, 고생물학 전공자로 소속은 미국 한 대학의 해부학 및 신경생물학과 석좌교수다. "주된 관심사는 고래, 특히 고래가 어떻게 뭍에서 물로 들어갔고, 어떻게 수중생활에 적응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걷는 고래>가 딱 그에 해당하는 책이다. 부제는 '그 발굽에서 지느러미까지, 고래의 진화 800만 년의 드라마'. "5000만 년 전의 에오세 초기, 꽃과 이파리를 뜯어먹던 쥐사슴 같은 우제목 한 마리가 위험을 피해 물속에 숨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고래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이 육상 포유류에서 현대 고래에 이르기까지 800만 년 간 고래의 진화사를 담았다."

 

 

생물학, 특히 진화생물학 쪽의 책은 관심을 갖고 읽는 편이지만, 그래도 좀 전문적이다 싶은, 이런 고생물학 분야의 책에는 손이 쉽게 가지 않는데(그럴 여유가 별로 없기도 하고) 그럼에도 매번 이런 책이 나오는 건 신기하면서도 반갑다(아무려나 독자가 있다는 얘기니까). 바로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책들. 작년에 나온 책이 <최초의 생명꼴, 세포>(뿌리와이파리, 2015)였고, 통상 일년에 한권 나오는 시리즈인데 올해는 페이스가 좋아서 <내 안의 바다, 콩팥>(뿌리와이파리, 2016)에 이어서 <걷는 고래>가 둘째 권이다. 과학책 독자라면 자신의 충성도를 이 시리즈를 통해서 측정해볼 수 있겠다. 나는 절반 남짓 갖고 있는 듯싶다.

 

 

신작 <바이털 퀘스천>으로 다시 찾아온 닉 레인은 과학책 독자들에게 구면이다.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미토콘드리아>(뿌리와이파리, 2009)의 저자라고 하면 '아하!'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진화의 10대 발명'을 부제로 한 <생명의 도약>(글항아리, 2011)이 그 사이에 있었고, <바이털 퀘스천>은 오랜만에 나온 책이다.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가 부제이자 그 '바이털 퀘스천'이겠다.   

"에너지와 진화를 통해서 복잡한 생명체의 기원을 파헤치는 놀라운 책.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저명한 생화학자 닉 레인은 진화의 역사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도 하지 못하는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생명이 왜 이런 모습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생명의 기원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에너지에서 찾는다."

오래 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대답을 읽어볼 수 있겠다.

 

 

생물학 책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저명한 생물학자(사회생물학자라고 한정하기에는 다루는 분야가 너무 넓다) 에드워드 윌슨의 신작도 이번에 나왔다. <생명의 기억>(반니, 2016). "세계적인 보전생물학자이자 <개미>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로,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을 품고 있는 땅, 고롱고사국립공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빛나는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부제가 '고롱고사국립공원에서 펼쳐진 자연과 인간, 그 아름다운 공존의 기록'이다. 고릉고사국립공원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있다. 대개 그렇겠지만 거기까지 가볼 형편이 안 되는 우리로선 에드워드 윌슨의 안내를 받는 수밖에. 원제는 '영원을 향한 창'이다(관련 동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arjDDmn2yUs 참조).

 

 

16. 07. 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류는 교양심리학이나 육아 쪽으로 돼 있지만 제목에 기대서 '이주의 과학서'를 한권 더 고른다. 폴 레이번의 <아빠 노릇의 과학>(현암사, 2016)다. 부제가 '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과학적.심리학적.진화론적 이유'이니까 '남자는 어떻게 아버지가 되는가'란 제목이어도 무방했겠다. 저자는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이고,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다섯 아이를 키우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폴 레이번은 아버지의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모든 남성은 부성 본능을 타고 태어나며, 아빠는 엄마와 꼭 같은 크기로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이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남성에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아버지와 아이 관계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와 아이 사이를 상세히 설명한다. 수정 이전부터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빠와 아이의 삶을 함께 탐구해나간다."

그냥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다. 첫 결혼을 해서 세 아이(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었고, 이들이 장성한 이후 재혼하여 다시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러니까 '아빠 노릇'을 두번 해보게 된 셈. 요즘 같은 시기에 다섯 아이를 둔 것도 예외적이지만, 그렇듯 시차를 두고 반복해서 '아빠 되기'를 경험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라고 해야겠다. 그런 경험에다 과학 저널리스트로서의 식견이 더해져서 꽤 쏠쏠한 가이드북을 펴냈다. 내심 아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잘 안다는 이들도(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히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내가 진작에 읽었더라면 좀더 나은 아빠가 됐을까?). 결혼과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에게도 필독서.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자녀의 행복에 관심 있는 사람의 필독서인 이 책은 아버지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한 아버지를 위한 찬가이다. 기품 있고 명쾌한 글쓰기를 통해 저자는 아버지에 관한 통념을 바꾸어 아버지를 어머니 바로 옆에 당당하게 자리하게 만든다."

저자의 최신작은 <게임 이론가의 육아 가이드>(공저)인데(<게임 이론에서 배우는 부모 노릇>으로 옮기는 게 나을까?) 이 또한 소개되면 좋겠다... 

 

16. 05. 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이은 과학책 얘기인데, '이주의 과학서'로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옥당, 2016)를 고른다. 신간이지만 도킨스의 신작은 아니다. 원제는 <믿기지 않는 등반>(1997) 정도라고 옮길 수 있을까. 오래 전에 도킨스의 원저들까지도 여러 권 구한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진화의 과정에 대한 해명으로 <눈먼 시계공>(사이언스북스, 2004)이나 <무지개를 풀며>(바다출판사, 2015)와 견줄 만한 책.

 

"논쟁을 몰고 다니는 도킨스 식 진화론 서술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영국왕립연구소의 유명한 대중 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 내용을 토대로 이를 보강하고 재구성하여 완성한 책이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게 과학을 소개하는 강연에서 출발한 책답게 어려운 과학 지식도 비교적 알기 쉽게 썼다. 진화론에 대해 쉬우면서 이만큼 정교한 강의를 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도킨스는 진화론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존재와 그 탄생의 역사에 놀라움을 던져주고 그 과정을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라고 하니까 아직 그를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면 가장 먼저 손에 들어도 좋겠다.

 

 

하지만 어지간한 독자라면 그의 출세작 <이기적 유전자>(1976)를 읽었을 터인데, 올해가 출간 40주년이 되는 해라서 다음달에는 기념판도 나온다(표지는 9월에는 나오는 하드카바판이 더 마음에 든다). 이미 원서를 갖고 있지만 기념판이라니까 또 눈길이 간다(기념판 서문이라도 더 붙어 있지 않을까). 더불어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확장된 표현형>과 함께(이건 절판됐군).

 

 

짐작엔 도킨스 책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을 것 같은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도 올해 원저 출간 10주년 기념판이 나온다(영국에서도 도킨스의 대표작은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이 꼽힌다). 그러니까 2006년에 나왔던 책이다.  

 

 

대략 이 정도만 읽어도 부족하지는 않을 듯싶은데, 거기에 더 얹자면 번역본이 근간 예정인 <도킨스 자서전>이다. 두 권짜리인데, 원저의 표지는 다양하군. 아무려나 자서전까지 나온다면 도킨스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한 해가 될 듯싶다...

 

16. 05.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코 작지 않은 역사' 시리즈의 책이 예상보다 빠른 템포로 출간되고 있다. 세번째 책으로 윌리엄 바이넘의 <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에코리브르, 2016)가 나왔길래 상기하게 된 일인데, 앞서 존 서덜랜드의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에코리브르, 2016)와 나이젤 워버턴의 <생각하는 삶을 위한 철학의 역사>(에코리브르, 2016)가 차례로 나왔었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이 <과학의 역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서 뉴턴, 아인슈타인, 크릭과 왓슨을 거쳐 디지털 혁명에 이르는 위대한 모험의 역사를 수록한 책이다. 문명의 발생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는 과학이 40개의 짤막한 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을 서술할 때, 먼저 사회적 배경을 찬찬히 설명해줌으로써 당시 과학의 상태나 발견들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 바이넘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듯한데,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의학사>와 펭귄판 <종의 기원>의 서문을 쓴 걸로 보아 상당히 권위 있는 학자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문학사와 철학사에 비해 과학사 책이 부족해 보이는 터라(따지고 보면 문학사 책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여하튼 반갑다.

 

 

한편 나이젤 워버턴의 <철학의 역사>는 처음 소개되는 책이 아니다. <철학자와 철학하다>(에코리브르, 2012)로 나왔던 책의 개정판. 알고 보면 <문학의 역사>보다 먼저 나온 셈이다.

 

 

'결코 작지 않은 역사'는 예일대출판부의 '작은 역사(A Little History)' 시리즈를 옮긴 것인데, 어떤 책들이 더 나오는 건지(기획이 어디까지 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해서 찾아봤다. 알라딘에서 검색되는 건 세 종이 더 있는데, 이미 번역돼 있는 <곰브리치 세계사>(비룡소, 2010)를 제외하면 <미국사>와 <종교사>가 더 남아 있다. <미국사>까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사>는 번역돼 나왔으면 싶다...

 

16. 05.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나온 생물학 책 두 권을 '이주의 과학서'로 꼽는다.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 모자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리수, 2016)와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것이 생물학이다>(바다출판사, 2016). 둘다 일급 학자들의 저작이란 점도 공통적이다.

 

 

먼저,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제목 그대로 원론적인 문제를 다룬다. "생명에 대한 에르빈 슈뢰딩거의 과학적 접근 이후, 보다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의 저술로서, 다윈 이후 절대 이론이었던 적자생존론을 뒤엎고 공생명을 기반으로 한 생명론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이 영원한 질문에 대해 과학과 철학.역사.시가 결합된 폭넓은 접근을 선보이며, 생명의 역사, 생명의 본질, 생명의 미래를 다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은 여러 권의 책을 공저했는데, 과거에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1999)도 같이 소개됐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다면 이 또한 개정판을 기대해볼 만하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것이 생물학이다>도 개정판이다. 구판은 2002년에 출간됐었다. 학부 1학년생이 딱 읽어봄직한 책이지만 교양과학서로도 손에 듬직하다. "현대 생물학의 근본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생물학 기본서다. 저자 에른스트 마이어는 생물학이 어떤 학문이며 어떤 문제를 다루는지 포괄적으로 살핀다. 여기에서 저자는 생물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생물학 주요 분야의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마이어의 책으론 <생물학의 고유성은 어디에 있는가?>(철학과현실사, 2005), <진화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 2008) 등도 고급 교양서이다...

 

16 05. 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