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세 명의 저자를 '이주의 저자'로 꼽고 있지만(연간 150명이나 된다!), 때론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책들이 나오고 있기에 선정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보통은 구면인 저자들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선정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주의 저자로 먼저 꼽을 디팩 초프라가 그런 경우다.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와의 공저 <세계관의 전쟁>(문학동네, 2013)이 출간됐다. '세계적인 영성철학자이자 대체의학자'라고 소개되지만, 국내에도 많이 번역된 편이지만, 초프라의 책을 읽은 적은 없다. 그럼에도 한권을 고른다면 <세계관의 전쟁>이다. 이유는 물론 레너으와의 공저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영성,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부제대로 디팩과 레너드는 각각 영성과 과학을 대표하여 '세계관의 전쟁'에 임한다. 지적 이종격투기라고 할 만큼 흥미로운 일전이다.

 

 

<유클리드의 창>(까치, 2002)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믈로디노프는 스티븐 호킹과의 공저 <위대한 설계>(까치, 2010)으로 이름을 알렸고, <'새로운' 무의식>(까치, 2013)으로 독자층을 넓혔다(모두 까치에서 나왔군). <세계관의 전쟁>에 대해서는 마이클 셔머의 평이 눈에 띈다. "이런 중대한 주제를 다룬, 이제껏 내가 읽어본 책들 중 단연 최고다. 두 저자는 논쟁의 본질을 잘 담아냈다. 워낙 매력적이기에 여러분은 책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과학과 종교의 전쟁에서 이 책은 판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새로운 변수이다."

 

 

두번째 저자는 에드워드 윌슨이다. 그의 <사회생물학> 개정판 번역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지만 막간에 나온 <과학자의 관찰노트>(휴머니스트, 2013)도 '에드워드 윌슨'이란 이름을 상기시켜주어서 골랐다. <개미언덕>(사이언스북스, 2013) 같은 단독 저작(게다가 소설!)은 아니다. 15명의 현장 과학자가 각자의 관찰노트를 거리낌없이 내놓았고 에드워드 윌슨은 에필로그를 맡았다. 프롤로그를 쓴 마이클 캔필드는 '또다른 <비글호 항해기>를 기대하며'라고 적었다. 과학의 기본이 무엇인지 엿보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일반독자들에게 아주 유익한 노트라고 할까.

 

 

참고로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는 현재 두 종의 완역본이 나와 있다. 가람기획에서 나온 장순근 번역은 최근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리젬, 2013)로 다시 나왔고, 다른 하나는 샘터사본이다. <종의 기원>과 함께 <비글호 항해기>도 새 번역본이 더 나온다고 들은 듯싶은데,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다.

 

 

 

세번째 저자는 <블랙스완>(동녘사이언스, 2008)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신작 <안티프래질>(와이즈베리, 2013)이 번역돼 나왔다. '블랙스완'의 해독제가 '안티프래질'이라고. 꽤 두툼한 책인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사람의 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강해지고 소문과 소요는 억누르려고 할수록 더욱 격렬하게 번져가듯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스트레스, 무질서, 가변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안티프래질은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해서 무질서를 원하는 특성을 뜻하며, 탈레브가 ‘깨지기 쉬운’을 의미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안티(anti)를 붙여 만들어낸 신조어다. 탈레브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전작 <블랙 스완>에서 개연성이 매우 희박한 사건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우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며 ‘월스트리트의 현자’, ‘월스트리트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800페이지 가량의 이 방대한 책에서 블랙 스완 현상에 대한 해독제로서 안티프래질을 소개하고, <안티프래질>에서 불확실성, 무작위성, 가변성, 무질서를 피하지 말고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고 평했다. 그런 용도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있겠다...

 

1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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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먼저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 이름이 입에 익지는 않지만 <감정노동>(이매진, 2009)의 저자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리라. 이번에 나온 책은 '구글 베이비에서 원톨로지스트까지, 사생활을 사고파는 아웃소싱 자본주의'를 부제로 한 <나를 빌려드립니다>(이매진, 2013). 그의 신간이다. 원저는 작년에 출간됐다.

 

 

예기치 않게도 <감정노동>보다 먼저 국내에 소개된 책도 있었다.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아침이슬, 2001). 원저의 출간순서로는 <감정노동>(1983)이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1989)보다 빠르다. <나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다루고 있는 '아웃소싱 자본주의'의 속살은 무엇인가.

개인의 감정이나 사생활의 외주화와 시장화로 특징지어지는 ‘아웃소싱 자본주의’는 사생활을 시장 영역으로, 인간관계를 상품 관계로, 교감과 인내 등 감정과 공동체의 베풂을 상품으로 바꾸며, 공동체 구성원이 자기 자신과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역량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공동체를 파괴한다. 여성, 이주민, 빈곤층 등 소수자를 중요한 공급자로 하는 아웃소싱 자본주의에서 사생활 서비스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생의 각 단계에 맞춰 다르게 작동하며, 침실, 아침 식탁, 애정 생활 등 은밀한 사적 영역을 무대로 ‘공동체적인 것’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사생활의 시장화'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회학 보고서로도 읽을 수 있겠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제목을 비틀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의 최신판이라고 할까.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더 나은 세상'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도 또 나왔다. <유머의 공식>(마음산책, 2013). 여사의 마지막 책으로 예전에 <유머의 공식>(중앙북스, 2007)으로 나왔었는데, 이번에 새로 번역됐다. 마음산책에서 펴낸 '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 시리즈의 얼추 마지막 책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을 포함해 16권에 이른다. <유머의 공식>은 어떤 책인가. "동서고금의 갖은 유머들을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그 안에 흐르는 열한 가지의 원리, 즉 유머의 공식을 밝혀 책으로 엮었다. <유머의 공식>은 어떻게 하면 듣거나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유머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요네하라 마리가 연구한 결과물의 총체다." 암으로 투병중이던 시기에 쓴 책이 <유머의 공식>이란 점도 요네 하라 마리답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유머 정신의 소유자였다. 

 

 

세번째 저자는 중국학자 왕리췬이다. 이름이 입에 익지 않은데, 그럼에도 '강의'가 꾸준히 번역돼 나오고 있어서 주목하게 됐다. 중국 CCTV의 강의 '백가강단'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고 하는 <사기> 전문가이다. '백가강단'의 스타강사 이중톈을 떠올리면, 역시나 상당한 내공의 저술가일 걸로 짐작된다. <한무제 강의>(김영사, 2011)와 <항우 강의>(김영사, 2012)에 이이서 이번에 나온 건 <진시황 강의>(김영사, 2013). 소개는 이렇다.

 

중국 CCTV [백가강단]의 국보급 석학 왕리췬 교수가 완성한 '불멸의 황제 진시황'의 모든 것. <사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왕리췬 교수가 치밀한 고증, 탁월한 통찰, 현대적 해석으로 밝힌 진시황의 강력한 통치력에 숨겨진 비밀. 동양 최초의 사서이자 인간학의 보고인 <사기>의 '진시황 편'을 바탕으로 풀어낸 가장 정통하고 가장 핵심적인 진시황 강의가 펼쳐진다. 영웅적 리더십, 빼어난 지략, 강력한 국가경영 전략으로 통일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군주 진시황의 일대기를 완벽하게 재조명한다.   

 

진시황에 대해서라면 묵직한 책들이 몇 권 더 참고할 만한데, 장점민의 <제국의 빛과 그늘>(역사의아침, 2012), 장펀톈의 <진시황 평전>(글항아리, 2011) 등이 대표적이다. 리카이위엔의 <진시황의 비밀>(시공사, 2010)도 진시황을 둘러싼 여러 미스테리를 추적하고자 한다...

 

13.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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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미국의 저명한 법철학자이자 고전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 오랜만에 출간됐다. <시적 정의>(궁리, 2013).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부제는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명망에 비해서는 국내에 소개된 책이 적은데, 누스바움의 단독 저서로는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궁리, 2011)에 이어 두번째 책이다(묵직한 주저들이 여럿 더 있다). 편저자로 참여한 책으론 <불편한 인터넷>(에이콘출판, 2012)과 절판된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삼인, 2003)이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시적 정의', 곧 문학의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 대학 법학과 학생들과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의 작품을 함께 읽었다. 왜 변호사나 재판관, 혹은 정치인이 될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읽었을까? 소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 상상력, 연민의 감정이 합리적인 공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우리의 법학교육이나 로스쿨 커리큘럼에 이러한 문학의 가치가 잘 반영돼 있는지 궁금하다.

 

 

두번째 저자는 중국의 고문헌학자 리링. '리링저작선'의 네번째 책으로 <유일한 규칙>(글항아리, 2013)이 출간됐다. 손자 강의를 엮은 <전쟁은 속임수다>(글항아리, 2013)의 짝이 되는 '손자의 투쟁철학'을 개관하고 있다. 공자에 관한 책, <논어, 세번 찢다>(글항아리, 2011)와 <집 잃은 개>(글항아리, 2012)와 함께 중국의 고전학 수준을 가늠하게 해준다. 리링은 중국에서도 손자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 한다.

 

 

<손자병법>은 물론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개인적으론 김원중 교수의 <손자병법>(글항아리, 2011)을 구비하고 있는데, 리링의 책들을 길잡이 삼아 '병법'에도 도전해봐야겠다...

 

 

러시아의 아동심리학자로 국내 교육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레프 비고츠키의 주저 <사고와 언어>(한길사, 2013)도 새로 번역돼 나왔다. 러시아어 원전 번역인데, 이전에도 두 차례 번역본이 나온 바 있다. <사고와 언어>(교육과학사, 2011), <생각과 말>(살림터, 2011)과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비고츠키 가이드북과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은 비고츠키 교육학 실천연구모임에서 펴낸 <비고츠키 '생각과 말' 쉽게 읽기>(살림터, 2013), 르네 반 더 비어의 <레프 비고츠키>(솔빛길, 2013), 알렉산더 로마노비치 루리야의 <비고츠키와 인지발달의 비밀>(살림터, 2013) 등이 있다...

 

13.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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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대개 생존 저자를 고르게 되지만, 이번주에는 모두 타계한 저자들이다. 18세기의 조선 유학자와 프랑스 계몽사상가, 그리고 20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세 명이다. 

 

 

먼저, 다산 정약용. <다산시선>(창비, 2013)과 <다산산문선>(창비, 2013)이 출간됐다. "다산 탄신 250주년(2012년) 사업의 일환으로 3년간의 작업 끝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온 것. <시선>은 송재소, <산문선>은 박석무 선생의 번역이다. 어차피 방대한 분량의 전집까지는 읽을 수 없겠기에 일반 독자에게는 정본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시선>의 경우는 정민 교수의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한밤중에 잠깨어>(문학동네, 2012)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창비에서는 이번 선집 출간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다산산문선>은 다산 개인에 대한 전기이자 평전일 뿐만 아니라 실학의 대가들과 다산학의 성립과정을 가장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필독서이다. 또한 신유사화의 전말을 기록한 고발문학이자, 천주교가 서학으로 전래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역사자료이기도 하다. <다산시선>은 다산의 사상과 생애의 갖가지 곡절을 마치 일기처럼 읽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산의 내면과 시대의 모순을 복합적으로 살펴보게 하는 시집이자, 시인 다산의 문학적 성과를 집대성한 필독서이다.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 <다산시선><다산산문선>은 ‘다산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잡이 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주에는 김봉남의 <정약용의 목민심서 읽기>(세출출판사, 2013)도 고전 가이드북으로 출간됐다. <정선 목민심서>(창비, 2005)와 <목민심서>(동서문화사, 2011)를 서가에 꽂아두고만 있는데, 가이드북을 길잡이 삼아 묵은 먼지를 털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루소의 이름을 언급한 건 <언어의 기원>(한국문화사, 2013) 새 번역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간 언어 기원론>(월인, 2001),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책세상, 2002)에 이어서 세번째 번역본이다. 사실 이 '시론'은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1967)에서 다뤄짐으로써 유명해진 텍스트이다. 나도 그런 이유에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정작 읽어볼 짬은 없었다(일단 읽으려고 해도 서재가 마비 상태라 책을 찾을 수가 없다!).

 

 

<그라마톨로지>에 대한 가이드북들도 구해놓은 터여서 언제 '독서 플랜'을 한번 세워봐야겠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이라 목표는 2016년까지다(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에드워드 파머 톰슨.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 2000)과 <윌리엄 모리스>(한길사, 2012)로 유명한 저자의 <이론의 빈곤>(책세상, 2013)이 이번에 출간됐다.

 

 

'이론의 빈곤'이란 말이 염두에 둔 것은 알튀세르인데, 알튀세르식의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환원주의와 권위주의를 비판한 에세이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으론 영국 마르크스주의와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사이의 차이를 식별하게 해준다고 할까. 작고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톰슨이 그런 이론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걸 안타깝게 여겼다고 하지만, 이왕 허비한 이상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인해봐도 좋겠다...

 

13.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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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도 내친 걸음에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는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 <음식인문학>(휴머니스트, 2011)에 뒤이어 <식탁 위에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까지 이번에 내놓았다(청소년용으로는 <맛있는 세계사>(소와당, 2011)도 중간에 껴 있었다). 동아시아 음식문화를 다룬 <차폰 잔폰 짬뽕>(사계절, 2009)으로 출판계에서 주목받은 저자가(나는 한 편집자에게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비로소 기대에 부응하는 역작을 내놓은 듯한 인상이다.

 

 

<식탁 위의 한국사>의 부제는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다. "근대인의 밥상에서 현대인의 식탁까지, 메뉴를 통해 살펴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메뉴로 오른 음식이 시대에 따라 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동이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상 속 음식에 얽힌 변화상과 역사성을 통찰한다." 음식인문학의 표준이 될 듯싶다.

 

 

가수 박진영의 미니앨범이 나온 것과 같은 시기에 국문학자 박진영의 신간도 출간됐다.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 전작 <번역과 번안의 시대>(소명출판, 2011)에 이어 2년만에 나온 책이니 저자의 성실함을 짐작하게 해준다. 학술서 범주에 속하지만, 주제는 평이하다. 우리 근대의 책과 출판.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접하기 어려운 희귀 서적과 판본을 세심하게 고증하여 다양한 사진과 함께 공개하고, 근대 초창기의 주요 서점과 1920~1930년대 출판문화를 선도한 명문 출판사 사옥과 로고 등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 권두 화보로 실었다. 각 부의 끝자락에 실린 ‘갈피짬’은 편집자와 출판사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약전, 신소설 출판물을 전수 조사해서 정리하고 숨은 문제점을 지적한 글, 정본 복원과 사전 편찬이 지닌 현재적 의의와 가치를 다룬 글로, 색다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음식문화사에 이어서 출판문화사까지 '포식'한 독자라면 사진작가이자 평론가 진동선의 에세이들에도 눈길을 주어봄직하다. 이번에 나온 건 <사진예술의 풍경들>(문예중앙, 2013). '1826년 최초의 사진부터 현대사진까지'가 부제니까 사진의 역사를 더듬어본 에세이.

이 책은 한 시대에 사진예술의 전설이었던 사람, 전설이 되고 있는 사람, 전설이 될 사람을 만나보는 과정이다. 1826년경 촬영된 최초의 사진인 니엡스의 사진에서부터 기계미학을 보여주는 귀도 모카피코의 사진까지, 사진의 시대성을 종축으로 두고 동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역사성을 횡축으로 하여 예술로서의 사진을 살펴본다. 픽토리얼 포토그래피부터 모던 포토그래피, 컨템퍼러리 포토그래피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경향을 따라가면서, 회화주의 사진, 스트레이트 사진, 퍼스널 도큐먼트 사진, 뉴웨이브 스테이지 사진, 내러티브 타블로 사진 등 미학적 흐름을 국내에서 출간된 어떤 책에서도 한자리에서 만나보기 힘든 작품들과 함께 짚어본다.

저자의 이름은 사실 이번에 나온 책 덕분에 알게 돼 <사진철학의 풍경들>(문예중앙, 2011)까지 같이 주문해서 받았다. 내주 연휴에 짬이 나면 읽어보려고 한다. 한가위는 독서의 식탁도 풍성하다...

 

13.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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