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바쁘게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한겨레 토요판에 격주로 연재됐던 '김두식의 고백'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다른 길이 있다>(한겨레출판, 2013).

 

 

 

올해 나온 책으론 김영란 전 대법관과의 대담집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쌤앤파커스, 2013)에 이은 두번째 책. 소출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인터뷰집 <다른 길이 있다>에 포함된 30명의 이야기는 매우 풍성하고 격렬하다. 나는 드문드문 읽었었는데, 인상적인 인터뷰 가운데 하나였던 정혜신, 이명수 부부와의 인터뷰가 첫 꼭지에 배치됐다. 이 부부의 <홀가분>(해냄, 2011)도 같이 읽어볼까 싶다.  

 

 

'파워 인문학자' 강신주도 신간을 보탰다. 올해 인터뷰집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 2013)과 <강신주의 다상담1,2>(동녘, 2013)에 뒤이은 <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 2013). 이 정도면 인문교양 분야의 올해의 저자로도 유력하다. 중앙선데이에 연재했던 '감정수업'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인데,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 부제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는 한 가지 방법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조은 시인의 에세이집도 이번 주에 나왔다. <또또>(로도스, 2013). 여행산문집 <낯선 길로 돌아오다>(랜덤하우스코리아, 2009)와 <마음이여, 걸어라>(푸른숲, 2011)에 이어지는 책으로 에세이 혹은 산문집으론 다섯번째다. 또또는 시인이 동거하고 사랑했던 강아지의 이름이다. 소개는 이렇다.

조은과 또또, 한 시인과 한 강아지, 첫 만남, 그리고 17년 동안,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둘의 동거, 그리고 다가온 이별. 시인은 작지만 고집스런 강아지 또또를 만나 그를 한집에서 같이 사는 식구로 껴안게 되고 둘도 없는 친구로 사귀어 나가다 끝내 사랑하는 연인으로 헤어진다. 내내 아팠던 또또. 그리고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시인. 이 책은 그 사랑의 기록이고 이별의 기록인 동시에, 시인과 강아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길고 긴 길에 대한 따뜻한 기록이다.

1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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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국내 저자만으로도 거뜬히 다섯 손가락은 꼽을 수 있는데, 그중 세 명을 골랐다.

 

 

 

먼저, 문명교류학자로 '실크로드학'의 대가 정수일 선생. 그가 엮은 대저 <실크로드 사전>(창비, 2013)이 출간됐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저작. <실크로드학>(창비, 2001)의 뒤를 잇는 중간 기착점이라고 할까. 아직도 많은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지만, 길은 확실히 보이는 듯싶다. 저자가 독보적으로 열어젖힌 길이다. 어떤 길이고 어떤 책인가.   

이 사전은 표제어나 색인의 갯수 등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수준일 뿐 아니라,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인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로를 총체적으로 망라하여 환지구적 문명교류의 통로인 실크로드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탁월한 연구 성과이다. 특히 이 사전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중국이라는 기존의 통설을 깨고 한반도까지 연장시킴으로써 우리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편저자 정수일(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관한 다섯 권의 저서를 통해 ‘실크로드학’의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4대 기행서 중 3권(<이븐 바투타 여행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오도릭의 동방기행>)을 역주(譯註)하고, 스스로 실크로드를 23차례나 답사해 두 권의 문명탐험서를 펴낸 실크로드와 문명교류 연구의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경상북도가 추진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크로드 사전>과 더불어 <실크로드 도록>(경상북도․한국문명교류연구소)도 함께 발간되었다.

한 사람이 학자로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미술평론가이자 특히 옛그림 해설가로 이름이 높은 손철주의 신간이 나왔다.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 "미술평론가이자 명강사인 손철주가 사람이 나오는 우리 옛 그림을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옛 사람들의 생김새와 매무새, 차림새와 모양새로부터 그 품새와 본새의 알짬을 읽어내는 저자의 눈썰미가 남다르고 흥겹다."

 

이미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등의 저서로 말발 못지 않은 글발을 자랑한 저자이지만, 내가 저자를 '발견'한 건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현암사, 2011)을 통해서였다. 자신의 문체를 갖고 있는 평론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인데, 손철주는 가장 맵씨 있는 문체를 가진 평론가가 아닌가 싶다.

 

 

동양철학자 김시천의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책세상, 2013)도 눈여겨 볼 만하다. <철학에서 이야기로>(책세상, 2004) 이후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웅진지식하우스, 2006)과 공저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책세상, 2010) 등을 펴낸 저자가 그간의 노장(老莊) 공부를 결산한 책. 향후의 펴낼 <장자 -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성인과 제왕>, <노자 - 혼돈으로부터의 탈주>로 이어질 4부작의 첫 책이라고 한다. 강신주판 노자/장자 해설과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저자는 노자와 장자를 어떻게 보는가. 

저자는 <노자>를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을 위한 기술적 지침서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며 반대로 <장자>는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지 못한 지식인들을 위해 세상과의 불화를 해소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이해한다. 두 문헌이 이렇게 이질적임에도 <노자>와 <장자>는 ‘노장’이라는 말로 한데 묶여 실제와는 동떨어진 고정관념을 낳아왔으며, 이러한 고정관념에 일조한 주제들 중 대표적인 것이 노장을 대변하는 개념이 ‘무위無爲’라는 것, <노자>가 페미니즘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 <장자>가 기술 문명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해에 따르면 무위는 노장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간주될 만큼 노장의 독보적인 개념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삶과 연관되는 개념도 아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노자와 장자의 새로운 모습이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13.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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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쌀쌀해져, 오전 강의를 다녀온 후 이불 속에 누워 있다가, 털고 일어나서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주의 책'은 다소 중구난방이어서 천천히 고를 참이다. 인지도를 고려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공지영-이외수'라고 골라야 할 것 같지만, 굳이 군더더기 소개를 덧붙일 필요가 없기에 수전 손택과 오이겐 드레버만, 그리고 오쓰카 에이지를 골랐다.

 

 

 

먼저, 느낌으론 오랜만에 출간된 손택의 일기와 노트가 출간됐다. <인 아메리카>(이후, 2008)와 아들의 책, <어머니의 죽음>(이후, 2008)이 마지막이었다면 5년만이다. <다시 태어나다>(이후, 2013).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1947~1963'가 부제이고, 역시나 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엮었다. 1964-1980년까지의 일기와 노트를 묶은 <육체에 매인 의식>도 번역될 듯싶다. 어떻게 나온 책인가.

수전 손택은 2004년 12월 28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기 전, 아들 데이비드 리프에게 넌지시 자신의 일기의 존재를 알렸다. 손택은 평생 백여 권이 넘는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는 친구나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너무나 솔직하다 못해 고통스러운 기록이었지만 리프는 “진실”과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손택의 뜻을 받들어 내밀한 이야기들을 회피하거나 윤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실었다.

사후에 시신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행위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손택이 기증한 것은 그녀의 내면이고 영혼이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층심리학자 오이겐 드레버만의 '그림동화 읽기' 속편이 출간됐다.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2>(교양인, 2013). 봄에 나온 전작을 흥미롭게 읽은 터라 주목한 저자인데, 독어본도 원래 두 권짜리인지, 아니면 번역본을 분권해서 펴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국내에 나온 '동화읽기' 책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 봄에 내친 김에 그의 <어린왕자> 분석서 <장미와 이카루스의 비밀>(지식산업사, 1998)도 애써 구한 기억이 있다. 알라딘에서는 품절된 책이다.

 

 

그림동화에 대해서는 전집을 옮긴 <그림 형제 민담집>(현암사, 2012) 외에도 참고할 만한 책이 몇권 있다. 이성훈의 <그림형제>(건대출판부, 2011)과 김정철의 <그림형제의 동화>(경북대출판부, 2008) 등이다.

 

 

 

일본의 만화 원작자이자 서브컬처 평론가인 오쓰카 에이지의 창작입문서 두 권이 나왔다. <스토리 메이커>(북바이북, 2013)과 <캐럭터 소설 쓰는 법>(북바이북, 2013). <캐릭터 소설 쓰는 법>은 2005년에 나온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국내에 소개된 책(<다중인격탐정 사이코>)으로 봐서는 탐정물과 사이코물이 주특기인 듯싶다. 어떤 용도의 책인가.

반복 훈련을 통해 '이야기의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어린이 문학론, 오토 랑크의 영웅신화론, 조지프 캠벨의 단일신화론 등을 통해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설명한다. 그리고 2부에 실린 30개의 질문에 답변함으로써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등 이야기성을 필요로 하는 창작 활동에 사용 가능한 플롯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책의 말미에는 직접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질문지 '스토리 메이커'를 첨부하여 실용성을 더했으며, 꼼꼼한 주석을 통해 일본 문화가 낯선 독자들을 배려했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작가 지망생을 비롯해 마음속에 품은 것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특히 문예창작과나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에게 유익한 교재가 될 만하다. 

 

 

한편 좀더 일반적인 소설작법 책으론 제임스 스콧 벨 등이 쓴 <소설쓰기의 모든 것>(다른, 2010-2012)가 있다. 다섯 권짜리니까 이 분야에선 가장 자세한 가이드북이다. 현장에서의 평가가 궁금하다...

 

13.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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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에 '이주의 저자'도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봄에 <저항인 함석헌 평전>(현암사, 2013)과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현암사, 2013)을 거푸 펴냈던 김삼웅 선생이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현암사, 2013)까지 출간했다(그래서 또 한번 '이주의 저자'로 꼽는다). '항일 무장투쟁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장렬한 삶'이 부제. 개정판으로 펴낸 <녹두 전봉준 평전>(시대정신, 2013)과 <약산 김원봉 평전>(시대정신, 2013)까지 포함하면 올해 낸 평전만 다섯 권에 이른다(이 정도면 거의 강준만 교수에 견줄 만한 필력이다). 올해가 서거 70주기라은 홍범도 대장은 어떤 인물이었나.

 

홍범도는 머슴 출신의 독립운동가였다. 특권을 누려온 이들이 조국을 배신할 때 그는 누구의 지시나 부름도 없이 스스로 의병이 되었다. 간도와 극동 러시아의 춥고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나들면서 빨치산 대장으로서 일본군을 토벌하고, 독립군 부대를 조직해 국치 이래 최초로 국내 진입작전을 펴 일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비범한 지휘력으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승리를 주도한 그는 해방 이후 남쪽에서는 좌파로 배척되어 잊힌 인물이 되었다.

그렇게 망각 속에 묻힌 생애를 다시금 복원한 노작이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인 셈이다.  

 

 

국사학자 한명기 교수의 역사평설 <병자호란1,2>(푸른역사, 2012)도 주목할 만한 책이다. 놀랍게도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만을 다룬 성인 교양서가 거의 없는 편인데, 그 공백 하나를 메꿔주는 책. 이미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푸른역사, 2009) 같은 학술적 성격의 책을 펴낸 저자가 병자호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다시 짚었다. 소개는 이렇다.

저자가 「서울신문」에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년 동안 연재했던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병자호란 다시 읽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 이 책에서 저자는 병자호란을 살피는 것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한반도와 한민족의 운명에 외교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되짚어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병자호란을 다룬 김에 임진왜란을 총체적으로 다룬 책도 기다려지는데, 저자의 <임진왜란과 한중관계>(역사비평사, 1999)를 고려하면 이 또한 불가능하진 않을 듯싶다(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기대해볼 만한 학자는 최근 류성룡의 <징비록>(아카넷, 2013) 교감, 해설판을 펴낸 김시덕 교수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함께 당시의 저작으로 가장 이름이 높은데, 흥미롭게도 전근대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그런 사정은 <그들이 본 임진왜란>(학고재, 2012)에서 더 자세히 읽을 수 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과 관계있는 여러 나라에서 집필된 문헌 가운데 전쟁의 전체상을 가장 포괄적이면서 치밀한 구조와 생생한 문장으로 전하며 전근대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교감.해설 징비록>은 류성룡이라는 조선의 고위 관료가 임진왜란이라는 국제전쟁의 전체 틀을 제시하고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기록했다는 데에 가장 중대한 의의를 둔다.

 

 

세번째 저자는 서양사학자로 로마사 전공인 김덕수 교수. 최근에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길, 2013)을 펴냈다. 저자는 문고본 <그리스와 로마>(살림, 2004)를 쓰고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한길사, 2005) 등을 공저했으며, 로마사 관련서를 다수 우리말로 옮겼다.

 

 

프리츠 하이켈하임의 <로마사>(현대지성사, 1999)와 로널드 사임의 <로마혁명사1,2>(한길사, 2006)가 대표적이다. 둘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역저들이다. 서재만 생긴다면 바로 꽂아두고픈 책들이다(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다). 흠, 절판되기 전에 손을 써두어야 할까...

 

1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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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도 적잖은 책이 나온 만큼 주목할 만한 저자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이주에는 범위를 좁혀서 국내 저자로 한정했다. 친숙한 저자 세 명을 골랐다.

 

 

먼저 건축학자 임석재 교수. 올초에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1,2>(인물과사상사, 2013)를 펴낸 데 이어서 가을에는 '한옥의 과학과 미학'을 다룬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인물과사상사, 2013)을 출간했다. 한옥에 관한 책도 적잖게 나와 있지만 건축분야의 대표 저술가가 바라본 한옥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옥의 불편함과 관련하여 잘못된 편견이 갖는 문제와 그 배경을 설명한다. 한옥이 결코 불편한 집이 아니며, 설사 일부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더 큰 장점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옥의 불편함에 대해 과학적으로 바로잡는 한편 한옥의 진정한 미학과 장점을 소개한다."

 

 

두번째는 미술사학자이자 미술 에세이스트 이주은 교수. '이주은 벨에포크 산책'이란 부제로 한 미술이야기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이봄, 2013)가 나왔다. 오랜만에 펴낸 단독 저작이 아닌가 싶다. "베스트셀러 <그림에, 마음을 놓다>, <다, 그림이다>의 저자 이주은이 ‘벨 에포크’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는 약 100년 전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우리 시대의 눈으로 살펴보면서, 21세기의 거리를 초조한 마음으로 내딛고 있는 우리 자신의 원형을 찾아보려 한다."

 

 

 

세번째는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 신작 에세이 <잘 잊지 말아요>(알에이치코리아, 2013)가 출간됐다.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이 부제. 사랑을 다룬 문학작품들에 대한 정여울식 독서를 한데 모았다. <정여울의 문학멘토링>(메멘토, 2013)이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21세기북스, 2013)의 책들에서 보여준 대로 독자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친근한 말투가 저자의 강점이다. 이번 책의 프롤로그도 이렇게 적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반어법의 씨앗이 숨어 있다. 숨이 끊어질 듯 사랑하면서도 ‘잘 있지 말아요’라고 속삭이고, 편지를 쓰고 싶지만 차마 보내기는커녕 완성할 수조차도 없다. 절대 놓아주고 싶지 않지만 ‘그냥 지금 헤어집시다’라고 선언하고, 그녀를 결연하게 떠나보내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무거운 저울추처럼 그녀에게 평생 매달려 있을 거라는 저주를 서슴지 않는다. 사랑하기에 붙잡을 수 없고, 보낼 수 없기에 차라리 놓아버리는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주은 교수와 정여울 평론가는 얼마전 경향신문에서 꼽은 '뉴파워라이터' 20인에도 선정된 바 있다. 이번주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여울 씨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모든 글은 내게 편지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수신자를 정해놓고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대상을 정하면 그 대상에게 할 말은 이미 있는 것이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는다. 학생들에게는 책에 메모를 하라고 말한다. 책에 메모를 하게 된다면, 그건 그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뜻이다. 책을 읽고 수다를 떨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데서 글쓰기가 시작된다.”

그의 글이 갖는 친근함의 비결이겠다...

 

1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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