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로브그리예(1922-2008)의 ‘누보로망‘을 이번주 강의에서 처음 다룬다(기획이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닌데 무산되었고 이제야 읽는다). 현대소설사의 전개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주로 남미의 붐소설과 비교하곤 했다(나로선 제1세계문학이 제3세계문학에 추월당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그 과정을 해명하는 것도 세계문학 강의의 과제다).
누보로망의 기수로 미셸 뷔토르, 나탈리 샤로트, 클로드 시몽(1985년 노벨문학상 수상) 등과 함께 한 시대를 대표했지만 로브그리예의 위상과 의의가 여전한지는 모르겠다(소설가와 영화감독, 어느쪽으로 더 오래 기억될는지?). 돌이켜보건대, 반면교사적 의의를 갖는 건 아닌지. 아무튼 한시대를 풍미했던(로브그리예는 두 차례 방한하기도 했다) 작가를 한차례 강의에서 다 다루긴 어렵지만, 윤곽은 그려보기 위해서 준비중이다(그렇게 준비해야 하는 작가들이 매주 열명씩 된다는 게 함정이다).
로브그리예의 작품으로 현재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건 몇 편 되지 않는다. 번역본을 기준으로 그의 주요작은 이렇다.
<고무지우개>(1952)
<엿보는 자>(1955)
<질투>(1957)
<미궁 속에서>(1959)
<밀회의 집>(1965)
<어느 시역자>(1978)
<히드라의 거울>(1984)
<되풀이>(2001)
소설론 <누보로망을 위하여>를 포함해 절반 이상 절판된 상태이고 현재는 <엿보는 자>와 <질투>, <밀회의 집> 세 편만 읽을 수 있다(세 편을 모두 읽는 것도 선택지였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엿보는 자> 한편만 읽는다. 예전 한 세계문학전집에 <변태성욕자>로 번역돼 있었던 듯하다). 작품이 더 번역돼 나올지 모르겠지만 새로 나온다면 데뷔작 <고무지우개>를 기대해본다. <질투>까지 초기작 세 편이 로브그리예 문학을 대표한다고 여겨지기에. 나중에 베케트의 소설들과 묶어서 읽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