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 강의를 다시 진행하고 있는데, 여느 강의와 마찬가지로 매 강의가 끝날 때마다 소감과 과제가 남는다. 1960년대 문학을 최인훈과 김승옥의 작품으로 정리하고 이번주부터는 70년대로 넘어간다(이청준과 조세희를 다루게 된다). 60년대 문학을 두 작가로 다룬다면, 나로선 최인훈과 김승옥밖에 떠올리지 못한다(<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의 목차대로다). 하지만 선택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소설가로서 이호철과 박태순이 내가 고를 수 있는 다음 순번의 작가들이다. 
















문학강의에서 이들 작가들을 다루지 못한 것은 일정의 제한 때문인데, 거기에 덧붙이자면 마땅한 작품(집)이 없는 것도 문제다(내가 주로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전집을 교재로 쓰고 있어서 그렇기하지만). 분단문학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이호철의 작품으론 <서울은 만원이다>(1966)를 먼저 고르고 싶다. 60년대 사회상을 다룬 세태소설로 평가해볼 수 있겠기에(김승옥의 장편소설들과견주어보고 싶다). 
















박태순은 작품집 출간을 기준으로 하면 70년대 작가로 분류되지만, 60년대 후반에 데뷔한 4.19세대 작가다. <무너진 극장>이 4.19혁명을 다룬 대표작. 아쉬운 것은 작품집들이 대부분 절판되었다는 점.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교재로는 선호하지 않는 지만지판이다. 게다가 장편소설로는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도 읽어보고 싶지만 알라딘에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강의에서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세계문학 작가들에 대해 불평하고는 하는데, 정작 한국현대문학 작가들도 다룰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한국문학 강의를 시대별로도 넉넉하게 꾸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일정과 작품, 수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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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1948년생)의 작품 세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구르나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의 작가로 영어로 작품을 쓴다. 18세에 탄자니아를 떠나 스무살에 영국에 정착했고, 1982년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서 켄트대학의 교수를 지냈다. 장편소설은 1987년부터 발표(단편은 1984년부터). 이번에 번역된 작품은 <낙원>(1994), <바닷가에서>(2001), <그후의 삶>(2020)이다(목록을 보니 10권의 장편소설 가운데 선별한 것으로 보인다).

분류상 구르나는 아프리카문학과 탈식민주의문학에 속하겠다. 자연스레 같이 떠올리게 되는 작가들이 여럿 된다(쿳시나 나이폴을 포함하여). 아프리카문학이건 탈식민주의 문학이건 좀더 자세히 짚어보는 강의를 기획해보려 한다. 아프리카문학, 이탈리아문학 등이 내년 세계문학 강의의 아이템인데 구르나의 작품들 덕분에 아프리카문학의 목록을 충분히 채울 수 있게 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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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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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0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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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수년만에 다시 강의에서 다루면서(이번에도 전체 7권 가운데 2권까지 읽는다) 나보코프의 <문학 강의>와 함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서 한 장을 할애하고 있다) 유제프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를 읽는다(저자가 포로수용소에서 진행한 프루스트 강의다). 두권 모두 그 사이에 나온 책들.

‘프루스트와 톨스토이‘라고 제목을 적은 건 차프스키가 비교하고 있어서인데, 비교대상은 <전쟁과 평화>의 서두다. 러시아 상류 사교계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소설이니(영화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사교계를 정밀하게 묘사하는 프루스트 소설과의 비교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우리말 번역에 착오가 있다.

˝레프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초반부에서 20여 페이지나 할애하여, 러시아 황후를 어머니로 둔 귀족 부인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가 그녀의 집에서 연 야회를 묘사한다. 그는 칭찬 뒤에 숨은 계략과 그것이 풍기는 분위기를 거장의 솜씨로 탁월하게 그려낸다. 이로써 우리는 안나 파블로브나에게 초대받은 귀족들의 세계를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접한다. 톨스토이는 바질 왕자와 야회를 연 여주인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제1장의 첫 두 페이지만에 이 걸작이 품은 정교함을 보여준다.˝(77-78쪽)

정말로 <전쟁과 평화>의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인물이 안나 파블로브나인데 역자가 엉뚱하게 옮겨놓았다. ‘러시아 황후를 어머니로 둔 귀족부인‘? 어머니가 황후이면 황제의 오누이이자 공주라는 건가? 안나 파블로브나는 당시(알렉산드르 1세 치세) 황제의 어머니인 마리아 표도로브나(파벨 1세의 아내이면서, 남편의 뒤를 이어 차례로 즉위하는 두 아들, 알렉산드르 1세와 니콜라이 1세의 어머니다), 즉 ‘황태후‘의 측근이었다. 이른바 ‘황실 실세‘(조선시대로 치면 제조상궁쯤 될까?). 그래서 그녀가 여는 야회에 고관대작들이 줄지어 참석하는 것이고, 여주인인 그녀가 바실리 공작을 맞이하면서 건네는 말이 첫 대사다.

‘바질 왕자‘는 ‘바실리 공작‘(바실리 쿠라긴 공작이다)을 잘못 옮긴 것인데(바실리의 불어 이름이 바질인 걸 감안하더라도) 이 두 사람이 사교계 고수끼리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첫 장면에 해당한다. 아래는 BBC판 <전쟁과 평화>(2016)에 등장하는 안나 파블로브나(<엑스파일>의 스컬리 역으로 친숙한 질리언 앤더슨이 배역을 맡았다)와 바실리 쿠라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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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후일담 소설과 대학원생 소설

3년 전 독후감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시바타 쇼의 <그래도 우리의 나날>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란 점에 기대서 덧붙이자면, 최인훈의 <광장>과도 비교되는 1951년 수상작, 홋타 요시에의 <광장의 고독>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광장> 강의를 마치고 덧붙이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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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22-05-2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타 요시에가 소설도 썼는지는 몰랐어요.
제겐 몽테뉴의 저자~
<시간>이란 소설이 있어 구매.

로쟈 2022-05-20 21:20   좋아요 0 | URL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집에 들어 있어요.
 

히구치 이치요(1872-1896)부터 시작했던 봄학기 일본 근대문학 강의가 하야시 후미코(1903-1951)로 마무리된다. 앞뒤에 여성작가를 배치한 것은 물론 의도적인 것이었다. 후미코는 수년 전에 다룬 적이 있지만 히구치는 이번에 처음 읽었다. 내가 다룰 수 있는 유이한 일본 근대 여성작가.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2019년에 어문학사에 ‘일본 근현대 여성문학 선집‘(전18권)을 펴냈다. 마지막 18권의 이다 유코가 1966년생이니 ‘현대‘까지 망라한 선집. 하지만 히구치와 후미코를 제외하면 내게는 생소하다.

18권 전질은 무리이고, 히구치와 후미코(2권)는 기념으로 구비하려 한다. 앞으로도 강의에서 계속 다루게 될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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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2-05-1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감흥이 차면 일본 작가의 계절감상문이 실린 <작가의 계절>을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앞부분에 작가의 삶이 요약되어 있는데, 지난주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일찍 슬픈 생을 마감한
여인의 봄 이야기가 역시 고즈넉했어요~
찾아보니 하야시 후미코가 있군요! 로쟈님이 강의에서 두 사람을 채택한 간단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덩달아 두 권을 챙기면서...^^*

로쟈 2022-05-18 23:21   좋아요 0 | URL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강의에서 편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