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잘 구별되지 않는 일들

5년 전의 시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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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문학상이 미국의 여성시인 루이즈 글릭에게 돌아갔을 때 출판계나 독자나 멋쩍었던 기억이 난다. 대중성이 있는 소설가가 아니라 시인이 수상한데가 국내에 단독 번역서가 한권도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시인이 수상하더라도 속성으로 번역본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번역본은 예상보다도 더 늦게, 수상자 발표 이후 2년을 넘겨서야 비로소 나왔다. 세권의 시집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1인 번역이다(시간이 소요된 이유를 알겠다). 강의에서 다룰 일은 없을 것 같지만(번역시집을 다룬 전례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챙겨놓아야겠다.

˝2020년 노벨문학상은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에게 갔다. 2000년 이후 여성 시인으로서는 처음이다. 1909년에 <닐스의 모험>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 여성 작가 셀마 라겔뢰프 이후 16번째이며 1996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이후 두 번째 여성 시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1세기 전 세계 문학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소개에 대해 두 가지 군말을 덧불이자면, 첫째 올해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수상함으로써(다음주부터 대안연 강의에서 전작을 읽는다) 여성 수상자는 17명이 되었다(참고로 프랑스 작가로선 16번째다). 둘째, 그렇다고 21세기 문학의 화두가 ‘여성‘이 되는 걸까? 무슨 논리인지? 다만 노벨문학상은 2018년 심사위워회 개편 이후 남녀의 성비를 맞추고 있다. 짐작엔 미투 파문으로 재편된 심사위원단이 남녀 동수로 구성돼 있거나 성평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나 싶다. 2018년 이후 수상자 명단은 이렇다.

2018 올가 토카르추크(소설가, 폴란드) 여성
2019 페터 한트케(소설가, 극작가, 오스트리아) 남성
2020 루이즈 글릭(시인, 미국) 여성
2021 압둘라자크 구르나(소설가, 탄자니아) 남성
2022 아니 에르노(소설가, 프랑스) 여성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역이나 언어, 장르보다 성별인 것 같다. 그리고 추이를 보면 내년 수상자는 남성이라는 데 내기를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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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다종의 세계문학이 매주 출간되고 있기에 읽는 건 차치하고 분류와 정리만으로도 일거리다. 그러는 중에 세계문학 강의와 읽기에 참고할 만한 책들도 드문드문 나오고 있다. 이주에 꼽을 만한 건 ‘강창래의 세계문학강의‘,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과 하버드대학에서 세계문학을 강의하는 데이비드 댐로쉬의 <세계문학 읽기>다.

강창래의 책은 미리 읽고서 스페인문학기행을 떠나기 전에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아래가 추천사다.

˝태초에 질문이 있었을 리 없다. 모든 질문은 일의 중간에서 불거진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론은 무엇이고 세계문학사는 어떻게 전개되어왔는가. 당신이 질문한다면, 문학의 문턱을 넘어서 한복판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는 바로 ‘중간 독자’로서의 당신을 위한 강의다. 직접적인 독서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어떻게 읽을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을 풍문으로 돌리게 되는 여정이 여기에 있다.˝

서문에서 저자가 문학이 아닌 인문학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 조금 의아해 했는데 알고보니 저자가 기획한 4부작(?)의 첫권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인문학을 주제별로 정리하는 글을 쓰고 있는데, 그 첫번째 저작이 바로 문학을 주제로 다룬 본서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다.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서양미술사를 다루는 <이미지의 삶과 죽음>(가제)과 현대철학사를 다루는 <아모르 파티에서 인정투쟁>(가제), 현대과학을 인문학자의 관점에서 다루는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현대과학>(가제)을 집필, 출간할 예정이다.˝

문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을 모두 망라하는 지적 모험이 기대를 모은다.

댐로쉬는 세계문학을 타이틀로 건 책들에서 빈번하게 마주치는 이름이어서 나도 다수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세계문학 읽기>는 입문서로의 의미가 있는데 좀 묵직한 책들까지 출간목록이 이어지면 좋겠다. 스페인에서 귀국하기 전에 주문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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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내 마음의 낯섬

5년 전 페이퍼다. 내년봄 지중해문학기행에서 자연스레 이스탄불의 작가 오르한 파묵을 다룰 예정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작품이 소개돼 있다는 점. 두세 편으로 압축해야 하는지라 고민이 된다. <내 마음의 낯섦>도 이제 보니 후보작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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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강의의 마지막 과제 가운데 하나가 동남아문학 강의다. 꽤 오랜기간 세계 각국과 각 지역의 문학을 읽어왔지만, 동남아문학은 이제껏 다루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한데,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도 번역본이 현저하게 부족해서다. 특히나 세계문학전집판으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는데, 지난주에 태국 현대소설이 처음 나왔다. 씨부라파의 <그림의 이면>. 1937년작이다. 
















태국어가 낯설고(우리로선 발음도 표기도 어렵다) 영어자료도 별로 없어서 접근이 어려운데(위키피디아의 태국문학 항목을 보면, 현대문학, 곧 20세기 문학에 대해선 댓줄 정도의 소개만 나온다), 씨부라파라는 필명도 그렇다. 본명은 꿀랍 싸이쁘라딧(1905-1974)이다. 여러 필명을 썼는데, '씨부라파'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그림의 이면>은 로맨스 소설로 나이와 신분 차이가 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고, 태국에서는 두 차례 영화화되고 현재까지도 많이 읽히는 작품이라 한다. 


작품이 더 번역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유일하게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태국 현대문학 작품이다. 앞서 지난 1월에 '동남아시아문학총서'로 나왔던 아깟담끙 라피팟(1905-1932)의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1929)은 벌써 절판되었기에.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은 태국 최초의 현대 장편소설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라고 하고, 작가 아깟담끙 라피팟은 '왕족 작가'다. 연보를 보니 24살에 쓴 작품이고 27세에 요절했다. 


절판된 지 오래 되었지만, 또다른 태국문학 작품으로는 찻껍짓의 <무지에 의한 단죄>(1981)다. 작가는 1954년생이고 아직 현역이다. 작품도 40여 년 전에 출간됐지만, 앞의 두 작품에 비하면 최근작에 속한다. 한국어판은 1995년에 나왔다. 

















그밖의 작품으론 제인 베자니바(1963-)의 <카티의 행복>(2003)이 있는데, 2009년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우리말로도 번역본이 나왔다. 현재는 절판. 영어판은 작가가 직접 영어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내가 조사한 범위에서는 이 네편이 우리에게 소개된 태국 현대문학이고, 그나마 유일하게 절판되지 않은 작품이 이번에 나온 <그림의 이면>이다. 현대 태국문학이 빈곤한 것인지, 역자가 없는 것인지, 여하튼 상황 자체는 그렇다. 그나마 한 작품이라도 강의에서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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