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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경전
패트리샤 콘웰 / 시공사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악의 경전' cause of death 는 시공사에서 번역되었던 스카페타시리즈의 마지막편이다. 물론 올해까지도 쭈욱 나오고 있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번역서의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왠지 대단히 마지막같은 느낌이다. 점심시간에 닭고기덮밥을 먹으면서 이 책을 보고 숟가락 놓은 후에도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부분에서 차마 멈추지 못해 그릇 다 치운 후에도 앉아서 다 읽고 일어났는데,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벅찼다.
이제 큰 심호흡 한 번 하고 이 시간을 대비해 사 놓은 unnatural exposure 와 point of origin 을 읽어야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스카페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크다. 사이비종교집단의 핵테러에 대항하는 스카페타의 이야기이다.
패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의 스카페타만큼 감정이입이 깊이 되는 주인공은 없었다. 그녀는 냉정하고 공평하고자 노력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굳은 신념을 밀고나가는 지극히 이성적인 인물이다. 적어도 일적으로는. 죽음과 부자연스러운 죽음에 따라오는 '악' 과 '슬픔' 따위를 언제나 주변 공기에 담고 있는 그녀는 범죄자들을 증오하고 분노하며 희생자들을 동정하고 자신의 환자로 여겨 가슴아파하며 예의를 지키고,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스카페타 시리즈가 좋은 이유는 사건의 발생과 해결보다 주인공인 '스카페타'의 흡입력이다. 결혼에 실패한 그녀. 사랑하는 사람을 어이없는 테러로 잃고 그 사람의 동료였고 유부남인 벤튼 웨슬리와 사랑에 빠지고 항상 투닥투닥하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리노경감에게서는 가장 친한 친구, 사랑하는 애인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못말리는 동생 도로시의 딸이고 천재이고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루시 앞에서는 항상 이성적인 그녀의 모습이 무너지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와 그녀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7편에 거쳐 1편에서 고작 열살이었던 루시가 점점 자라서 FBI가 되고 동료적 입장이었던 벤튼과 마초 마리노의 이야기들이 천천히 그러나 절대 지루하지 않게, 과장되거나 통속적이지 않게, 그렇게 딱 이해할만큼으로 진행된다. 실감나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이 시리즈에 그토록 목을 메고 있나보다.
조금 길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이 책에서 스카페타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히나 이책에서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은 정말 벅찼다. 나는 어느새 루시가 되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로봇을 조작하고 있었고, 그녀를 죽을정도로 걱정하는 마리노가 되었다가 벤튼이 되었고, 그런 그들을 걱정하고 목숨걸고 일을 하는 스카페타가 되었다.
이 시리즈가 다른 재미있는 시리즈들에 비해 나의 마음을 잡는 이유는 매시리즈마다 꾸준히 나오는 강한 직업여성, 그것도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지고 있는 강한 직업여성상들이다. 스카페타 본인도 물론 포함된다. 스카페타가 겪는 남성우월주의사회에서의 불편함들과 그에 대응하는 스카페타의 세련된 태도와 마음가짐들은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올것 같은 그녀의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여리고 분노하는 그녀의 모습을 알기에 더욱 와닿는다.
일곱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처음의 '법의관' 이겠지만 그 뒤로는 주욱 한권의 긴 책을 통해 스카페타를 엿본것만 같다.
내가 아는 시리즈중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시리즈다. 패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