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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비밀 - 미스터리 베스트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메그레는 유럽의 소설에서, 그리고 아마 세계의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경관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75살 가량이며, 현재 은퇴하여 생활하고 있다. 그는 1920-1940년대의 프랑스 사법 경찰의 가장 위대한 탐정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과학적 방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는 인내와 직관과 범인 심리의 섬세한 이해와 살인자와의 정신적인 감응으로 추리한다...' 미국의 추리소설 평론가 앤소니 바우처가 심농의 단편집 소개에서 메그레를 소개한 글이다.
책의 제목 '13의 비밀'은 좀 싱겁다. 제목도, 내용도. 조젭 르보르뉴의 13가지 사건파일이라는 부제 아래 조젭 르보르뉴가 해결하는 13가지 사건들이 있다. '나'( 기자인듯)에게 이미 본인이 해결한 사건들의 기사를 보여주며 사건을 해결해보라고 하고, '나'는 사건에 대해 질문하고, 결국 해결 못하고, 조젭 르보르뉴는 타박(?) 하며 사건의 결말을 알려준다. 는 똑같은 패턴의 짧은 단편들이다. 단 마지막 사건만 좀 의외스러운면이 있는걸 보면, 그래서 제목이 '13의 비밀'인가 싶기도 하다.
심농의 사나이의 목을 읽고 열광했던것에 비해 '13의 비밀'은 왠지 모르게 실망스러웠다. 그다지 기발하지만은 않은 사건의 해결들, 안 친절한 조젭 르보르뉴에 대한 비호감 등등이 이유다. 로얼드 달의 '당신을 닮은 사람' 에서럼 한 작품 끝낼때까지 숨을 참게 하지도 않고, 스텐리 엘린의 '특별음식' 에서처럼 결말이 뻔히 보여도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흡입력을 지니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휙휙 넘어가는 장점만을 지녔다고 할까. 몇가지 괜찮은 작품들도 보였지만, 고르지 않은 작품의 질때문에 전체적으로 심농의 단편에 대한 인상은 '별로' 로 남게 되었다. 혹은 조젭 르보르뉴가 등장하는 작품들에 대한 비호감인가?
아무튼.
13개의 단편 이후엔 드디어 메그레 경감이 등장하는 ' 수문 1호' 라는 멋대가리 없는 제목의 중편이 등장한다. 역시. 우리의 메그레 경감님. 이 책에선 어쩌면 주인공이 '경감'이란 직책을 가진것을 빼고는 추리소설이라고 부를만한 면이 전혀 없을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과 일반 소설의 차이를 정확히 어디에 두는지는 사람마다 약간씩 틀리겠지만, 심농의 소설들에 대해서 '추리소설이라기보다 문학소설' 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한밤중 바닷가, 마주보고 있는 목로주점 두개, 그 중 한 곳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나온 노인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뛰어난 심리묘사로, 절정부분에 이르렀을때는 흡사 기괴한 싸이코드라마라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메그레와 갓생노인, 그리고 듀크로라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선주의 불꽃튀기는 심리전을 밀접하게 볼 수 있다. 메그레처럼 심리분석/묘사의 달인인 심농의 작품에는 빠리의 그 헤어나오기 힘든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심리의 미묘하고 격렬한 변화들, 그리고 '죄를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처럼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 가 깔려있다.
아무래도 첫작품으로 접하고자 한다면 '사나이의 목'을 권하겠지만, 일단 한번 심농에 빠지게 되면 이 책 역시 빠트릴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