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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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몹시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몹시 재미없다. 그리고 그 ‘어떻게’를 가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허접한 ‘상식’ 이었다.

중남미 문학에 폭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다가오는 ‘보르헤스’라는 이름의 거대함. 그가 의미하는 것. 그의 작품에서 읽어야 하는 것. 그리고 문장보다 긴 주석들(흡사 작품해설과도 같은)을 모두 생각하고 읽다보면, 그 어떤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 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다시 한 번 숨 한번 크게 쉬고, 처음부터 읽어나간다. ‘불한당들의 세계사’에서 나는 내 소양이 부족해, 그의 책을 읽어낼 수 없다. 고 한탄했다. 지금이라고 내 소양이 크게 나아진 바는 없지만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보르헤스를 보자. 마음먹으니  그 넘쳐나는 상상력을 주워 먹는데만도 흡족하다.

 

‘픽션들’을 읽는다고 하니, 너무너무 좋았더라는 극찬들이 쏟아진다. 이런, 나는 건강검진 받는 중간중간에 ‘이렇게 재미없을수가!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를 읽었는데 말이다. 한 페이지를 한 삼십분쯤 들여다보고 있음을 깨달았을때는 정말 이 책 덮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서도. 나를 이렇게 재미없게 하는 것이 ‘주석’이던, ‘번역’이던. 그저 나 평소 하는대로, 이야기를 생각하며 읽으려고 노.력. 하다보니 조금씩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 얼마전에 미학강의 들을 때 이야기 해주었던 줄거리를 듣고( ‘원형의 폐허들’)오, 재미있겠는걸. 하고 1권에서 멈췄던 보르헤스 전집을 다시 시작했던 것이다.


재미있다고 생각한 원형의 폐허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옛날에 어떤 도사가 원주민 마을에 오게 되었는데, 신전에 있으면서 상상으로 사람을 만드는 일에 집착하게 된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를 만들어내고 다시 잠에 빠지게 된다. 몇 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우연히 지나가던 장사꾼들의 말에 깨게 되는데,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소년은 어떤 폐허가 된 신전에 자리 잡았는데, 불 속으로 걸어가도 타지 않는다고. 그제야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원소중에서 그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존재라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 ‘ 불’ 이란걸 깨닫는다.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아들이 자신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꿈으로 만들어진걸 알면 얼마나 굴욕감을 느낄 것인가를 고민하며 천하루의 밤을 보낸다. 그러다가 그가 기거하는 신전에 불이 나게 된다. 순간 그는 강으로 뛰어들까 하다가 자신의 이 모든 고민과 힘든 삶을 종식시키기 위해 불길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불길은 그의 살갗 속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는 열기를 느끼지 못하고, 타지도 않는다. 안도감과, 치욕감과, 두려움과 함께 자신 또한 자신의 아들처럼 다른 사람에 의해 꿈꾸어진 환영이란 것을 깨닫는다.


픽션들에서는 추리기법의 소설들도 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이라던가 ‘칼의 형상’ 그리고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 등에서는 보르헤스식의 추리소설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브라운 신부의 작가 체스터턴이 우아한 탐정소설의 창시자로 몇 번이나 언급되고 있다.


은유와 가짜들로 가득한 ‘픽션들’의 단편들은 내게 그리 쉬운 독서는 아니었다. 3권 알렙은 좀 더 재미있기를 바라며 만 이틀이라는 긴 시간동안 잡고 있었던 이 얇은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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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정원에서 길을 잃었답니다 ㅠ.ㅠ

하이드 2005-06-1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요.

마냐 2005-06-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0년전에 읽긴 읽은거 같은데...기억이 하나두...ㅠ.ㅜ

모모 2006-11-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원형의 폐허들'.. 천계영씨의 만화 DVD가 떠오르는군요;; 이 책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호기심이 생기네요
 

 

 

 

 

유시민을 만나다.

책을 많이 읽는 지인이 말하길 자기가 본 가장 유려한 미문이었다는 '항소이유서' 에서 소셜 리버럴리스트가 되기까지, 지승호의 인물 탐구1

    

글머리에|개혁의 희망인가, 분열주의자인가

1부|유시민이라는 코드
슬픔과 노여움이 많은, 소셜 리버럴리스트__지승호
의심을 동반한 믿음, 햄릿형 소신__정혜신
유시민처럼 철들지 맙시다__한홍구
유시민의 수난 시대__김정란
나의 동생, 유시민__유시춘

2부|유시민과의 만남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하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절필 선언을 하다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다
4.24 재보궐 선거에 나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하다
누나 유시춘과의 만남

부록|스물여섯 청년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지승호 책 그동안  보관함에만 담아 놓았었는데, 이 책부터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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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6-1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재밌을 것 같아요
기대 만빵된다 실은 제가 유시민 아저씨를 좋아하거든요 지승호는 인터뷰를 참 심도있게 잘 진행하더라구요

chika 2005-06-1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에 대해 별로 관심없어도 지승호씨가 얘길하면 엄청난 관심이 생길 것 같아지지 않나요? ^^

하루(春) 2005-06-1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시민에 관심 많은데...

하이드 2005-06-1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저도 유시민 좋아요!

marine 2005-06-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하이드님도 그럴 것 같았어요 ^^ 말씀을 어찌나 논리적으로 잘 하시는지... 혹시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 읽어 보셨어요? 진짜 잘 썼던데...

하이드 2005-06-1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봤어요. ^^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생각나네요.
 

내 보관함에는 현재 862권의 책이 들어있다. 대충 사고 싶은 책을 휙휙 사는 편인데도 그렇다. 사실 프로이드 전집 같은거 한꺼번에 살 수 없지 않은가. 아무튼. 딱 살 책만 넣는 다는 분들에 비하면, 난 줄여도 줄여도 70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 중에서도 다음번에 살때 장바구니로 들어갈 책들은 다음과 같다. 한동안 보관함에 잘 안 넣다가 요즘 갑자기 많이 넣어서 정리해보고 싶어짐.

 박민규의 카스테라. 사실, 삼미 슈퍼스타즈를 산지 몇년이 지나도록, 가끔 어디서 굴러다니고 있는지만 확인하고 있는 나로서는 꼭 사야하는 책은 아니지만, ( 한국작가들 책 산지 백만년 -_-v 아마, 전경린의 황진이가 마지막인듯. )

 사인본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4분께 5만원 적립금. 백분께 3000원 적립금이 몹시도 땡기누나.  아마도, 다음에 살 때 장바구니로 들어가지 싶다.

 

 로저 젤라즈니의 '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요즘 계속 눈에 들어오는 이 책에 관한 리뷰들. 로저 젤라즈니의 스타일이 좋.다. 고 느꼈고, '내이름은 콘래드' 이후, 아마존에서 몇권 주문해 놓았는데, 같이 주문한 책 중 준비기간이 두달! 걸리는책(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 이 있었던 관계로 5월에 주문한 책을 8월 말에야 받아보게 생겼다.

그러고보면 출고준비시간 72시간은 정말 양반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의 책 좋아하는데, (사실 읽은지가 하도 오래되서, 지금 읽으면 어떨까 싶기는 하지만서도;;) 이 책 리뷰 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불끈!

 

 

 최민식의 ' 사진이란 무엇인가'

 최민식이란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었는데, 지금도 좋아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존경한다. 지난 일민 전시회때 깊이 감명받았다.

 그의 사진에서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관에서.

 그러고보면 얼마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회 벽에 붙어 있던 브레송의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생각이 난다. 작품수는 많은데 전시가 영 후즐근하다.

 박정자 ' 빈센트의 구두' - 하이데거,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의 그림으로 철학읽기

 철학자들이 그림에 대해 평해놓은 것들을 모아 놓은 것 같은데,  아마 얼마전에 SF철학 읽고 직싸게 고생하고, 또 그런 책이 읽고 싶어졌나보다.

 

 

 이윤기 번역의 '한여름 밤의 꿈' .

 '겨울 이야기' 보고 완전 실망했는데, 이 책은 꼭 사고 싶네. 그렇다면 이왕 사는거

'겨울 이야기' 도 함께 사야 하는데;;

 

 

 스티븐 랜즈버그의 ' 런치타임 경제학'

 이런류의 책 대략 낭패보기 십상인데, 스티븐 랜즈버그의 칼럼 '포브스'에서 몇 번 본 적 있는데, 꽤 괜찮았다. 적어도 포브스의 기사들 중에선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모아 둔건 어떨까 생각이 갑자기 문득 드는데 -_-a

 

 뭐, 하루키의 신작. '어둠의 저편'

 난 딱히 하루키 팬은 아니고,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잡설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왠지 신간이 나왔다 하면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라지게 비싼 이 책. 선물용이다.

 

 

 

 아름다운 우리 새

 아니, 언제 이건 또 보관함에 넣었지? 다시 보니, 그래도 또 맘에 드는군.

 역시 비싸다. 두고 보자.

 

 게리 스나이더의 시선집.

 우리말로 읽는 시가 어떨까 싶긴 하지만,  원문도 나와 있겠지? 있겠지? 있겠지?

 

 

 

 파스칼 키냐르의 ' 떠도는 이름'

 역시 파스칼 키냐르의 이름과 표지의 저 여자!를 보고 보관함으로 냉큼 들어간 책

 

 

 지루함의 철학이라.

 제대로 지루하겠는걸?

 뭔가, 나의 '지루함' 을 떨쳐버릴 수 있는 답을 줄까?

 

 요번에 새로 나온 환상문학전집 3권이 쪼로록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냉소적 이성 비판 1.

2권은?

그래. 나 이런책 사놓고 안 읽는다. -_-a

 

 

 이 책이 눈에 들어오니, 주변에서 자꾸 칸트얘기 하는 것 같다. -_-a  끙.

 

 

 

 아리에스의 책.

이제 때가 되었도다.  ( 지름신 말씀)

 그 동안 식겁할 가격에 미루어 두었던 아리에스의 책들을 살 때가..

 

 

 

 

 

 

 어떤 책인지 안 봤지만, 나나님의 추천에 불쑥.

 

 

 

 diversity 에 관한 책.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의 가장 큰 화두. 

읽고 잘난체좀 해볼까 해서.

 

 

 전경린 ' 열정의 습관 '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전경린 책의 리뷰.

 

 

 

그 외 등등등은 '꼭 사야해-시료'가 지났으니, 이 담에 로또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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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6-1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악! 862권이나 보관함에 있다니..하이드님은 책도 자주 사시는데, 예상 밖인걸요? ^^; 아, 그나저나 이글 읽고나니 저도 지르고 싶은 충동이 불끈 솟네요. ㅠㅠ

하이드 2005-06-1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나 책 안사요~

하이드 2005-06-1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한번만 사기로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흐흐흐. 절약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하이드. 어서 책정리 하고 밀린책 읽자! 모드의 하이드.

perky 2005-06-1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흐흐
하이드님에 자극받아 열심히 지르던 때가 그리워질 것 같아요.

하루(春) 2005-06-1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1번만 사는 대신 20-30권을 한번에 사는 거 아닙니까? 지금, 보관함에서 나온 책도 족히 스무권은 돼보이는데... 그나저나 이윤기 선생, 그의 따님과 또 번역본 내놨군요. 보고는 싶으나, 심히 주저하고 있는데...

하루(春) 2005-06-1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온 게 아니고, 들어갈 거였구나.. 한번에 이렇게 많은 책을... 하지만, 읽는 속도가 워낙 대단하니까 일리가 있어 보여요.

Phantomlady 2005-06-1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스칼 키냐르 책 두 권 나도 사고싶다 사고싶다.. 그치만 당장은 그의 말따나 입술을 깨물고 있을 수 밖에.. ㅜㅜ 이상한게 있는데 나는 보관함에 보관해둔 책은 거의 주문 안 하고 늘 보관만 해두는 거 같아..

balmas 2005-06-1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나 책 안사요~"의 메아리 ...
나 책 안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사요~

제 귀에는 이렇게 들리니 어쩌죠? ^^v

하이드 2005-06-1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바보돌대가리아기부엉이님같으니라구!

balmas 2005-06-1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부엉~, 부엉~, 부엉~, 부엉~, 부엉~

클리오 2005-06-1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이상한 분위기에서 댓글 못달겠어욧!! (나도 이상하다.. --;;)

LAYLA 2005-06-11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한달전인가 제 장바구니가 100만원 넘었던 기억이 나네요..........OTL 동생이 담아놨었어요. 지르진 않았지만,,^^

chika 2005-06-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겨울이야기' 벌써 샀는데, '실망'이란 말에 가심이 철렁! 했어요.ㅠ.ㅠ
어렸을때 뒤죽박죽인 희극적 이야기를 좋아했었나봐요. 셱스펴 아저씨 책을 좋아한 기억땜에 그냥 화악 사버렸는데. ㅡ.ㅡ

marine 2005-06-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역시 하이드님의 책사랑은 대단하시다!! 전 사생활의 역사와 하루키 에세이가 땡깁니다 저도 하루키 잡설이 더 좋아요 저도 보관함에 책 좀 담아 볼까요 ?? ^^

panda78 2005-06-1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의 책들 중 하루키 신간이랑 [지상의 아름다운 책 한 권]은 갖고 있네요. ^^ 꽤 이쁜 책이에요. 근데 저는 [서가에 꽂힌 책]이나 [독서의 역사]나 좀 더 좋았어요. 히히..
사생활의 역사는 정말 너무 비싸죠.. ㅠ_ㅠ

비연 2005-06-1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전 보고 싶었는데..별루인가요?

하이드 2005-06-1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별로라기 보다는 제가 그닥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라서요. 전시작품은 많은데 전시해 놓은 모냥이 심히 별로라는. -_-a

2005-07-21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F 철학 - 소크라테스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까지 SF 영화로 본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조동섭.한선희 외 옮김, 신정근 감수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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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목차를 보라. 프랑켄슈타인,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로 끝난다. 굉장히 만만한 영화들의 퍼레이드다. 대충 다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들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하여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는 이렇게 말했다. ' 쇼펜하우어, 플라톤, 흄, 그리고 니체의 초인이 모두 여기에 있다!' 고.  근데, 그네들 말고, 데카르트,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아리스토텔레스 등등도 다 있더라. 이 책은 뒷편의 글로서리 포함해서 284페이지다. 얇고 작은 책이다. 중간중간 흑백이긴 하지만 영화장면 사진도 들어가 있으므로, 밥먹으면서 휘딱 혹은 지하철에서 휘딱 끝낼 수 있는 책이여야했다. 아, 잠깐, 글로서리? 글로서리라고 하면, 용어설명쯤 되겠는데, 글로서리에 어떤 용어들이 나와있는지 잠깐 볼까?ㄱ,ㄴ,ㄷ 순이다. 결과론Consequentialism, 결정론 Determinism, 경험론 Empiricism , 공리주의 Utilitarianism, 관념론 Idealism, 기게스 Gyges, 기억이론 Memory Theory.....

그러나 저자는 좋은 SF작품들이 아닌 대중적인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 그렇다고 영화가 문학작품에 비해 하위라는건 아니고) 서문에서 말한다.' 철학은 관념적이고 관념적인 것은 어렵다. 하지만 영화가 시각적 장면들로써 구체화시킨 추상적인 이슈나 논쟁거리에 포커스를 맞추면 철학이라는 것이 훨씬 쉽게 이해된다' 고. 그리고 또 말한다. ' 힘든 일과를 마친 뒤 소파에 누워 맥주와 땅콩 먹으면서' 책 술렁술렁 읽으라고. ( 물론 술렁술렁 이라고는 말 안 했지만, 소파에 누워, 맥주와 땅콩 먹으며, 라고 하면 당연히 술렁술렁 읽혀야하는거 아니야?라고 혼자 생각했다.)

철학판에 있는 사람들( 이렇게 바운더리로 나눠버려서 미안하지만) 이 아닌 나로서는 그가 아무리 쉽게쉽게! 라고 이야기해도 머리에 쥐나는걸 느끼며, 한챕터 읽고 다른 책 한권 읽고 한챕터 읽고 다른 책 한권 읽으며, 인내하며, 책을 째려보아야했다. 지금 리뷰 쓰면서 서문 다시 보니 내가 미처 못 봤던 글이 있네. '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잘 소화해낸 독자라면 아마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된 철학 입문 과정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두둥!

잡설이 길었다. ( 왠지 잡설만으로 끝나게 될 리뷰가 될 예감이 강하게 들지만)

위와 같은 골치아픔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을 준 것은 그나마 마지막으로 갈수록 알아먹을 소리들이 나왔고( 이 '알아먹는' 건 내가 독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공감도 갔고, 심지어 웃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만만한 SF 영화 얘기는 10- 15% 나머지는 다 철학얘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나마 10-15%의 이야기가 왜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는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서도.

마지막에 나온 '스타워즈' (비교적 최근에 본) 에서는 '선과 악의 문제' 그리고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별 망설임없이 꼽는  '블레이드 러너' 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 에가 가장 인상깊었다. 심지어 재미있어서, 앞에부터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들지경이다.

'스타워즈'에서는 니체의 초인이론이 나오는데, 어두운 욕망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데 있어서 다스 베이더가 그 어두운 욕망을 글쓰기나 그림으로 승화시켰으면 어떨까? (깔깔깔) 내지는 혹시 행성 폭파시키는 건 다스베이더 나름의 예술행위였던가?(푸하하) 말한다. 물론 간간히 웃기는 이런 말들( 꽤 많이 나오지만) 이 내가 이 책을 끝내게 해줬다. 나는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꼭 끝까지 읽고 싶더라. 간만에 끈질기게 독서에 매달렸다.

'블레이드러너' 는 요즘 내가 죽음에 대한 책을 끝내서 그런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마지막 문장도 결정적이고, 리플리컨트가 비맞고 죽으면서 한 대사에서는 움찔움찔 거리면서 봤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보았다. 오리온의 어깨에 불을 댕긴 전토선에도 들어갔지. 탄하우저 게이트 근처에 바다의 물빛이 춤추는 것도 보았지. 이제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 사라질 거다.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다.'

 

이 책을 선물해주신 고마우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은 2005년 들어 나의100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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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번째에 한표요~

깍두기 2005-06-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쫌 있다 읽을 거지요~~~
하이드님, 혹시 블레이드 러너 무삭제판 보셨어요?

부리 2005-06-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저 삭제판도 안봤어요!
하이드님/저한테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리뷰 쓰신 거 보니까 저는 안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철학에 워낙 문외한이라서요.
별사탕님/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래요^^ -숲지기-

하이드 2005-06-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왜 고마워해야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우리 문외한이더라도 좀 읽어봅시다. 전 얼마전에 사 놓은 철학입문서스러운 책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별사탕님, 사실 초요점은 그거였어요. 올해들어 100권 -_-v 에잇, 부리녀석!

Phantomlady 2005-06-0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보면 '쇼펜하우어, 플라톤, 흄, 그리고 니체의 초인이 모두 여기에 있다'는 키아누 리브스의 글이 실제로 있어? 그런 어려운 말도 하신단 말야? 난 그 글이 더 보고싶네 ㅎㅎ

하이드 2005-06-0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건 뒷표지에 나와 있지.

하이드 2005-06-09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삭제판도 보고, 극장판도 봤어요. 무삭제판이 해리슨포드도 리플리컨트다. 뭐 그런 암시 있는거지요? 음. 어떤게 더 낫다고 얘기 못하겠더라구요.

마늘빵 2005-06-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도 관심이 가네.. 하이드님은 책 보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셨나봐요. 근데 저 옆에 그림은 뭔가요? 빗물을 받아먹는거같은데...

하이드 2005-06-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빗물 받아먹기. 아프락사스님은 아는것도 많으시니, 술술 읽히실꺼에요 저는 ㅜㅜ

2005-06-11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6-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잖아요~~~ 흐흐 그때 상화은 '귀.여.움'이었다구요 ㅋㅋ

balmas 2005-06-1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 대단하군요, 정말 ...
100번째 책에 추천 하나~, 마지막 리플리컨트 말에 추천 둘이요~~

^^;;;

하이드 2005-06-11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발마스님 이 초새벽에 뭐하십니까??

balmas 2005-06-1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하긴요, 하이드님 소장하신 책이 몇 권인가 세고 있었다니까요!
























886권 만세!!!
 
 전출처 : perky >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

방송인으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운영하는 Oprah's book club이 있는데요.

이번 2005년 여름에 읽을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를 뽑았더군요.

Oprah's Book Club® Is Back!
Oprah has announced her next big pick, A Summer of Faulkner. Oprah's love of the classics continues with this three-book collection of William Faulkner's early works, including As I Lay Dying, The Sound and the Fury, Light in August, and a special reader's guide.

  For more Oprah, check out O: The Oprah Magazine

6월에 읽을 책-As I lay dying (내가 죽어 누워 있을때)

7월에 읽을 책-The sound and the fury (음향과 분노)

8월에 읽을 책-Light in August (팔월의 빛) -이 책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음

이렇게 세권과 함께 윌리엄포크너에 관한 설명이 들어 있는 '리더스 가이드'를 부록으로 넣어놨더군요.

유명한 Vintage 출판사에서 나온 이책 collecion이 어찌나 뽀다구 나던지, 코스코에서 팔고 있길래 당장 샀답니다. 흐흐 

194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포크너의 초기작 3권. 의식의 흐름을 중시하는 모더니즘 작가계열로 상당히 난해하다고 들었는데, 과연 언제 읽게 될련지 기약할 순 없지만 사놓긴 잘한거 같아요. ^^

부록 맨 처음 페이지에 윌리엄 포크너가 한 말이 써져있는데요. 너무 멋진 말이길래 이곳에 옮겨보고자 합니다.

"Read, read, read. Read everything -trash, classics, good and bad, and see how they do it.

Just like a carpenter who works as an apprentics and studies the master.

Read! You'll absorb it. Then write.

If it is good, you'll find out.

If it's not, throw it out the window."

-William Faulkner-

추가) 이 책에 대해 좀더 알고 싶으신 분은 파란색 글씨 A Summer of Faulkner를 클릭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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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2005-06-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크너의 글은 그다지 난해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따분하게 느껴지신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
제가 느끼기에 가장 읽기가 힘들었던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였습니다. 정말 몇번이고 던져버렸던 책이죠

하이드 2005-06-0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런가요? 버지니아 울프 책 던져버린 기억이 있긴 있는데, 율리시즈라.. 토마스만도 남들이 여러번 집어던졌다고 하니깐 막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