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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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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 말로 쓰여진 글은 모두 우리 말일까?

 

번역: 한 나라의 말로 표현된 글을 다른 나라의 말로 옮기는 것. 두 언어 사이에는 어휘의 의미, 문법구조, 운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원문을 완벽하게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엠파스 백과사전 중에서>

 

번역해 놓은 글은 우리 말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난 이 말의 의미를 피부로 느낀 적이 있다. 학창 시절 한때 번역하라는 문제만 있는 시험을 여러 번 재시험 봤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채점 했던 교수에게 찾아 갔더니, 내가 낸 답안은 우리 말이 아니어서 점수를 줄 수 없었다고 했다. 번역은 해석과 달리 먼저 우리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알라딘 이외의 사이트를 포함해서 이 책을 판매하는 리뷰를 모두 읽어 보았는데 모두 찬사 일색이고, 리뷰 한 개만이 글 말미에 ‘번역이 어색하다’ 란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신 분들은 읽으면서 답답하단 느낌이 들지 않던가요? 한번 읽어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진 않고요?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이미 영어로 뭉그러진 우리말에 오염되어 있는 겁니다.

 

현란한 추천의 글들을 보고 산 이 책은, 내가 재미를 느낄만한 많은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읽기 힘들었다. 한번 읽고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어 다시 문장을 읽곤 하다 보니 전체의 흐름을 놓치기도 많이 했다. 다 읽고 나니 화가 났다. 처음엔 왜 화가 나는지도 몰랐다. 역자 후기도 읽어 보고 추천의 글도 읽어 보다 그 이유를 알았다.

 

추천의 글 중

”늘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몇몇의 순간의 나는 존중 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이 책을 펼친 당신 역시 그렇지 않겠는가.”

 

번역의 문제였다. 영어 수업 시간에 해석을 한다고 많이 듣고 쓰던 말이지만 실제로 저런 문장을 말하거나 써 본 적이 있나? 다시 책장 아무데나 펴고 읽어 보아도 뭔지 모르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나 심각한 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비교해 보았다. 결론은 이 책은 영어 소설을 잘 ‘해석’ 해 놓은 것이지 결코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이 아니다.

 

워낙 전체적으로 해석을 해 놓아 아무 문단이나 예를 들 수 있지만, 알라딘의 책 소개 중  ‘책 속에서’라는 난에 있는, 그래도 알라딘의 편집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 책의 발췌 부분을 예로 들어 보자. 글자 색이 다른 부분을 유의해서 읽기 바란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 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어긋나게 될 수 있는 정도, 내가 알아내기 전에 일이 악화되어버릴 수 있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이제 한 점 의심의 그림자 없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은 원문이다.


 Im not perfect. I think more highly of snow and ice than love. Its easier for me to be interested in mathematics than to have affection for my fellow human beings. But I am anchored to something in life that is constant. You can call it a sense of orientation; you can call it womans intuition; you can call it whatever you like. Im standing on a foundation and have no farther to fall. It could be that I havent managed to organize my life very well. But I always have a grip with at least one finger at a time on Absolute Space.

Thats why theres a limit to how far the world can twist out of joint, and to how badly things can go before I find out. I now know, without a shadow of a doubt, that something is wrong.


 

전체적으로 단어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해석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영문 단어들’을 억지로 끼워 넣다 보니 더 어색해졌다.

 

가뜩이나 무슨 얘기를 하나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심지어 오역한 부분까지 있어 더욱 이해 방해 한다.

 

1)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원문) But I am anchored to something in life that is constant.

 

이 책은 무언가 닻이 아닌 것을 닻처럼 쓰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원문은 무언가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 이다. (~ anchored to ~)

 

2)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 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원문) Im standing on a foundation and have no farther to fall.

이 책에 쓴 문장은 떨어질 곳은 있는데 내가 나아가지 않게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원문은 더 이상 떨어질 곳에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3)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원문) But I always have a grip with at least one finger at a time on Absolute Space.

절대 공간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붙잡고 있다고 해서 무슨 문학적 은유인가 했는데, 원문에서 보니 대문자로 되어 있는 것을 간과한 거다. 영어에서는 이유없이 문장 중에 단어 첫 글자들을 대문자로 쓰지 않는다. 여기서는 스밀라가 수학, 물리학 같은 자연과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확고한 생각의 기준을 고전 물리학에서 뉴튼이 주장한 절대 불변의 공간이라고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조사나 문장 순서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한 점 의심의 그림자 없이 같이 전혀 우리말 표현이 아닌 것도 여과 없이 그대로 쓰여 있다.

 

그냥 한 문단의 예가 이런데, 책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국적 불명의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지…

 

따라서 이 책은 이런 번역 상태로는 출판 해서는 안 되는 책이다. 더 이상 번역 아닌 번역으로 우리 말을 오염 시키지 마라. 그리고 인터넷 책방들도 이런 국적 없는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우리 말이라고 인식시키는 ‘편집자 추천’, ‘강력 추천’ 같은 것을 중지해야 한다.

 

 

옮긴 이야 자신의 우리말 표현 능력이 부족하여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을 쓴 소설가는 도대체 무엇을 읽고 그런 현란한 추천의 글을 쓴 것일까? 또 dog’s ear는 책장의 한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는다는 의미일 때는 도그지어로 발음할까 독스이어로 발음하지 않고?

 

어떤 말로 변명한다 해도 마음산책 출판사의 편집인들은 이런 책을 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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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2-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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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퍼갑니다.
사놓고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런던 헌책방에서 사온 영어책 과 같이 읽어봐야겠군요. 근데, 페터회가 이 책 영어로 쓴건가요?

Miss Smilla's Feeling for Snow

제가 산 책은 이 책이요. Miss smila's feeling for snow

smila's sense of snow 랑은 또 느낌이 틀리네요.

- 2005-12-01 11:43 수정  삭제

hanicare 2005-12-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옛날에 이 책이 서점에 나왔을 때 내가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하고는 결국 못 샀던가 봅니다. 난 도저히 저 책이 스며들지 않았거든요.

blowup 2005-12-0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현주 씨는 번역자로서 굉장히 섬세한 데다, 글솜씨도 뛰어난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말 표현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현 자체가 난해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하치 2005-12-0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들이 다 칭찬 일색이어서 믿고 어제 주문했는데...흠흠...적어도 인용된 부분은 원문이 더 읽기 편하군요.

Fox in the snow 2005-12-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현주씬 레이몬드 챈들러 시리즈를 번역한 분이예요. 나름 추리전문번역가죠. 단순히 영어만 잘하시는 분이 아니라, 영문학을 전공하고 언어학 학위를 준비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어요. 그분 블로그에 가끔 가는데 글솜씨도 상당합니다. 제목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으로 할지,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으로 할지를 놓고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포스팅을 본 적이 있어요. 그냥 그렇다구요. 어쩌면 번역자의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다소 하드보일드하게..?
어쩌면 절판본의 번역을 너무 의식해서 그랬던것도 같아요.(몇부분 비교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간단한 문장도 많이 다르게(틀리게가 아니라) 번역해놓았더군요) 저도 중간이후부터는 주인공을 따라잡기가 어려워서 다 읽고 리뷰도 못썼어요. 다들 칭찬일색이라..^^

blowup 2005-12-0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속여우 님. 우린 박현주 씨 블로그 팬이었군요. 하하. 저도 거기 매일 매일 가지요.^^

부리 2005-12-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전 또 마태 책 얘긴 줄 알고 놀랐다는...

Fox in the snow 2005-12-0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와 행동반경이 많이 다르지 않나봐요.

수퍼겜보이 2005-12-0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안녕하세요 (이미 몇 번 인사를 드렸던 것 같지만 또) 가끔 무슨 말인지 주어 동사 목적어를 찾아 읽어야 하는 문장들이 있긴 했지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듯 해요. 번역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 그래도 뒷장의 dog's ear는 좀 그랬죠? ^^ 제가 재밌다고 리뷰를 쓴 터라 좀 찔려서 댓글 남깁니다.

하이드 2005-12-0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합니다. 예전 책은 잃어버렸지만, '여자와 원숭이' 는 가끔 들쳐보는 책이에요. 이 책 나와서 반가워했던 사람 중 하나죠. ^^
박현주씨의 챈들러 시리즈 열심히 봤지요.
다만, 영어로 볼 때의 느낌과 우리말로 볼 때의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는건 어쩔 수 없겠지요. 새로 읽어보지 않아서 어떨지 아직 모르겠어요. 마침 이번에 영어번역본도 사온터라 참고로 하려고 퍼왔답니다

panda78 2005-12-0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도그지어라고 발음했는데.. 흐음..
 

내가 부러워라 하는 리뷰를 쓰시는 올드핸드님이 2005년에 읽은 미스테리물을 정리하셨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77220
아직 한달 남았지만.

나도 아직 한달 남았지만, 올해 읽은 미스테리 정리해봐야지.
11월까지 읽은 책은 180권이다.  올해 200권을 근근히 채울수 있을까, 없을까, 있을까, 없을까( 아,, 연말이 되니, 냅다 떠오르는 최양락의 클스마쓰송, 아니, 심형래던가?)

레이몬드 챈들러   [리틀 시스터]                  /북하우스 * 필립 말로우 시리즈
                         [하이 윈도]                     /북하우스  * 필립 말로우 시리즈
린지 데이비스      [실버피그]                       / 황금가지  * 로마 명탐정 팔코 시리즈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 황금가지  *  로마 명탐정 팔코 시리즈
                         [베누스의 구리반지]         / 황금가지  *  로마 명탐정 팔코 시리즈
해리 케멜먼         [금요일,랍비는 늦잠을 잤다] / 동서문화사 *랍비 스몰 시리즈
오스틴 프리맨      [노래하는 백골]               / 동서문화사
피터 러브제이      [가짜 경감 듀]                  / 동서문화사
 S.J.로잔             [윈터 앤 나이트]             / 영림카디널 
콜린 덱스터         [제리코의 죽음]              / 해문출판사  * 모스 경감 시리즈
                         [사라진 보석]                  / 해문출판사  *  모스 경감 시리즈
                         [숲을 지나는 길]             / 해문출판사  *  모스 경감 시리즈  
                         [우드스톡행 마지막버스]  /동서문화사  *  모스 경감 시리즈
리처드 헐            [백모살인사건]               / 동서문화사
맥스알란콜린스    [냉동화상]                     / 찬우물  * CSI
잭 푸트렐            [13호 독방의 문제]         / 동서문화사
펠 바르,마이슈발  [웃는 경관]                   / 동서문화사  * 마틴벡 시리즈
조이스 포터         [도버4/절단]                 / 동서문화사 
조르주 심농         [13의 비밀]                    / 해문출판사  *메그레 경감 시리즈
로렌스 블록         [800만 가지 죽는방법]     / 황금가지 * 매튜 스커더 시리즈
패트리샤 콘웰      [악의 경전]                     / 시공사 *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카인의 아들]                  / 시공사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흔적]                             / 시공사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남아 있는 모든것]           / 시공사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잔혹한 사랑]                 / 시공사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G.K.체스터튼       [브라운 신부의 지혜]        / 동서문화사  * 브라운신부 시리즈
                         [브라운 신부의 동심]       / 동서문화사   * 브라운신부 시리즈
에드 맥베인         [ 10 플러스 1 ]                / 해문출판사  * 87분서 시리즈
코넬 울리치         [상복의 랑데부]              / 동서문화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신데렐라의 함정]      / 동서문화사
앤소니 버클리 콕스[독초콜릿 사건]           / 동서문화사
 S.S.반다인         [그린살인사건]              / 동서문화사  * 번스 시리즈
얼 스탠리 가드너  [말더듬이 주교]            / 동서문화사  *  페리 메이슨 시리즈
스탠리 엘린         [특별요리]                   / 동서문화사
크레이그 라이스   [스위트홈 살인사건]     / 동서문화사 

36권이다.
미스테리만 줄창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였나보다.
35/180 이면 다른 책 5권 읽을때 1권 정도.

근데, 리스트 정리하다 보니깐, 불쑥불쑥 동서문화사의 책이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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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2-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틀 시스터가 두 번 있어요. 저도 올해 읽은 미스테리 정리하고 싶은데,
독서 기록을 제대로 안 해 둬서...
내년엔 빼먹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이런 정리 페이퍼 볼 때마다 불끈 솟아오르는데, 작심 3분이라는 게 문제죠. ^^;;

하이드 2005-12-0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럼 35권 ^^;

2005-12-01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5-12-0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몇 권이나 읽었으려나 -ㅅ-a

oldhand 2005-12-0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 이름이 나옵니다. *_*
180권. 우워어어어. 하이드 님에 비하면 난 난독증인듯. OTL
 
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절판


놀이터 옆. 작.업.실.
책 앞에는 구멍이 뽕뽕뽕뽕 뚫려 있다.

구멍 안에는 작은 사람.
특이한 숨어 있는 책날개이다.

홍대라는 공간에 대한 추억 하나 없는 사람 있을까.
2004년 10월 당시 홍대 앞에는 15개의 갤러리 및 대안 공간, 46개의 공예품점, 14개의 화방 및 표구점, 102개의 미술학원이 있었다.

대학 앞의 상권에 예술가들의(?) 집결지라는 독특한 특성이 덧붙여졌다.


놀이터의 이 붉은 불빛은 참 많은 생각을 떠올려 준다.
돌이켜보면 별일 없었음에도 별일 있었을 것 같은 젊음. 예술. 자유. 재미. 열중. 폭발의 장소이다.

희망시장의 로고를 만들었던 '파펑크'
그는 디자이너다. 그는 VJ이다. 그는 디자인 학교의 교수다. 그는 음악가다.....

각각의 장마다 앞은 이와 같이 큼지막한 사진과 글씨로 각각의 독특한 영혼을 정의해 놓았는데, 예뻐보이지만, 가운데의 글씨가 절대 안 읽어진다. 뒤로 갈 수록 글씨는 글씨인데 눈에 안 들어와 귀찮아서 안 읽고 넘어가버린.

파펑크가 이야기 하는 그의 작업들( 도저히 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다양하고 재능있는)

'모두 그의 '행동' 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무기라곤 자신감하고 행동뿐이잖아요.라고 그는 말한다 ' (45pg)


그렇다. 처음에 나온 인물인 '파펑크' 에서 알아봤다.
'그들은 열렬하게 행.동.한다.'

하트와 태극기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유쾌한 작가 강영민
최근에 캐딜락 런칭 기획으로 이슈가 되며 외도한거 아니냐는 오해의 눈길도 받지만,
그.저. '어떻게 하면 반항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어떻게 하면 이 지루한 세상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남자일 뿐이다.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자. 라.
좋은 모토다. 평범한 모토다. 그렇다고 쉽게 덤빌 수는 없는 모토다.

홍대 주변과 희망시장이라는 자율적이고 느슨한 커뮤너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보이지 않게 전략을 짜는 배후조종자 중 한 사람.
강영민.

여기는 돌을 가지고 노는 미미루.
'오랫동안 세계 이곳저곳의 시장을 돌아다녔다. 작품을 만들 재료를 구입하러 간다. 는 것은 핑계고 실은 놀러 가는 것이다. 그녀의 통계에 의하면 '20퍼센트는 일이고, 나머지는 놀기'다. 하지만 그녀에게 일과 놀이의 경계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노는 게 일하는 거고, 일하는 게 노는 거다. (80-81pg)

대학로의 작은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돌에 빠져 있는 그녀.
솔직히 말해서 많이 질투난다.

자신이 고양이라고, 그것도 빨강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
기억난다. 고양이 모자 쓰고 있던 그녀의 모습.
사진의 미키마우스 머리띠도 귀엽군.

북아티스트, 박소하다.

'북아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나' 이지만, '북' 이 들어가고 보니, 관심이 안 갈 수 없다.

북아티스트인 그녀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특이하다.
'다른 매체들은 눈이나 귀를 자극할 뿐이지만 책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니까. 책은 1백년이 지나도 2백년이 지나도 계속 남아 있으니까. 책은 베개로도 쓸 수 있으니까...' (137pg)

왼쪽의 사진은 그녀의 가장 유명한 작품중 하나인 통나무 표지의 책. wood book 숨쉬는 책 이다.

이 작품의 작가의 메모는 다음과 같았다.
'책은 무언의 물체가 아니다. 책 속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렸을 땐 커다랗게 높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저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를 상상했다. 나무 속에는 어떤 생명들이 자라고 있을까. 나란히 꽂힌 저 책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나는 책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이라 생각하고 책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관해 상상했다. 나무 등걸의 형상으로 향이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수제 종이 작업 후 속에도 나이테가 자라고 있지 않을까. 나이테가 마치 태아가 자라는 것처럼 크고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127pg)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책에 대한 생각이다. 묘하고 재미있네.



좌린과 비니. 이미 베스트셀러 책도 낸 부부.
질투나게 닮았다.
부부는 닮지만 사진은 안 닮는다더니, 사진 안 닮은 것보다 부부 닮은게 더 눈에 들어오네.

돈 모으고, 여행 떠나고, 렌즈로 세상을 보고, 희망시장에 나와 사진을 팔고. 단돈 7,000원.

그들의 미소가 밝다.

날개 달린 피에로 ŸN다.

ŸN다. - 울다와 웃다 결합 신조어란다. 피에로의 이미지란다.
피에로는 ŸN다. 기발하네. 헤헤


골목대장 '똥.쨈. ' 아줌마.
두 아이를 키우며, 지점토를 쪼물락 쪼물락 거려 심술궂은 표정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좋아하는 것은? ' 똥'

델로스.
남자였다!
정신세계는 역시나 복잡무궁무진해보인다.


꼭 하나를 해보라고 한다면, 이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보고 싶다.
손재주는 젬병이니 그냥 해보는 소리긴 하지만서도.
이 책의 사진들이 사진발을 안 받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편하다.
그 많은 사진들 중에서도 '세피로트' 의 아름다운 유리조각 사진들은 참 예쁘다.


조기 쓰레기장 사진 중간에 서 있는 형상이 '환생'이라는 작가다.
이것저것 주어와서, 재활용미술을 하는 이.

뒤에는 전국의 예술시장에 대한 주소. 개시일, 대표. 일시 , 장소, 간단한 설명들이 나와 있다.


다시 맨 앞장. 책날개를 펼친 모습니다.

정말 예쁘고 질투나는 책이다.
일을 '재미'로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동'하는 그들.
젠장. '재주'도 있다.

그러니깐, 난 벗어날 용기는 없지만, 놀이터 앞에서 노는 그들이 부럽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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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1-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어찌 안 부러울 수가 있겠냐구요......

마늘빵 2005-11-2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거 읽고 있어요. ^^

하이드 2005-11-2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술 넘어가죠?
깍두기님, 그러게요. 전 항상 저쪽 인간들이랑 놀면 쫄려요.
어디 가면 끝까지 잘노는 아이인데, 홍대 인간들이랑은 쨉도 안 되서, 3시쯤, 4시쯤 '저기 미안한데, 하고 일어나죠. 흑. ' ㅜㅜ

이매지 2005-11-2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캐릭터페어인가 갔다가 델로스님을 뵌 적이 있는데, 저도 놀랬었죠 ^-^
남자였다니 !!

Phantomlady 2005-11-2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거 재미있겠다 나는 홍대 놀이터에서 노는 건 별로 안 좋아하지만

보관함에 담아감-

하이드 2005-11-2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안그래도 스노드롭님이 마구 떠오르더이다. 난 별로 관심 없어서 리뷰에는 안 썼는데, 밴드 얘기도 많이 나온다.
이매지님, 정말로 희망시장에서 봤던 분들 나오니깐 신기해요. ^^

mong 2005-11-3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것 같아요!
나도 보관함에-

모1 2005-11-3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책이 있다니..신기해요.

einbahnstrasse 2005-12-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옆에서 제작 과정을 본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
;ㅂ;

miseryrunsfast 2007-08-3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와 땀과 눈물... 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디자인과 사진은 마음에 들었지만, 편집은 맘에 안 드는 구석도 있었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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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 글을 끄질러대는 버릇이 깊숙히도 들었다.
하나, 아니, 둘, 셋 혹은 그 이상의 블로그를 만들고, 글들을 배설한다.
그런 글들을 쓸 때의 마음은 그저 생각나는대로, 단숨에 써 버리고, 왠만해서는 맞춤법 조차 검토하지 않는다. 그렇게 버릇이 들어서일까. '글쓰기' 의 이런저런 법칙들에 대한 강의를 읽는 다는 것은 그닥 맘 편한 일만은 아니였다.

내가 쓰는 글은 두 종류이다. 인터넷에 써대는 메모들.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쓰는 글.
지금 바로, 그 둘 모두를 '전략'으로  생각하고 쓸 생각은 없다.
편한 공간에서의 일기와도 같은 끄적임에는 검토나 검열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글을 씀에 있어서는 좀 더 진지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티븐 킹의 'on writing' 은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타겟으로 한 글쓰기이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는 글쓰기에 애정(? 혹은 애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는 이 책의 제목인 '전략적 글쓰기' 에 가장 가까운 책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나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공식과 족보들의 집합이다.

이 책 '글쓰기의 전략'은 꽤나 알차고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1장 글쓰기는 노동이다 에서 13장 바른 문장 쓰는 법 까지 매장은 '글쓰기'에 대한 경구들로 시작된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나탈리 골드버그' '결정본은 존재하지 앟는다' 보르헤스' , '글쓰기는 외로운 노동이다 -존 스타인백' 등의 경구들.
그리고 나서는 'reading'으로 들어간다. 딱 한 장 정도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간다. 많은 '명문'들의 인용은 이 책의 강점이긴 하지만, 정작 '글쓰기' 에 대한 전략들을 접하는데에 있어 어수선한 면이 없지 않았다. 예문은 'reading'과 그 글에 대한 분석. 예시, 설명, 그리고 '점검' 으로 가서 간단한 테스트들이 있다. 대략. 논술을 잘 쓰기 위한 학생들이 대상인 책인 것일까.
각 단락의 마지막은 *알고 보면 쉬운 우리글로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일까요?' 와 같은 글들이 한두페이지에 걸쳐 나와 있다.

몇가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써먹는 것들. ' 아는 것을 써라' , '인상적으로 써라' '영화의 엔딩씬처럼 연출하라' 등이나, 알지만 안 써먹는 것들 ' 구성은 흐름이다'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혹은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 등이 고루고루 정리 되어 있다.

책의 앞장에 나온 경구들 중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에 나온 글이 있다.JD 샐린저를 모델로 했다는 그 영화에 노작가는 말한다. '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재고는 머리로 써야 한다. 글쓰기의 첫 번째 열쇠는 쓰는 거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첫번째 열쇠만 죽어라고 쓰고 있다. 내가 얼마나 첫번째 열쇠에만 집착하고 더 나아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이 되는 책이었다. 내가 재고해서 다듬는 것은 본점과 영어로 싸울때 뿐인데 말이지. 어떻게 더 쉽고, 더 명료하고, 더 잘 알아듣게, 설득적으로 글을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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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2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것 같습니다.
글을 '잘'쓰기란 정말 어렵지요.

마늘빵 2005-11-2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한번 보고 싶던데...

hnine 2005-11-2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했어요~

모1 2005-11-2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서 이 책이 간간히 보이네요. 글쓰기..정말 어려워요. 그렇죠??

이쁜하루 2006-02-08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문했어용~~ ^^ 잘 읽겠습니다
 

심슨의 DVD 케이스는 참말로 욕심이 나는고나. 불끈.

The Twelfth Card (A Lincoln Rhyme Novel)The Stone Monkey (A Lincoln Rhyme Novel)

자, 나도 이제 링컨라임 다 모았다.

The Little Sister (Vintage Crime/Black Lizard)The High Window (Vintage Crime/Black Lizard)

The Long Goodbye (Vintage Crime/Black Lizard)

챈들러도 다 모았다.

Elizabethtown

원래는 이 책만 한 권 사고 나가려고 했다. -_-a ( 믿거나 말거나)

The Gun Seller

이 책은 페이퍼백 주제에 겁나 비싸고,  search inside로 본 책의 첫 페이지, 둘째 페이지가 열라 싸이코 같았으나, 오직 휴 로리 이름 하나 보고 덥썩 산다. .. .그래, 나, 열라 싸이코 같은 글 열라 좋아한다. -_-a

One Virgin Too Many

 앞 시리즈가 너무나 많이 품절이지만,
일단 구할 수 있는것부터 찬찬이 사고 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밀리언셀러클럽과 겹치는 날이 오겠지.

한번만 더 책 한권에 한 박스씩 포장해 오면, 전화할 줄 알아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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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2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시금 아마존에 주문을 왕창!
근데 휴 로리가 책도 썼어요? @ㅁ@ 우와-놀라워라.
하우스 2시즌 볼 참인데.. ^^

하루(春) 2005-11-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 되면 세일 또 할텐데... 그 때는 연말 선물이 되겠군요. ^^

하이드 2005-11-2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녜요. 아녜요 . 도리도리도리도리 올해는 이걸로 끝이야요. 꿀꺽.

검둥개 2005-11-29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톤 멍키, 강추예요!!! *^^*

모1 2005-11-2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책인것이죠?? 표지가 참 독특하네요. 우리나라는 좀 깔끔한 편인데 그림이 현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