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과 예스와 교보를 오가며 산 책들.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로, 기운 쪽 빠져서, 오만상 다 찡그리고,
새삼 8년차란 내 근무기간이 버거워져,
6시 퇴근길에 집으로 갈까 하다가 교보문고로 발길을 돌렸다.

인간관계도 힘들고, 내 능력에 회의가 들때도 힘들고,
무엇보다 8년동안 난 뭘했나 싶어 갑갑하고,

오랜만에 교보에 가서 책들을 쓰다듬으며,,, 근데, 도때기 시장같았다.
왠 사람이 그리 많은지, 백화점 세일을 방불케 하는 사람의 무리들.
이때까지 교보문고 간 중 젤루 많은 것 같어 -_-+

그 와중에도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허부적허부적
골라낸 책 두권, 프랑스적 삶과 그로테스크
마침 전화온 친구를 만나 다이어리를 사주고, 삼겹살,계란말이 소주 1/3병쯤 얻어먹고 귀가.

저녁 기약 없이 교보에서 헤매일때, 문득 '나는 책을 왜 살까' 의문이 들었다.
분명 지금 읽고 싶어서 사는건 아니다.
신간은 왜려 미뤄가며 읽는 편이다. 집에 있는 책들한테 미안해서.
신간은 계속 나오고, 서점을 돌아다니면, 그곳이 오프이건, 온라인이건 좋은 책들, 궁금한 책들은 계속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집에 쌓아 놓으면서 못 읽는 책들이 늘어간다.

책을 사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뭐, 그것도 이유중에 하나일수도.
책을 사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늦은밤 와인 한잔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서, 친구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가만가만 나누면서, 삼겹살 구으면서, 김치 구으면서, 마늘 구으면서, 소주 한모금 쓰게 삼키면서, 스트레스 풀지.

뭔가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쌓여있는 책 읽으며 시간 보내기. 같은건데 말이지.
오늘 돌아다니다 얼핏본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정리되지 않은 방대한 지식은( 뭐, 난 방대한 근처에도 못 가지만) 쓸모없다. 뭐, 그런얘기. 지식을 쌓고자 읽는건 아니지만, 무언가를 얻고 있다 믿으며 읽고 있는데, 그도 아닌것 같다는 심한 자괴감.

지금 읽고 있는 '서른 살 다이어리' 에 나오는 완벽한 주부 사라의 이야기. 주위에서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남편 로베르토와 그녀의 가정. 그러나, 로베르토는 그녀에게 거칠게 대하고, 그녀도 때로는 그에게 거칠게 대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8년여간 '이 삶' 에 익숙해 졌기 때문에 그에게서 뛰쳐나가 자립할 수 없다.
는게 내 처지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 물론, 난 주위에서 보기에도 완벽해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꼭 맘에 드는 일과 결혼한 것이 아니고, 그저 매달 꼬박꼬박 월급 주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뛰쳐나가 '내 인생'을 찾는 것 못한다.  길들여져서.
회사에 길들여져서, 매달 알량한 월급 주는 회사에 길들여져서.

소주는 씁쓸했고, 마음도 씁쓸하다.
분노하지 못하고, 기운 빠지는 느낌. 기운 안나는 느낌.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

새해에는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인간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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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테스크 샀군요. 저보다 빨리 읽으시겠어요~^^

하이드 2006-01-0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 사면 묵힙니다.(신간 맞죠?) ^^; 언제 읽기 시작할지 몰라요.

플라시보 2006-01-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들여지는게 또 익숙해지는게 가장 무서운것 같아요. 여기에 너무도 잘 길이 들여진 나머지 다른 길을 가지 못하고 아예 갈 생각조차 못하는 것. 삶이 그런식으로 흘러가는걸 경계하지만 항상 세상살이는 그 길들여짐을 요구하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사는게 무척 씁쓸해집니다.

kleinsusun 2006-01-0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이 들 때, 용기를 내서 회사 그만 두면.....분명 후회합니다.정.말.로. ㅎㅎ

chika 2006-01-0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인간...
가끔 힘들다, 생각이 들면 책을 사요. 나도 책 사면서 스트레스 풀고, 가끔은 맘이 뿌듯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구요

마늘빵 2006-01-0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지르셨네요. 저는 그렇게 많이 사진 않지만 읽는 속도가 느리고 별로 많이 읽지도 않아서 자꾸만 쌓여가고 있어요. 이제 최근 지른거라도 다 읽고 사려고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같아요. 이것도.

2006-01-0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ssy 2006-01-03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시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 찾아서 술 한잔 하세요..
그리고 얼마전에 제가 사서 본 책인데.. 소장 가치가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 술보다 더 매혹적인 술집 순례기) 라는 책을 한 권 샀어요..
말 그대로 술집 순례기예요.. 그리고 그 곳에 안주 비법과 술집 주인이야기..
역사등등이 담겨져 있어요.. 읽어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모1 2006-01-0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사셨군요. 저 책중에서 산책은 모모한권..그것도 선물로...하하..

mong 2006-01-03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집에 있어봐서 아는데요....ㅎㅎ
집에 있으면 저 책들이 아주 기특하고 좋은것이
읽어도 읽어도 안 줄어든다니까요! 흐흐

moonnight 2006-01-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 '용기'-_-를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반면, 실패의 가능성은 겁나기만 하고. 으으. 저도 오늘 교보에 가 봐야겠어요. 질러버릴테다. -_-;
 

 1.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올 여름 나 홀로 3주간의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던
 이 책. top 10에서 빼 놓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 생전 가보지 못한 그리스. 크레타 섬에 가서 조르바를 만나고 싶었고,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 멀고 먼길 홀로.
 조르바를 만나러.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85130

 2.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위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
 상반기 top10에서는 존 버거의 '행운아'를 꼽았다.
하지만 2005년 존 버거를 처음 만나게 해 준 이 책을 2005년 최고의 책으로
꼽으련다. 다시 말하지만 존 버거의 어느 책을 만나건 후회는 없을꺼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85130

 

 3.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65660

 이미, 상반기 탑텐으로 꼽았었고, 리뷰 쓰면서도 올해의 책으로도 꼽았었던 책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작가의 후기에 인용되어 있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

' 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서 여행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한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

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

 4. [그리스,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유재원

 사진, 글이 정말 잘 어우러진, 특히나, 그리스에서 이 책을 읽었을때
 정말 감동적이고, 시적이고, 유용했던 책이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32946

 

 5. [전도서에 바친 장미] 로저 젤라즈니

 올 한해 로저 젤라즈니의 왕팬이 되었다.
 상반기에는 '앰버 연대기' 가 탑10에 속했지만, 굳이 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면
 이 작품.

 단편 하나하나가 '시詩' 였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39436

6. [베누스의 구리반지] 린지 데이비스

올 한해는 팔코를 만났던 해.
그 중에서도 올해 말 만났던 '베누스의 구리반지'를 탑10에 넣었다.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시리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재미있는 첫시리즈인 '실버피그'
부터 읽기를 권함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78355

 7. [위대한 승리] 잭 웰치

간만에 읽은 경영서
많이 와닿았던 책이다.
현실에는 적용되기 힘들다 여겨졌던, 그러나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적용되고 있었던 일의 법칙들을 알려준 책.
 말단사원 아닌, 경영자의 입장에서 '조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책.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4903

 
 8.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

 영국 역사의 보여지지 않는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
 화보와 흥미로운 내용과 역사에 관한
 무지하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87615

 9.[우리는 사랑일까] roma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

 올해. 보통을 만나게 된 한해이기도 했다.
 보통의 많은 번역작중 하나를 굳이 꼽는다면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와 ' 우리는 사랑일가' 중 이 책 ' romantic movement'
 가장 많은 밑줄을 그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4492

 

 10.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이 작가의 책을 빼 놓을 수는 없다.
 특별한 감수성으로 가장 평범한 이야기들을 특별하게 풀어주는 
 카슨 매컬러스의 처녀작.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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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02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은 어쩌려고 안 주무세요? 걱정. 꼬박 새기로 작정하신 건가요? 저는 일찍 잠들었다가 중간에 깼어요. 이 페이퍼 훔쳐 갈게요.^^

하이드 2006-01-02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낮에 계속 잤더니(?) 아마, 그래서일꺼에요. 잠이 안 오네요.
와인 반병 넘게 남은거 다 비웠는데도 계속 이 앞에 붙어 있어요. 끙

Kitty 2006-01-02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하이드님 아직도 안 주무세요! 얼른 주무셔요!!
서재 들어왔다가 또 새 글 뜬거보고 깜짝놀라 달려왔어요 -_-;;
그나저나 3번과 8번은 지금 제 장바구니에..지르기 10초전
언제나 유익한 펌프 감사드립니다 ^^;;;

mong 2006-01-02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법 겹치는 책이 많아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시' 맞죠 ^^
신들의 사회는 언제 읽으시려나? 전 그 책부터 시작해서요 ㅎㅎ

보르헤스 2006-01-0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제가 많이 어릴 때 조르바를 읽고 카잔차키스의 비문에 쓰여 있다던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라는 문구를 제 모토로 삼은 적이 있었어요. 하이드님 부럽네요. 카잔차키스가 잠든 곳에 가보셨다니. 저 문구가 그의 무덤 옆에 씌여 있던가요?
여행 중에 그 곳에 관한 글을 읽는 다는 건 야릇한 감동 같은 걸 주죠. 이탈리아에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빈에서 츠바이크의 글을, 옥스포드에서 콜린 덱스터의 글을.. etc. 여행이란 항상 남을 의식하게 되던 현실에서 나를 관조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올해에도 멋진 여행 많이 하시길 빕니다.

닉네임을뭐라하지 2006-01-0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국 소설은 하나도 없네요. 음흠.

하이드 2006-01-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랑님, 그게, 한국소설을 거의 안 읽습니다. 100권에 한권도 안 읽는지라;
보르헤스님, 정말로요. ^^ 네, 그 비문도 찍어왔더랬어요. 언제 한번 크레타섬에 관한 페이퍼 정리해서 올려보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크레타섬에서 읽었구요. 그 여행에서 런던에 일주일정도 들러 왔는데, 콜린 덱스터의 소설 읽었습니다. 그외에도 그리스에서 하루키의 '먼북소리' 와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도 읽었구요.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시' 도 크레타섬에서 이탈리아 가는 배 기다리면서 읽었어요. 젤라즈니의 책. 신화적인 주인공과 그리스가 배경인 그의 글이 의외로 그리스에 어울린다는걸 깨닫고 기뻤더랬어요. 그 장소에서 읽는 글은 남다릅니다.
몽님/ 꾹꾹 아끼고 있습니다.
키티님/ 결국 컴퓨터 끄고 네시나 되어서 와인에 헤롱거리며 깜박 자고 출근했네요. 3번과 8번 정말 강추에요. 어서,어서, 지르세요.

marine 2006-01-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저도 날샜는데, 괜찮으세요?
잠 깨려고 커피를 진하게 마셨더니 지금 밑에서 막 올라와요

moonnight 2006-01-0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누스의 구리반지만 겹치는군요. 털푸덕 ;; 저도 잠이 안 와서 세시넘어 잤는데 으으. 하이드님 오늘 힘드시겠어요.

하이드 2006-01-0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으쓱 ^^ 괜찮은 컨디션입니다. '커피는 나의 힘!'
나나님, ^^ 오래간만입니다. 새벽에 댓글달았는데, 반가워요.

2006-01-02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6-03-1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단 한 개도 읽은게 없네요 ^^;;
 

181. <이코- 안개의 성 > 미야베 미유키

 기대를 많이 하고 샀던 미야베 미유키의 책인데
 현란한 문장들을 접할 수는 있었지만,
 내용이 없어 절망했던 책. 
 '이코'라는 PSP 명품 게임을 책으로 그것도 디따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내는데서
 올 수 밖에 없는 지루함이었을까.

 182.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드디어 읽었다. 그 재밌다던 공중그네
 환자별로 각 에피소드가 나온다.
 현대인 90%가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90%에 속하는 '내' 가 정상이다. 시끄러운 마음속, 머릿속, 치유해주는 '이라부 의사선생'
책의 가벼움에 비해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궁합 맞는 책이었다.

 183. <강변부인> 김승옥

 나이 들어 교과서에서나 보던 '무진기행' 을 새로 읽고 너무나 감탄하고 기립박수 쳤던 김승옥. '강변부인' 은 월간지 연재 소설 두 편이다. 대중적인 소설도 재미있게 쓰는구나 싶었지만, 거기까지.

 

 184. <밤, 그리고 두려움> 코넬 울리치

 너무나 오랜만에 나온/ 읽은 코넬 울리치의 단편집
 장편의 느낌만 강했는데, 이렇게 수작들을 모아 놓은 단편집을 보니
 한층 더 좋아진다.

 그러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환상의 여인이나 상복의 랑데부 같은 장편들이 더 좋다.

 185. <나니아 연대기> C.S.루이스
 

 잡시 일곱권으로 넣을까 고민.
 잘된, 재밌는 판타지를 읽었다는 느낌은 절대 아님. 
 성서에 바탕 둔 동화책 읽은 느낌.
 책이 너무 두꺼워서 다 읽어냈다는 뿌듯함이 독서의 즐거움보다 더 강한책.

 186. <다음 생에 > 마르크 레비
 

 세번째 읽은 마르크 레비의 신작. 개인적으로 '너 어디 있니' 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감동적이었다. 이번 책은 너무 많은 내용을 우걱우걱 쑤셔넣는 느낌. 
 이야기꾼인만큼, 술술 넘어가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책없이 무조건적으로 '진실된 사랑'을 믿는 건, 이루어지는건,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찬건 이제 좀 질린다.

 187.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이 책을 마지막으로 하이스미스의 책은 안 읽으련다.
 힘들게 읽어낸 책.
 굳이 비교하자면, 내가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를 읽으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역겨움

 

 188.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공중병원 2탄.
 역시 재미있다. 다만 1탄보다 더 강도높은, 더 와닿는 환자들이 거슬린다.

 

 

 189.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

 아, 이 책 너무 재미있었다.
 잔혹한 불량직업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해서 미안하지만,
 영국사중 어느 부분에 대한 .그것도 그 동안 외면되어져 왔던 미시사를 보는 것은 
 즐거운 독서경험
 새롭고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TV 제작자이자 사회자인 저자의 말발로 펼쳐진다.

 190. <벨기에> 마크 엘리엇

 정보로 가득찬 여행서를 난 '책' 중에서도 '실용서'에 넣어 이 카테고리에
 안 넣는다. 다만 이 책은 여행실용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막상 베낭여행자에게는 별 도움 안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그득 담고 있다.
 저자는 미국인이다. 미국인의 눈에 신기해보이는건 신기하게도 내 눈에도 신기해보이더라.
 그래서, 벨기에인이 쓴 것보다 더 재미있었을까.

 191. <크리스마스의 악몽 > 알퐁스 도데, 찰스 디킨스, 기 드 모파상,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외

 시의 적절하게도 크리스마스에 읽어주다.
 겁나 우울한, 암울한 크리스마스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 당시에 신문 등에 실렸던 글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들이 실린다니, 대단하다.

 다만 나의 크리스마스에 어울렸다. 재미있었다.

 192.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 에두아르도 멘도사

 드디어 읽다. 멘도사
 하드보일드 추리물인데, 주인공인 미친사내가 '선'을 넘었다.
 남미 작가의 상상력.
 결말 부분의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기. 
 훌륭하다.

 억지로 읽어내다보면 재미있는것 아니고, 첫장부터 끝장까지 쭉 재미있는 책 정말 흔치 않다.

 193. <돼지들에게 > 최영미

 지난 두달반을 그녀에 폭 빠져서 보냈다.
 올해가 가기전에 그녀의 시를 읽었다.

 어떤 코멘트를 해야할까.
다부지고, 예민하고, 그녀의 에고만큼 아슬아슬하게 빛나는 에고를 본 적이 없고, 
상처받기 쉬워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하고자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고, '무덤에서 일어나 일일히 대꾸해주기 싫으니'깐 '완전히 잊혀진다음에 죽겠'다는 그녀.

194. Cameron Crowe

난 이 영화가 너무 예쁘더라.
계속 기억 한자락에 남아서 문득문득 실려나오는 영화의 장면들. 주인공들. 음악들. 배경들.
가족영화. 로맨스영화. 로드무비, 성장영화, 왠만한 좋은 장르 다 가져다 붙여도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인 올랜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 수잔 새런든

아름다운 대사들. 꼭 맘속에 담고, 수첩에 적고 싶은 대사들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o.s.t.를 산건 물론이고, 집에 오자마자 책을 냅다 주문했다.
책이 아니라, 대본집이었지만, 아무튼, 대본집 꼭꼭 씹어 다시 읽으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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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1-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4권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셨군요. 제 세배 가까운 책을 읽으셨어요. 대단대단 +_+;; 저도 올해 분발하려구요. 주먹 불끈. ;;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북스페인'이라는 출판사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중남미 문학을 출판하겠다는 의지하에 스페인작가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멘도사의 작품 '어느 미친사내의 5년만의 외출' ( 원제보다 낫다) 과 '사볼따 사건의 진실' 을 내었다. 근간에 나온 다른 작품들이 많은데, 영 소식이 없어 궁금하긴 하지만서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추리소설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작가가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추리소설을 써냈고, 다작의 작가가 가장 본인이 맘에 들어하는 소설이 이 소설이라고 하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일반 추리소설 매니아들에겐 어떨지 모르겠다. '로스 맥도널드' 의 이름이 나온다고 하드보일드 매니아들이 냉큼 샀다가는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르께스를 좋아하고, 중남미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읽었을‹š, 역시! ( 얘네들은 도대체가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거야?!) 하며 좋아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중남미'로 들어간다. 
미국의 쿨한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넘지 않는'선'  이 여기선 와장창 무너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미친사나이가 알콜중독자가 아니고, 펩시콜라 중독자라는 사실이 그 무너짐을 무마하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 미쳐서인지, 정치적인 이유인지, 독재군부가 깡패들 다잡아 넣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재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머리가 치밀하게 잘 돌아간다. 그렇다고 잘난체할 주변은 못된다. 학교도 안 나왔고, 살인빼고 별 드러운짓 다 하는 인간이니깐. ) 그에게 플로레스 경감과 수녀학교의 교장이 찾아온다. 6년전의 여학생 실종사건이 무마된후 똑 같은 방식으로 또 하나의 사건이 생기자 예전에 정신병원에 들어가기전에 경찰의 프락치로 활동했던 그를 다시 끄집어내 사건을 해결하면 자유를 주기로 하는것이다.

정신병원에 갇힌 미친남자, 수녀학교 여학생 실종사건, 나가자 마자 만나게 되는 스웨덴인 살인사건,
난장이보다 조금 큰 창녀 누나, 마약, 코카인,...

이 '미친 사나이' 는 겁에 질리면 오줌을 싸버리고, 몸에서는 항상 악취가 풍기며, 특히나 겨드랑이냄새가 지독해서 여자가 곁에 오면 팔에 힘을 꽉 주어 몸에 붙이고, 월담이 특기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무언지 똑바로 아는 남자인데, 미국식 하드보일드나 드라마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더럽고,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나온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뭐랄까,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쿨하게 씨니컬한 유머를 구사한다면, 이 '미친사나이'는 그냥 덤덤하게 이야기해도 '미안하지만' 웃음이 피식 나온다.

첫장부터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는내내 ' 아, 재밌다' 하며 읽어낸 책이다.
이 '미친사나이'의 본명은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인데 ( 그니깐 스페인어로) 책에선 이름이 딱 한번 언급되고, 1인칭으로 전개된다.

이 '미친사나이' 시리즈가 두 개 정도 더 근간으로 나와 있던데, 어...언제나 나오려나. 이제나.저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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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2-2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9년작이라니!
그리고 마지막의 절정과 결론은 환상과 실재가 묘하게 뒤섞인다. 뿅!

moonnight 2005-12-26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또 솔깃합니다. +_+; 바로 보관함으로. ^^

깍두기 2005-12-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제목으로 리뷰를 올리면 안 살 수가 없잖소!

부리 2005-12-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사나이의 설명을 보니 떠오르는 남자가 하나 있군요 마모씨라고..

하이드 2005-12-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사나이는... 치밀하고 날쌔다구요. 승질도 드럽고 겸손하지도 않아요.
 
크리스마스의 악몽 - 유럽 판타지 단편선
알퐁스 도데 외 지음, 고봉만 옮겨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생일선물로 받았던 이 책. 오늘에야 꺼내 들었다.
우울하고 처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일곱개의 단편중 그나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 가 알고보니 '마크 하임'으로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의 뒤에 나와 있었던 이야기라는것이 조금 아쉽지만.
여러 걸출한 작가들-알퐁스 도데, 기 드 모파상, 안데르센, 찰스 디킨스 등의 단편들 중에 유독 돋보였다는 점에 재독의 의의를 둔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신문에 실렸던 글들을 모았다는 이 '크리스마스의 악몽' 단편집.
경건하고, 사랑하고, 베풀어야하는, 즐거워야하는 크리스마스날의 악몽같은 이야기들 모음집이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제정신으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쓸 때는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한병반쯤 마시고, 혼자서, 고독을 짓씹으며, 악몽같은 환상속을 헤매이며 썼을 것 같다.

왠지 나도 촛불 켜 놓고, 문 살짝 열어 놓아 바람에 불빛이 일렁이게 만들어 놓고, 싸구려 와인 쪼로록 따르면서 보면 딱 어울릴 것 같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속에 풍덩 빠지기에.

정신을 차렸다, 잃고 책 속으로 빠졌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책 속으로 빠졌다가 하면서 책을 읽어냈다. 다른 날 읽었으면 어땠을까.
크리스마스가 유효기간인 책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계속, 크리스마스는 온다.
메리크리스마스(음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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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5-12-2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들으면 욕일수도 있는데... 하이드님의 음산한 메리 크리스마스, 어울려요.

하늘바람 2005-12-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정말 선물 같네요

마늘빵 2005-12-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퐁스 도데의 작품이네요? 이런것도 있었구나. ^^ 이쁘네요.

모1 2005-12-2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는 팀 버튼 감독 영화인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