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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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생 서른둘 노처녀(?) 직장생활 7년차 오대리
1977년생 서른 노처녀(?) 직장생활 8년차 김대리

그래. 정이현이란 작가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 책을 덥썩 사게 된 것은 나와 겹치는 주인공의 프로필 때문이었다.
기대하지않은만큼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비슷비슷하게 지겨운 회사생활,
비슷비슷하게 꼬이는 연애문제,
비슷비슷하게 구질구질한 가족문제 등등등

다만 소설과 현실이 다른 것은
내게는 옆모습이 죽이는 일곱살 어린 남자친구도 없을뿐더러,  비밀을 가진 평범하게 잘난 남자도 없다.는거. 물론 물려받은 유산으로 '백수'를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인 친구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막막하고 불평불만 투성이인 이 소설은 '사랑'조차 빠진다면 얼마나 죽을만큼 지루할까. 꼭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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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7-30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별로인가 봐요. 흠. -_-a 하이드님께 노처녀라니, 안 어울려요. 그래서 퀘스천마크가 붙은 거겠지만. ^^

그린브라운 2006-07-3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은 조선일보 연재때부터 별로였슴다. 아마도 작가가 직장생활을 안해봤기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현실감없다는 생각도.. 차라리 만화 <호타루의 빛>이 나아요 건어물녀의 생활에 몰표를 .... ^^;;

하이드 2006-07-3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건어물녀의 생활은 또 뭘까나. 엄청 궁금해지는 제목이군요!
작가가 직장생활을 안해봤기때문일..까 하는 생각 저도 했더랬어요.
달밤님/ ^^ 그냥 남들이 그러대요.

하루(春) 2006-07-3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처음이 참 재미있게 읽히는데... 연재되는 거 읽다가 아예 신경도 못 썼지만요.

2006-08-0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권

RICHEBOURG (리쉬부르) DRC (도멘 로마네 콩티) 1990년
RICHEBOURG (리쉬부르) Henry Jayer (앙리자이에) / 1959년
ROMANEE-CONTE(로마네 콩티) 1985년 (100만엔)
Aleth Le Royer-Girardin, Domaine Pommard 1999/2000년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무통 로칠드) 1982/1994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Chateau Mont-Perat (샤토 몽 페라) 2001년
Opus One (오퍼스 원) 2000년
Chateau Leoville Las Cages (샤토 레오빌 라스 카쥬) 1983년 - 그랑크뤼 2등급
Chateau Pichon Longueville Baron (샤토 피숑 롱그릴 바롱)
VOSNE-ROMANEE CROS-PARANTOUX (본 로마네 크로파랑투) Henry Jayer (앙리 자이에)
RICHEBOURG (리쉬부르) Meo-Camuset (메오 카뮤제)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Meo-Camuset (메오 카뮤제)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Emmanuel ROUGET (엠마뉴엘 루게) 2001년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FAIVELEY (페브레)
Hautes Cotes de Beaune (오트 코트 데 본 루쥬) Jayer Gilles (자이에 질) 2000년
Chambolle Musigny (샹볼 뮤지니 루쥬) 에쥬랑 자이에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쇼바네 쇼팽 2002년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클로로 듀가 2002년
VOSNE-ROMANEE Les Jachees (본 로마네 레 잣세) Bizoi (장 이브 비조) 2000년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필립 사를로팽 파리조 2002년
Chateau Margaux (샤토 마고) 1988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VOSNE-ROMANEE LES BEAUMONTS (본 로마네 레 보몽) Emmanuel ROUGET (엠마뉴엘 루게) - 1997년
MIANI (미아니) - 이탈리아와인 (후리우리주의 레어급 와인)
VOSNE-ROMANEE 그로 프렐 에 셀 2001년 (마을단위와인)
Echezeaux (에세조) 2002년

2권

VOSNE-ROMANEE CROS-PARANTOUX (본 로마네 크로파랑투) Emmanuel ROUGET (엠마뉴엘 루게) 1999년
Chateau dyquem (샤토 디켐) 1990년 (귀부와인의 최고봉)
Chateau Calon Segur (샤토 칼롱 세귀) 2000년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무통 로칠드) 1982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Chassagne-Montrachet (샤사뉴 몽라세) - 부르고뉴지방 최고의 화이트와인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무통 로칠드) 2000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Chateau Lagrange (샤토 라그랑쥬) 1996년
Le Haut-Medoc de Giscours (루 오메독 데 지스쿠르) 2000년
REDIGAFFI (레디가피)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Tenuta di Trinoro (테누타 디 트리노로) 1999년 - 이탈리아 와인
le Macchiole Paleo Rosso (레 마키오레 팔레오 로소)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3권

Chablis 1er Cru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Verge (베르게) 2003년
Chambolle Musigny (샹볼 뮤지니) Alain Hudelot-Noellat (알랭 유드로 노엘라) 2000년
Saint Cosme (생콤) Cotes-du-Rhone (코트 두 론) Les-Deux-Albion (레 되 알비온) 2001년
Chablis Premier Cru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Francois Raveneau (프랑소아 라브노)
Chablis (샤블리 마을단위) Louis Jadot (루이자도)
Coteaux du Layon (코트 드 레이옹) Moelleaux (모엘로) 1978년
Chateau La Mission Haut-Brion (샤토 라 미숑 오브리옹) 2001년
La Chapelle de La Mission Haut-Brion (라 샤펠 데 라미숑 오브리옹) 2001년 - 샤토 라 미숑 오브리옹의 세컨드
Le Pin (샤토 르팽) 1982년 - 뽀므롤 지방의 최고 와인 (시마부장에도 나옵니다)
Santenay 1er Cru (상트네 프리미에 크뤼) Clos Tavannes (클로 타반) 2002년

4권

Marsannay (마르사네 마을단위) Philippe et Vincent Lecheneaut (필립 에 뱅상 레스노) 2001년
Clos de la Roche Grand Cru (클로 드 라 로쉬 그랑크뤼) Philippe et Vincent Lecheneaut (필립 에 뱅상 레스노) 2002년
Chateau Latour (샤토 라투르) 1998년 - 그랑 크뤼 1등급 (5대 샤토중 하나)
Bellenda (베렌다)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Canneto (칸테토)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Roggio del Fillare (로지오 델 필라레) - 이탈리아 와인
Chateau Boyd-Cantenac (샤토 보이드 캉트냑) 2001년 - 그랑크뤼 3등급
Sanct Vallentin Alto Adige (생트 발렌틴 알토 아디게) Pino Nero (피노네로) 2000년 - 이탈리아
Ata Rangi (아타랑기) 2001년 - 뉴질랜드 와인

5권

Nuit-St-George 1er Cru (뉘 생 조르쥬 프리미에 크뤼) Henry Gouges (앙리 구쥬) 2000년
VOSNE-ROMANEE (본 로마네 마을단위) Bizot (비조) 2002년
Chambolle Musigny (샹볼 뮤지니) Jacques Frederic (쟈크 프레드릭) 2001년
Chambolle Musigny 1er Cru (샹볼 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Les Charmes (레 샤름) Michele & Patrice Rion (미셸 에 파트리스 리옹) 2001년
Bonnes-Mares Grand Cru (본 마르 그랑크뤼) Robert Groffier (로버트 그로피에) 1999/2001년
Chateau Lynch Bage (샤토 린슈 바쥬) 1983년 - 그랑크뤼 5등급
Pavillion Blanc du Chateau Margaux (빠삐용 블랑 드 샤토 마고) 2002년

 http://cafe.naver.com/winenjoy.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11
여기도 펌이던데, 어느 고수께서 작성하셨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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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7-2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페이퍼 보고 생각나서.
안 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보면 염장으로 속쓰린 만화였던게야.
안봐야지안봐야지

paviana 2006-07-2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세요보세요. 제대로 지름신 강림하실거에요.ㅎㅎ

조선인 2006-07-2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세요 보세요 꼭 보세요!!!

미세스리 2006-07-2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너무 땡기잖아! 알라딘에서 구할수있는건가요?

에이프릴 2006-07-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션언니 인터넷에서도 구해서 볼수있어요 ㅎㅎ
원하시면 보내드립 ^^
저도 이거 프린트해서 간혹 저렴하게 구할수있는건 구해서 마셔보곤하는데 ...
거의 비싸서리 -ㅅ-

에이프릴 2006-07-2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 저 신의 물방울보고 디켄더도 샀어요 -ㅂ-
완젼 뽐뿌질당해요;;
혹시나 만화책 원하시면 메신져주세요-

날개 2006-07-2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앗~ 이거 언젠가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던건데...
누가 이리 친절하게 정리를...^^
퍼갑니다..

ceylontea 2006-07-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만화를 하이드님이 안보시면 누가 보겠어요...(꼭 보셔야죠~~!! ==3==3)

꼬마요정 2006-07-2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갑니다.
제 친구가 이 만화책을 사서 저는 넌지시 빌려보는 중이지요...흑흑
이거 보고 와인을 마셔봤지만, 보기 전이나 보고 난 후나 맛은 똑같은 이유가 뭘까요? 저도 넓은 포도밭이나 만종 같은 거 느껴보고파요~~ ㅋㅋ

BRINY 2006-07-2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리 좀 해봤음 좋겠다하고 만화 보면서 생각은 했지만, 책장 덮으면서 까먹었었는데. 그 이름이 다 그 이름 같애요. 애들이 세계사 배우면서 외국 사람 이름 외우기 힘들다고 푸념하는 심정을 알 거 같아요.

플로라 2006-07-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만 봤었는데, 재밌을거 같아 발동걸리면 큰일나 하며, 시작 유보 중인 만화. 참 책읽는데도 온갖 이유를 갖다붙이는 나. 암튼 추천하고 퍼갑니다.~^^;
 
 전출처 : 가넷 > [진중권의 교양 돋보기|사랑의 엠블럼]

[진중권의 교양 돋보기|사랑의 엠블럼]

디지털 시대에 부활한 ‘관념의 그림’
표제·도상·해제의 구조, 신문 형식과 일치 … 윈도 창의 아이콘, 공공장소의 픽토그램도 같은 맥락
중앙대 겸임교수 mkyoko@chollian.net
 

1~8.다니엘 헤인시우스의 연작 판화 ‘사랑의 엠블럼(1608)’

바다에 배가 한 척 떠 있다. 바람이 거센 듯 돛이 한껏 부풀어 있고, 파도도 제법 거칠어 배가 기우뚱 한쪽으로 기울어진다(그림 1). 선미에 앉은 소년은 어깨에 날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큐피드로 보인다. 그의 눈앞에서 또 다른 큐피드 둘이 밧줄을 타고 돛대로 올라간다. 뒤쪽으로 항구의 풍경이 보이고, 바다 위로 드리워진 검푸른 하늘엔 재미있게도 별 대신에 사람의 눈들이 반짝이고 있다. 무슨 뜻일까?

그림은 어느 무명의 수집가가 1620년에 만든 그림 앨범에서 나온 것이다. 그림의 작자는 다니엘 헤인시우스. 원작은 흑백의 동판화인데, 나중에 수집가가 채색을 하고 금박을 입혔다. 헤인시우스의 원작에는 그림을 두른 테두리 안에 ‘어둠 속의 빛’이라는 모토와 더불어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왜 그대는 저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카스토르를 찾느뇨? 사랑에서는 하늘의 별이 아니라 눈이 길잡이라오.”

원작에는 그림 아래로 시 텍스트가 붙어 있다. “밤이 나의 사면에서 하늘을 감추네. 이 위험 속에서 내가 큰곰자리에 의지할 수 없다면, 나는 그대의 눈이 내게 보여주는 방향을 취하려네.” 이제 저 그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게다. 저것은 한마디로 사랑의 항해. 거기서 나를 이끌어주는 것은 쌍둥이자리의 알파성(카스토르)도, 북두칠성(큰곰자리)도 아니고, 나를 바라보는 연인의 눈이다.

 

상징적 그림 ‘엠블럼’

대개 이미지는 그 자체로 이해가 되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 그림은 뜻을 따로 풀어줘야 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이미지 아래로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은 그림을 ‘엠블럼’이라 부른다. 이 낱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엠블레마’는 원래 모자이크 속의 타일처럼 ‘삽입된 조각’을 의미했는데, 나중에 의미의 변화를 겪어 상징적 그림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엠블럼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먼저 그림의 제목 노릇을 하는 표제(inscriptio). 이를 ‘모토’ 혹은 ‘레마’라고도 부른다. 둘째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상(pictura). 하지만 이 그림은 그냥 봐서는 의미를 알 수 없기에, 그 뜻을 풀어줄 해제(subscriptio)가 필요하다. 해제는 아름다운 운문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내용적으로는 신화나 성서, 그밖의 문학 고전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엠블럼은 르네상스 말기에 시작해 특히 바로크 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17세기는 합리주의 시대였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모든 관념은 명석 판명해야 하고, 이 원칙에 따라 고전주의 비평가들은 그림에 단 하나의 분명한 의미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엠블럼은 바로 그 합리주의와 고전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발터 벤야민이 엠블럼에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더니즘은 고전주의 미학의 해체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 잣는 큐피드

여기에서 모든 엠블럼의 예를 들 수는 없고, 17세 초에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던 판화가 헤인시우스의 것만 보기로 하자. ‘사랑의 엠블럼’(1608)이라는 제목의 그의 연작 판화를 보자면, 적어도 사랑이라는 면에서 ‘진보’나 ‘진화’ 따위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크 시대나 21세기의 디지털 시대나 사랑의 근본문제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 먼저 사랑을 하면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실을 잣는 큐피드 앞에 하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서 있다(그림 2). 무슨 뜻일까? 표제에는 이런 모토가 적혀 있다. “여인에게 구애할 때 나는 이렇게 된다.” 이것으로 보아 하녀복을 입고 서 있는 사람은 실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모양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여인에게 시중을 드는 하녀가 된다. 그림 속에서 큐피드는 실을 잣고 있다. 사랑을 위해서 남자는 실 잣는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어서 표제는 신화 속의 일화를 암시한다. “나는 실 잣는 일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헤라클레스도 이 일을 했음을 알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는 리디아 여왕 옴팔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여자의 옷을 입고 하녀가 되어 실 잣는 일까지 했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 옷을 입는다는 것은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사랑에 빠지면 자기가 더 이상 자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랑의 게임

사랑만큼 복잡한 게임도 없다. 다음 그림을 보자. 큐피드 둘이 톱질을 하고 있다(그림 3). 이 그림의 모토는 “톱은 항상 위아래로 움직여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기쁨과 고뇌 사이를 오가며 여러 번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톱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는 한 나무를 자를 수 없는 것을. 사랑에 왕도는 없다. “그대가 성공을 원한다면 끊임없이 이 일을 반복해야 한다.”

다음 장면에서 큐피드는 물구나무를 선다(그림 4). 표제가 재미있다. “모든 것을 본성에 반하여(omnia natrurae contraria)”라는 모토 옆에 이렇게 적혀 있다. “사랑에 빠진 이는 어디가 머리이고

어디가 발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해제에는 사랑에 빠진 이는 “모든 일을 거꾸로, 모든 일을 그릇되게 한다”고 적혀 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연인들은 실제로 하고 싶은 것과는 정반대로 말하고 행동하다가 결국 일을 그르치고 만다.

이때 사랑은 고문자가 된다. 사랑은 고문대 위에서 내 몸을 늘어뜨리고, 화형대의 장작불 위에서 내 몸을 불태운다(그림 5). 그리하여 “나는 고통 속에 살게 된다(in poenam viuo).” 하지만 “여인이 내게 가하는 고문을 견디는 것도 힘들지는 않으리라. 만약 그 벌이 삶이 아니라 죽음을 가져다준다면.” 사랑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죽는 것. 그보다 더 힘든 일은 사랑을 잃은 상태로 사는 것이다.

   


다시 소년으로

그래도 사랑을 하고 싶은가? 그러면 “다시 소년으로(puer denuo)” 돌아가라. 사랑을 하려면 잠깐 “너의 정신을 접어두고, 약간은 바보가 되어라.” 그림 아래에 붙은 해제는 이를 이렇게 푼다. “사랑을 하게 되면 대개 분별력이 없어진다. 턱에 수염이 난 이들이 목에 아기의 턱받이를 걸친다. 너무나 사랑을 많이 하면 언제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목마를 탄 저 조그만 신처럼.”(그림 6)

남들이 반대하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저 부지런한 큐피드(amor eruditus)”처럼 하라. 그는 한 손에는 월계수를, 다른 손으로는 지혜의 책을 들고 독수리 등에 앉아 하늘을 난다. 개들이 짖어댄다. 하지만 사랑을 하려면 남들이 짖는 소리에 귀를 닫고 오로지 자신의 지혜만 믿어야 한다. 그때 너는 승리의 월계수를 휘날리며 “저 광대한 우주의 천개(天蓋)를 가로질러 날아가게 될 것이다.”(그림 7)

사랑의 불길에 타 죽을 것 같다고? 그럼 “타오르는 불길에서 자양분을 얻는 이 살라만더를 보라.” 사랑을 하는 이는 불 속에서 생명을 얻는 살라만더와 같다. 다른 것들에게 죽음을 가져다주는 그 불길이 “외려 우리의 마음에 달콤한 양식이 되고, 또한 그것이 “사랑의 고뇌로써 우리의 마음을 단련시켜준다.” 사랑의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자는 살라만더처럼 불로 단련된 불사(不死)의 생명을 얻을 것이다(그림 8).

 

상형문자

최근에 바로크 엠블럼에 대한 관심이 대두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표제, 도상, 해제의 구조는 묘하게도 사진, 표제, 기사라는 신문의 형식과 일치한다. 물론 기사가 중요한 신문, 잡지와 달리 엠블럼에서는 도상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아직은 저널리즘이 텍스트 위주지만, 이미 사진에 표제를 달고 거기에 기사를 붙이는 시각화의 경향은 강화되고 있다. 미래의 저널리즘은 엠블럼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

엠블럼은 관념의 그림이다. 가령 헤인시우스의 연작 판화는 사랑에 관한 추상적 관념, 즉 사랑에 관한 격언과 잠언을 시각화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어떤 현대성이 숨어 있다. 이를테면 컴퓨터를 켜자마자 나타나는 윈도 창의 아이콘들 역시 명령어를 시각적으로 요약한 텍스트의 그림이다. 공항이나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픽토그램들 역시 관념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는 영상의 시대.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요약해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아마도 21세기의 문화는 엠블럼의 전성기였던 바로크의 부활,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의 바로크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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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7-26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 선생님께 지난 강의때 선물했던 책
상관이 있는지,없는지, 저 그림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Emblematic ecstasy
Excerpt from the book 'Théâtre d'amour. The garden of love and its delights'. By Carsten-Peter Warncke

Love and good-natured humour are announced in equal measure by the title Badineriees d'Amour (Jestings on Love), which opens this collection of hand-coloured copperplate engravings from the late 16th and early 17th century. These engravings were originally issued separately and in their own right; only later were they compiled into book form. Today this remarkable anthology represents a unique document of the culture of ist epoch. The word badinerie (Fr. jest, banter) is a pointer to what lies in the pages ahead: a light-hearted discourse, as so often conducted between lovers, and on the subject of love. This playful repartee is voiced not through dialogue alone, but through words and pictures whose inseparable connection is what makes this anthology so remarkable. Scarcely an image without texts to elucidate it, to enlighten us as to the significance of the motifs illustrated and to tell us the meaning of the whole.

The subjects and artistic styles brought together in this album are as rich and varied as the hues in which its engravings have been hand-coloured. And like the title itself, the form and content of the anthology are open to more than one interpretation. For behind all the bantering and play upon words lies the seriousness of the subject itself: love as the greatest mystery of human co-existence. Beneath the superficial charm of their visual attraction, it is the deeper message of the pictures that captivates us. They seek to hold up human nature to the light and issue an appeal to our moral sensibility. Love assumes countless guises, and assembled here before our eyes is a rich kaleidoscope of artistic devices typical of the 16th and 17th centuries. These include in particular large numbers of compositions termed emblems, but also allegories and proverbs. Alongside the series of the Virtues and Vices we find the Elements, the Ages of Man and the Five Senses - we are presented, in short, with the whole world in overview.

We do not know exactly when, for whom and by whom this anthology was compiled. Later inscriptions on the flyleaves simply tell us that the book, with its collection of over 140 copperplate engravings, passed through the hands of several owners from the 18th century onwards. Around 1700 it formed part of the collection of Jeanne-Baptiste d'Albert de Luynes, Countess of Verrue, who lived from 1670 to 1736 and who ranked amongst the most important bibliophiles of the 18th century. (When her library was auctioned in 1717, no fewer than 18,000 volumes went under the hammer.) Rebound in the 19th century - the present binding dates from about 1850 - the anthology subsequently belonged to José M. Catarineu, as named in the bookplate pasted at the front, and afterwards to Otto Schäfer (Schweinfurt industrialist and collector).


미세스리 2006-07-2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관해 멋진 말들이 많군요. 최근 들어 사랑에 빠진 저에게 많은 점을 알려줍니다. 그동안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사랑을 해야하는지에 대하여. 자료 고마워요, 언니.
참! 위에 내용이 책인가요? 제목이 '교양 돋보기'에요? 아니면. 대략 난감 -_-ㆀㅋ
 

왠지, 추리소설만 사줘야 할 것 같은 여름.이다.
사실 한국와서 2주가 다 되어 가는데, '해' 를 본 적이 없으니, 별 여름 기분도 안나지만서도...

무튼, 추리소설만 사줘야 할 것 같은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보관함에 쟁여놓은 책들.

 터키의 국민작가라는 아지즈 네신의 장편소설.이다.

 '사소한 실수로 감방에 들어온 야샤르라는 주인공이 매일 밤 감방 동료들에게 들려주는 황당 무계한 경험담이 작품의 줄기를 이룬다. 뛰어난 입담과 흡입력 강한 서사를 통해 세상사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 이라고 하는데,

 목차가 재미있어 보인다.
 1.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밀매업 2. 지조 있는 도둑은 다른 도둑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4. 전사자가 병역기피자라고? 6. 이스탄불 마을버스 탐방기 7. 그런 자식은 데치고, 볶고, 삶아버려! 13. 털이 긴 짙은 초록색 구제 모자를 찾아라. 등등등
지금 집에 읽지 않은 책들이 6단 책장 3개로 쌓여있지만 않았어도 한번 슬쩍 사보고 싶은데,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야클님 서재에서 몇번 연재되는 글을 봤었는데, 
 '직장생활 7년차를 건너온 서른한 살의 '오은수' ' 라는 책소개가 끌린다.
 다만, 너무 감성적인 글은 두드러기 돋아서 싫은데, 어쩌까나.

 이벤트 중이다. 스타벅스 상품권과 티파니 오픈하트 목걸이
 스타벅스 상품권을 바라보고 한번 사볼까나.

 다이 시지에의 신간.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도 안즉 안 읽었는데, 
 표지가 끌린다. 발자크와 바느질.. 읽고 맘에 들면,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하나 읽고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 말하기는 힘드므로, 일단 사봐야겠다.
 

 

 아사다 지로의 '창궁의 묘성'
 새벽별님의 지름권유에 나오자마자 보관함에 들어갔던 녀석인데,
 어쩌나,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 도 안즉 어딘가 쌓여 있는걸.

 

 

 백수생활백서

 별로전혀 기대는 안하지만, 책 읽은게 많이 나온다니,
 어떤책들 나오나 싶어 한번 읽어볼까나 싶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 영원으로의 회귀'
 지난해 이맘때 에게해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읽어보고 싶다.

 다치바나 다카시.이고, 에게해. 이다.

 

 

아래의 책들은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 '왕의 시종'을 읽기 전에 읽고 싶은 책들과
앙코르와트에 관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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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5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수생활백서 저도 몇 번 망설였던 책이에요.
그런데 속닥}주말이 즐거운..회화 시리즈는 독일어판은 테잎 속의 억양이 참..아니다 싶었어요. 스페인어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Mephistopheles 2006-07-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슬슬...DVD도 보관함 속으로 들어가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린브라운 2006-07-2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제국사는 좀 오래걸립니다 ^^0 "왕의 시종" 보다 약간 뒤부터 시작하더라구요

하이드 2006-07-2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다락방님 리뷰보고 사려고 찜해놓았는데, ^^;
스페인현대사가 궁금한데, '히스패닉 세계'로 커버가 되려나 모르겠어요.
메피님/ 대략, , 눈 질끈 감고 있는데, 왜 건드십니까? 버럭
주드님/ 그런가요? 음... 문제는 스페인어를 들어도 좋은 발음인지 아닌지 제가 구별을 못한다는데 있겠네요.

2006-07-25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7-2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이에요? ^^; 일단 '칼에 지다' 부터 읽어야겠네요. 지름성 페이퍼도 지우셨군요.
속삭이신님, '너무' 감성정인 글은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인가요? ^^ 한번 읽어보려합니다.

모1 2006-07-2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책 읽으시면서시원하게 보내시는 것도 좋겠네요. 후후..

2006-07-25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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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복판에서 불쑥 솟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어부들도 물고기를 보고 놀라 탄성을 질렀다. 금복은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의 출현에 압도되어 그저 입을 딱 벌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물고기는 거대한 꼬리로 철썩 바닷물을 한 번 내리치고는 곧 물 속으로 사라졌다. 50pg

이 이야기는 금복의 이야기이다. 그녀(그)는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죽었다. 춘희라는 기골장대한 딸을 낳았고, 소싯적부터 남자를 환장시키는 페로몬을 뿜으며 여러 남자를, 그리고 여자 하나를 안았다.
그녀.로 태어났지만, 베짱과 포부하나만은 그 어느 불알달린 그. 못지않았으니, 사람들은 그녀를 여장부.라고 불렀다. 그녀의 큰 그릇은 그녀의 직관과 어우러져, 무슨일을 하든지간에 악착같고 무모했고, 그 악착같고 무모한 일이 성공해 '금복'을 만들었다.

이야기는 교도소에서 갓출감한 '붉은 벽돌의 여왕' 이자 금복의 딸. 춘희(春姬)에게서 시작해서, 금복이 태어나기 훨씬 전 어느 국밥집 노파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 작가의 말대로 이 이야기를 '거대한 복수극' 이라고 할때- 의 시발점인 이야기로, 그리고 절대 분간할 수 없는 쌍둥이 자매와 코끼리 점보의 이야기로, 통뼈이자 괴력의 소유자인 걱정의 이야기와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부둣가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인' 칼자국의 이야기로, 그리고 文이 있고 약장수가 있다. '평대'라는 새로이 막 새로이 깨어나는 마을이 있고, 그 시절, 한국전이 있었고, 계속 그 자리에 있고 싶어한 장군님이 있었고, 검정색 양복을 입고 다니는 그 부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와 사람들 속에 '금복'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금복'은 결코 예사롭지 않지만, 그녀 주변의 인물들도 하나같이 괴기포스를 지니고 있는데, 아무리 이야기라지만, 기대치 않았던 이건 뭔가, 마르께스의 마술적 리얼리즘? 1톤에 달하는 밥벌레가 묘사되고, 결코 죽지 않는 양치기 개. 죽었던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진행시킨다.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다가온다. 이 파도가 물러나고 나면, 다음 파도가 오고, 그 다음파도, 그 다음파도가 오듯이.
이야기를 해주는 화자에 의해 진행되는 소설덕분인가. 처음에는 제법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너무 늦게) 이 모든 것이 지독하고 거대한 농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 책이 재미있다.는데 의의를 달기는 힘들다.



개망초.
그것은 춘희가 금복의 손을 잡고 평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역 주변에 무성하게 피어 있던, 슬픈 듯 날렵하고, 처연한 듯 소박한 꽃의 이름이었다. 이후, 그 꽃은 가는 곳마다 그녀의 뒤를 따라다녀 훗날 그녀가 머물 벽돌공장의 마당 한쪽에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낼 교도소 담장 밑에도, 그녀가 공장으로 돌아오는 기찻길 옆에도 어김없이 피어 있을 참이었다. 150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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