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보르헤스 > jazz standards를 통해 풀어보는 사랑의 단상(part2)

 

외설스러움(OBSCENE)


내 사랑은 “창녀들의 요란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음란하고도 벌거벗은 제물로 만드는 황홀감에 사로잡혀 장엄하고도 악취 풍기는 사정(射精)의 끔찍한 소리를 지르며 전율하는 놀라운 감수성의 성적 기관이다.(조르쥬 바타이유)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ve Got you under your skin


재즈의 어원이 jive와 ass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여자의 성기를 의미한다는 설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이 곡만큼 외설스러운 곡이 있을까 싶다.

있다면 나에게 살짝궁 귀띔해 주시길...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Diana Krall의 와 Stan getz quartets의 동명의 음반.

개인적으로 남성분들은 반드시 Diana Krall의 음반을 선택하시길. 그녀의 멋진 외모는 이 곡을 더할 나이 없이 황홀하게 만든다는 점을 반드시 참조하시길 바라며...

여성분들은 당연히 스탄 겟츠의 음반을 흐흐 녹습니다 마구


깨어남(REVEIL)


서글픈 깨어남,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다정함으로) 깨어남, 텅 빈 깨어남, 순진한 깨어남, 까닭 모를 불안한 깨어남(“그러자 갑자기 그의 불행이 생각 속에서 명백해 졌다. 사람은 고통으로는 죽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 순간에 벌써 죽어 있었을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alling in love with love


열풍과도 같았던 사랑의 시기가 지나게 되면, 우리는 다시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내가 사랑한 것이 그/그녀 였는지 아니면 사랑 그 자체를 갈구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이 곡의 가사처럼

사랑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일이요 어리석은 자의 놀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혹은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서 사랑의 감정을 잠시 빌려온 것이라면 이제 그 사랑을 서서히 잃어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도 모르겠지.


추천하는 음반은 Heren Merrill과 Clifford Brown의 멋진 협연이 돋보이는 을 최고의 선택으로 꼽을 수 있다. 차선으로는 Sarah vaughan의 를 연주 음반으로는 Hank Mobley가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 동명의 음반을 들 수 있겠다. Bill evans의 연주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고 기교 또한 흠잡을데 없지만, 그의 음악은 너무 청량하다고나 할까 왠지 이 곡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해서 PASS! 


질투(JALOUSIE)


질투하는 사람으로 나는 네 번 괴로워한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나는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My Foolish Heart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위험한 열정, 질투>라는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할 정도로 극단적인 질투를 오셀로 증후군이라 부른다.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따온 이 병명은 전체 살인 사건의 13퍼센트가 배우자 살해이며, 그 주된 원인이 질투에 있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더욱 알려졌다. 지나친 질투는 대단히 파괴적이고, 비극적이지만 적절한 질투는 헌신적 관계의 특징이라는 점을 이 진화심리학자는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Bill Evans trio의 가 최고의 선택이다. 재즈계의 쇼팽이라 불리는 빌 에반스의 명징하고도 청량한 피아노 터치, 드럼의 폴 모션, 비운의 천재 베이시스트였던 스콧 라파로! 이 세 명이 빚어내는 interplay는 과히 피아노 트리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보컬 곡으로는 얼마 전 소개했던 Carol Sloane! 농후하면서도 밀도 높은 그녀의 목소리는 여성재즈보컬이 재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언쟁(SCENE)과 마귀(DEMON)


나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이미지들(질투, 버려짐, 수치심)을 연신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자해하려 하며, 천국으로부터 추방하려 한다. 이렇게 하여 열려진 상처를, 다를 상처가 내도하여 그것을 잊어버리게 할 때까지 다른 이미지들로 양분을 주고 부양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Love me or Leave me


I want your love

don't want to borrow

to have it, today

give it back, tomorrow

your love is my love

there's no love for nobody else


나는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하지만 애걸하는 사랑은 싫어요.

오늘은 갖고 놀다가

내일은 돌려주는 사랑 따윈 싫어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사랑

다른 누구의 사랑도 아니에요


love me or leave me

let me be lonely


날 사랑하든지 아님 떠나세요.

나를 혼자 있게 두세요.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역시 사랑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 바로 빌리 할리데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husky한 것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고 굴곡 많은 삶이 그녀로 하여금 허스키하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빌리 할리데이”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주었다. 연주 음반으로는 Miles Davis의 Walkin'이 최고의 선택일 듯. Miles Davis를 필두로 J.J. Johnson, Lucky Thompson, Dave Schildkraut, Horace Silver, Percy Heath, Kenny Clarke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여, 완벽하리만치 소름끼친 연주를 들려준다.


파국(CATASTROPHE)


내 모든 육신은 뻣뻣해지며 뒤틀린다. 날카롭고도 차가운 섬광 같은 순간에 나는 내게 선고된 파멸을 본다. 그것은 힘든 사랑의 예의 바르고도 은근한 우울증과는 무관한, 버림받은 주체의 전율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나는 울적하지 않다. 전혀 울적하지 않다. 그것은 파국처럼이나 분명한 것이다.

“난 끝장난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 Cried For You


이 곡은 빌리 할리데이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곡이 재즈 스탠더드로써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게 된 것은 빌리 할리데이가 이 곡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르고, 수많은 녹음을 남겼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의 추천음반으로는 빌리 할리데이의 것을 들고는 싶지는 않은 데, 그녀의 곡은 마치 차가운 서리가 잔뜩 서려 서늘한 한기마저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 때문에 울었죠, 이번은 당신이 나를 위해 울 차례에요.” 라는 가사는 얼핏 들으면 ‘빌리 할리데이’식의  곡 해석이 분명 자연스러운 것일 테지만, 이 곡의 내면에는 단순히 버림받은 여자의 처절한 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뒤틀리고 어긋나버린 지나간 사랑의 후회가 아닌 한땐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옛사랑의 노스탤지어를 이 곡은 함께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보다는 Ella Fitzgerald의 서글프고 애절한 I Cried for you 가 내 정서에는 더욱 맞다.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결코 그대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건망증은 내 마음을 충족시켜 주고, 또 아프게 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별은 빛나건만"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중 하나인 토스카의 주옥같은 아리아 중 백미로 뽑힌다. 아직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빅토르 데 사바타 지휘로 마리아 칼라스가 토스카로 분한 1952년도 녹음이 명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쥬세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은 헐! 천의무봉의 경지이다.


각설하고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 아마 Stardust만큼 이 곡에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stardust를 작곡한 호기 카마이클은 어쩌면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었던 인디애나 대학의 법학과를 다니던 중에 파멸적인 성격의 재즈 뮤지션 빅스 바이더벡을 만나 의기투합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도 본격적인 재즈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가 결혼이 허가되지 않던 학생 시절 연인의 모습을 보고 하늘의 별을 보며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그대로 stardust가 되었던 것이다.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다. 우리의 사랑은 처음 무렵에는 입맞춤 하나하나가 영감이었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 나의 위안은 노래의 별똥 속에 있다라는 내용의 가사처럼 이 곡의 매력은 씁쓸하면서도 은은한 여운을 얼마나 오랫동안 잡아주느냐가 관건인데 두 음반 모두 테크닉과 감성 어느 면으로도 절정의 경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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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망 산뽀 - 한국인이 찾아내서 일본인도 놀란 도쿄의 문화 아지트 30군데
유종국 지음, 이미라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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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에 '매니아'라고 한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일본에서 카페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발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일본인들의 집요함에 있다. 카페뿐만 아니라 옷가게도 그러하고 '라멘'가게도 그러하다. 하나의 취미나 취향에 '집요함'과 '열성'을 보이면 우리나라에선 종종 '마니아'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며 이때의 이미지는 뭔가 칙칙하고 음습한 것을 의미한다. 친한 미국인 친구가 '미국은 1억가지 마니아의 잡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를 흡수, 수용하는 사회는 마니아들이 서로 색안경을 끼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결코 미국이나 일본이 이상적인 나라, 또는 사회라는 뜻이 아니라 남과는 다른 취미나 성향이 폭 넓게 존재하고 이를 인정하는 점은 분명 배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107pg)

자.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의 매니아.라면 이 책이 재미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척이나 지루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영화, 책, 잡지, 음악, 까페, 인테리어, 종이, 전통, 고전, etc.

책을 좋아하는 내가 때로는 책 얘기에 지루했다고 하면, 이 책이 얼마나 마니아. 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잘 지은 덕분에 많이 팔리나?
그렇다면 다행이다.
왜냐면, 이 책은 정말 가볍고 얄팍한 편집에 비해,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주관적인 것이다.
책의 내용은 그다지 두껍지 않다. 두껍지 않다.는 것이 깊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은 12년간 도쿄에서 살아온, 그것도 홍보업무를 하고, 지금은 문화기획을 담당하는 지은이.의 안목을 볼 때 결코 녹녹치가 않다.

차라리 얇게 내던가, 저자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던가( 저자는 도쿄에 대해 충분히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했더라면, 정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명저.가 되었을꺼라는 아쉬움이 있다.

할 얘기는 많아 죽겠는데, 지면은 짧은 조급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시 한 번.
당신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글쎄, 이 책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마니아.라면, 이 가벼운 편집.에도 불구하고, ' 아, 이런 책도 나오는구나!' 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줄 책.

나? 나는 어땠냐고?
별점을 보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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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0-2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페이퍼보고는 바로 보관함에 담았는데, 하이드님 리뷰 읽으니 망설여지는디요? 암만봐도 저는 매니아,적 기질이 없잖수? ;;;

하이드 2006-10-2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있는 분들.은 다 매니아.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요.^^

에이프릴 2006-10-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서만 보면 여행가고싶은 병에걸려 몇날며칠을 끙끙앓게되는데 ㅠ_ㅠ 우 ...
사고싶게 만드네요 ~

하이드 2006-10-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대로 지루할 수도 있긴한데, 인테리어.나 예쁜 카페. 등은 아주 땡길껄? ^^
난 여기서 찾은 부띠끄 호텔. 내일 당장 예약 가능한가 알아봐야겠다구. 흐흐

에이프릴 2006-10-2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니의 기동력 ^^b
전 오늘 Bar & Dining 이라는 잡지 정기구독 신청했는데 -
여행,맛집,라이프스타일등등 다룬잡지던데 표지가 예뻐서 으하하.
근데 괜찮을것도 같고 ^^ 여행가고싶다.~

기인 2006-10-22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동경. 입대 전에 꼭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역시 물건너 갔네요. 2년후에나 기대해 봅니다 :)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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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9년 고등학생이었던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일부 기록한 것이다.
1969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지금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 책은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박치기]를 보고 이 책을 읽어야지 했더랬다. 그 전까지만해도 무라카미 류의 이 소설을 제목만 보고 야한 소설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박치기의 배경인 일본의 1968년. 그리고 무라카미 류의 이 소설 제목 sixty nine69은 체위의 하나가 아니라, 1969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였던 것이다.

[박치기]는 이 책에 비해 최근 영화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무척이나 잘 보여주는 영화였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박치기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여자와 자는 것이 최고의 지상목표이고, 이리저리 사회적으로 들썩거리던 그 시절. 의 고삐리들( 왠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안 되고 고삐리.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항상 어떤 메세지.를 기대하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나 내용이 없다면, 시간이 좀 아깝긴하다.
뭐, 작가가 즐겁게 썼다니, 그걸로 된건가?

나도 파란만장한 고등학교 시절 보냈는데, 김일성도 죽었지, 삼풍백화점도 무너졌지, 성수대교도 뚝 끊어졌지, 그리고 어느 날은 대기가 온통 붉은빛이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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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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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중편소설 '첫사랑', 그리고 장편소설 '귀족의 보금자리'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단편 '무무'

세편의 각기 다른 개성의 장편,중편,단편이 종합선물세트.같이 묶여 있는 책이다.
러시아작가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러시아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인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타령 소설을 읽을때, 그것은 거의 대부분 희극. 혹은 비극. 으로 클라이막스에서 끝이 난다.
소설 자체로는 클라이막스 바로 다음이 결말이겠지만, 인생에서야 뒈지지 않는 이상 어디 그런가?

사랑과 연애의 클라이막스 후에도 인생의 시계는 또깍또딱 흘러가고, 지구는 자전을 멈추지 않으며, 해도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다.

'첫사랑'
손님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자정이 넘어 한 방에 남게 된 주인을 포함한 세사람. '첫사랑'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말주변이 없는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는 다음번에 올때 수첩에 적어오겠다고 약속하고, 2주후 그들은 한 자리에 모인다.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의 수첩에 적혀 있는 그의 첫사랑 이야기.

시작부터 보면, 자정이 넘었고, 파티는 끝났고, 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램프블이 어른거리는 방의 오래된 소파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먹다 남은 밤참은 치워지기만을 기다린다. 라는 분위기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파티를 끝내고 난 후 약간의 충만감과 피곤함과 허무를 잘 버무린 자정을 넘긴 시간. 첫사랑의 달콤함과는 다른 시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블라지미르의 열여섯 여름에 있었던 그의 온 몸과 정신을 쥐게 될 여신, 천사, 악마와의 만남으로.

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소설이자,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질풍노도시기의 주인공은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 연상의 여인은 주변의 남자들에게 여왕처럼 떠받들어지는 도도한 존재다. 그러나 그 닿을 수 없는 천상 혹은 지옥의 여주인같은 그 여인은 그의 아버지와 사랑에 빠졌다.

"내 아들아, 여인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앞에 장황하게 말했듯이 사랑의 독에 열병을 앓고 난 후에도 인생은 흘러간다.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채 흘러가는 인생은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보다 더욱 더 잔인해 보인다.

 귀족의 보금자리
이 소설의 첫 장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화창한 봄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조그만 장밋빛 구름이 맑은 하늘에 높이 떠 있는데,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감청 빛 심연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1842년에 있었던 일이다. 도청 소재지인 O시 변두리에 있는 아름다운 집의 활짝 열린 창문 앞에 여자 둘이 앉아 있었다. 한 여자는 쉰 살쯤 되어 보였고, 다른 여자는 벌써 칠순의 노파였다.'

게제오놉스키가 방문하여 '라브레츠키 표도르 이바느이치'가 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는 드디어 시작된다. 아주 한참 후에야 깨달았지만(온 가족사가 다 나오는 서사적인 이야기다) , 이 이야기는 라브레츠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서사적이고 짜증나게 도덕적인 등장인물들, 짜증나게 수다스럽고 경망한 등장인물들, 짜증나게 우유부단한 등장인물들, 짜증나게 교활한 동시에 멍청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정말 힘겹게 힘겹게 읽어내고 나면, 내가 생각하는 그 러시아 특유의 차가운 에필로그.가 나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투르게네프의 소설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이 소설에서는 가족사, 사랑, 도덕, 말고도 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토론에 진하게 묻어나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인데, 소설은 '농노제 하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의 정신적 발달의 역사적 단계(볼테르주의, 영국 숭배, 낭만적 환멸,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 등) 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작품 뒤의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 다시 읽는 에필로그.는 사랑, 인생, 허무, 역사, 러시아, 사람, 그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내가 본 최고의 에필로그이다.

'죽을 때까지 농노 제도의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농노 제도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투르게네프의 이른바 '한니발의 맹세'는 투르게네프 창작의 주요한 특징인 휴머니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고 했다. ( 왜 한니발의 맹세인지는 못 찾았다)

가장 슬프고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무무'. '무무'과 '사냥꾼의 수기.는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 제도의 폐지.를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소설의 힘은 놀랍다.

'무무'는 거인의 이야기이다. 키는 1m95에 네사람분의 일을 혼자 하는 벙어리 귀머거리 거인의 이야기이다. '무무'는 거인이 죽을뻔한 어린것을 구해내고 애착을 가지고 키우게 된 강아지 이름이다. 러시아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하는 이 단편.은 동화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심장에 한꺼풀 내려 앉는 것 같기도 하고,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을때마다 오는 이 허탈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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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5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7-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시절, [첫사랑]을 읽고 같이 마음이 아팠지요. 그 책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책에 같이 포함된 작품은 못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고의 에필로그와 착한 거인과 강아지 이야기...저기 그런데 전 강아지가 죽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류는 절대 못읽는데 혹여 그런게 아닌가요? 그럼 못읽는데...ㅠ..ㅜ

반딧불이 2009-05-30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뒤져도 책이 없어 다시사려고요. 오래되긴 했지만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내용이 새롭네요. 아무튼 thanks to~

하이드 2009-05-3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이사오면서 민음 세계문학이 1-2십권도 아닌데, 뭉터기로 안 보여요 -_-;;; 읽은 책은 거진 팔고, 안 읽은 책만 남았는데, 그나저나 저도 리뷰 읽으니 새롭네요. 대단히 감탄했던 '귀족의 보금자리' 에필로그는 궁금해지기까지 하네요, ^^;
 

사진은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과거를 상상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줬고,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공간까지 갈 수 있도록 해줬다. 사진이 현대의 가장 독특한 활동, 즉 관광과 나란히 발전한 것도 그래서이다. 현대가 시작되자 평소의 생활 공간을 떠나 정기적으로 짧게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유례없이 많아졌는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여행을 떠나면서 카메라를 갖고 가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처럼 여겨졌다. 사진이야말로 자신이 진짜로 여행을 떠났고, 일정대로 잘 지냈으며, 정말 즐거웠다는 점을 확실히 증명해 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진은 가족, 친구, 이웃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이뤄진 일련의 소비 활동을 기록해 준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여행을 다니게 됐어도 자신의 경험을 생생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장치, 즉 카메라에 의존하는 태도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았다. 앨버트 나일강을 보트로 여행하거나 14일간 중국을 유람하는 등 전 세계 곳곳을 돌며 일종의 전리품처럼 사진을 찍어 모아오는 사람들은 물론, 휴가 중에 에펠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사진을 찍어오는 중하층 사람들도 한결같이 갖고 있는 욕구, 바로 이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사진이다.
  이처럼 사진은 경험을 증명해 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경험을 거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찍기 좋은 것들을 찾아다니는 일만을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나 경험을 일종의 이미지, 일종의 기념품과 맞바꿔버리려고 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까 여행이 고작 사진을 모으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여행 도중 흔히 격해질지도 모를 혼란스러움을 진정시켜 주고 완화시켜주는 활동이다. 여행객들은 카메라를 꼭 들고 가야 된다고 생각하며, 여행 중 마주치는 것에는 모두 주목하려고 한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사진을 찍어댄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멈춘다,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 무조건 일만 해대는 무자비한 노동 윤리 탓에 심신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 예컨대 독일인, 일본인, 미국인들이 이런 방식을 매우 좋아한다. 사진 촬영은 일에 쫓기는 사람들이 휴가 중이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야 할 때마다 느끼곤 하는 불안감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신의 일과 유사하면서도 친숙한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하는데, 사진 찍기를 바로 그런 일로 여긴다.

수잔 손택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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