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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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서 유일하게 읽을만한 건 차키 노리오가 쓴 해설정도가 아닐까... 라고 말하는 맘이 쓰리다. 누가 뭐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광팬.이 아니던가. 별 두개와 세개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내가 준 가장 짠 별 세개인 이코.를 생각하고, 별 두개를 주기로 한다. 내게 있어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언제 어느때 읽어도 재미있는 보험과도 같은 책이었다는걸 감안하면 더 찜찜하다.

다만, 미야베 미유키처럼 다작하는 작가의 책은( '일정 수준은 넘어설지라도'  라는 표현을 그녀의 다른 책에 쓴 적 있는데, 취소다) 시시할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알았다는데에 의의를 둔다.

"그 해, 일본 미스터리계의 화제는 미야베 미유키로부터 시작해서 미야베 미유키로 끝났다..' 로 시작하는 엄청난 작품해설이 미심쩍었으나, 해설의 원문을 읽고 알게 되었다. 1992년 이 책이 나왔을 때 그녀는 내가 인정하고 세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좋아하는 '화차' 를 포함하여 일년새 여섯편의 작품을 내어놓았다고 한다. 뭐, '화차'가 나온 해였다면, 그 해가 미야베 미유키의 해였다는데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만, '대답은 필요없어' 를 포함한 다른 다섯편의 작품. 그리고, 특히 이 '대답은 필요 없어' 때문에 그녀의 해였던 것이 아닌건 틀림없다.

이 책에는 표제작 '대답은 필요 없어'를 포함 여섯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화차의 원형이 된 소설이 나오는 어쩌구 하면서 거품 무는 작편은 '배신하지 마' 이다.
그동안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 아니 칭송해왔던 미야베 미유키의 어떤 장점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재미도 없었다! 각 단편의 해결은 너무나 시시하고 허술해 눈물이 날 지경이고,
그녀의 소설에서 내가 항상 찾았던 '인간에 대한 이해' 나 '배려' 는 쓰다 말았고
항상 감탄해왔던 그녀의 초인적인 '관찰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미야베 미유키 스럽다 싶은 문장들이 있긴 하지만, 소나니? 그게 뭐?

이 작품이 내가 처음 접하는 그녀의 단편이어서 그런건 아니다. 아, 생각해보니 '스텝파더 스텝' 도 있었구나.
따뜻하고, 웃기고, 기발한. 단편집.

부디,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미야베 월드' 시리즈로 접하지 마시길.
'마술은 속삭인다' 까지는 그간의 애정으로 좋게좋게 봐주고자 했으나,
'대답은 필요없어'는 영 찜찜하다. '누군가'에서는 다시 내가 좋아해마지 않는 미야베 미유키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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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02-0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으로 시작했어요 ;;;;
미야베 미유키의 인기를 의심하게 되었지요 ^^;;; 하이드님 리뷰가 너무 늦게 나온 듯.
정말 시시하고 재미없는 작품에 '대단한 해설'이었지요...

이매지 2007-02-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이 책보다 괜찮았어요-

상복의랑데뷰 2007-02-0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평이 아주 좋던데요. 기대하셔도 좋을 듯.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유, 화차, 모방범 같은 걸작을 처음부터 읽으면 다른 수작도 다 마음에 안들지 않을까요? ^^ 처음 읽는 분에게는 반대로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살짝해봅니다.

하이드 2007-02-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랑데부님, ^^ 미야베 미유키라서 기대하고 본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읽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도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미야베 미유키. 작가 이름 빼고 봐도 별 두개 면하지 못했을듯합니다. 그리고, 전 이 책 전에 이유,화차,모방범뿐 아니라, 용은 잠들다, 마법은 속삭인다, 이코, 스텝파더 스텝도 읽었구요. ^^
이매지님, 그렇군요. 장편에는 더 기대해 보랴구요. 실망스러운 책 연속 세권.으로 미야베 월드를 기획하지는 않았겠지요.
라주미힌님/ 그러게요. 나름 아꼈다가 읽었는데, 말입니다.
 
흑과 다의 환상 - 하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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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알았다. 온다 리쿠 소설의 정체를. 그것은... 글로 쓴 순정만화! 였던 것이다.
줄거리를 듣고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멋진 남주, 더 멋진 여주, 더더 멋진 남주, 더더더 멋진 여주.
뭐, 이런 식.  재미는 있는데 뭔가가 부족해. 뭔가가. 였다면, 그건 바로 내가 '순정만화'보다는 '명랑만화' 혹은 '소년만화' 스럽기 때문이 아니였나 싶다. 누군가 말하길 나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악당' 같은 캐릭터라나 뭐라나.

지금까지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가가 나의 취향인가 아닌가 에 긴가민가 했던 것이 '흑과 다의 환상' (하) ( '상'까지도 긴가민가) 에서 그 정체를 드러냈다. 아, 후련해.

이 책 '흑과 다의 환상'은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소설이다.
네 친구가 '여행'을 하며 과거를 찾는다는 점에서 '로드무비'( 를 책장르로 뭐라고 그러지?)
네 친구가 여행을 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받아들이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성장소설'
네 친구가 여행을 하며 과거를 찾는데, 그 과거의 키워드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연애소설'
네 친구가 '이 세상 같지 않은 곳에서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것을 본다'는 점에서 '환타지소설'
네 친구가 여행을 하며 '미스테리를 제시하고 해결'한다는 점에서 '액자소설', '미스테리소설'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겠다.
내 경우에는 당분간
누구나 좋아하고 반할 수 밖에 없는 '남자, 그 자체' 인 마키오
마키오의 옛 애인, 차분하고 침착하지만, 한없이 연약한 부분이 문득문득 드러나 신비스러운 '리에코'
이 세상의 외모같지 않은 부잣집 도령 '아키히코'  성격이 아주 나쁘다고 묘사되나, 하나도 안 나쁘다!
튀게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외모에 누구나와 잘 어울리지만, 속은 실로 예민한 '쎄스코'
그리고, 역시 이세상 사람 같지 않은 외모의 '유리'
에 빠져 허우적 거릴 것 같다.

그들은 벚꽃나무를 찾고자 한다.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다면 볼 수 있다는 일년에 세 번 피는 벚꽃 나무.
일본인들에게 벚꽃은 항상 특별한 의미이다. 이 이야기에서 그 특별한 벚꽃나무는 자기 자신 속에 꽁꽁 묻어 두었던 그 모든 과거와 마침내 마주하고, 인정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그런 화려한 위안. 이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혹자는 도시괴담.이라고도 하는)  잘 버무려 독자에게 내미는 온다 리쿠.의 책은 재미있다. 저자가 '미스테리'와 '책'과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게 잘생긴 여자와 남자를 좋아하는건 그녀의 소설을 읽는데 있어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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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7-03-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쓴 순정만화! ㅎㅎㅎ 맞아요. 특히 네버랜드나 보리의 바다에... 즈음에 가면 꽃미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그런 분위기를 팍팍 풍기죠. ㅋㅋ
그나저나, 작가가 <그녀> 여자였나요? 신상에 대해선 도통 몰라서....^^;
 
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여행.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아름다운 경치도 보고 싶고, 술 마시고 그 자리에 큰 대자로 뻗어 쿨쿨 자고 싶다. 그것은 당연한 욕구다. 하지만 그뿐일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비일상'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비일상'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평소와는 다른 장소의 일상, 평소에는 볼 일 없는 타인의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무엇을 보든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 법. 평소에는 환기되지 않는 기억을 찾아 우리는 여행을 한다. '자기 자신을 다시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 대면한다.' 모두 내가 싫어하는 말이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과거를 되찾기 위해 여행한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에게 마침 적절한 조건이 주어졌다. 십수 년 전의 시간과 자기 자신을 환기시켜 주는 멤버, 좀더 깊이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인, 속세와 단절된 목적지. 그러므로 나는 우리 본연의 모습인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탐욕스럽게 구하고 그 내면에 몰두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바다.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네 명의 대학동창들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쎄스코. 는 졸업한지 십수년이 지나 Y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상권에서는 리에코.와 아키히코.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 다행히!) 시간순.이지만, 전작에서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렸다면, 이번에는 과거와 현실이 경계없이 오가며 읽는 이를 헷갈리게 만든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과거'를 찾는 '아름다운 수수께끼'( 과연?) 를 푸는 여행인 것이다. 그들이 여행하는 Y섬. 책에 묘사되는 그 곳을 상상할때 내 머리 속에는 딱 '반지의 제왕'의 엘프계. 가 떠올랐다. 그와 같이 비현실적인 곳에서 '여행'을 만끽하며( 온다 리쿠.는 이와 같은 말그대로 몽환적인, 회상적인 글을 쓰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대사들을 담고 있다. 반칙이야!) 그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과거.를 돌아본다. 묻어 놓았던 진실들을 깨운다.

아기자기 소소한 수수께끼들로 시작된 이야기.는 리에코.를 지나 아키히코.로 가면서 점점 커다란 하나의 비밀.의 결말을 향해 숨가쁘게 치닫는다.

이 소설의 기가막힌 점은 바로 그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리에코 부분 150여페이지가 넘도록 ( 이 책 고장 350페이지 정도다) 등장인물의 남녀구분도, 각각의 등장인물들도 헷갈리며,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수수께끼들을 등장인물들과 함께 풀어나가다가,  드디어 네 명의 등장인물들의 성격에 대해 파악하게 되면서, 클라이막스.로.

아직 하권이 남았다. 마키오와 쎄스코편.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을듯한 마키오. 가 3부고, 온다리쿠 스러운 반전을 보여줄법한 쎄스코.가 4부다.

기대된다. 잠시 졸다가 깬 새벽 두시 좀 넘은 시간, 언제 띄염띄염 읽었냐는듯이 단숨에 읽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금부터 (하) 권으로 들어가면... 좀 늦은( 혹은 이른) 시간이긴 한데 말이다.

온다 리쿠 이 작가. 정말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이다. 처음에 '밤의 피크닉' 이 나왔을때, 왠지 시시해 보이는 줄거리에 사 놓기만 하고 아직 못 읽고 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뭐, 그 정도는 아닌데. 생각했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후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가 나오고, 이 책 '흑과 다의 환상' 이 나오고, 또 그 책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근간'으로 포진하고 있다.

'빛의 제국' 도 재미있었지만, '삼월은 붉은 구렁을' 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 이야기. 는 정말 재미있다.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끊임없이 기시감을 느끼게 되고, 분명 어디서 읽었는데, 어디였더라, 형편없는 기억력에 머리를 쥐어 뜯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나 반복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서야 할 작가.가 이렇게나 같은 인물들을 우려먹다니, 태만한거 아닌가. 하는 딴지도 슬쩍 걸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뿌리에서 나온 이야기.로 이렇게나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로 가지.를 치다니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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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2006년에 읽은 책들중 가장 맘에 들었던 열권.을 골라 본다.
그래, 음력으로 하면, 아직 연말이야. 라고 우겨보면서.

우천염천 / 무라카미 하루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97689

"하루키식의 엄살없고, 과장없고, 건조하지만, 그 특유의 시선과 세계관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글은 '역시 하루키'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키의 글들, 특히 잡문들을 좋아한다( 위스키 성지여행 빼고) 하루키의 다른 여행기들, 특히 여행기치고는 꽤나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그러나 절대 지루하지 않은!)  '먼북소리' 와 같은 책도 좋지만, 이 책, 얇지만, 하루키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스 정교의 성지인 아토스반도와 터키내륙지방 여행기.이다. 게으른 여행객들은 절대 가지 않고, 게으른 여행객인 내가 갈 일도 아마도 없겠지만( 여행기는 뭔가, 나도 이 다음에 한 번.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서른 살의 다이어리 (원제 : 망할년 클럽)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94833

작년 1월초( 정확히 1월3일!) 에 이 책을 읽고, 엄청 오버하며 올해의 책 어쩌구 했던 것은
연초와 와인의 힘이 없지 않았지만, 좋은 책이다. 이십대후반의( 우리나라오면 삼십대 된다!)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 내가 써 보고 싶은 류의 책이고, 겉으로 보면( 바뀐 제목도!) 칙릿.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고, 꽤나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1.5세대들 이야기라는 면에서 수키 김의 '통역사'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1.5세대소설.이라는 면에서도, 역시나 한 수 위인 책이다.

이야기는 여섯 주인공의 각자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각자의 이야기들 하지만, 가족같은 친구들이 항상 그 정도의 차이를 두고 겹친다.
엠버는 음악에 재능이 있고, 로렌은 작가의 분신으로 유수의 잡지사에 고정칼럼을 기재하는 기자이다. 레베카는 라틴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잡지'엘라'의 편집장이고 모두 이해못하는 브레드라는 머저리와 함께 살고 있는 완벽한 여자이다. 사라, 역시 완벽한 삶을 영위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로베르토라는 완벽한 남자와 함께 살며, 마사 스튜어트같은 생활을 꾸려나가는 수퍼우먼이다. 우스네비스는 마냥 유쾌하지만, 과거의 가난으로 인한 콤플렉스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명품족이다. 엘리자베스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마음도, 몸도, 얼굴도 인 완벽한 여자이다.

이유/ 미야베 미유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16384

그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하나? ) 미야베 미유키의 광팬.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이 겁나게 많이 나왔지만,( 나오고 있지만)
그리고, 그 책들은 초기작이건, 허접작인건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든 책이 내 맘에 쏙 드는 건 아니였다.
나를 '미야베 미유키'의 세계로 끌어준 책이기에, 이 책은 누가 뭐래도 나에게 있어 최고의 책.

'미야베 미유키의 67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소설이었다. '네가족 몰살사건' 을 조사하는 무인칭의 화자가 사건의 진행을 르포 형식으로 되짚어 간다. 그 과정에서 사건과 그 정도의 차이를 두고 관련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관련된 사람들. 사건에서 뻗어나가는 그 인맥의 선들이 이리저리 이어져 결국 '범인' 에게까지 가게 되면서 그 모든 방사선은 완결된다. '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13831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이 책 이후 나온 '유령인명 구조대' 는 따뜻하고 훌륭한 책이긴 하지만,
13계단.만은 못하다. 는 생각이다. 지난 겨울 삿포로여행길에 읽은 이 책은
주제와 결말, 독자에게 던지는 그 커다란 퀘스쳔마크. 로 인해 아주 오랜만에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 재미와 고민과 커다란 질문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을 발견할때의 희열은 그 어느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독자에게 아낌없이 주고 있다.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30268

아, 이 책을 드디어 읽었구나. 작년에.
나를 미스테리소설의 세계로 빠뜨린 것은 엘러리 퀸이었지만,
그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죽을때까지 나는 미스테리소설의 팬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건 바로 말로우가 아닐까.

챈들러는 '기나긴 이별'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쓴 편지에서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던 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럴 수 있게 됐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애니 프루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41839

2005년에 내가 미국남부시골, 카슨 매컬러스의 카페의 감수성을 만났다면
2006년에 나는 미국중서부 척박한 와이오밍의 애니프루를 만났다.
소설을 읽은 후의 카타르시스. 짜릿함.
와이오밍에 관한 단편들
'외로움조차 침범할 수 없는 삶의 고단함'

아마도 나는 '메뚜기 냄새가 풍겨 오는 뜨거운 어느 여름 정오, 마당에서 낯선 트럭의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 라는 걸 죽을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라는 글을 읽을때 와이오밍이건 여기건 과거이건 현재인건 인간을 사로잡는 그 무엇,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그 무엇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존 버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50803

존 버거의 이 책.
경외감이 드는 책이다. 존 버거에게 내가 느끼는 건, 바로 그거다. '경외감'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을 봤을때 느껴지는 필연적인 겸손함으로 머리를 수그리게 되는 그런 경외감. 노년의 존 버거. 앞으로 내가 지금 나와 있는 그의 책 외에 그의 새로운 책을 보게 되는 날이 남아 있는걸까. 할 수만 있다면, 저승사자를 인질로 삼아서라도, 백년천년 살았음 싶다. 그가 노년에 쓴 이 책이 전성기때의 책들만큼 신선하고 감탄스럽지는 않을 지언정, 그의 이 책은 더욱 더 깊은 잔향을 일으킨다. 끝나지 않는...

존 버거 나이 여든에 쓴 이 글이 죽은자들과 그가 여행했던 곳곳을 돌아보는 내용의 이야기라니,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걸 읽는내내 망각하게 된다. 존 버거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는 소설과 에세이를 산자와 죽은자들을, 기억과 현재를 동시에 한 곳에 불러내는 마법사와 같다.

 

 

 

 

 

 

 

 

 

 

 

 

 

 

 

모방범/미야베 미유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26818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28424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33977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분량과 내용과 결말로 독자를 압도하다. 
출판사에 전화 걸어 서점에 책 풀리는 날짜 확인하고, 서점에 전화 걸어, 나왔는지 확인하는 안달복달의 나날들을 안겨준 소설. 더 이상의 코멘트.는 필요없다.

범인과 희생자를 제한 사건 주변부의 인물들, 즉 경찰, 언론, 피해자의 유족, 가해자의 가족, 들의 이야기가 쉴새없이 펼쳐져 1600여페이지의 긴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단숨에 읽힌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란 말은 이제 그녀에게 식상하다. 아주 오래간만에 호흡이 긴 미스테리 소설을 즐길 수 있어서, 덥지만 즐거운 여름이었다.

바람의 그림자/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20305

이 책을 읽었던 생각만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슬픔과 희망과 기쁨과 행복과 두려움 등등등은 어쩌면
모두 아주 가까이 있는 감정들인지도 모른다. 아주 가까와서
각각의 다른 감정들이 동시에 묻어나기도 하고, 뭐, 그런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각기 다른 감정들이 스페인내전을 배경으로 수채화처럼 묻어나는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 좋았어. 이건 책들의 이야기야."
" 책들?"
" 저주받은 책들의 이야기. 그걸 쓴 사람의 이야기, 소설을 불태우기 위해서 소설 바깥으로 나온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배신과 실종된 우정의 이야기야. 사랑의 이야기이고 증오의 이야기이며 바람의 그림자에 살고 있는 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핑거스미스/세라 워터스
 
뭔가 예쁘고, 아름답고, 경외감들고, 압도당하는 그런 책들만 읊어대다가
갑자기 아주 퇴폐적이고, 사특한 소설 들이미는 이 기분. 씨익-

아주 못된 소설이다.
세라 워터스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자. 얼마나 관심이 가는가?
시대는 19세기 빅토리안.이다. 찰스 디킨스의 시대. 작품의 첫 장면은 올리버 트위스트 연극이고,
박력있는 등장인물들은 찰스 디킨스의 등장인물에 빚을 졌다.
배경은 런던의 뒷골목 도둑 소굴, 정신병원, 외설 소설서점, 음산한 시골 대저택


- The e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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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1-2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_+; 이중에 읽은 책은 고작.. 털푸덕. ㅠㅠ;;;; 맞아요. 음력으로는 아직 연말이죠. 저도 한 번 결산을..;;;

로쟈 2007-01-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강추 덕분에 버거를 아무래도 주문해놔야겠습니다. 햄 대신에 존이 들어간 걸로...

돌바람 2007-01-2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못된 소설이 땡기는 걸요. 하하하, 로쟈님이 저런 농을! 킥킥^^

가넷 2007-01-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바람의 그림자 외에는 읽어본 책들이 없네요.

미미달 2007-01-2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노 가즈아키 '유령인명 구조대'는 확실히 '13계단'만큼은 못했어요.

oldhand 2007-01-2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 얼른 읽어야 겠습니다.

perky 2007-01-2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 두께에 주눅들어 살까말까 매번 고민만 하고 있는데, 질러야겠죠?
브로크백 마운틴도 관심가구요.

보르헤스 2007-01-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취향에 대해서 잘 알게 해주는 페이퍼네요. 저랑 많은 부분이 겹치네요. 미야베 미유키만 빼구요. 모방범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지만서두.

Mephistopheles 2007-01-2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 버거는 계속해서 주문때 빠지곤 했는데..이번엔 꼭 넣어봐야 겠군요.^^

하이드 2007-01-2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흐흐 그러셨어요. 메피님, 존 버거 리스트 만들었던 때가, 아마 제가 열화당의 저 책을 읽었을즈음인것 같네요. 어여시작해보세요
보르헤스님/ 님은 고전들을 많이 읽으실 것 같은데, 아니면 토니 모리슨류의 소설들
차우차우님/ 브로크백 마운틴이 실려 있는 와이오밍 스토리. 2탄도 나왔지요. 사 놓고 아직 못 읽고 있긴하지만요. ^^ 모방범. 정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올드핸드님,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꺼에요. 아, 생각만해도 또 좋다. 바람의 그림자
미미달님, 그렇지요? 그 소설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13계단만은 못했어요.
그늘사초님, 작년에 읽은 책들에서 골랐는데, 다시보니, 좀 두서가 없네요. ^^ 바람의 그림자. 가장 좋았던! 책! 을 꼽는다고 해도 고민했을 책이에요.
돌바람님, 이 작가 책, 좀 더 나와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빅토리아 시리즈 3개중 두개는 BBC 드라마로도 봤어요. 정말 못된 소설에, 제대로 악당들이 나오죠. 그나저나 오래간만입니다.
로쟈님, 버거킹엔 안 팔아요. ^^;;;;;;;; 썰렁;;; 하네요. 무튼, 존 버거. 그의 솔 메이트 장모르의 '세상끝의 풍경'도 추천입니다. 저 책 냈던 출판사에 메일도 보냈던 그 기록이 덜렁 하나 있는 제 리뷰 아래에 달려 있네요.
달밤님/ 하세요,하세요, 영화는 하셨죠?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기묘한 제목의 중편연작소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중 표제작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이어지는 소설이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이다.

문득 유리가 물었다.
"그 책, 제목이 뭔가요?"
교장은 그리운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고 해. 빨간 표지에 판형은 조금 작고 작가 이름은 쓰여 있지 않아."

가죽트렁크를 들고 기차를 타는 소녀의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는 시작된다. 
그녀는, 리세는,  넓은 습원을 지나 파란 언덕위에 있는 오래된 수도원 분위기를 풍기는 그 곳에 2월의 마지막날 전학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3월이 아닐때 들어오는 자가 학교를 망하게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2월 전학생으로 인한 불상사가 많았던 학교에서 그녀는 처음부터 전교생의 수근거림 속에 기묘한 학교에서 기묘한 교장과 기묘한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맨 첫장에 나오듯이 리세가 가죽트렁크를 들고 기차를 타서 그 가죽트렁크를 잃어버리게 되고, 다시 찾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리세와 룸메이트가 되는 활발하고 강한 연극부 소녀 유리,
전편에도 나왔던 레이지와 레이코.
여자였다 남자였다 완벽한 '인간상'을 재현하는 카리스마로 사람도 죽일듯한 교장
그리고,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멋있는 요한. ( 온다리쿠 사이트의 주인공 베스트 3중 1위기도 하단다. )
이 들의 기묘한 이야기.

뭔가 알 수 없는 환상.이 섞인 이야기, 특히나 미스테리 소설.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만, 이 책은 결과적으로 꽤나 명쾌했고, 중편 '삼월은 붉은 구렁을' 과 그 다음 시리즈( 몇권이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를 연결하는 훌륭한 과도기작품.이란 생각이다.

끝의 몇장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관계로, 이 소설이 지니고 온 그 기묘한 분위기가 반감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리세의 다음 이야기일 ' 황혼의 백합의 뼈'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꽤나 괜찮은 소설이다.

결말의 통속성이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이 시리즈가 앞으로 나가기 위한 장치라면 기꺼이 감수하고, 아주 오래간만에 온다 리쿠 책에 별 다섯개.를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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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7-01-1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감히 별 다섯 때리는 이런 리뷰를 보는게 서재질의 보람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좋은 글들이 중복이든 아니든 별로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관심도 별루 없구... 무책임하다면 돌 맞아야죠..^^;;)

moonnight 2007-01-1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별 다섯개라니. +_+; 온다 리쿠는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급;관심 갑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7-01-1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 리쿠는 아무리 읽으려고 해도.....아무래도 편향적인 제 취향 탓인가 봅니다. ^^ 잘 봤습니다~

하이드 2007-01-1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랑데부님- 저 역시 삼월은- 까지만해도 뭔가 안 맞는다 싶었는데, 이 책은 맘에 드네요. 삼월은.을 읽고 읽어야 제맛이에요.
달밤님, '빛의 제국' 도 재밌어요. ^^
마냐님, 감사합니다. 흐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저도 별다섯개 오래간만이에요.

DJ뽀스 2007-01-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리쿠 팬으로서 이런 리뷰 흐뭇합니다.(아직 못읽어봐서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