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녀에 대한 왕편애 모드와 콩깍지는 거둔지 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베 미유키' 니깐, 그녀니깐, 좋아하게 된 단계는
왕편애 모드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딸기가 한 접시 있다. 제일 맛 없게 보이는 것부터 하나하나 먹기 시작해, 제일 맛있는 걸 아껴서 마지막
에 먹는 기쁨을 누리는 아이가 있고, 가장 맛있는 것 부터 먹기 시작해, 항상 맛있는 딸기만 먹는 아이도
있다. 나는 후자의 아이의 마음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맛 있는 소설 부터 소개해보고자 한다.

다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애' 모드의 찜.이라는건 말 안해도 알겠지? ( 왜 반말이냐.)

 

 

 

 

위의 세 작품이 그녀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데 이견이 있기는 힘들 것이다.
뭐, 위의 세 작품이 그녀의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고,
다만, 나는 최고의 작품들이 최고로 재미있었다. 어떤 다른 허접한 작품들도
어떤 그저 그런 평작들도, 난 그것이 위의 세 작품을 쓴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덮어 놓고 샀고, 읽었다.

잡설이 길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이코ICO' 였지만, 그 작품은 지금와서 생각해도
삼단계로 나눈 미야베 여사의 작품들 중 최하단에 있는 재미없는 이야기였기에 미야베 미유키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된 계기가 된 첫 작품 '이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은 내가 처음 접하게 된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이었다. 이 소설 이후 한동안 소위 '사회파 ' 추리소설들을 찾아 헤매였지만, 그 장단점을 알게 되고, 다시 돌아와 '역시 미야베 미유키' 하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울 수 밖에 없었다.

특이한 점이 많은 소설이다. 670여페이지의 긴 소설을 한 자리에서 읽어내릴만큼의 참을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이 소설에서도 그런 스릴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가족 네명이 죽고, 그 사건을 조사하는 '무인칭'의 화자가 사건의 진행을 르포 형식으로 되짚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사건은 생명이 있는냥 뻗어나가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이리저리 이어지고, 결국 '범인' 에게까지 이어져 그 모든 관계들은 방사선으로 완결된다.

다시, 스릴은 없지만, 무인칭의 화자를 쫓아 가는 사건진행의 추이는 엄청 실감나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실에서 반전은 드물지만, '새로이 발견되는 사실'들은 '반전' 못지 않게 놀랍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약점은 그것이 다루고 있는 주제의 시효성이다. 더 이야기하면 길어지겠지만, 그런점에서 사형을 다루고 있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은 천년만년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게다. 미야베 미유키의 주제들은 그렇게 모호하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제법 구체적이지만, 그 시효는 길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녀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주제는 항상 '인간' 이기 때문이다.

'이유'에서 저자가 공들이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매' 이다. 그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는 법의 탈을 쓴 범법자들, 선의의 피해자, 가해자, 결국 평범한 사람들을 '죽음'까지 몰고 가게 되는 '부동산 경매' 에 대해 정면으로 파고든다. 저자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부동산 경매' 를 조사하는데 보냈으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와 같이 시간과 땀을 쏟은 조사를 바탕으로 그녀가 그리는 '인간' 의 이야기는 참으로 섬찟한 것이다. 완벽한 플롯은 차라리 덤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족' 의 문제. 이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가족' 내의 갈등들이 모이고 모여 멀쩡해 보이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녀의 통찰력/관찰력에 읽고 나서 더욱 더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이유' 를 읽을 때까지만하더라도 이토록 그녀를 편애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유명한 '화차' 시아출판사에서 나온 '인생을 훔친 여자' 를 사기 위해서, 출판사에 직접 전화하고
재고 남은 한 권을 홍대 앞 출판사까지 가서 사 왔고, 한권씩 나오는 '모방범'을 한시라도 빨리 보기 위해
출판사에 전화해서 날짜 확인하고, 아침 저녁으로 서점에 전화해서, 아마도 깔리자마자 사서 하루만에 냉큼 읽어냈었다.

'이유' 다음으로 읽은 책은 '인생을 훔친 여자(화차)' 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시점에서는 이미 나온지 꽤 된 책이고, 미야베 미유키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얘기하였듯이 사회파 추리소설,이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추리소설'들의 약점은 그 사회문제의 시효성.이다. 그런고로 읽기 전에 약간의 걱정이 앞섰던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 작품이라는 '백야행'을 읽고 그 약점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였다. 그냥, 차라리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이나 할껄.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자본사회에 과대포장된 '신용' 문제이다.
우리나라를 쓰나미처럼 덮치고 간 그리고, 여전히 그 잔해를 끔찍하게 남기고 있는 신용카드 문제는 이미 일본에서는 십오륙년전에 일어났었고, 여전히 심각하다.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카드로 인해 파멸직전까지 갔던 쇼코를 통해 신용카드의 거품과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은 본인 하기 나름이다. 라고 쉽게 이야기할 독자에게 여러가지 관점을 보여주며, 그렇지만은 않다. 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라진 그녀를 찾으면서 혼마가 찾게 되는 어둡고도 슬픈 한 여자의 진실을 드러내는 미야베 미유키의 필치는 섬세하기 그지 없다.
미야베 미유키는 워낙에 여러 장르의 소설을 소화하는 작가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섬세함과 접근이 나는 가장 맘에 든다.

 

 

 

 

 

이번에 처음으로 접하게 된 스기무라 시리즈 , 앗, 왠지 미소라 히바리를 틀고 계속 써야할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이름없는 독' 이 나왔다. 더 재미있다고 하니,일단 당장 주문이다.
이 시리즈는 내가 처음 접해보는 미야베 미유키의 스타일이다. 아, 그녀의 한계를 알고 싶다! 이런 분위기. 사건의 해결이 주 스토리이지만, 나는 이렇게 모든 분위기가 착착 맞아 떨어지는 소설에는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이 안정되어 있어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스기무라 사부로, 재계의 내노라하는 회장님의 첩의 딸의 남편으로 회장님 회사에 직속홍보부( 기업 홍보부 아니고 직속홍보부다. 빌딩이 아니라 뷜딩에서 일하는) 회장님 딸인 나오코는 심장비대증으로 몸이 약하지만, 씩씩하다. 나오코와 스기무라 사이에는 모모코라는 저행성에서 온 것 같은 귀여운 딸. 그리고 소설내내 흐르는 미소라 히바리의 구루마야사아앙-

 

 

 

 

 '스텝파더 스텝'을 다른 두 책과 함께 놓기는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지만, 위의 두 부류의 책들에 비해서는 좀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니깐 딱 내 취향은 아니다.'스텝파더 스텝'은 제목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의 소설이다. 프로 도둑과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연작처럼 이어지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단촐하지만, 아주우- 귀엽다. 도둑아자씨마저도. 지금까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 중 가장 웃긴 책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만담 커플같지만, 사실은 속이 무지하게 깊고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스러운 형제는 마음 따뜻한 프로도둑만큼이나 있을법 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즐겁다.

'용은 잠들다' 는 초능력 소년 이야기. '마술은 속삭인다' 는 최면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드림 버스터'는 SF, '이코'는 게임속 가상현실 이야기이니,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내가 아는한 가장 버라이어티한 소재를 다루는 작가이다. (아닌가?누구 또 있나? ^^:)
용은 잠들다.는 태풍 부는 첫 도입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기억에 별로 안 남고)
마술은 속삭인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아주 초기작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려고해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플러스 결론도 좀...

 

 

 

 

'이코'.는 '대답은 필요없어'와 함께 놓기에 좀 억울하긴 하지만,
둘 다 참 재미없게 읽었던 책들이다. '이코'는 내가 처음 접했던, 정말 재미없다. 재미없다. 하며 읽은 두꺼운 책이었고, '대답은 필요없어'는 최근에 읽은 대실망한 책이었다. '이코'는 소니의 psp의 유명한 게임을 소설화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아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재밌게 읽힌다고 한다. 내 동생은 내가 좋아하는 화차,이유는 지루하게 읽고, 이코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대답은 필요없어' 역시 초기작인데, 미야베 미유키의 여러 스타일을 접하기 위해, 여기 언급된 모든 소설들을 한 번 쯤 읽어보고, 시간 남더라도,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딱히 가장 재미없어서, 아래로 내려온 건 아니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자,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할지 당황스러운 책이다. 드림 버스터 '브레이브 스토리'를 읽지 않았지만( 당분간 읽을 생각도 없지만)  아마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을까?

뭐랄까, 읽는내내 닷핵이라던가 뭐 그런 풍의 느낌과 미야베 미유키의 작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의 결합.으로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소설이다. 이 책이야말로 외면받으려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스타일로 호불호가 분명한 미야베 미유키 팬들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지만, 나처럼 고루고루 좋아하는 팬에게는( 아무리 투덜거려도,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별로인 소설이 왠만한 히가시노 게이고 보다 낫다구-) 재미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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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7-03-0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없는 독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미리 읽어본 결과는 그렇습니다. ^^

하이드 2007-03-0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간인가봐요 ^^ '누군가'는 지금 읽고 있고, '드림 버스터' 까지 읽고 이 페이퍼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언제가 될는지 ^^;

상복의랑데뷰 2007-03-0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스피어에서 나올 <누군가>의 속편입니다. ^^

하이드 2007-03-0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방금 '누군가' 다 읽고 책날개에서 봤어요. 12일 출간이군요( 절때- 못 믿지마!)
'누군가' 재밌네요. 속편도 기대됩니다!
 
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다섯번째 읽는 온다 리쿠의 작품
이 책은 뭐랄까, 소품같은 느낌이다.책의 내용도, 양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저히 얇고 적다.( 더 얇아 보이는 ;굽이치는 강가' 와 '여섯번째 사요코'가 내가 아직 안 읽은 온다 리쿠의 책들이다)

 크리스마스에서 정초까지의 연말, 아주 오래된 건물의 명문사립고 기숙사에 남은 네명의 각기 다른 개성의 미소년 ( 내가 온다 리쿠의 정체를 이미 알아버렸단 말이지. 순정만화, 아니 순정소설 작가. 0_0) 무튼, 그런 시간 속에, 그런 장소 속에, 그런 인물들이 나와서, 각자의 으시시한 비밀들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카드게임에 져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남에게 들켜버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각자의 비밀들. 그리고 그 비밀들이 생긱게 된 원인들을 파고 드는 것은 '흑과 다의 환상'의 수수께끼 풀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 이야기가 심각하건 어쩌건, 작가의 말대로 '훈훈한 결말'로 끝나는 ( 왜 아니겠는가, 순정소설 작가인데)
이야기. 각기 개성을 지닌 소년들의 테니스게임이라던가, 강둑을 달린다던가 하는 장면은 상큼했다. (그니깐, 순정만화에 입 헤벌리는 식의 상큼이다)

이때까지 온다 리쿠의 책이 '착하다' 는 이유로 싫었던 적은 없는데, 이야기도 없고, 착하기 까지 하니, 아무리 간지와 요시코노와 미쓰히로, 오사무가 귀엽더라도, 별은 두개 이상 못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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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책계획과 2월의 책계획 현재 스코어



왼쪽이 2월 오늘까지 읽은 책.
가운데는 남은 2월 읽을 책
오른쪽은 3월에 읽기 위해 즐겁게 골라낸 책들. 말할 것도 없이 오늘 다 읽은 이광주의 '나의 젊은 시절 마에스트로 편력' 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주- 재밌어서 '최고! ' 손가락 올리고 있는 책이 다섯권이나 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 ( 동생이 부대에 가져가서 비슷한 두께의 책을 뒤집어서 끼워 놓음)
이광주의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폴 오스터 '환상의 책'
닉 혼비 'otherwise pandemonium'

그리고, 우웩이어서 손가락 마구 내리고 있는 책들은
'캘리포니아', 소피 칼의 '뉴욕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대답은 필요없어'


'노름꾼'을 이 주말과 월요일 휴가까지 읽고, 에릭 슐로서의 Cogs in the Great Machine 을 읽는 것 까지는 좋은데,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반 정도 남았다) 을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싶다. ( 너무 재미가 없는게지;;)



중세와 연관되는 책들을 여러권 꺼내 보았다. '서양 문명의 역사 Ⅱ', 라루스 서양미술사 시리즈 중 '중세미술' ,  쟈크 르 고프의 '서양 중세 문명' ( 아리까리한데, 아마 예전에 몇장 읽었다가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집어 던졌던 책이 아닌가 싶은데, )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I ' ( 꼭 고등학교때 수학 정석과 같아서, 앞부분만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꼭 다 읽으리라)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 그리스인 조르바' 재독, 그 김에 '카잔차키스 영혼의 일기' 를 읽고, '돈키호테'를 읽는다.

러시아 작가로는 민음사 세계문학선중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을 읽고 ( 사실, 스탕달의 '적과 흑' 두권 짜리를 골랐다가, 얍삽하게 얇다란 책으로 바꿨다. )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역시 슈테판 츠바이크 '에라스무스 평전' 을 읽기로 한다.

온다 리쿠의 '네버랜드'는 동생 부대 보내주기 전에 읽는 책.

3월에 읽을 펭귄  70주년 시리즈는

Summer in Algiers (Pocket Penguins 70's) 

까뮈의 summer in algiers'

Innocent House (Pocket Penguins 70's)

피디 제임스의 'innocent house'
2월에 읽기로 했던 펭귄70주년 시리즈 1권 D.H. 로렌스의 'Lady Chatterley's trial' 은
최소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고 읽어봐야 싶다.

 

 

 

 

 

중세관련 책들은 한참 사 놓고, 바로 그 때, 막 흥미를 느낄 때 읽지 않으면, 당췌 안 읽게 되는데,
마침 지금이 그 때이니, 몰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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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2-25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다시 안나오나 싶네요...-.-; 다시 나왔으면 좋겠는데..;

마늘빵 2007-02-2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들이 재밌습니다. ^^ 어떻게 한거에요.
사진 색감도 다 달라요. 사진실력이 점점 느십니다.

하이드 2007-02-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사진을 너무 후다닥 찍어서, 그거 가리느라, 포샵질 심하게 해서 그래요 ^^; 손가락 넣는게 제가 쓰는 프로그램에 있더라구요.
그늘사초님, 으,, 정말요, 보고 싶은데,

사마천 2007-02-2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좋아하고 어지간히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고딕성당 말고 겹치는게 눈에 안띕니다

하루(春) 2007-02-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 책들은 정말 얇네요. 70권 다 꽂아놔도 자리 많이 안 차지해서 좋겠어요.

urblue 2007-02-2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마지막 책으로 골랐던 게 '새로운 인생'인데 절반 쯤에서 그만뒀어요. 저만 재미없는 게 아니군요. ㅎㅎ

antitheme 2007-02-2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인 조르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아직 못읽고 있네요... 나름 열심히 책을 읽는다곤 하는데 막상 때를 놓치면 좋은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잘 안생기네요.

그린브라운 2007-02-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P.D. 제임스???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던 것인가요?? ^^;; 어떤 내용인지요?? 달그리쉬 나오는 건가요?? 이런 순간...흥분해버렸군요 ㅠ.ㅠ

하이드 2007-02-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방금 어떤 책인가 보다 보니, p.d.제임스가 여자군요!! 달그리쉬 나오는 거 맞고( 저 여태 p.d.제임스 책 한 번도 안 읽었어요) 'original sin' 중에서 나온... 에피소드라는건지,, 축약이라는건지,, 아무튼, 그렇다네요.
antithemem님, 사진으로 보니 엄청 두껍네요. 원서로 읽으면 얇은데, 무튼, 이윤기의 번역으로 읽는 열린책들의 '그리스인 조르바' 언젠가는 꼭! 읽어보시면!
urblue님, 누가 봐도 재미없는 책이지요. 흐 - 저도 작년 연말이던가, 올해 연초던가 무튼 아마도 제목에 혹해서 봤지 싶어요.
하루님, 으- 얇아도 70권은 나름 자지 차지한답니다. 근데, 요게 무지개빛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어서 진짜 이뻐요.
사마천님/ 고딕성당. 이 겹치는게 더 놀라운데요, ^^

marine 2007-06-2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사진들이예요 하이드님이 일단 사진을 잘 찍는 것 같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책들을 몽땅 소유하고 계신 하이드님의 서재가 부러워요 너무 예쁘고 따뜻한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이광주 지음 / 한길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앗, 그러고 보니, 표지의 글씨 써주신 박원규님 얘기 어제 술자리에서 한참했는데,
내 가방 속에 그 분 글씨가 들어 있는 줄은 몰랐네.

드디어 이광주의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을 다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필자들, 유재원이라던가, 유재현이라던가 이주헌이라던가 ( 왠지 이름이 다 비슷;)
에 이광주를 추가.

유재원의 글처럼 시적이거나, 유재현의 글처럼 유머가득하고 따뜻하다거나 이주헌처럼 바르고 착한 느낌이 팍팍 나지는 않지만, 호모 루덴스로서의 말그대로 지적 편력 놀이에 꼭 맞다.

그 놀이에 동참하는 것은 간만에 즐거운 고전놀이였다.

저자의 첫 마에스트로는 괴테이다. 첫 챕터인 '유럽, 나의 지적 편력'과 '지중해 찬가'에서 그가 이 책에서 돌아보고자 하는 그의 마에스트로들에 대해 잘 버무려 놓았다. 좋은 시작이다.  만만치 않은 이름들이 나오지만, 마음 편히 먹고, 아벨라르, 유럽 최초의 지식인에서부터 그의 편력을 쫓아가면 된다. 지위와 부를 버리고 '변증법'의 무기를 지니고 담론의 싸움을 선택한 아벨라르의 이야기. 뒤에 나오는 엘로이즈와의 사랑 이야기는 꼭 더 찾아서 읽고 싶다. 항상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

두번째 마에스트로, 에라스무스.
에라스무스 챕터는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다. Nulli concedo 나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습니다.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으로 학교다닐때 교과서에서 본 것, 그리고 홀바인이 그린 초상화를 내셔널뮤지엄에서 본 것 말고 그에 대한 나의 지식은 전무했다. 가장 격렬한 종교혁명의 한 중심에 서서 아무곳에도 속하지 않고, ' 나는 비극 배우보다는 오히려 관객이 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던 에라스무스. 이광주는 한 세대의 위인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 저서 또한 풍부하게 인용해 두고 있으며, 에피소드들도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를 다음에 읽을 책으로 사 두고, 페터 회의 '여자와 원숭이'( 에라스무스 사랑을 말하다) 의 원숭이 이름이 에라스무스인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시 고민해본다.

세번째 마에스트로, 몽테뉴. 
시민 계급 출신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아주 어릴적부터( 두 살때부터 독일에서 초빙된 라틴어 학자를 가정교사로 두고) 학구적인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릴 적부터 받은 고전 세례에 더해 그의 뛰어난 인간에 대한 관찰력과 천재성은 일찌감치 그를 범인의 경지에서 위인의 반열로 올려 놓았다. 그는 '독서를 즐기고 글쓰기에 나날을 보낸 서재인이기에 앞서, 담론과 사교를 즐긴 모럴리스트이며 에스프리의 인간, 그리고 오네톰(honnête homme ) 이기도 하였다' 몽테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수상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서재인으로서의 몽테뉴 말년에 대한 이야기 등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키워 놓아 기어코 '수상록'을 장바구니에 넣고 만다.


 

 다음 챕터는 괴테. 저자는 괴테에 대해 가장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고, 그 지식의 깊이도 깊은듯하다. 그렇기에 가장 짧은 챕터? 혹은 그나마 내가 아는 괴테이기에 이 챕터는 그닥 신기하지는 않았다.

다음 주자는 부르크하르트, 낯선 이름이었고, 왠지 집중도 안 되었는데, 내 탓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 다음은 츠바이크. 이 책 전에 막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를 끝낸지라, 그리고 츠바이크의 책들은 많이 읽었지만, 그에 대한 글은 막상 읽은 적이 없기에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말년의 우울, 그리고 자살로 마감한 천재의 인생은 새삼 충격적이었다.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의무를 짊어지지 않는, 그럼으로써 모든 나라에 대해 차별 없이 속하게 되는 그런 무국적의 상태라면 그것은 얼마나 좋을 것인가' 라고 말하는 츠바이크. 그가 쓴 사람들에 대해 열광하면서, 난 왜 지금까지 그를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인지.

역시 예전에 사 놓은 책이다. 츠바이크의 책은 이 책과 '발자크 평전' (안인희 번역본도 사고 싶다), '에라스무스 평전' 이 남았다.

스펜더, 교양 있는 좌파. 역시 이 책에서 처음 접했고, 발레리에 대해 읽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 책의 두 번째 수확. 클림트를 읽는 것이었다. 클림트야 너무나 잘 알려진 화가이고, 예전부터 좋아했었지만, 그가 산 시대 세기말 비엔나를 읽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울 듯하다.

다음은 윌리엄 모리스의 이야기
19세기의 진정한 르네상스맨.
그의 사인을 묻자 주치의는 "윌리엄 모리스였던 덫이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1인분의 인생에 몇 사람치의 일을 한 까닭이었다는 것이다.
건축, 인테리어, 미술, 시詩, 출판,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은 연구대상이다.

마지막으로 호이징가와 베토벤 이야기.

인문학 이야기만 나오다가 마지막 마무리가 베토벤이다.
호이징가의 '중세의 가을'은 워낙에 오래 보관함에 들어 있던 책이긴 하다만,
다시 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렸다.

이 책, 이광주의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은 보기 드물게 예쁘게 나온 책이다.
책의 내용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내용이거니와 도판도 최상의 질로, 참으로 세련되게 삽입되어 있어서( 요즘 나오는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미덕이다) 옆에 있어도 보고싶은, 아니, 가지고 있어도 소유욕이 드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다 훌륭하고, 체인리딩, 이 책을 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책을 읽게 되리라는 점에 있어서 더욱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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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레오 > 희랍인 조르바

카잔스키, <희랍인 조르바>, 청목 2001

p.106

또 한 번 나는 행복이라는 게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같은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인 것이다.

p.314

내 존재의 심연에서 지난밤에 느낀 희열이 솟아올라 필경은 흙으로 빚어졌을 내 육체란 땅에 물을 대어 주는 것 같았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노라니 내 몸 세포 하나하나가 눈을 틔우고 있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난생 처음으로 영혼이 곧 육체임을 알았다.

p.395

그를 바라보며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는 우리들. 우리의 눈은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 몸매와 몸짓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하지만, 몇 년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른 색깔이었던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질없는 것임을 어떡하랴.

p.392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비상금을 남겨 둡니다. 그러니 끈을 자를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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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2-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를 다시 읽어야겠다.
잘 사는 것은 이와 같이 '행복'을 많이 쌓는 것이 아닐까.
가진 걸 다 걸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