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골의 꿈 - 전2권 세트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신주와 스님과 목사가 나란히 등장한 단계에서 이미 항복이다.

──────웃기지 마!
기바까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기바는 후루하타를 데리고 현기증 언덕을 올라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교고쿠도의 팬이라면, 삼류 소설가 세키구치와 초능력 탐정 에노즈키와 열혈 형사 기바 슈, 그리고 교고쿠도가 나와주기만 한다면야... 게다가 교고쿠도스럽게 '광골'이라는 뼈요괴가 중심이지 않은가.

아케미는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괴담소설가 우다가와 다카시와 결혼해 산지 8년여만에 자신에 관한 신문스크랩을 발견하고, 자신이 남편을 죽이고, 목을 베었다고 생각한다. 떠오르는 과거에 대한 기억에는 다른 여자의 기억이 섞여 있고, 그녀는 환영같은 현실, 현실같은 환영을 보게 되어, 죽은 남편이 자신을 거듭 찾아오고, 자신은 그때마다 그를 목졸라 죽이고 목을 벤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해골에 관한 끔찍한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괴담소설가 우다가와는 출판사를 통해, 세키구치에게 아케미에 대해 말하고, 8년전의 사건을 의뢰할 탐정을 소개해주기를 부탁하는데, 물론 그 탐정은 우리의 에노즈키이고, 불쌍한 세키구치는 온몸과 마음으로 '안 돼~~~~~' 하면서 또 한번의 음울한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교고쿠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어야하지만,
막판에야 등장해서 모든 사건을 해결해버리는 교고쿠도도 맘에 안 들었고,
워낙에 기괴한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이야기가 정말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엉뚱한 산으로 올라가버리는 뜬금없음에 경악했고,
달라보이는 모든 이야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은 <망량의상자>에서도 보았지만
여기서는 전작을 '의식해' 너무나 억지스럽게 시공을 초월하여 한 곳에 모였다.

내가 어떤 혹평을 보았더라도, 분명 나는 이 책을 사기야 했겠지만,
10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읽고 나서 남는 이 찜찜함은 못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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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원도로시 2007-08-0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지러웠담니다..다음에는 더심하다는데...;;; 걱정이 좀 되요..

하이드 2007-08-0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기도 연대요? -_-;; 그래도 그건 한권이니깐;;
<광골의 꿈>의 결말, 너무 멀리가지 않았나요?? xx이니 뭐니, 정말 시공을 초월한 우연들이 한점에서 만나다니, 개연성이 없어요, 개연성이.

오차원도로시 2007-08-0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백기도 연대 말구..광골 다음권이요...ㅋㅋㅋ 일본에 계신분들중에 읽은 분들이 계신가본데..장광설에 포기;;;했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전 광골도 꽤 힘들었는데.. 걱정이죠..ㅋ

Apple 2007-08-0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개연성에 문제가 좀 있었죠? 망량의 상자까지는 아주 좋아했었는데, 이 책에서 많이 실망했다는...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교고쿠도가 초인도 아니고, 막바지에나타나서 다 해결한다는 점이 좀...-_-;지금까지는 그래도 간접적으로나 사건의 정보를모으기는 했었는데....

2008-02-0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큰일이네요. 살까말까 더 고민되어 버리네요 ㅠㅠ
 

주인공은 언제 나와?

교고쿠 나츠히코의 <광골의 꿈>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요괴 우부메(우부메의 여름),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 망량(망량의 상자)에 이어, 우물속에서 나오나는 뼈요괴 광골(광골의 꿈)이다.

대체로, <망량의 상자>의 팬이 가장 많은 것 같다.
교고쿠도 팬들이야, 교고쿠도가 나와만 준다면야, 두손두발 들고 무조건 좋아라 하겠지만 말이다. <광골의 꿈>이 <망량의 상자>에 비해서 약한 느낌이라면...

그것은... 그것은..... 상권을 다 읽을 때까지 교고쿠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털썩. 교고쿠도 친구들도 260페이지 정도에나 슬 나오기 시작하니( 본격적 아니고, 슬 - 잠깐 나오기 시작) 이야기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시리즈도 벌써 세번째를 읽기 시작하니, <우부메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는 간격이 좀 있어서, 잘 몰랐는데, 꽤나 연결되는 시리즈지 않는가. 전편의 내용이 항상 언급되니 말이다.(그렇다고 스포일러 같은 것은 아니지만)

교고쿠도, 기바슈, 에노키즈, 세키구치 중에서 내가 가장 편애하는 캐릭터는 한개성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보호와 갈굼을 동시에 받는 세키구치이긴 하지만, 교고쿠도가, 교고쿠도의 장광설이 나오지 않는 교고쿠도 시리즈는 왠지 앙꼬빠진 붕어빵(... 아, 왠지 생각만해도 갑자기 더워지네)같은거다.


설마... 하권에서는 교고쿠도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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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0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교고쿠도 언제 나오나 하고 앞부분에서 지루해했던 기억이.

파비아나 2007-08-06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설마 나오겠지요?
장광설이 나오지 않는 고고쿠도라니...식어버린 맥주같네요.(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_-)

오차원도로시 2007-08-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 하던 기억이...하지만 장광설의 교고쿠도가 빠질순 없잖아요..ㅋㅋㅋ
나중에는 장광설의 파도에서 마구 헤엄을;;;
 
X의 비극 동서 미스터리 북스 38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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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드릭 대니와 맨프리드 리, 두 사촌형제가 창조해낸 명탐정이자 그들의 필명인 엘러리 퀸. 국가 시리즈를 한참 쓰는 와중에 추리소설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버너비 로스. 9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버너비 로스가 엘러리 퀸이라는 것을 밝혔으니, 그 동안의 2인2역은 그들에게 과연 미스테리 작가라는 클리쉐뿐만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두고두고 즐겨 말하는 에피소드를 선사하였다.

명탐정 엘러리 퀸에 비견하려면, 이란 명제를 가지고 만들어냈을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무대에서 은퇴하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국민 배우이다. 비극배우인 아버지와 희극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드루리 레인은 탄생은 무대뒤, 막과 막 사이. 어머니는 연기에 대한 무리로 숨졌고, 무대를 전전하며, 가장 먼저 한 말이 '대사'였다는 전설적인 셰익스피어 배우이다. 귀에 병이 생겨, 귀머거리가 되고, 독순술( 입모양을 보고 뜻을 해독하는)을 배워 귀머거리 셰익스피어 탐정이라는 우아하고 고상한 탐정의 모델을 만들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중에 그는 리어왕도 되었다가, 멕베스도 되었다가, 혹은 리처드 3세도 되었다가 하면서, 경감과 검사에게도, 독자에게도 분명한 사실들만을 지적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국민배우로 추앙받는 그에게 가끔가끔 드러나는 염세적인 면모들은 그에게 더욱 빠져들게 할 뿐이다.

드루리 레인 예찬은 여기까지,
X의 비극에서 범인은 X이다. 드루리 레인이 그의 햄릿장을 찾은 샘경감과 브루노 검사에게 '미지의 범인을 X라고 하면..'에서 나온 X인데, 그것이 참으로 미묘하다. Y의 비극과 Z의 비극이 열렬히 궁금해진다.

롱스트리트 & 데이비드 회사의 롱스트리트의 약혼 피로연날, 피로연에 참가한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모여 전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 만원전차 안에서, 롱스트리트는 독코르크알(정말 기발하고 있을법하다!)을 만지고, 죽어버린다.

전차 안의 모두가 용의자가 되고, 그 중에서,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던 롱스트리트에게 원한이 있을법한 그의 지인들이 의심을 받게 된다. 특히 롱스트리트의 동업자인 데이비드에게 의심이 집중된다.

두번째로 읽는 <X의 비극>인데, 읽으면서 계속 놀란다. 엘러리 퀸은 '독자에게의 도전장'으로 유명하다. 엘러리 퀸 이후에도 '페어함'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는 작가들은 많지만, 진심으로 이해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러나 <X의 비극>에서, 정말로 단서들은 널려 있다. 드루리 레인에게 너무나 분명한 사실들은, 사실 독자들에게도 너무나 분명하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으니, 계속 도전해볼지어다. 그런 이유로, 재독하면서, 널려있는 단서들을 다시 줍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재독임에도 불구하고, 트릭과 범인이 마지막까지 생각 안 났던, 나 같은 경우에는 삼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의 스케일과 이 정도의 트릭'들'을 책 한권에서 몽땅 보기는 쉽지 않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재미를 보장하는 이 소설은 '용두사미'와 거리가 멀다. 마지막까지 힘있게 독자를 휘어잡는 이런 정직하고, 공평하고, 파워 넘치는 추리소설을 보면 행복하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완벽한 코스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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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0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이 남을 추리소설의 명작이죠..^^(근데 그 트릭은 저도 잘 기억이 안 난다는..ㅜㅜ)
저도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추리소설의 고전들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아 좋아요~

Shaylor 2007-08-0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진짜 어이없었던게
Y의 비극 읽는데
책 표지에 꼬마애 그림이 번듯이 있었던거
 
혼징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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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 추리 작가 요코미조 세이지를 처음 접한 것은 <옥문도>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완벽한 소설을 접했으니, 이후에 읽게 되는 것들은 실망만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두번째로 읽은 두 개의 중편 <혼징 살인사건>과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나의 헛된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은 국민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일것이다. 그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소설이 바로 <혼징살인사건>이다. 어리버리해 보이고, 지저분한 외모에 말까지 더듬는 코스케이지만, 의외로, 등장했다하면, 일본의 명탐정으로 경찰쪽에서도, 일반인들에게도 호감과 우러름을 받는다.

탐정의 (겉보기)어수룩함이 현대추리소설 독자에게 이미 낯익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요코미조 세이지를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그 어수룩함과 묘하게 발란스를 맞추는 소설의 기괴함이다.  책 뒤에 소개된 세이지의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것들을 옮겨본다.

 '집념, 망상, 숙명적 증오, 너무도 강렬한 애정, 복수, 인과응보 같은 것이고, 그의 이미지의 소재가 되는 것은 쌍둥이, 정신 이상자,근친상간, 불구자, 간통, 화상, 이상 성격 등이다. 게다가 검은 고양이, 짐승의 시체, 갑옷 입은 무사, 바다 모를 저수지, 독풀, 점술, 자장가, 기도원, 오래된 편지, 뱀, 거미, 문신,멍, 악기, 계시, 저주, 절세 미녀, 미소년, 독부, 마술사, 지나침, 이성...과 같은 소재를 이용하여 세이지만의 독특한 세계를 엮어내는 것이다.'

그 기괴함과 <혼징 살인사건>의 밀실 살인은 얼핏 존 딕슨 카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와 그의 소설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을테니, 이만 줄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혼징살인사건>에서 '혼징'은 에도 시대 귀족이나 고관들이 묵는공인된 여관을 말하고, 이 소설의 중심인 이찌야나기 집안이 바로 그 혼징이다. 보수적이고, 가문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한 그들 가족 중 장남인 겐조가 신여성인 가스꼬를 맞이하는 첫날밤에 두 사람은 기괴한 거문고소리와 함께 무참히 죽은채 발견된다.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가스꼬의 삼촌인 구보 긴조는 이후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합리적이고 똑똑하며 긴다이치의 굳센 후원자로 나온다. 결혼 전날 마을을 찾은 세손가락의 사나이가 용의자로 떠오르고, 경찰이 갈팡질팡 하는 사이 '등장부터 이미 명탐정이었던' 긴다이치 코스케가 구보의 전보를 받고 마을에 도착한다.

이 책 바로 전에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을 읽은지라 공교롭지만, <혼징살인사건>역시 일본 전통가옥의 구조를 이용한 밀실살인사건이다. 화자인 미스테리 소설가나 미스테리 소설의 팬인 이찌야나기가의 셋째 사부로, 혹은 코스케의 입을 통해 등장하는 밀실 살인 트릭과 작품들은 (여기에 다른 소설의 스포일러는 없다)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앞서 말했던 기괴함을 돋보이게 하는 세이지만의 강력한 이미지들이 여기도 등장한다. 거문고소리, 토막살인, 결혼 첫날밤, 혼징, 세손가락 사나이, 고양이 무덤, 병약하고 모자란 셋째딸 등등.
트릭은 단순하지 않다. 아니, 그 트릭에 가기까지 몇번이나 작가가 파 놓은 함정을 넘어야 한다.

<나비 부인 살인 사건> 에서 역시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트릭이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배경부터가 오페라 가극단이고, 살해당하는 최고의 여자 소프라노가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에 넣어져 장미 꽃잎 덮인채 배달되는 것은 그 시대치고 꽤나 엽기적이고, 드라마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배우인 등장인물들이 콘트라베이스 안의 시체를 발견하고 각각 로미오의 시체를 보았을 때 줄리엣이라던가, 자살한 마담 버터플라이를 발견했을 때의 핑퀴어튼, 혹은 자르다의 시체를 삼베 부대에서 발견했을 때 미친듯이 놀라며 슬퍼하는 리골레토까지...연기 경쟁이라도 하듯 재연하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섬뜩하다( 내 경우에는 잠깐 섬뜩하고, 한참을 킬킬거리며 웃었긴 하다만)
<나비 부인 살인 사건>에서는 전 경감인 유리선생과 기자가 홈즈와 왓슨의 역할을 한다. 긴다이치에 비해 아우라가 약하기도 하고, 이 작품의 성격상 덜 드러나기도 하지만, 한개성하는 등장인물들과 꼬이고 꼬인(다행히, 내 머리가 따라가 줄 정도의) 사건의 트릭, 드라마틱하고 유머러스한(?) 사건들과 대사들은 긴다이치의 이름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이제 시공사에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부지런히 나와 주고 있으니 (현재까지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요코미조 세이지, 긴다이치 코스케의 입문을 위해 동서미스테리의 <혼징 살인사건>을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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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8-0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시공사에서 나온것 말고 동서미스터리에서 나온것도 있군요.
그런데 표지가 좀..흐미;;;

미즈행복 2007-08-0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주 재미있겠네요.
근데 혹시 긴다이치 코스케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나오지 않나요? -아닌가?-
소년탐정 김전일은 소싯적에 아주 재밌게 봤는데...
일본 추리소설의 주가가 높다기에 전에 '용의자 X의 헌신'을 봤는데, 괜찮긴 했지만
너무 좋다는 아니었거든요.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스텐리 엘린의 <제 8지옥>을 읽다가 드는 생각. <제8지옥>의 맬리 커크는 의뢰인의 약혼자 루스에게 반해(탐정소설에 나오는 여자는 대부분 초미녀이다. 루스 역시) 처음부터 의뢰인인 말단경관 랜딩의 유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건을 맡는다. 이야기는 이것보다는 조금 복잡하지만, 무튼, 맬리는 사심을 가지고, 아니, 사심을 위하여, 자신의 본분을 거의(?) 내팽개친다. 그 과정에서 어줍잖은 기사도도 ( 황폐해진 여자를 이용해서 자버리지 않는다던가) 나오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인정받고 싶어 안달하는 발정난 짐승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8지옥>의 수많은 맘에 안 드는 점 중에서도 손 꼽히게 맘에 안 드는 점이었다.주인공 캐릭터가 그모냥이면 그런 것이 당연하지만, 유독, 탐정의 로맨스에 가재미눈을 뜨고 보는 것도 사실이다.

왜인지는 글을 쓰면서 차차 생각해보겠지만( 당장은 답이 안 나올 수도 있겠지만), 탐정 소설, 아니, 추리 소설에 로맨스가 나오는 경우는 꽤 드물다. 우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를 떠올려보면, <기나긴 이별>에서 만나는 로링부인을 제외하고는(그나마 그녀를 떠나보낸다) 애인이라 할 존재가 없다. 그 외의 하드보일드 탐정들을 보면, 로렌스 블록의 루 아처나(창녀라는 특이한 직업의 그녀는 연인이라기보다는 파트너에 가깝다) 로스 맥도날드의 매튜 스커더나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족속들이다. 최근에 읽은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에서 그들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데니스 루헤인을 좋아할 마음이 서지 않았으므로 패스.  

본격으로 가서, 셜록 홈즈나 루팡, 마플부인이나 포와르의 로맨스는 수 많은 에피소드 중에 하나로 잠깐 스치고 지나갈 지언정, 지속성을 지니고 나타날 수 없다. 엘러리 퀸 에피소드 중에서 그가 빠져 있던 배우던가 하는 여자에 관한 단편이 있다. 네로나 펠박사의 로맨스는 읽어본 적도 없지만,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경찰/경감 소설에서는 모스 경감처럼 (항상 여자친구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외롭거나,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현모양처인 부인이 있지만, 작품 속에서는 존재감이 투명인간 만큼도 없거나 한 경우이다. 얼핏 떠오르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에 나오는 케레라 형사의 애인이자 나중에는 부인이 되는 여자가 있긴 하다. 그녀의 경우는 맹인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탐정들이 마쵸거나 임포거나 게이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들 주위에는 희생자를 포함하여 여자들이 넘쳐난다. 다만, 항상 거리를 유지하고, 그들이 '그녀들'을 위해 몸을 던질 때에는'로맨스' 보다는 어줍짢은 '명예'나 '의리' 인 경우이다.

나는 추리소설의 팬이자,로맨스 소설의 팬(까지는 아니라도 좋아하는데) 인데, 왜 그 두 장르의 조합은 이렇게 껄끄러운지 모르겠다.

방금 막 생각난 껄끄러웠던 추리 소설 하나가 있는데, 범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미녀에게 반한 얼빠진 주인공이 나오는 마츠모토 세이조의 <너를 노린다>이다.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로맨스에는 약해서, 이야기에 맞게 로맨스를 녹여내지 못하고, 쌩뚱맞게 집어넣어서 전체 스토리에 위화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거. 혹은 범죄와 탐정과 피해자에 집중하고 싶은 추리소설 팬의 집중력을 방해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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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너무 맛갈나게 쓰세요. 항상 즐겁게 보고 갑니다.

하이드 2007-08-0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7-08-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호색한으로 점철된 탐정이 등장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의뢰인과의 하룻밤은 식은 죽먹기 수준이고 증인..판사 검사까지 줄줄히....
어허...이게 과연 추리소설이 될까요...ㅋㅋ

보석 2007-08-03 11:15   좋아요 0 | URL
그건 추리소설을 가장한 에로소설;;;

하이드 2007-08-0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둥이 캐릭터는 있긴해요. 옆 리스트의 <비로도의 손톱>의 페리 메이슨. 델라라는 미녀 비서가 있긴 하지만서도... 차라리 호색한 탐정이 순정파 탐정보단 있을법해요.

파비아나 2007-08-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레밍턴 스틸밖에 생각안나요. 하이드님이 생각안 나는게 제가 생각날리 없지요.-_-

하이드 2007-08-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밍턴 스틸 생각했더랬어요. 근데, 레밍터 스틸의 묘미는 연애'할듯, 말듯' 이지 않나요? ^^ 쓰고 보니, 블루문특급이나 X파일도 비슷한듯

비로그인 2007-08-0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러리 퀸이 나중에 결혼을 한다지 않나요? 어디에 그 얘기가 나오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총경의 딸인 귀여운 탐정 지망생을 단편에서 만난적도 있었지요?
오히려 여자들이 주인공인 탐정물, 특히 코지물은 로맨스가 꼭 끼어들지요. 남자들은 외로워야 멋있고 (또한 시리즈도 계속될 수 있고) 여자들은 알콩달콩한 얘기가 나와줘야 재밌는걸까요?

하이드 2007-08-0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제가 코지미스테리를 잘 안 읽는지라 빼먹었네요. 정말요, 여자 탐정인 경우에는 (그리고, 코지미스테리인 경우) 로맨스가 꼭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