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사냥>이 드디어 나왔다.
 너무 오래간만에 나와주신! 이라고 말하고 보니 바로 지난달에 <나는 지갑이다>가 나왔었구나.

하지만, 미야베 월드는 지난 3월 이후 다섯달 만에 나왔다구!
스기무라 시리즈인 <누군가>와 <이름없는 독> 빼고는 별로라고 혹평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다 살꺼니깐, 꾸준히 나와줘야 해!

랜달 개릿의 다아시경 시리즈의 마지막인<나폴리 특급 살인>영 - 내 취향은 아닌듯 하지만, 전작들을 샀으니, 끝까지 읽어봐야지.

 

 

황금가지에서 나온 <홍루몽 살인사건>
관심간다. 아주 재미있거나 아주 재미없을 것 같은 목차다.

 

 

 

간만에 나온 미야베월드 사면서 장바구니 채워 주문-
그나저나 벌써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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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원도로시 2007-08-1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이꾸 스나크사냥 나왔군요..고고싱...^^
전 내일 휴일 세놈 다 목욕시킬 작정입니다.아잣..쟁여둔 책도 좀 읽고..
아무래도 말로 표정이 너무 귀여워...자꾸 눈에 아른거려요..ㅋㅋ
전 다아시경 시리즈는..왠지..제 취향이 아닌지라..

하이드 2007-08-1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세녀석 다 시키시는건 정말 보통일이 아닐텐데, 존경스럽습니다. 방금 자다가 엄청난 x냄새에 깨서 옆에서 자는 녀석 꼬리를 들어보니, 응아를 달고 있길래 엉뎅이랑 꼬리만 후다닥 씻기고 왔습니다. ㅋㅋ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 마흔이 되면 죽을 생각이다. 이제 서른여덟하고도 두 달을 살았으니 이태도 남지 않았다. 방금 틀 안에 부은 콘크리트가 점점 굳어 가듯 내 결심도 하루하루 물기와 거품이 빠지며 굳어 가고 있다. 죽기로 작정을 한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보다 더 밝고, 그리고 꿋꿋하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이다. 하지만 내겐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목적 따윈 전혀 없다. 필요도 없다.

<다크>의 시작은 처음부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날스런 끔찍함들이 마지막장까지 독자를 놓지 않는다. 이것은 탐정 무라노 미로 시리즈이지만, 미로는 <다크>에서 탐정을 집어치우고, 복수자, 희생자, 가해자등의 모습을 걸친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자를 기다리던 미로는 그가 이미 죽었음을 뒤늦게 알고, 그 사실을 숨겼던 의붓 아버지를 찾아간다. '죽여버릴꺼야' 라고 생각하고 갔고, 심장병을 앓고 있던 의붓 아버지 젠조의 발작을 무시함으로써 그를 죽인다. 젠조의 내연녀인 맹인 히사에는 여러모로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들의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남자처럼 커다란 몸, 뚱뚱하고 색을 밝히고,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미로가 검은 재와 같다면 히사에는 불꽃과 같다. 그녀가 품는 모든 것을 악취를 풍기며 태워 버리는 분노의 불꽃.

히사에는 젠조가 생전에 알려주었던 젠조의 전 야쿠자 동료 데이에게 연락하고, 데이는 미로를 찾기 위해 미로의 이웃이었던 오카마(게이) 도모베를 찾는다. 그렇게 노인(데이)과 호모와 맹인의 집요한 추격이 시작된다.

미로는 후쿠오카에서 서진호를 만나 위조여권을 사고 한국으로 도망간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의 배경이 한국이다. 미로의 남자, 서진호의 지난 아픈 과거는 심지어 광주 5,18이다. 한 챕터를 통해 (광주는 불타고 있다) 그날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외에도 부산, 서울의 압구정동, 이태원을 오가며 펼쳐지는 추격. 쫓고 쫓기는 미로와 히사에의 이야기이지만, 굵직굵직한 에피소드들은 박진감보다는 각 등장인물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심리에 더 초점이 갈 수밖에 없게 한다.

작가는 줄곧 '희망이 없음'을 말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에서 독자는 희망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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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를 시작했다.
질 좋은 화보와 '열린책들' 특유의 빽빽한 글씨(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 좋다)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미에서부터 현대 미디어의 미美까지를 두루 훑는
움베르토 에코의 이야기. 한번에 술술 읽기에는 방대한 지식과 양에 깔릴 것만 같아서,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정리하면서 읽어보고자 한다.

처음 제목을 보고 짐작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달리 이 책은 美의 역사이지 미술의 역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루고 있는 것은 얼핏봐도 미술작품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종종 미와 예술과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자연의 미를 편애하기는 하지만 자연이 실제로는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일 때조차 예술은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 책에서는 미술(또는 문학이나 음악)의 역사가 아니라 미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므로, 우리는 앞으로 예술과 미의 관계를 제시하는 경우에만 예술 사상들을 언급하게 될 것이다.

 
   

시대에 따른 미의 역사를 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그러기 위해 에코는 그 시대의 문학이나 철학작품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예컨데, 12세기 로마네스코 양식의 건물에 조각된 괴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성 베르나르의 글을 보고 (도덕적으로는 비난 받았지만) 그 매력에 끌렸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론에서 '우리는 괴물 조각물이 12세기의 신비주의 측면에서는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미의 개념 뒤에 공통되게 적용되는 규칙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 차이를 밝혀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하느님, 성인, 사상 등의 아름다움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서문 뒤에 나오는 열장의 비교표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39,000원의 가치를 훨씬 넘는다고 생각한다. 본전은 5분만에 찾았다. 이제 책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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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수가 없었어요 ㅠ_ㅠ

가넷 2007-08-1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빽빽한게 좋아요. 그런데 에코가 주도적(??)으로 쓴건가요? 리뷰에 듣기로는 공저자가 있다는 것 같던데...

하이드 2007-08-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의 편집 책임하에 움베르토 에코 (서문, 3,4,5,6,11,13,15,16,17장)와 지롤라미 데 미켈레(1,2,7,8,9,10,12,14장)가 나누어 집필했으며, 각 장의 인용문들은 두 사람이 함께 선정했다.' 라고 나와있습니다.

이와같은 작품의 경우에는 edited by Umberto Eco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이 전면에 나와 있는 것이 상업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미즈행복 2007-08-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지는 않은가요?
제가 수준이 낮아서인지 저는 '장미의 이름'을 읽고 반해서 산 에코의 책이 다음부터는 영
재미가 없더라고요. 아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푸코의 추'도 그랬고, 또 뭐더라? 제목도 생각 안나네? 여하간 에세이말고는 다 어렵더라고요. '장미의 이름' 만큼의 재미도 없고...
여하간 천재는 천재지요. 예전엔 그런 천재들이 무지 눈물나게 부러웠으나 나이를 먹고나니 그런 열정과 부러움도 사라지네요. 그저 생활인으로 바쁘게 살 뿐...

Shaylor 2007-08-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교보 갔다가 보려 했는데,
비닐 입혀져 있어서 내용은 못 봤어

레오 말로랑 같이 뒹굴거리며
책 읽는 너, 부러워 ㅠ_ㅠ


2007-08-17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를 읽고 있다. <아임 쏘리 마마>에서 식겁하고, <아웃>을 읽고 감탄하고, 이제 <다크>를 잡았는데, 그 건조하고 강력한 첫페이지( 나는 언제나 첫페이지의 주문을 믿는 편이다)

나이 마흔이 되면 죽을 생각이다. 이제 서른여덟하고도 두 달을 살았으니 이태도 남지 않았다. 방금 틀 안에 부은 콘크리트가 점점 굳어 가듯 내 결심도 하루하루 물기와 거품이 빠지며 굳어 가고 있다. 죽기로 작정을 한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보다 더 밝고, 그리고 꿋꿋하다. 무슨 일이든 긍저적이다. 하지만 내겐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목적 따윈 전혀 없다. 필요도 없다.

책의 비닐을 뜯지도 않았던 <다크>를 읽을 마음이 든 것과 비슷한 시기에 동생의 부대에 면회를 갔고, 동생에게 그간 보내줬던 책들을 박스에 가득 담아 들고 왔는데, 마침 그 안에 내가 이전에 샀다가 버리듯이 천원시장에 내놓았던 <아임쏘리마마>가 돌아와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인 <잔학기>와 함께. 나는 동생에게 처음부터 나는 '기리노 나쓰오'를 사지 않는다. 고 말했고, 이제 내가 사지 않는 작가(그러나 동생이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는 기리노 나쓰오에 더해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까지 왔다. 무튼 결론은 그 찜찜한 책이 돌아왔다는 거. 그리고 <다크>가 내가 굳게 믿는 첫페이지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아임쏘리마마>와 같은 찜찜한 책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기리노 나쓰오 책에서 못견디게 혐오스러운 주인공류는 <아임쏘리마마>의 아이코. <아웃>의 구니코. 그리고 <다크>의 히사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추하고 귀신보다 더 무서워서 현실에서도 허구에서도 도무지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

그런 인물을 창조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리노 나쓰오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러웠다.

120쪽 정도 읽었다.550쪽 정도의 책이니 1/5 정도 읽었나. 참을 수 없는 히사에의 등장에 못 참고 서지 정보를 찾아본다. <다크>의 주인공인 미로는 뜬금없이 한국으로 건너가서 광주의 학살 속에서 서지호라는 한국 남자를 만난다??

왠만하면 시작한 책을 덮지 않는 나이니, 아무리 찜찜한 캐릭터가 나와도 어찌됐둥 읽어나가기는 할 것 같다. 이 어두운 책을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와 멀티리딩을 해야한단 말인가?? 히사에라는 기분나쁜 캐릭터 말고도, 도모베라는 오카마(게이)가 나온다. 이상하게 남자 캐릭터가 비슷하게 혐오스러운 여자 캐릭터들에 비해 덜 혐오스럽다.

그간 히가시노 게이고를 '여자를 배려하지 않고, 여자를 모른다' 라고 비난해왔는데, 문득 기리노 나쓰오가 '남자를 배려하지 않고, 남자를 모른다' 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잔인할정도로 까발려지는 어떤 여성성(?)에 비해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어딘지 비현실적이다. 어딘지 '이상향'에 가깝거나 '도구' 에 지나지 않는 캐릭터. 그것은 내가 그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보고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여자' 에 대해 느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뭐, 이런 아무도 안 알아줄 작은 깨달음을 갈무리하며, <다크>를 읽긴 읽어야겠는데...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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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기리노 나쓰오의 글을 한번도 읽지 않았고 '아웃' 한 권 사다놓은 상태인데,
점점...이거 읽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는...ㅜㅜ

오차원도로시 2007-08-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리노 나쓰오를 꽤 좋아하는 편이에요.그녀들..아이코나 구니코 같은 괴물같은 그녀들과 함께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왠지 나 자신을 한번 돌아 보게 만든다고나 할까? 왝 소리 나올정도로 끔찍한데 신작이나오면 손이 가네요. 그로테스크 읽고는 꿈도 꿨었죠;;

하이드 2007-08-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읽다가 도저히 못견뎌 '옮긴이의 말'을 봤는데, "<그로테스크>의 어둠, <아웃>의 절망, 그리고 <아임소리 마마>의 흉포한 암흑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습니다"라고 하네요. 서진호가 그날의 광주를 방문하는 장면을 읽고 있는데, 정말 묘한 기분입니다.

Apple 2007-08-1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다크는 그간의 기리노나쓰오의 소설과는 좀 다르다는..^^;; 지금까지 어느 소설보다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느낌이랄까...뭔가 감정적으로 와닿는 폭력적인 느낌이 없어서(?) 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기리노 나쓰오의 비호감 주인공중에 가장 강력한 애가 하나 빠졌네요. <그로테스크>의 가즈에.
저는 소설보면서 얘가 정말 소름끼치도록 싫었어요.ㅠ ㅠ 상황을 봐서는 왠만하면 불쌍하게 봐줘야할 것같은데, 너무 싫어서 동정하고 싶지 않았던 주인공이었어요.

Beetles 2007-08-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그로테스크...가즈에..저 또한 너무 싫어서..기억속에 박박 지우고 싶은 인물이예요 넘기괴하고 강렬하게 혐오스러워...잊혀지지 않지만..그런데 전 그로테스크를 임신중에 읽었다는..-_-;; 이젠 기리노 나쓰오 멀리하고싶어요

하이드 2007-08-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전 아직 <그로테스크> 안 읽었어요. 분명히 샀는데, 제 서재 4차원 구멍으로 사라져버려서 못/안 읽고 있지요.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알베르토 망구엘은 쉰세번째 생일을 맞은 어느 날,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한달에 한 권씩 골라 다시 읽어보기로한다. '다른건 몰라도 해박한 독자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자부하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한달에 한권씩 선정했다뿐이지, 그 책과 관련된 책들과 그 책을 읽어내는 독자인 알베르토 망구엘의 일상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술술, 먹기 좋은 밥마냥 보기좋게 펼쳐진다.

저자는 '독서는 일종의 대화'라고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와같이 책에 대한 책은 그야말로 독과도 같다. 독서는 연상이다. 그의 일기에서 이야기되어지는 많은 책들이 내 책장에서 끌려 나오고, 이야기되지 않은 연상된 다른 책들도 함께 끌려나온다. 책을 읽는 동안 미친듯이 바쁘게 수다를 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체할 염려는 없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그에게 '책'은 '일상'이고 '생활'이지만, 그 옆에는 친구도 있고, 고양이도 있다. 과수원도 있고, 좋은 이웃도 있다. 여행하면서 책을 읽고, 여행의 소회를 펼쳐놓고, 또 생각나는 책 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냈다가, 작가의 취미이자 특기인 '목록만들기' 놀이를 하는 등 읽고 싶은 책에 조바심칠 필요없이 가만가만 읽어나가면 된다.

다행히 대부분 아는 작가에, 이런 책치고는 반 정도나! 읽은 책이어서, 지루할틈이 없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연히 코난 도일의 <네 사람의 서명>이었다.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셜록 홈즈가 코카인을 흡입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은 새삼스러웠다. 그레이엄 그린이 말하길 "오늘날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작가 중에 주인공을 별안간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놓고도 독자들에게 항의를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관용적인 사회가 되었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에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파리에 산다. 그 전에는 유럽 여러국가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소설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간간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대사에 대한 비판들도, 그리고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세계사 기록될 또 하나의 전쟁(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냉소도 종종 나온다.

이 책이 다른 책에 대한 책에 비해 사랑스러운 것은 작가의 통찰력이다. 위의 셜록홈즈 부분을 예로 들자면, 대표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을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알고 있는 추리소설 전반에 대한 통찰과 함께 작가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목록 따위도 함께 쓰는 것이다. 이와와 같은 글을 보면 그저 책을 읽을 뿐인 나와 같은 독자는 '같은 책을 읽었으나...' 저 멀리 가 있는 저자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책 읽는 내내 작가가 이야기하는 책들과 말들이 마음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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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8-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책이 마구 땡기지만,,, 반 정도나! 읽은 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류. 허헛~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