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쿠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그 사카쿠치 안고의 추리소설이라니, 흥미로웠고, 그가 묘사하는 그를 포함한 주변 문인, 예인들에서 힌트를 얻었을법한 개성강한 등장인물들도 흥미로웠다. 등장인물이 기십명이나 되는 이와 같은 소설은 전에도 읽은 적 없고, 앞으로도 읽기 힘들지 싶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눈도 못 떼고 읽을 정도의 재미는 아니였지만, 의미 있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책

 

 

존 딕슨 카 <세 개의 관>
밀실 살인의 거장. <황제의 코담배값>과 <모자 수집과 사건>에 이어 세번째 읽는 존 딕슨 카의 작품이다.
꽤나 유명하고 인지도 있는 작품이지만, 그닥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다만, 존 딕슨 카를 무조건 좋아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한 작품이고, 딕슨 카 특유의 으시시한 분위기도 일품이다.

 

 

스텐리 엘린의 <제8지옥>
간혹, 내가 좋아하는 리뷰어들과 극단적으로 호오가 갈리는 작품이 있다. 아주 간혹.
이 작품이 그랬다. 이건 뭐, 추리소설도 아니고, 이야기 자체도 지루해서 읽느라고 혼났는데,
좋게 본 분들도 많다. 스텐리 엘린의 단편집도 재미있게 봤더랬는데, 속상하다.

 

 

요코미조 세이죠의 긴다이치 시리즈의 대망의 첫번째 작품. <혼징 살인사건>과 <나비부인사건>이 들어 있다. 두 중편다 무지하게 재미있게 읽었다. 근데, 동서 미스테리의 저 표지... 첼로 상자에 든 나비부인, 옷 입고 발견되었는데, 왜 표지에는 벌거벗고 있냐고? 동생이 지적해주었다. 크크크
재미도 재미고,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이 좋은 책이다.

 

 

 엘러리 퀸 <X의 비극>
내게 있어서는 엘러리 퀸의 재발견이라고 해도좋을만큼 감탄에 감탄을 하며 알파벳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었다. 근데,  내가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는 거. 내용이 거의 하나도 생각 안 났다는 거...는 문제도 아니다. 드루리 레인이라는 우아하고, 세련되고, 현학적이고, 어딘가 신화적인 면모를 풍기는 노탐정.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야기의 트릭과 생생한 등장인물, 마지막까지 꽉 짜인 구성. 흠잡을 곳 없는 독서경험.

 

 

 쿄고쿠 나츠히코 <광골의 꿈>
<망량의 상자>의 여운이 너무나 강렬하고, 길어서, 필연적으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투덜거리며 읽어나갔다. 어쩔 수 없다. 이미 그들에게 매인몸이다.

 

 

 

얼 스텐리 가드너의 <비로드의 손톱>
페리 메이스이 이렇게 재수없었던가, 새삼 혀를 내두르며 읽어냈다. 아침드라마 같은 어쨌든 보게 되는 종류의 재미는 있다.

 

 


엘러리 퀸 <Y의 비극>
<X의 비극>에 비해, 아니, 엘러리 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도 충격적인 결말. 결말이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재미있었다. 역시 두번째로 읽었다. 기꺼이 세번째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우와- 우와- 정말 감탄이 나오는 한편의 심리 드라마였다.
아주 매력적인 정신병자 주인공 바닷새. 몇몇 장면들은 아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하다.
처음 접한 카첸바크의 소설인데, 대만족이었다.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구석의 노인 사건집>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그러는데,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는걸 제외하곤, 그러저럭 재미있게 읽은 '고전'이었다. 탐정의 의외성.다른 추리소설에서도 종종 인용되는 구석노인이기에, 읽어둠직하다.

 

 

존 딕슨 카 <화형법정>
엄청난 흥분과 반전과 패닉을 가져다준 딕슨 카의 소설. 딕슨 카여, 얼마나 더 나를 놀라게 할 작정인가?
간단한 소재와 제한된 등장인물로 엄청난 심리묘사와 반전, 오컬트적 분위기가 백미였던 소설이다.
아, 얘기하니깐, 또 읽고 싶어진다. 부르르

 

 

쿄고쿠 나츠히코 <백기도연대雨>
<망량의 상자>이후  점점점 재미없어 지지만, 말했듯이, 쿄고쿠 나츠히코의 이름이 붙어 있으면, 남자 빤쓰라도 살꺼다. 개그버젼 교고쿠도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팔묘촌>
역시 <옥문도>라는 걸출한 작품을 읽은후라, 맘에 차지는 않지만, 역시 재미있다. 긴다이치의 활약이 거의 안 나오고, '범인은 알았어요' 라고 사람들 다 죽은 다음에 얄밉게 말하는 것이 씁쓸함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는 거! 많이 재미있었다는 거!

 

 

모리무라 세이치 <고층의 사각지대>
재미있었다. 밀실 살인과 알리바이 깨기 트릭이 나오는데, 둘 다 굉장히 설득력 있고, 단순하지만, 강하게 와 닿았다.

 

 

엘러리 퀸 <Z의 비극>
전 두편에 비해 왕창 실망스러운 작품. 페이션스라는 야심찬 여탐정이 등장하는데, 정말 안매력적이다.
드루리 레인은 폭삭 늙었고. 전 두편의 본격 본격에서 갑자기 하드보일드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뭐, 그래도 드루리 레인이 폭삭 늙어서 불쌍하게 나왔다는 것에 점수를 준다.(이상한데 점수를 주는 나. S인거야?)

 

마르탱 파주 <비>
며칠째 비가 계속 오던 날 충동구매.
이 책을 읽으려면, 보통 비를 좋아해선 안 된다. 전복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큰각오 하고 좋아해야 한다.
빠리지앵다운 위트. 부러워.
책 읽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노석미 <스프링 고양이>
역시 충동구매. 딱 기대하던 내용은 아니였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글도 있었고, 그럭저럭 볼만한 그림도 있었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일기>
독서일기의 여운이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기는 오랜만이다. 정말정말 부러운 사람.
자꾸 자꾸 다시 읽고 싶은 책

 

 

기리노 나쓰오 <다크>
작가는 소설에서조차 희망을 바라냐며, 현실도 소설도 암울하다고 소리치지만, 정작 이 소설은 어두운 가운데에, 희망의 씨앗을 던져놓고 있지 않은가? <아웃>에서도 그랬고. 매력적인(?이라고 말해버리기엔 너무나 복합적인) 여주인공. 그리고 한국이 배경에 한국인 남자가 주인공임에도 전혀 위화감 없었던 멋진 소설.

 

 

이가림 <미술과 문학의 만남>
생각했던 것보다 읽을거리가 많아서 즐거웠던 책.
전문잡지에 게재되었던 꼭지들이라서일까? 무튼, 작가의 세계관도,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미술가와 문학가들도 풍성하여 마음에 들었던 책

 

 

조 힐 <하트모양상자>
설득력 있는 유령 이야기.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올리게 하는 등장인물들과 롤러코스터( 끝도 없이 끔찍하게 하강만 계속하는) 같은 이야기. 최고다! 영화도 기대되고, 조 힐이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데이비드 모렐 <도시 탐험가들>
설정만 그럴듯했다.(하지만, 그 설정은 창작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설정이라는 거.) 별로 스릴도 호러도 아니였다. 이야기는 책을 덮는 즉시 희미해졌지만, 작가의 이름만은 기억해둬야지. 다음에 또 읽는 실수를 범하며 안 될 테니깐.

 

 

장석주 <강철로 된 책들>
확실히 책이 강철로 만든마냥 무겁긴 했다.

 

 

 

닐 게이먼 <스타더스트>
이런 잔혹한 동화.
귀엽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이끌어서, 마구 배신하고, 온갖 방법으로 죽임 당하는 등장인물들. 하하;;
이런거 좋다.

 

 

오츠 이치 <ZOO>
열편이 다 수작이었던건 아니지만, 열편다 재미있게 읽혔고, 그 중 몇편은 아주 훌륭했다!

 

 

 

이주헌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러시아 미술에 대해 눈 뜨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
이주헌의 이야기는 언제나 쉽고 재미있으며, 학고재라는 믿을만한 출판사에서 아주 멋지구리한 책을 만들어냈다.

 

 

 슈카와 미나토 <꽃밥>
여섯개의 단편모음집이다. 개중 두개는 아주 맘에 들었고, 한개는 아주 맘에 안들었고, 나머지는 평작.
이런책은 참 애매하다.

 

 

제임스 로드<자코메티>
엄청시리 두꺼워서 꽤 오래 붙잡고 있었던 책.
여운이 엄청 좋았다. 더 알고 싶은 마음과 그 반대의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했다.이 걸 시작으로, 을유문화사의 평전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읽어가야지.

 

앤 클리브스 <레이븐 블랙>
딱히 나쁘지 않지만, 딱히 좋지도 않았다.다만 책표지에 과장광고스러운 카피는 좀 싫다.

 

 

 

 

 레몽 장 <카페 여주인>
가끔 읽는 프랑스 소설은 어찌나 유쾌상쾌한지.
레몽 장은 섹시와 코미디를 잘 버무리는 작가다.

 

 

앤 맥카프리 <퍼언 연대기 1>

SF라기보다는 역사로맨스물에 가까웠다. 아주 잘 써진! 사특한 여주인공이 맘에 든다. 정말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의 공놀이 노래>
안타깝게도, 어수선하고, 트릭도, 결말도 그저 그랬다.
이전의 작품들보다는 재미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평균 이상이다.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책의 자서전>
괜시리 책장의 책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책. 이런 감수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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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9-01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삼하게 서른세권-

미즈행복 2007-09-0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님의 내공에 기절하겠습니다.

하이드 2007-09-0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번달은 왠지 책이 손에 안 가네요 ^^

물만두 2007-09-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1권 읽었답니다^^

하이드 2007-09-0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세권 중에서 스물한권 .. 역시! 제가 리뷰 쓰면서 보니깐, 항상 물만두님 리뷰가 있더라구요.

알맹이 2007-09-0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딕슨 카와 카첸버그, 찜하고 갑니다. 저는 이거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지난 달에 책을 비교적 많이 읽었더니 이번 달엔 책과 좀 거리를 두게 되네요.
 
책의 자서전 -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대림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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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꺼면, 왜 날 데려왔어, 그냥 놔두지. 너 말고도 날 아껴줄 사람은 이 세상에 널렸다고!'

오랜동안 읽지 않은 책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듯하다. 나는 내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아꼈다 읽을꺼야' 라는 어설픈 변명을 해보지만, 언제나 유죄다. 그러나, 역시 나는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 있음을 기뻐하는 마음, 안도하는 마음을 한 구석에 몰래 품고 있으니, 사악하고, 허영심 많은 주인이로다.

네번째 주인이냐, 아니면 재활용이냐의 기로에 선 예전의 베스트셀러인 '나'의 회고담이다. 저자인 안드레아 케르베이커는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모으는 종족중 하나이다. 오죽, 고서점에서 장서들을 헐값에 사고, 거기에 분노해 이 책을 썼겠는가. 그는 분명 책과 대화할 줄 알고, 나아가서 이세상의 만물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지금 <책의 자서전>과 어느 LP판의 자서전까지 쓴 마당에,이 다음에는 다른 어떤 말 못하는 것의 자서전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나 역시 책과 대화하는 편이다. 그로테스크하고 섬찟한 글을 쓰는 일본의 어느 여작가의 책 옆에 꽂아두는 책들에는 더 신중하고, 미안하지만, 내가 너무 끔찍하게 싫은 책은 다른책들과 멀리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아마도, 처음 세상에 태어나서, 아마도, 평생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 이라고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는 나를 닮아 외로움과 친구고 고독과 일촌인 책들이 너무 많다. 나 따위는 신경 안 쓰고, 술이나 마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책은 얇고, 단순한 내용이지만,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보면, 치밀하다. 책의 전주인들의 손을 거치면서 책이 나이를 먹으면서 보는 세상( 책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은 하나도 안 단순하다.

자, 너는 이제 다른 책에 대한 책들을 만나게 될꺼야. 마음에 들어?

나를 기다린 시간이 짧지 않았을 이 책을 선물해주신 J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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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여행하는 것이 더 행복할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에 드셨다니,다행이어요.
섬짓한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을 꽂을 때, 다른 책들이 무서워할까봐 신경써주시는 하이드님같은 독자를 만나다니, 이 책도 행복해 할 듯 합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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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로 읽는 요코미조 세이시. 일단 요코미조 세이시니만큼 기본이상은 한다.(다작 작가에 대한 이 얼토당토않은 믿음이 언제 깨질지를 즐겁게 기다려본다.) 개인적으로는 <옥문도>-<혼징 살인사건>-<팔묘촌>-<악마의 공놀이 노래>순으로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옥문도, 팔묘촌에 이어, 이번엔 귀수촌이다. 정말로 일본에는 이렇게나 으시시한 이름의 마을들이 많은지 궁금해진다. 별로였던 점부터 후딱 집고 넘어가자면, 등장인물들이 많았고, 많은데다가, 별 개성이 없어서 꽤 오래 헷갈렸고, 범인이나 트릭이 좀 억지스러웠다는 생각이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귀수촌에 전해내려오는 노래는 충분히 섬찟한, 요코미조 세이시다운 소재인건 분명하지만, 사건과의 연결은 이전편들에 비해 느슨했다는 생각이다.

이소카와 경부의 소개로 귀수촌으로 요양간 긴다이치는 20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미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미궁에 빠졌던 사건과 연결된듯한 새로운 연쇄살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사건을, 시체를 부르는 긴다이치 답다.

<옥문도>,<팔묘촌>에 이어, 이 귀수촌 역시, 마을의 지주이자 대립하는 두 가문이 있고, 긴다이치와 이소카와 경부에게 옥문도를 떠올리게 하는 기괴하게 연출된 시체들이 있다. 아리따운 결혼 적령기의 처녀...

결말도 좀 어이없었는데, 훈훈한 결말이라고 하는 그 결말은 뭐랄까, 아마겟돈에서 아빠(브루스 윌리스)가 남자친구(벤 에플렉) 대신 죽고, 남자친구만 돌아왔더니, 딸래미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 기뻐하더라는 이해 안 가는 결말을 봤을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슬퍼야 하는데, 그 슬픔이 훈훈함으로 이어지다니.

나쁜점만 줄줄이 썼는데, 좋은점은 뭐냐고?
재미있다. 긴다이치가 나오다. 으스스한 등장인물들과 시체들이 등장한다. 이거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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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언 연대기 : 용기사 3부작 1 - 드래곤의 비상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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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판 할리퀸. 이라는건 내 얘기는 아니고,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때 SF팬들은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너무 대중친화적이라 외려 SF 팬들의 불만을 샀던 작품답게(?) 장르소설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모험소설, 로맨스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대단한 장르소설과 세계관을 기대했다면, 적어도 1권까지는 앞에 말했듯이 로맨스모험소설이다.

소설의 서문과 해설에서 나오는 퍼언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류가 루크벳 제3행성에 정착했는데, 그 행성의 주위에 돌고 있는 붉은별이 200년주기로 치명적인 유기생물(사포thred)를 퍼언으로 보내는데, 사포는 퍼언의 모든 생물을 말라죽이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막기 위해 '용' 과 '용기사'가 존재한다.

우주의 행성이 어떻고, 지구인들이 어떻고, 용모양의 생물 유전자를 발전시켜서 어쩌구 하는 배경은 소설에서 거의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나마 SF적인 설정이 달랑 서문과 해설에서만 나오고, 이야기는 내내 중세봉건 사회 비스무리한 배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SF판 할리퀸이 아니라 역사판타지로맨스 소설 같았다;;)

SF 장르소설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근래 봤던 또 다른 용이야기 <테메레르>에 비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고, 스토리도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계속 고양되는(이런걸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 손을 뗄 수 없는 소설이다.

대대로 용굴모를 배출해온 루아사 가문의 당차고 똑똑하고 아름답고 용감하며 재치있는 레사가 가문의 몰락에서 살아남아 청동 용기사 플라르와 사포에 대항해 퍼언을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용굴모, 용굴왕 등의 설정과 간극을 뛰어넘는 용들, 그리고 적당히 멍청하고, 적당히 협조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는 꽤나 아기자기하니 재미있었다. 플라르는 전형적인 남자주인공이지만, 레사는 전형적인 여자주인공에 사특한 성격을 양념처럼 지니고 있어 마음에 든다. 유기미생물인 사포를 제외하곤 거의 악당이라고는 안나오는 착한(?) 소설이기에 여자주인공이 천사표였다면 지루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꽤나 짜임새 있게 신경쓴 티가 나는데, 이 어마어마한 시리즈에 대한 정리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 용덱스(?), 지도, 인물정리까지 근래 본 책중 부록이 가장 튼실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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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8-3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판타지로맨스 소설에 살짝 한표 던지고 싶네요.^^ 책은 정말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나요.

하이드 2007-08-3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 오래 보기에 표지가 좀 약한 흠이 있어요. 때도 잘 타고. 그걸 빼면, 정말 부록에 신경쓴 티가 나지요? 이거이거 엄청 재미있던데요?!

에이프릴 2007-08-3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판타지!
가장 선호하는 장르으으으~ 저도 읽어야겠어요.

에이프릴 2007-08-3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트로샀어요. 비치타월도 '덤'으로 주길래 스물넷에서 적립금쌓은걸로 질렀으요~
도착하면 읽어야지 으으~빨리 왔음 좋겠다.
요즘 책 많이 읽긴했는데 ㅋㅋ 정말 재미위주의 로맨스물로만 쫙~읽고있었거든요 ㅎㅎ
근데 판타지로맨스라니 으흐~

BRINY 2007-08-3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성을 들은지는 한참 되었지만, 늘 봐볼까 말까 하던 책이었는데 한번 봐볼까요.(라고 하지만 사서 1권이 재미없으면 또 그냥 쌓아둘테다!!!)
 

카테고리를 조금 손 보고, 오래간만에 책사진을 올려본다.
일본애들은 영어를 안 쓰니깐, 역시 일본어를 배워야 해!라는 생각이(생각만) 절실하게 들게 해주는 일본의 책들.
이번에 사 온 동경의 도서관 일화 책을 (안타깝게도 사진만;;) 소개한다.

귀여운 책장과 의자, 책상, 그리고 저 눈사람 조명!!

역시 모던한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전등이다.
책꽂이 옆에 있는 저 의자!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만, 도서관을 미술관으로 만들어주는 훌륭한 소품이다.
진짤까? 레플리칼까? 앉아도 되나? ^^

모서리를 둥글린 삼각혀의 크림 컬러 책상,조명은 (우리나라 같으면 드라마 소품으로나 나올법한) 역시 디자이너 조명

오른쪽 페이지의 외관과 계단도 아름답다. 사소하지만, 톤을 맞춘 세가지색 의자도 우아하다.

표지에 나와 있는 그 도서관이다. 아, 저 사다리와 세월만큼 나이먹은듯한 의자와 테이블!

둥글려진 의자와 테이블. 로비와 외관 역시 도서관이라기보다 미술관같다.

위의 두 장은 어린이도서관이다.
워낙에 서점이 우리나라 PC 방만큼 널렸지만( 자존심 상하고, 부럽다!)
어린이 전용서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어린이 도서관도 정말 예술이다.

각 장마다 주소와 전화번호등의 간단 정보와 도서관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뒷장에는 따로 이렇게 맵을 모아 놓았다.

그림의 떡이지만,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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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네요...^^ 부러울 뿐입니다.........

어머 2007-08-2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에 서점이 우리나라 PC 방만큼 널렸지만( 자존심 상하고, 부럽다!)
어린이 전용서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어린이 도서관도 정말 예술이다.
--> 우린나라 참 안타깝네요...

마늘빵 2007-08-2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집구석에 저 서재용 사다리 놓는게 꿈입니다. 그러려면 책장을 높이 올려야겠죠? -_-

하이드 2007-08-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책을 더 사셔요- ㅋㅋ

마늘빵 2007-08-30 12:57   좋아요 0 | URL
음. 책이 문제가 아니고 집이 문제에요. 크크. 지금 있는 책도 방바닥에서 올라가고 있는 중인데.

chika 2007-08-3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공간이다! @@

하이드 2007-08-30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그죠그죠- 글씨 못 읽어도 저기 하루종일 앉아서 놀아도 좋을 것 같아요.

마노아 2007-08-3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쒸. 진짜 부럽네요. 도서관도 미술관 같고... 어린이 책상도 환상적이고... 부럽당...

DJ뽀스 2007-08-3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이 글 퍼가고 싶은데 스크랩 기능이 없네요. ㅠ.ㅠ
출처 밝히고 긁어가도 될까요?

하이드 2007-08-3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알라딘에서 퍼가기 기능이 없어져서, 좀 그렇네요. 불펌을 조장하는듯한. -_-a
특히나, 제가 작성한 글을 긁어가는 건 좀... 다른 싸이트라면 출처밝히시고 긁어가시고, 알라딘 내에서라면, 그냥 찜하고 보시면 안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