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콘 근크리트 - 전3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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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품을 다 읽고 뒤에 나오는 해설에 보면 운 좋게도 90년대에 만화를 보았던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가 있었고, 마츠모토 타이요의 <철근 콘크리트>가 있었던 세대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슬램덩크>야 누구나 인정하는 대단한 만화지만, <철근 콘크리트>가?  정식으로 수입된 것은 10년도 더 지나서이지만, 마츠모토 타이요의 이 책은 <핑퐁>과 함께 만화가들의 만화로,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도, 애니북스에서 나오기 전에 일본원서 만화와 시로 쿠로 피규어를 책장에 장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니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꽤나 정성들인 세련된 표지와 각 권 앞부분의 컬러 페이지들로 진정, 소장가치 있는 만화라 하겠다.

예전에 이 만화를 읽었을때는 그저 두 깡패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로만 읽었었다. 결론이 뭐 이래? 하고 덮었었는데,
다시 읽으니 웬지 슬프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에서도 그랬듯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나온다. 시로와 쿠로가 그들이다.
시로는 하얀색이란 뜻, 쿠로는 검정색이란 뜻.
검정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가 있다.

형사들과 할아범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동물을 딴 별명으로 불리운다.
시로와 쿠로는 고양이다. 가상 동네 타카라쵸에 사는 두 마리의 고양이다.
열살 정도나 된 꼬맹이들이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빌딩과 가로등 위를 날아다니며 삥을 뜯는다.
생쥐라고 불리우는 야쿠자가 있고,
어린이용 놀이동산을 내세우고 들어온 뱀이라고 불리우는 악의 무리가 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듯한 그 동네, 스트립클럽과 빠찡코가 늘어서 있는 그 동네는 변해간다.
그 동네 자체인 시로와 쿠로를 못 알아보는 관광객과 타지인들이 늘어나고,
결국에는 뱀까지 들어와서 시로와 쿠로를 킬러삼총사를 이용해 죽여버리고, 동네를 새로 만들고자 한다.

시로는 어떻냐면,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고양이이다.
"콘크리트에도 냄새가 있어. 여름이랑 겨울이랑 낮이랑 밤이랑 냄새가 다 달라. 하지만 시로는 비 올 때 냄새가 제일 좋아.
마가린 같은 냄새가 나."
쿠로는 어떻냐면, 시로에 대한 충성심만이 존재 이유인 싸움짱 고양이이다.
그들 둘은 나사가 빠져도 한참 많이 빠졌는데,
서로에게 없는 나사를 서로가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 둘은 함께여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시로와 쿠로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그 둘은 작고 어린 고양이일뿐인데.
그래서, 마츠모토 타이요의 결론은 몽환적이고, 동시에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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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근 콘크리트 애니 트레일러
    from little miss coffee 2007-10-22 18:40 
    꽤나 여운이 길게 남아 속을 들쑤시는 이야기들이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세권을 내리 읽고, 리뷰쓰고, 볼일보러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난다. 애니로 만들어졌었는데, 그림체가 만화에 비해 많이 약하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펜끝에서 나오는 흑백의 이야기가 훨씬 광대하다. 뭐, 그런 이유로 애니는 안 보기로 마음 먹었지만, 음악이나 스타일이나 그런게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 보았다. 역시 만화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긴 하다만,
 
 
 

<해골성>의 해설에 실려 있는 '미국 어느 잡지에 실린 집필 중의 그의 (딕슨 카)의 모습'

다락방을 서재로 하여 주로 한밤중에 글을 쓴다. 그 방에 박쥐를 기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오후 8시가 되면 그는 커다란 커피 잔을 들고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글을 쓰는 도중 그것을 다 마시면 몇 번이고 다시 가지러 밑으로 내려온다. 부인의 이야기로는 여느 때는 9리터,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16리터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또한 담배도 끊임없이 피운다. 그리고 불이 붙은 담배를 바닥에 그냥 내버리기 때문에 바닥이 온통 불에 탄 자국투성이다. 그의 서가에는 굉장히 많은 고금의 범죄서적이 죽 꽂혀 있다. 딕슨 카 자신도 "에든버러의 해리 포지 씨를 제외하면 나의 범죄서적 수집이 세계에서 으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방면이든 일가를 이룬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나저나 커피 16리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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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0-2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손떨려서 글안써지는 거 아닌가 몰라요

Apple 2007-10-2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엑....16리터의 커피요?ㅇ.,ㅇ;;;;;;

책읽는나무 2007-10-2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좀 작가들의 글쓰는 행위는 고도의 피나는 노력이 따르는 듯해요.
이외수는 감옥같은 덧문을 걸어 잠그고,부인이 사식 넣어주듯해서 글을 쓴다고 들었는데....
존 딕슨 카도 예사롭지 않아요..ㅡ.ㅡ;;

Kitty 2007-10-22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불이 붙은 담배를 그냥 바닥에 던진다구요? -_-b

보석 2007-10-22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구멍 나겠습니다;;
 

 

 

 

 

물론 서울에서도 앵밸리드에서 본 광경 못지않게 멋진 현상이 연출되는 장소가 있다. 2006년 가을, 서대문교도소에 놀러 갔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순하고 투박해서 멋있는 건물이었다.

서점에서 둘러보기만 했지, 작은 탐닉 시리즈를 산 것은 처음이다.
어떤 책일지 실낱같은 기대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바닥을 보는 건축가의 시선만은 맘에 들것 아니냐. 하는 마음이었다.

글이 많으니 사진만 볼 수도 없고, 몇장 읽기도 전에 눈쌀 찌푸려지는 문장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블로그가 대중화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나오는 '이웃들 사주십쇼-'류의 책들, 거기에서 봐줄만한건 그런 글들을 책으로까지 내고 선전하는 출판사의 마케팅력. 정도일까?

진지하고, 사려깊은 책들은 내 눈에만 안보이게 꼭꼭 숨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정녕 출판사가 눈 앞에 들이밀어 주는 시류에 맞춰 나온 기획력 짱인 그런 책들인 것 뿐인가?

서대문교도소에 놀러간 저자를 한심하다 비판하는 것은 내 의도가 아니다.
외려 이 책에서 서대문교도소에서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열사라던가, 민주항쟁에 몸바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줄 나왔으면 지루해지고, 관심이 확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다듬어지지 않은 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에 짜증이 난다. 사진만 볼 수도 없고, 책은 글이지 사진이 아니지 않은가?

뭐, 서대문 교도소에 '놀러가서' 저자가 잡아낸 사진들은 멋졌다.는 것 정도는 이야기해두어야 공평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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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2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겉멋..^^

코코죠 2007-10-2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네티즌은 진중권만 잡는 겁니까? 이런 사람 내버려두고.

비로그인 2007-10-22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 블로그 일기장, 혹은 싸이 월드 사진첩 밑에 몇글자 써둠직한 글들이 출판될 때에는, `출판계에 아이템 고갈 현상이 불어닥쳤나' 하는 생각 뿐이에요. 이런 것 보면 짜증이 솟구친다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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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1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1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2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골성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0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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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코랑이라는 돈주고 경찰지위사서 취미생활하는 경감님이 나오신다.
프랑스, 미국, 벨기에, 영국, 독일에서 온 등장인물들이 한 곳에 모여, 여러가지 말로 이야기를 한다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나?

이야기는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그 죽음이 미스테리로 남은 세계적인 마술사의 해골성과 그와 절친한 친구였던 인기 배우의 별장을 오가며 벌어진다. 인기배우가 해골성에서 총에 맞고 불에 타 떨어져 죽으면서 사건의 해결을 위해 그 둘과 또 절친한 친구였던 벨기에의 대부호가 프랑스의 방코랑을 부른다. 독일경찰은 베를린에서 유명한 아른하임이 도착한다.

이 작품은 존 딕슨 카의 초기작인데, 그의 괴기성이 제대로 드러나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해골성은 해골모양의 성인데, 마술사가 죽은 후, 아무도 살지 않고, 정신이 반쯤 나간 관리인만 살면서 돌보고 있는 곳이다. 해골성과 별장을 오고가는 수단은 모터보트 하나와 노젓는 배 하나인데, 오갈때마다 폭풍에 미친듯이 꿈틀대는 라인강의 모습이 나온다.

이야기의 결말은 내가 비교적 좋아하는 류의 결말이다.
이런저런 곁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때로는 작품의 현실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때로는 작품을 산만하게 하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이런저런 곁가지는 전자와 후자 사이를 아슬하게 왔다갔다한다.

평이 좋지 않은 것은 이해가지만, 나로서는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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