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책 이야기 하는 동네를 둘러보니, 어째 2009년의 독서계획 중 '책을 사지 말자' 가 눈에 많이 띈다.
어쩌면 나의 계획중 하나여서 눈에 더 잘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을 사지 말자' 의 뒤에는 자조적으로 따라온다. '지키지 못하겠지만'  책 읽는/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귀여운가! '담배를 끊자. 어짜피 피우겠지만' 과 같은 결심과 자조에 비해 '책을 사지 말자. 어짜피 사겠지만' 정도면 훌륭한 계획/ 작심삼일이라고 하겠다.

사실, 나는 '책을 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직빵이다. 그것은 바로... 바로... 두구두구두구 서점에 가지 않는거다. 온라인이고,오프라인이고 서점 근처에 가지 말 것이며, 온라인 서점은 죄다 유해사이트로 컴에 등록을 해버리는거다. 극단적이라고? 그럼 그냥 사든가. ^^ '책을 읽는 것만큼 '사는 것'도 중요하다' 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우석훈 칼럼에서 '책은 이데올로기 전의 최전선'이라고 했다. '돈이 최고다' '모든 것은 니탓이다' 라고 말하는 책들에 대항하기 위해, 총알을 장착하고, 오늘도 나는 서점에 간다. 책사러~ 룰루~   

책사지 않는 방법은 얼마전 서점을 약속장소로 했다가 떠올랐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책들 때문이다.

 

 

 

 

 

 


이 중에서 가장 살 법한 것은 <르몽드 세계사>이다. 나는 항상 교양에 목마르고, 열등감이 있다. 이 책의 만듦새를 보면, 진짜 욕심난다. 서점에선 '사야지' 집에 와선 '다음에'를 무한반복중;;

그 다음으로 살 법한 것은 <대항해 시대>이다.  지금까지의 농경문화권 관점에서의 세계사에서 벗어나 해양세계에 주목하였다. 저자의 네임벨류를 볼 때, 욕심 나는 책이다. 어느 책 좋아하는 사람의 블로그에서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를 사 놓았다. 연휴동안 읽을 생각에 기쁘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부러웠다. 연휴때 읽을 책이 산처럼 쌓이 나에게 '새로 책을 사는/읽는' 즐거움은 꽤나 빛바랬다. 돈 없고, 책이 많아도 부족했던 활자중독증의 꼬마였던 나는 새로 읽을 책이 생기면, 가슴 두근두근하며, 책가방을 둘러매고, 발걸음을 빨리하다, 집이 가까워지면, 책을 빨리 읽고 싶어서 마구 뛰어가곤 했다. 책가방 속의 책들이 덜그럭-덜그럭- 계단을 올라갈 때는 숨이 찼다. 그런 기억들을 아직 희미하게나마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 역시 책을 덜 사야 하는건가 -_-;; (.. 뭐냐, 이 결론은)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 .. 아.. 아.. 이 책은 정말 우아하다. 잘 만들었다. 비싼책을 사는(사진집/화집 제외) 나의 마지노선은 45,000원이다. 이 책은 할인해서 48,600원이다. '구매'후 '독서'를 장담하기 힘들긴 하지만, 이 정도의 책이라면, 마지노선 따위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볼 때마다 하도 쓰다듬었더니 (나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였는지;;) 하얀 표지가 꼬질꼬질해져서, 사놓으면 이렇게 된다. 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무섭긴 하다. 책이 커서 비닐로 싸기도 거시기하고, 이런 책은 웬지 비닐로 싸는 것이 불경스럽게 느껴진다고 할까;;  

근래 나온 신간 이야기

 

 

 

 

 

 

 

존 업다이크의 <테러리스트> 표지 이야기를 한바탕 하려고, 원서표지를 찾아 보았더니 원서표지다. 뭐, 원서표지도 별로인건 별로. 존 업다이크 정도 되면, 나오는 책은 다 사보고 싶다. 이 책의 표지는 참 ... 티피컬하다. 리뷰들을 보니, 등장인물들의 스테레오타입이 엄청 욕먹고 있다. 다른 책도 아니고, '테러리스트 '관련 책의 '스테레오타입'은 진심으로 안 읽고 싶다. '스테레오타입'으로 표지와 내용의 싱크로는 성공했다..고 해야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의 소설보다 잡설.. 아니 에세이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나 뿐은 아닐 것이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재즈, 피츠제럴드, 고양이, 여행, 챈들러, 맥주, 그리고 달리기. 그동안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읽어 온 사람들이라면, 하루키에게 달리기가 의미하는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 딱 일본원서 표지일 것 같은 옛스런(나쁜 의미에서) 표지.물론 지난 번에 나온 크레파스로 운동화 그려져 있는 표지보다는 열두배쯤 낫다. 페이지수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는 궁금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 이 포스 있는 표지로 나왔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몇권 사기는 했지만('눈 먼자들의 도시', '돌뗏목', '리스본 쟁탈전' )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의 책은 내게 무지 불편하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깨달음을 준다고 할까.

피츠 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번 아카데미 어워즈의 수상 노미네이션 된 작품들의 트레일러들을 쫙 모아 놓은 것을 봤는데, 그 중에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윈슬렛이 나온 '벤자민 버튼의 ..' 이 눈길을 끌었더랬는데... 냉큼 책으로 나왔다. 피츠제럴드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단편이라고 하는데, 그래. '단.편.' 이라고 하는데, 책 한권으로 잘도 나왔다. 찾아보니, 예전에 '인간희극' 이라는 ?? 출판사에서 한번 나왔기도 했다. 단편 하나로 책 만든 것 까지는 알았어. 하드커버에 돈 많이 받아도 이제 그러려니 해. 근데, 꼭 앞에 아동용 만화 같은걸 '그.래.픽.노.블.'이랍시고 끼워 넣어야 했어?? 정말?? 진정??  

오멜라스의 <스타메이커> 아니, 올라프 스태틀든의 <스타메이커>가 나왔다.
아,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멜라스라는 출판사에서 SF 라는 출판 변방 중의 변방의 책들을 내기로 하고,
정말 아름다운 책들을, 정말 귀중한 번역본들을, 별로 팔리지도 않을텐데, 양장본 하나 페이퍼백 하나( 각각은 각각의 컨셉에 맞게 아름답다) 낼 때, 마음으로 응원하고, 책은 한개도 안 읽으면서  -_-v  계속 사 들였다. <시리우스> 양장본 빼고(요건 책 뒤의 책선전 박힌거 안 우아하다고 불 뿜으며 페이퍼백으로 사 두려고 남겨 두었고) 나머지는 다 샀다.  <스타메이커>는 이번에 오멜라스에서 한 이벤트로 받았다.

왜 눈물이 앞을 가리냐면, <스타메이커>는 양장본이 못 나왔기 때문이다.
최선이 안 된다면, 차선을 택해야 했다는 오멜라스 편집부의 긴 글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지만,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나는 양장본이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양장본 스타일은 '열린책들'의 양장본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카잔차스키 전집 사이즈들이 가장 좋다. 이런 호오를 넘어서, 페이퍼백과 하드커버의 두가지 버전으로 책이 나와 주는 다양성은 더 좋다.
난 딱히 SF 매니아는 아니지만, 행책의 SF총서라던가 황금가지의 환상문학 전집은 대충 다 사고 있다.
SF가 이 땅에서 번성하라! 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새로 생긴 작은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의 (근데, 오멜라스가 웅진 계열인건가? 그럼 작은건 아닌데, 암튼) 새로운 시도가 이렇게 꺾이는건 좀 속상하다. 그런 의미에서 30만 이벤트는 오멜라스 이벤트라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작품에 따라 양장본과 페이퍼백이 모두 나오는 책들도 있을 꺼라고 한다. 그때까지 마음으로 '구매'로 응원한다. 오멜라스!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애정이 식은지는 오래지만,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하루키 외에도 읽을 일본소설이 있다. 는 걸 거의 처음 알려주기 시작한 오쿠다 히데오. <라라피포>를 보고 질겁하기도 했고,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기립박수를 쳐주기도 했고, <악의>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볼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에 나온 <방해자>

이 판형에! (작은 책), 이 페이지에! (3권은 2백페이지대, 1,2권은 3백페이지대)! 양장본으로 세권으로 책을 내!?!
심호흡. 후아-후아-
내가 '분권을 위한 분권'을 좀 '증오'한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데, 이 책은 근래 나온 최악의 분권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미지 확인하고, 불 뿜었는데, 서점에서 확인하고 '추리소설 따위가!' '오쿠다 히데오 따위가!' 
2권도아니고, 3권으로 분권해서 나오다니!! 하며, 책을 막 던..지고 싶은건 참았지만, 북스토리 욕을 디지게 해주었다.
노블하우스에 이은 최악의 분권출판사로 자리매김 하려고 그러냐, 북스토리! 

책 사자! 이벤트는 어떻게든 하겠는데, 책 사지 말자! 이벤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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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심..몇칠이죠..??

하이드 2009-01-0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샀어요, 이..이.. 곰탈을 쓴 메피님같으니라구 ;;

비로그인 2009-01-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는 사자 사자 사자! 에요 3=3=

어제는 종일 펭귄 아라비안 나이트가 눈앞에서 아른아른..
하이드님 미워요. 사자 사자 였어도 그리 비싼 책들을 탐내진 않았었는데 ㅜㅜ 펭귄의 선물용 책들중 꽃그림 커버들- love story collection이던가요-도 이쁘지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바퀴 탈것은 저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요. 흠, 아라비안 나이트에 비하면 가벼운 가격이니 어디 한번?

하이드 2009-0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lion이 마크인 출판사가 어딘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ㅎㅎ 펭귄의 기프트 콜렉션들은 다 느므 예쁘죠!
70주년 박스세트 샀으니, 80주년때도 영국에서 80주년 사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펭귄의 아라비안 나이츠는. ㅡㅜ

Manci님 페이퍼 봤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먹고 마시는거야 살로밖에 안 남지만, 책 사면 두고두고 남잖아요. ^^

비로그인 2009-01-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자 사자.. 가 아니고 펭귄펭귄이라고 했어야 하나요? ^^

Kitty 2009-01-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항해시대 완전 급관심이네요 ㄷㄷㄷ 조만간 살 듯 ㅠㅠ

하이드 2009-01-06 20:57   좋아요 0 | URL
키티님과 대항해시대 왠지 어울린다는! 사세요!

보석 2009-01-06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연말에 하도 거창하게 질러서 말이죠...(사실 남 모르게 지른 것도 쬐끔;;) 당분간은 자제 자제..속으로 다짐 중입니다.^^;; 그래도 책 사는 건 좋은 일이에요.

2009-01-06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6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6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01-0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케이트 블렌쳇이였죠. ^^; 제가 노미네이션된 작품들 한꺼번에 우르르 보다 보니, 여주인공이 헷갈렸나봐요. 윈슬렛 나오는 영화는 뭐였더라 ;; 가물가물

마노아 2009-01-0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지 말자 작심 삼일은 귀여운 축이군요. 아, 위로가 되고 있어요! 그런데 맨 위의 책 세권은 정말 알흠답군요!

DJ뽀스 2009-01-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씨의 소설보다 잡문을 더 사랑하는 독자랍니다. ㅋㅋㅋ
라리피포..버스안에서 나도 모르게 팔굽치를 점점 좁히면서 사람들 눈치를 살피느라 진땀 흘리면서도 단번에 끝까지 숨죽여 읽었네요. <악의>는 아직 못봤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은 인상깊게 읽었답니다.

:: 뜬금없이...하이드님 2009년에도 좋은 책 많이 보시고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

뷰리풀말미잘 2009-01-0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몽드 세계사 제 얘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전 결국 지름신에게 당하고 말았어요. 흐흐..

김소영 2009-01-1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의는...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아닌지...??

흰짱구 2009-01-1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멜라스, 좋은 정보 얻었네요^^
 

누구에게나(...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읽고, 읽지 않고에 상관없이 어떤 '책' 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꾸준히 매년 지그시 읽는 것은 아니라도, 왠지 처음 '책읽기'에 느꼈던 '환타지' 같은 것을 지닌 그런 책
누군가에게는 셜록홈즈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앨리스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사기열전일 것이다.( 이 누군가는 다 내가 아는 이들 ^^)
 
내게는 그런 책이 바로 '아라비안 나이트'이다. 하룻밤, 하룻밤 목숨연장을 위해 천하루동안 재미난 이야기를 왕께 들려준 셰헤라쟈드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내게는 왠지 생각만해도 가슴 두근두근한 책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던 라이브러리에서 나온 U$12.95 의 아라비안 나이트(The Arabian nights Tales from A Thousand and one night _ translated with a preface and notes by Sir Richard F. Burton /Introduction by A.S. Byatt)  페이퍼백치고는 좋은 종이질이라 오래오래 갈 것임은 분명하지만, 오늘 펭귄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아름다운 '아라비안 나이트'가 잠 못 이루는 내 침대 머리맡에 있다면, 밤마다 꿈 꾸느라 바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 고상한 블루문양이라니.. 책등도 예술이다.  



 






And yet, O King! this is not more wondrous than the story of ...


출처 : 펭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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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1-0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 깨끗이 씻고, 잘 말려서(그러니깐, 손 잘 말려서) 그냥 한 번 만져나 봤으면

Mephistopheles 2009-01-05 15:31   좋아요 0 | URL
흰장갑..착용 필수입니다.

하이드 2009-01-05 20:57   좋아요 0 | URL
저 오돌도돌한거 만져보고 싶은데, 손 잘 닦고 만지면 안될까요? 흰장갑 따위.. 흑

무해한모리군 2009-01-0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고와라 ㅠ.ㅠ
언제까지 하이드님의 펭귄시리즈는 계속되나요?

2009-01-05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5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9-01-0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만질 땐 정말 흰 면 장갑 필수겠어요. 25만원쯤 하는 건가요. 생일 선물로는 정말 저런 걸 받아야 하는 거야. 끄덕끄덕.

하이드 2009-01-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 가격은 외면하고 있었는데, 흑 ㅡㅜ 배송비까지 한다면, 할렐루야~
휘모리님, 계속계속계속요 흐흐

Kitty 2009-01-0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펭귄으로 달리시는군요 ㅋㅋㅋ
책 진짜 멋지네요 125 파운드 ㅎㄷㄷ

2009-01-06 0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1-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은 원서죠? 차라리 잘 됐어요ㅠ.ㅠ
 
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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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인의 말에 의하면... 계부인 밀리건 씨로부터 항문성교를 포함한 가학적인 성적 학대를 당했다. 환자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환자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 경, 1년여에 걸쳐 주로 계부와 단둘이 농장에 있을 때 이런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환자는 항상 계부에게서 '마구간에 묻어버리고 엄마에겐 도망갔다고 하겠다'는 협박을 받아서 살해당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하고 있다." .....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감정과 영혼이 스물네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버렸다. -242쪽-    

1977년 빌리 밀리건은 네건의 성폭행 및 강도 용의자로 체포된다. 관선 변호인이 정해지고,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빌리에게 정신감정을 받게 한다. 정신감정을 받던 중 빌리 안의 어린이 대니 캐릭터는 겁에 질려 빌리 안에 살고 있는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 말하고 숨어 버린다. 그것을 계기로 해서 변호사들과 의사는 빌리 안의 '다중인격'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빌리의 과거와 빌리 안에 살고 있는 다른 인격들과 대화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스물 네개의 인격이 있다고 알려져있고, 빌리의 인격은 열여섯살 이후 다른 인격인 영국식 억양을 쓰는 논리적이며 지적인 아서와 보호자역이며 유일하게 폭력행사가 가능한 래이건에 의해 재워진다. 이들은 빌리 외에도 빌리와 그 몸을 쓰는 다른 모든 사람들(인격들)이 피해받지 않고, 살아나가게 하기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인격들을 불량자로 분류하고 잠재워 놓는다.  

픽션 같은 논픽션을 읽을때면, 이것이 분명 실화라는 것을 알고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어느 정도 극화된 것임을 감안하고, 각 인격이 바뀌는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하고, 다중인격에 회의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중인격을 확신했다는 이야기는 주관적이라고 우길 수 있을지 몰라도, 꾸밀 수 없는 팩트들이 제시는 빌리 밀리건의 '다중인격'을 의심하기 힘들게 한다. 

이와 같은 다중인격, 해리성 인격장애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학대로 인해 생긴다고 알려져있다. 빌리는 어릴적 계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그것은 구타에서 언어폭력, 직접적인 성폭력에까지 이른다. 자신을 엄마와 동일시 했던 빌리는 계부에 의해 어머니가 당하는 폭력에까지 제가 당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로 인한 방어기제로 또다른 인격을 창조해냈고, 그것은 각각의 역할을 지니며 스물네 개의 또 다른 사람들/인격들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그들 인격은 아서에 의해 조정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와 아서가 콘트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란기를 가지고, 빌리 밀리건은 그로 인해 정신병원과 구치소를 들락날락거리게 된다.

누구나 어느 정도 자신 안에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병으로 치료되어야 하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은 '기억상실'의 여부라고 한다. 다른 인격이 나왔을때의 일을 주인격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여러 부인격이 서로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정신병으로 치료받아야 할 일이다. 이와 같은 '기억상실'은 빌리의 정신상태에 더욱 악순환만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둘러대다 보니, 주변에서는 교활하다거나 거짓말장이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것은 나중에 그가 다중인격임을 진단받기 전까지, 그의 인생을 충분히 힘들게 했을 것이다.

빌리의 인생이 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빌리 밀리건의 다중인격들을 발현 시킨 것은 정신이 견뎌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강력한 방어기제일 것이다. 각각의 인격이 지닌 특출한 능력들- 아서의 지적 능력, 스와힐리어와 아랍어를 유창하게 하고, 생물학과 의학에 뛰어난 소견을 보이며 무섭게 논리적이다. 래이건의 신체적 능력- 각종 무기에 해박하고, 다루는 것에 능수능란하며, 초인적인 힘을 지녔고, 싸움을 잘한다. 인간의 신체적 구조를 연구하여 사람을 팬다. 유고슬라비아 억양을 사용하고, 슬라브어를 한다. 타미의 탈출, 전기에 대한 재능 등- 은 그들이 치료를 받으며 빌리라는 한 사람으로 합쳐질 때 그 능력들은 빛이 바래게 된다. 필요에 의해 극단까지 개발된 능력들이 하나의 인격에서는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능력이 정신분열/다중인격과 함께 발달되고 쇠퇴되는 의미 또한 연구대상일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인격의 통합이라기보다, 각각의 인격들이 포기하고 잠들어 버린듯한 양상이다. 빌리의 경우에는 '병'으로 진단 받았지만, 다중인격 그 자체가 나쁘지 않음을 생각할때, 치료 후의 그의 인생이 더 궁금해진다.

'통합된' 인격이 다중적 인격보다 반드시 더 나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다중성은 적응하려는 반응이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처하려고 뇌가 만들어낸 똑똑한 방법이다. 오늘날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문화적 변화와 모순적 상황을 견뎌야 하므로, 다중적 '풍경'을 발달시킨 사람은 항상 하나의 얼굴로만 세상을 대하는 사람보다 유리한 셈이다.그러나 다중성이 지나칠 때도 있다. 인격드링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더는 소통하지 않는다면(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다중성 인격장애 해리성 정체장애이다). 우리는 정상적인 세상에서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최소한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리타 카터 <다중인격의 심리학> 中 -

작품의 말미에 나오는 작가 이야기, 옮긴이 후기, 출판사의 덧붙임에 의하면,  '1982년 애슨스 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된 밀리건은 1991년 법원과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정신장애를 겪지 않는다고 인정받아 마침내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밀리건은 영화제작사를 운영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다중인격장애(해리성정체장애)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고 한다.

빌리 밀리건에 대한 영화 제작은 2008년에서 다시 2010년으로 미루어졌으며, 감독은 아직까지는 그대로 조엘 슈마허이다.
빌리 밀리건 자신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할지, 연기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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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서커스단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세상에 있을까?
주인공인 제이콥의 인생은 그렇게 180도 변했다. 

  캐멀이 나를 돌아보며 목청을 가다듬는다. 그러고는 한 단어 한 단어 음미하듯 천천히 말한다.
"이 자식아, 네가 탄 기차는 그냥 기차가 아니야. 이게 바로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 기차, 그중에서도 비행단 기차라고." -54쪽-  

제이콥은 그의 특기를 살려 동물들을 돌보며 동시에 막일을 한다. 그곳에서 그는 말레나라는 서커스단의 스타에게 홀딱 반하게 되고, 특별한 코끼리 로지를 사랑하게 된다.

이야기는 아흔살이 넘은 제이콥의 좌절감 가득한 요양원 일상과 스물세살 기차에 뛰어오르고 난 후 겪었던 파란만장한 서커스단에서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흘러간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서커스 기차가 다니며 서커스를 하던 시절에 대해 충실히 조사한 작가는 소문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서커스단의 실화들을 책으로 끌어들였다. 기차 서커스라는 큰 스케일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였고, 서커스단에 몸 담은 이들, 동물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로서의 서커스 이야기도 쏠쏠하니 재미나다.

주요 인물은 제이콥을 중심으로 배우들과 일꾼들로 나뉘는데, 제이콥은 수의사로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다.
동물감독이자 조련사인 오거스트라는 매력적인 나쁜놈(책을 읽을 수록 '매력적인' 보다 '나쁜놈' 쪽으로 기울어 마지막에는 천하에 때려죽일놈이 된다.)과 그의 아내인 서커스의 스타 말레나가 있다. 1초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오거스트와 1초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말레나 부부와 함께 다니며 제이콥의 갈등은 자라난다. 서커스단의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엉클 엘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단장이 있다. 보잘것 없는 인물에서 전국의 망하는 서커스단에서 이것저것을 떨이로 사 모아 지금의 서커스단을 만들었다. 최고의 서커스단을 꾸리고 싶어하는 엉클 엘은 이제 수의사.를 가지게 되었고, 코끼리도 가지게 된다. 코끼리의 이름은 로지. 제이콥은 부전자전으로 모든 동물들을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처음 본 코끼리 로지를 사랑하게 된다.  
광대인 난장이 월터와 그의 개 퀴니. 제이콥의 룸메이트이다. 원수처럼 이 박박 갈다가 진짜 친구로 거듭난다.

각각의 사연들보다 더 볼만 한 것은 당시의 서커스 이야기들이다. 중간중간에 꽤 많은 서커스 사진들이 흑백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서커스쪽 이야기는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고, 아흔살 노인의 이야기는 지나간 파란만장 과거와 대비되어 엄청나게 색이 바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내 과거의 유령들이 내 텅 빈 현재에 들어와 분탕질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그러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과거의 유령들이 현재를 제집처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유령과 싸울 만한 강력한 현실이 현재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유령들과 싸우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유령들은 나의 현재 속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는 중이다. 어서 와, 얘들아, 너희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지내. 아, 미안해- 벌써 들어와 살고 있구나. 빌어먹을 유령 놈들. -29쪽-  
 
꽤나 속상한 이야기도, 꽤나 통쾌한 이야기도, 가슴 두근두근한 이야기도, 이런저런 회환들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몇가지 굉장히 기묘한 이야기들이 실화라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코넬대학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며, 마지막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던 그는 수의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그에게 남겨진 것은 빚뿐이다. 마지막 기말시험을 보던 중, 그는 충동적으로 교실을 나가게 되고, 하염없이 걷다가 기차에 올라타게 된다. 
부랑아와 같은 몰골의 남자들에게 다시 기차 밖으로 던져질뻔하나, 캐멀이라는 남자가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제이콥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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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가이도 다케루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표방하는 글을 쓴다. 그의 작품의 배경은 병원이고, 그곳은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이 혼재하는 곳이기에 누구에게라도 자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를 가지고 의료계의 문제들에 메스를 들이댄다. 얼마나 재미있냐면, 이 작가의 소설인 '바티스타수술팀의 영광'과 같은 작품은 인기와 재미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다케우치 유코와 아베 히로시라는 탑캐스팅의 영화로도 나왔고, 이제 막 끝난 작년 4분기의 드라마로도 나온 바 있다.

이 작가를 보면 영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현직 의사이다.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 해 놓고, 무겁기 그지 없는 의료계의 어두운 면을 직설적으로 들이밀다니. 그가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이 '의료'이기에, 책을 읽는 독자는 모르면 모를까, 알고 나서는 마냥 재미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 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도 뚜렷하고 생생하다. 도죠대학의 자학캐릭터 다구치라던가  후생성의 비관료적인 관료 시라토리, 제너럴 루즈,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얼음마녀 리에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한다.

이 작품에서는 리에의 직설화법이 스토리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차가우면서 아품이 있고, 똑똑하고, 딱 부러지는 리에의 캐릭터는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제법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도죠대학의 산부인과 조교인 리에는 얼음마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드라마로 소개되 익숙한 '하얀거탑'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다.

의료붕괴는 신 의사 임상연수 제도의 도입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양질의 임상연수의를 육성하겠다는 대의명분의 수면 아래에는 의국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불순한 목적이 감춰져 있었다. 이러한 관료의 책략은 멋진 성과를 거두었다. '하얀 거탑'이라는 야유를 받던 대학병원은 겨우 2년 만에 와해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얀 거탑' 자체가 허구였던 것이다. 교수 임용에 열을 올리고, 권모술수에 능한 의사도 분명히 있다. 단, 대학병원에 적을 두고 있는 의사들은 이러한 권모술수의 세계와는 무관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관료는 허구의 대학병원에 개혁의 총구를 조준했다.


작품의 원제는 Gene Waltz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이야기가 꽤나 자세하게 나온다.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고자 하는 리에에게 그것은 '유전자들의 왈츠'와 같다.

가이도 다케루는 이 작품에서 두마리 토끼, 아니 세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였다. 첫번째 토끼는 물론 '재미'겠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라고 한들, 재미가 없고, 읽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머지 두마리는 첫째, 무능한 관료들의 정책으로 하여금 붕괴되고 있는 지방의료의 현실, 그 중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산부인과. 저출산이 심화되자 이런저런 '설문조사'들로 탁상공론하여 통계를 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움은 커녕 해롭기만 한 현정책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또 하나,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닥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낙태라던가, 대리모라던가 하는 문제가 꽤나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으니, 자연스레 독자는 그 쪽으로도 생각이 가게된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화는 다음과 같다.

후쿠시마 현립 미나미아이즈 병원내의 산부인과와 사카시타 후생종합병원이 잇달아 휴진에 들어갔다. 각 대학병원이 지역 의료에 투입되어 있던 의사들을 다시 불러들인 탓이다. 일인 상근 체제로 운영되던 탓에 혼자 힘으로 고군분투 해오던 그들은 철수 명령에 따라 지역의 중추 병원으로 복귀해야 했고, 그 후로 임부들은 병원에 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멀고도 먼 길을 몇 시간씩 돌아가야 했다. 군 내에서 유일하게 분만할 수 있었던 산부인과가 문을 닫자, 지역에서는 의료 안전에 대한 우려와 현장의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렇게 된 뒤에는 후쿠시마 현에서 발생한 임부 사망 사고가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이었다. 당시 분만을 담당했던 후쿠시마 현립 오노 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난 2006년 2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후쿠시마 현경에 의해 체포당했다. 그 역시 혼자 힘으로 해당 병원 산부인과를 지켜왔지만 포승줄과 수갑이 채워진 채 마치 연쇄 아동살인범을 연상케 하는 흉한 모습으로 송치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도시 전체를 조리돌리는 모습이 도호쿠 지역 뉴스에 일제히 방영되었다.  

우리말 제목이기도 한 '마리아 불임클리닉'은 한때는 그래도 제법 바쁜 부인과 클리닉이였으나 마리아 원장의 친아들이 만번에 한번 발생할까 말까 한 의료상황에 대처하여 산모가 죽자 수갑 채워진채 치욕적으로 체포당하는 일이 생기고, 설상가상으로 원장인 마리아가 폐암 말기인 것이 발견되면서 함께 공조하던 데이카 대학의 의료부가 철수하자 남은 산모 다섯명을 마지막으로 9개월 후 폐원이 결정된다. 리에는 끝까지 마리아 불임클리닉과 함께 하고자 남은 마지막 의사이고, 다섯명의 산모는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직설화법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관료들의 무능함은 여기나 저기나... 중요한 것은 생명 탄생.

이 책에서 가이도 다케루의 글이 대변하는 1차집단은 환자이거나 환자의 가족이거나 환자가 될 수 있는 독자이기 보다는 의사집단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제안하는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환자를 살리는 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기도 하다.  

네번째 읽는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은 가장 심각했지만, 가장 재미있었다. 지금까지의 투톱(다구치와 시라토리)에서 원톱(최강포스 얼음마녀 리에)인 것도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책을 덮고 이런저런 생각거리들을 남겨주는 재미 뒤에 여운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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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4 0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09-01-0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하얀거탑 완전 좋아했는데 이 번 책은 더 기대가 되네요...